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말로 흥해 말로 망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 김대환 기자 kdh@ilyosisa.co.kr
  • 등록 2021.08.30 12:02:05
  • 호수 13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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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뒤흔든 땅투기 스캔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대환 기자 =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대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그 이유.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 의결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귄익위(이하 귄익위)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현역 의원 12명에 대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불법 의혹이 있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권익위가 발표한 명단에는 강기윤·김승수·박대수·배준영·송석준·안병길·윤희숙·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 의원이 포함됐다.

KDI 출신 
경제전문가

발표 명단 인원 중에는 지난달 제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윤희숙 의원도 포함됐다. 그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강행하는 임대차 3법에 대한 ‘5분 비판 연설’이 화제가 되며 단숨에 보수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에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에 소재한 논 1만871㎡를 구매했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부분과 현지 조사 때만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 현지 경작인의 집으로 잠시 주소를 옮겨 놓은 부분을 놓고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26년 전 결혼할 때 호적을 분리한 이후 아버님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공무원인 장남을 항상 걱정하시고 조심해온 아버님의 평소 삶을 볼 때 위법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는다”고 해명했다.


윤 의원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과 국가기관 자문활동을 수행한 경제전문가로 통한다.

KDI는 경제·사회 연구를 통해 정책 수립과 제도 개혁에 기여하는 것을 취지로 설립된 공공기관으로 일종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윤 의원은 대표적인 소신파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6년 박근혜정부 시절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저위) 공익위원으로 재직, 당시 최저위가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움직인다고 반발하며 사퇴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포퓰리즘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일약 스타덤
내부 정보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윤 의원의 저서 <정책의 배신>에서는 그의 경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금처럼 노조를 통해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은 근로자들이 임금 협상 수단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활용하는 구조에서는 고용이 불안한 저숙련 근로자와 미취업자들을 배려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구직자 대신 노사가 최저임금 정책을 결정하는 현재 구조는 합리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3선 의원인 이혜훈 전 의원의 뒤를 이어 서초갑에 공천된 윤 의원(62.6%)은 민주당 이정근 후보(36.9%)를 상대로 25.7%p 표차로 무난하게 국회에 입성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일각에서는 20% 이상의 큰 표 차이가 난 것에 대해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뿔난 강남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의원은 선거 유세 당시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자산 가격이 공시지가에 너무 빨리 반영돼 서초갑 지역 주민들은 세금을 폭탄처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제20대 대선 출마 선언 때도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다시금 비판했다. 윤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면 수요와 공급에 매칭이 안 되는 것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투기꾼 때문이라고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5분 비판 연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해 7월30일 국회 자유발언 시간에 민주당이 강행한 ‘임대차3법’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임대차3법은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미한다.

8억 사서
현재 20억

당시 윤 의원은 임대차3법이 통과되면 전세 대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26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조사결과에 따르면 임대차3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2·3·4분위 아파트가 5분위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초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은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매물이 사라지면서 주거 안정성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 의원의 ‘5분 비판 연설’이 당 분위기를 바꾼 것으로 평가했다. 장외투쟁 대신 원내투쟁에 계속 힘을 쏟게 만든 것.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현실적으로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된다고 판단, 장외투쟁 카드를 고려하고 있었다. 윤 의원의 발언은 당내 장외투쟁 언급이 수그러들게 했고 원내투쟁을 강조한 주 전 원내대표에게 다시금 원내투쟁을 가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윤 의원의 연설을 기점으로 통합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도 0.8%p 차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교통방송의 의뢰로 조사한 지난해 8월 1주 차 주중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의 지지율은 3.1%p 상승했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2.7%p 하락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윤 의원 발언에서 전율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진보논객으로 알려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판이 합리적이고 국민 상당수 심정을 정서적으로 대변했다고 호평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2일 ‘경제 대통령’ ‘미래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정부는 어떤 개혁도 하고 있지 않다며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윤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윤 의원은 지난 23일 권익위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당 지도부에 밝혔다. 당 지도부는 만장일치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권익위가 제기한 윤 의원의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와 소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윤 의원은 대선후보 및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동산 문제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 부친의 불법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내부정보 이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 의원 부친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권익위가 문제 삼은 농지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시세를 고려하면 약 8억원에 사들여 현재 시세는 약 20억원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원직 사퇴
대선 불출마

윤 의원 부친이 해당 농지를 구매한 이후 농지 인근에는 국가스마트산업단지, 복합일반산업단지 등이 연달아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부친이 땅을 취득할 때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윤 의원 측이 내부정보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다.

한 언론 보도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 보좌관을 지낸 윤 의원의 제부 장모씨가 농지 매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반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와 달리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기재부에서 미리 정보를 알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장씨는 해당 의혹에 대해 “세종미래일반사업단지와 세종복합일반산업단지는 각각 2014년 3월과 2019년 6월에 처음 고시됐다. 세종스마트 국가산업단지는 지난 2017년 7월 현 정부 들어서 추진한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산업단지 조성은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사업이고, 중앙부처 중 국토교통부 소관사항이라고 기사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윤 의원이 근무했던 KDI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 조사를 촉구했다. 그는 KDI 근무자와 KDI 출신 공직자, 가족에 대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의원의 의혹들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그건 윤 의원 측이 해명을 해야 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에서는 윤 의원 사퇴 선언에 대해 쇼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은 “사퇴 의사가 있다면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주장했다.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한 ‘속 보이는 사퇴 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부친 시세차익 노리고 농지 매입?
구매 이후 인근에 굵직한 산업단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윤 의원의 사퇴는 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한테 제출하더라도 의장이 그걸 본회의에 올린 사례가 거의 없다며 일종의 사퇴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대권주자들은 윤 의원의 사퇴 표명에 일제히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사퇴의 뜻을 한 번 더 재고해주길 요청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윤 의원은 정권교체와 향후 국민들을 위한 경제정책 수립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분이다. 사퇴 뜻을 좀 거둬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 의원이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회피하는 일부 다른 의원들의 행태와 큰 비교가 된다”며 “자식이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연좌제 망령의 부활”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도 농지법 위반에 대해 뭉개고 있는데, 본인 일도 아닌 부모님이 하신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의원이 사퇴 의사를 접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의결이 필요할 전망이다. 현행 국회법 제135조에 따르면 국회는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 의원이 사직하려는 경우에는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출석에 과반 찬성일 경우 사직을 허가한다. 본회의 의결 시 윤 의원의 사퇴는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게 공이 넘어간다. 민주당의 의지에 따라 윤 의원의 사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내에도 부동산 의혹을 받는 의원들이 있어 윤 의원의 사퇴 선언으로 민주당이 난감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윤 의원은 여권에서 제기되는 ‘사퇴 불가능’ 의견에 “다수당인 민주당이 아주 즐겁게 통과시켜줄 것”이라며 “여당 대선후보를 가장 치열하게 공격한 저를 가결 안 해준다고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쇼? 리얼?
강수 배경은?

윤 의원이 실제로 의원직에 사퇴하면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비해 도덕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건 윤 의원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권익위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 조사 결과로 나온 의원 12명에게 자진 탈당 권유 및 제명 조치를 내렸다. 당시 제명된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아직까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kd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동산 의혹 의원, 국민의힘 처리는?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

의혹이 제기된 12명의 의원은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안병길·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이다.

국민의당은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등 5명에게 ‘탈당요구’를 했다. 당은 현재 당 윤리위원회가 구성돼있지 않기 때문에 당헌과 당규에 규정된 ‘탈당 권유’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탈당 요구는 강제력이 없는 최고위 차원의 선언으로 따르지 않을 경우 10일 뒤 제명되는 탈당 권유와 다르다. 

국민의힘은 한무경 의원은 제명하기로 했다.

비례대표인 한 의원은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제명되면 무소속 신분으로 의원직이 유지된다. 한 의원의 제명안은 의원총회에서 표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은 안병길·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 등 나머지 6명에 대해 본인의 문제가 아니거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안병길·윤희숙·송석준 의원에 대해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도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은 토지의 취득 경위가 소명됐고 이미 매각됐거나 즉각 처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탈당을 요구한 5명의 의원과 제명 대상이 된 한 의원은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에 발표된 12명 중 8명에 대한 권익위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탈당 요구를 받은 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등 4명의 관련 내용은 당사자의 거부로 공개되지 않았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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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