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말로 흥해 말로 망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 김대환 기자 kdh@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2:02:05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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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뒤흔든 땅투기 스캔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대환 기자 =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그 이유.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귄익위(이하 귄익위)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현역 의원 12명에 대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권익위가 발표한 명단에는 강기윤·김승수·박대수·배준영·송석준·안병길·윤희숙·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 의원이 포함됐다.

KDI 출신 
경제전문가

발표 명단 인원 중에는 지난달 제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윤희숙 의원도 포함됐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강행하는 임대차 3법에 대한 ‘5분 비판 연설’이 화제가 되며 단숨에 보수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에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에 소재한 논 1만871㎡를 구매했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부분과 현지 조사 때만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 현지 경작인의 집으로 잠시 주소를 옮겨 놓은 부분을 놓고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공무원인 장남을 항상 걱정하시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과 국가기관 자문활동을 수행한 경제전문가로 통한다.

KDI는 경제·사회 연구를 통해 정책 수립과 제도 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취지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일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윤 의원은 대표적인 소신파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6년 박근혜정부 시절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위) 공익위원으로 재직, 당시 최저위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움직인다고 반발하며 사퇴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포퓰리즘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일약 스타덤
내부 정보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윤 의원의 저서 <정책의 배신>에서는 그의 경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금처럼 노조를 통해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은 근로자들이 임금 협상 수단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활용하는 구조에서는 고용이 불안한 저숙련 근로자와 미취업자들을 배려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구직자 대신 노사가 최저임금 정책을 결정하는 현재 구조는 합리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3선 의원인 이혜훈 전 의원의 뒤를 이어 서초갑에 공천된 윤 의원(62.6%)은 민주당 이정근 후보(36.9%)를 상대로 25.7%p 표차로 무난하게 국회에 입성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일각에서는 20% 이상의 큰 표 차이가 난 것에 대해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뿔난 강남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의원은 선거 유세 당시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자산 가격이 공시지가에 너무 빨리 반영돼 서초갑 지역 주민들은 세금을 폭탄처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 때도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다시금 비판했다. 윤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면 수요와 공급에 매칭이 안 되는 것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투기꾼 때문이라고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5분 비판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해 7월30일 국회 자유발언 시간에 민주당이 강행한 ‘임대차3법’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임대차3법은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미한다.

8억 사서
현재 20억

당시 윤 의원은 임대차3법이 통과되면 전세 대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2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대차3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2·3·4분위 아파트가 5분위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초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은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매물이 사라지면서 주거 안정성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의원의 ‘5분 비판 연설’이 당 분위기를 바꾼 것으로 평가했다. 장외투쟁 대신 원내투쟁에 계속 힘을 쏟게 만든 것.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현실적으로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된다고 판단, 장외투쟁 카드를 고려하고 있었다. 윤 의원의 발언은 당내 장외투쟁 언급이 수그러들게 했고 원내투쟁을 강조한 주 전 원내대표에게 다시금 원내투쟁을 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윤 의원의 연설을 기점으로 통합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도 0.8%p 차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교통방송의 의뢰로 조사한 지난해 8월 1주 차 주중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의 지지율은 3.1%p 상승했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2.7%p 하락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윤 의원 발언에서 전율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판이 합리적이고 국민 상당수 심정을 정서적으로 대변했다고 호평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2일 ‘경제 대통령’ ‘미래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정부는 어떤 개혁도 하고 있지 않다며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윤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윤 의원은 지난 23일 권익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당 지도부에 밝혔다. 당 지도부는 만장일치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권익위가 제기한 윤 의원의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와 소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윤 의원은 대선후보 및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내부정보 이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 의원 부친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권익위가 문제 삼은 농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시세를 고려하면 약 8억원에 사들여 현재 시세는 약 20억원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원직 사퇴
대선 불출마

윤 의원 부친이 해당 농지를 구매한 이후 농지 인근에는 국가스마트산업단지, 복합일반산업단지 등이 연달아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부친이 땅을 취득할 때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윤 의원 측이 내부정보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

한 언론 보도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의 제부 장모씨가 농지 매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반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와 달리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기재부에서 미리 정보를 알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장씨는 해당 의혹에 대해 “세종미래일반사업단지와 세종복합일반산업단지는 각각 2014년 3월과 2019년 6월에 처음 고시됐다. 세종스마트 국가산업단지는 지난 2017년 7월 현 정부 들어서 추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산업단지 조성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고, 중앙부처 중 국토교통부 소관사항이라고 기사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윤 의원이 근무했던 KDI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KDI 근무자와 KDI 출신 공직자, 가족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의원의 의혹들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건 윤 의원 측이 해명을 해야 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에서는 윤 의원 사퇴 선언에 대해 쇼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사퇴 의사가 있다면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주장했다.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한 ‘속 보이는 사퇴 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부친 시세차익 노리고 농지 매입?
구매 이후 인근에 굵직한 산업단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윤 의원의 사퇴는 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한테 제출하더라도 의장이 그걸 본회의에 올린 사례가 거의 없다며 일종의 사퇴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대권주자들은 윤 의원의 사퇴 표명에 일제히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사퇴의 뜻을 한 번 더 재고해주길 요청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윤 의원은 정권교체와 향후 국민들을 위한 경제정책 수립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이다. 사퇴 뜻을 좀 거둬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 의원이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회피하는 일부 다른 의원들의 행태와 큰 비교가 된다”며 “자식이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연좌제 망령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에 대해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사퇴 의사를 접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의결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행 국회법 제135조에 따르면 국회는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의원이 사직하려는 경우에는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출석에 과반 찬성일 경우 사직을 허가한다. 본회의 의결 시 윤 의원의 사퇴는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게 공이 넘어간다.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윤 의원의 사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에도 부동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이 있어 윤 의원의 사퇴 선언으로 민주당이 난감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은 여권에서 제기되는 ‘사퇴 불가능’ 의견에 “다수당인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통과시켜줄 것”이라며 “여당 대선후보를 가장 치열하게 공격한 저를 가결 안 해준다고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쇼? 리얼?
강수 배경은?

윤 의원이 실제로 의원직에 사퇴하면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비해 도덕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윤 의원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권익위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 조사 결과로 나온 의원 12명에게 자진 탈당 권유 및 제명 조치를 내렸다. 당시 제명된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아직까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kd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동산 의혹 의원, 국민의힘 처리는?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의혹이 제기된 12명의 의원은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안병길·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이다.

국민의당은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등 5명에게 ‘탈당요구’를 했다. 당은 현재 당 윤리위원회가 구성돼있지 않기 때문에 당헌과 당규에 규정된 ‘탈당 권유’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탈당 요구는 강제력이 없는 최고위 차원의 선언으로 따르지 않을 경우 10일 뒤 제명되는 탈당 권유와 다르다. 

국민의힘은 한무경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다.

비례대표인 한 의원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제명되면 무소속 신분으로 의원직이 유지된다. 한 의원의 제명안은 의원총회에서 표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은 안병길·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 등 나머지 6명에 대해 본인의 문제가 아니거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안병길·윤희숙·송석준 의원에 대해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도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은 토지의 취득 경위가 소명됐고 이미 매각됐거나 즉각 처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탈당을 요구한 5명의 의원과 제명 대상이 된 한 의원은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에 발표된 12명 중 8명에 대한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탈당 요구를 받은 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등 4명의 관련 내용은 당사자의 거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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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