<이슈&인물> 말로 흥해 말로 망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 김대환 기자 kdh@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2:02:05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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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뒤흔든 땅투기 스캔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대환 기자 =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그 이유.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귄익위(이하 귄익위)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현역 의원 12명에 대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권익위가 발표한 명단에는 강기윤·김승수·박대수·배준영·송석준·안병길·윤희숙·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 의원이 포함됐다.

KDI 출신 
경제전문가

발표 명단 인원 중에는 지난달 제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윤희숙 의원도 포함됐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강행하는 임대차 3법에 대한 ‘5분 비판 연설’이 화제가 되며 단숨에 보수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에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에 소재한 논 1만871㎡를 구매했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부분과 현지 조사 때만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 현지 경작인의 집으로 잠시 주소를 옮겨 놓은 부분을 놓고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공무원인 장남을 항상 걱정하시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과 국가기관 자문활동을 수행한 경제전문가로 통한다.

KDI는 경제·사회 연구를 통해 정책 수립과 제도 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취지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일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윤 의원은 대표적인 소신파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6년 박근혜정부 시절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위) 공익위원으로 재직, 당시 최저위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움직인다고 반발하며 사퇴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포퓰리즘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일약 스타덤
내부 정보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윤 의원의 저서 <정책의 배신>에서는 그의 경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금처럼 노조를 통해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은 근로자들이 임금 협상 수단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활용하는 구조에서는 고용이 불안한 저숙련 근로자와 미취업자들을 배려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구직자 대신 노사가 최저임금 정책을 결정하는 현재 구조는 합리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3선 의원인 이혜훈 전 의원의 뒤를 이어 서초갑에 공천된 윤 의원(62.6%)은 민주당 이정근 후보(36.9%)를 상대로 25.7%p 표차로 무난하게 국회에 입성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일각에서는 20% 이상의 큰 표 차이가 난 것에 대해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뿔난 강남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의원은 선거 유세 당시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자산 가격이 공시지가에 너무 빨리 반영돼 서초갑 지역 주민들은 세금을 폭탄처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 때도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다시금 비판했다. 윤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면 수요와 공급에 매칭이 안 되는 것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투기꾼 때문이라고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5분 비판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해 7월30일 국회 자유발언 시간에 민주당이 강행한 ‘임대차3법’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임대차3법은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미한다.

8억 사서
현재 20억

당시 윤 의원은 임대차3법이 통과되면 전세 대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2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대차3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2·3·4분위 아파트가 5분위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초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은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매물이 사라지면서 주거 안정성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의원의 ‘5분 비판 연설’이 당 분위기를 바꾼 것으로 평가했다. 장외투쟁 대신 원내투쟁에 계속 힘을 쏟게 만든 것.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현실적으로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된다고 판단, 장외투쟁 카드를 고려하고 있었다. 윤 의원의 발언은 당내 장외투쟁 언급이 수그러들게 했고 원내투쟁을 강조한 주 전 원내대표에게 다시금 원내투쟁을 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윤 의원의 연설을 기점으로 통합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도 0.8%p 차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교통방송의 의뢰로 조사한 지난해 8월 1주 차 주중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의 지지율은 3.1%p 상승했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2.7%p 하락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윤 의원 발언에서 전율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판이 합리적이고 국민 상당수 심정을 정서적으로 대변했다고 호평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2일 ‘경제 대통령’ ‘미래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정부는 어떤 개혁도 하고 있지 않다며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윤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윤 의원은 지난 23일 권익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당 지도부에 밝혔다. 당 지도부는 만장일치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권익위가 제기한 윤 의원의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와 소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윤 의원은 대선후보 및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내부정보 이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 의원 부친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권익위가 문제 삼은 농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시세를 고려하면 약 8억원에 사들여 현재 시세는 약 20억원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원직 사퇴
대선 불출마

윤 의원 부친이 해당 농지를 구매한 이후 농지 인근에는 국가스마트산업단지, 복합일반산업단지 등이 연달아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부친이 땅을 취득할 때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윤 의원 측이 내부정보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

한 언론 보도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의 제부 장모씨가 농지 매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반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와 달리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기재부에서 미리 정보를 알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장씨는 해당 의혹에 대해 “세종미래일반사업단지와 세종복합일반산업단지는 각각 2014년 3월과 2019년 6월에 처음 고시됐다. 세종스마트 국가산업단지는 지난 2017년 7월 현 정부 들어서 추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산업단지 조성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고, 중앙부처 중 국토교통부 소관사항이라고 기사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윤 의원이 근무했던 KDI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KDI 근무자와 KDI 출신 공직자, 가족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의원의 의혹들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건 윤 의원 측이 해명을 해야 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에서는 윤 의원 사퇴 선언에 대해 쇼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사퇴 의사가 있다면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주장했다.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한 ‘속 보이는 사퇴 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부친 시세차익 노리고 농지 매입?
구매 이후 인근에 굵직한 산업단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윤 의원의 사퇴는 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한테 제출하더라도 의장이 그걸 본회의에 올린 사례가 거의 없다며 일종의 사퇴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대권주자들은 윤 의원의 사퇴 표명에 일제히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사퇴의 뜻을 한 번 더 재고해주길 요청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윤 의원은 정권교체와 향후 국민들을 위한 경제정책 수립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이다. 사퇴 뜻을 좀 거둬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 의원이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회피하는 일부 다른 의원들의 행태와 큰 비교가 된다”며 “자식이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연좌제 망령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에 대해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사퇴 의사를 접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의결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행 국회법 제135조에 따르면 국회는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의원이 사직하려는 경우에는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출석에 과반 찬성일 경우 사직을 허가한다. 본회의 의결 시 윤 의원의 사퇴는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게 공이 넘어간다.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윤 의원의 사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에도 부동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이 있어 윤 의원의 사퇴 선언으로 민주당이 난감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은 여권에서 제기되는 ‘사퇴 불가능’ 의견에 “다수당인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통과시켜줄 것”이라며 “여당 대선후보를 가장 치열하게 공격한 저를 가결 안 해준다고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쇼? 리얼?
강수 배경은?

윤 의원이 실제로 의원직에 사퇴하면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비해 도덕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윤 의원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권익위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 조사 결과로 나온 의원 12명에게 자진 탈당 권유 및 제명 조치를 내렸다. 당시 제명된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아직까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kd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동산 의혹 의원, 국민의힘 처리는?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의혹이 제기된 12명의 의원은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안병길·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이다.

국민의당은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등 5명에게 ‘탈당요구’를 했다. 당은 현재 당 윤리위원회가 구성돼있지 않기 때문에 당헌과 당규에 규정된 ‘탈당 권유’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탈당 요구는 강제력이 없는 최고위 차원의 선언으로 따르지 않을 경우 10일 뒤 제명되는 탈당 권유와 다르다. 

국민의힘은 한무경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다.

비례대표인 한 의원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제명되면 무소속 신분으로 의원직이 유지된다. 한 의원의 제명안은 의원총회에서 표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은 안병길·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 등 나머지 6명에 대해 본인의 문제가 아니거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안병길·윤희숙·송석준 의원에 대해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도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은 토지의 취득 경위가 소명됐고 이미 매각됐거나 즉각 처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탈당을 요구한 5명의 의원과 제명 대상이 된 한 의원은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에 발표된 12명 중 8명에 대한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탈당 요구를 받은 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등 4명의 관련 내용은 당사자의 거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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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