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공룡' LF그룹 문어발 사업의 이면

벌여놓은 부업 다수가 마이너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LF그룹이 사업 다각화를 통한 외형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7할을 담당하는 본업이 성장 한계치에 다다르자, 부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양상이다. 다만 부업을 밀기로 한 결정이 당장의 수익을 뜻하는 건 아니다. 투자의 결실을 기대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2007년 LG상사의 패션사업부에서 분리된 ㈜LF는 2014년 3월부로 현재의 상호로 변경하고 LG그룹과 완벽한 선긋기를 이뤄냈다. 이 무렵 LG패션 계열분리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구본걸 현 LF 회장이다. 

2014년 
분리 이후…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구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온 구 회장은 LG증권 재무팀에 입사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LG상사 패션 부문을 맡으면서 패션업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계열분리를 주도했던 구 회장은 지금껏 LF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LF 지분 19.11%(558만789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마저도 구민정, 구성모씨에게 LF 주식 12만주씩 증여하면서 지분율이 0.82%포인트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LF는 계열분리 이후 패션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했다. 라푸마, 헤지스, 모그 등 핵심 브랜드 다수가 시장에 안착했고, 이를 계기로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도약에 필요한 초석을 닦았다.


LF의 상승세는 2010년 중반을 지나면서 한풀 꺾였다. 패션 부문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영향이었다. 급기야 주요 실적 지표에서 역신장이 목격됐다. 

LF는 개별기준 2018년 1조4148억원, 2018년 1조4053억원, 지난해 1조1159억원 등 최근 수년간 매출 하락세가 확연했다. 같은 기간 수익성마저 뒷걸음질의 연속이었다. 개별기준 2018년 110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904억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5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조차 실패했다.

결국 LF는 본업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단행했다. 2005년부터 국내 사업을 영위한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철수시켰다. 라푸마는 한때 단일 브랜드 기준 연매출이 2500억원에 달하던 효자 품목이었다.

또한 일꼬르소, 질바이질스튜어트 등 일부 브랜드를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뒤따랐다. 백화점 매출이 저조한 핵심 브랜드 일부도 매장 효율화 작업에 따라 정리 대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 축소가 현실화된 반면 LF몰을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은 한층 명확해졌다. 2000년 출범(당시 패션엘지닷컴)한 LF몰이 매년 30~50% 성장했다.

선제적
움직임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은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 LF는 올해 상반기에 개별기준 매출 5492억원, 영업이익 31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거둔 호실적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2.3배 급증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에 2.5%에 머물렀던 영업이익률은 1년 사이 3.1%p 올랐다.

다만 패션 분야에 치우친 사업모델은 성장 한계치가 명확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LF가 수년 전부터 사업 다각화 차원에 나섰던 것도 이 같은 위험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움직임이었다.

한우물 옛말…옮겨가는 무게 추
사업 다각화…본전 뽑기 언제쯤?

LF로 통칭되는 기업집단은 올해 상반기 기준 소속 법인만 46곳(상장 1곳, 비상장 45곳)에 달한다. 계열회사들은 패션사업, 금융사업, 식품, 기타사업 등을 영위하며, LF는 이들에 대한 지분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이뤄진 활발한 타 법인 출자는 LF가 그룹사의 면모를 갖추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전략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당해에만 6건의 인수·합병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식자재 유통업체가 3곳이었다.

주류업체 ‘인덜지’ 지분 53%를 62억원에 사들였고, 식자재 업체 모노링크 지분 100%를 300억원대에 매입했다. 유럽 식자재 업체인 구르메F&B코리아의 지분 71.69%도 360억원에 인수했다.

2019년에는 LF푸드의 100% 출자회사인 모노링크를 통해 식육, 수산물 가공, 냉동식품을 제조하는 ‘엘티엠푸드’와 이를 유통하는 도소매기업인 ‘네이쳐푸드’를 추가로 인수했다. 모노링크가 두 회사에 100% 출자하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코람코자산신탁과 프로젝트 금융자회사(PEV)인 ‘코크렙안양’을 설립했다. 코크렙안양 PEV는 LF가 보유 중인 안양 물류센터를 오는 2023년 상온과 저온을 아우르는 복합 물류센터로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에도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에 씨티닷츠에 대한 투자를 비롯해 총 185억원을 집행했다. 2분기에는 부동산개발 계열사 케이스퀘어데이터센터PEV의 주식 370만주를 370억원에 취득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위한 것으로, 코람코자산신탁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숨 가쁜
인수 행렬

LF는 사업 다각화 작업에 힘입어 패션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한때 90%에 달했던 패션 부문의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75% 수준으로 감소했고, 나머지를 금융 및 기타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형태가 구축됐다. 

다만 금융 부문을 제외한 신규 사업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LF의 고민거리다. LF의 종속회사로 분류된 39개(자산유동화 회사 2곳 제외) 법인 중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 10억원 이상을 기록한 곳은 ▲LF푸드(외식업) ▲막스코(의류 판매) ▲트라이씨클(전자상거래) ▲구르메에프앤드비코리아(도소매) ▲코람코자산신탁(금융업) ▲코람코자산운용(집합투자업) 등에 국한된다.


이들 가운데 금융 및 투자업종으로 분류되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코람코자산운용이 각각 286억원, 14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종속회사에서 거둔 순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달리 말하면 꾸준히 투자해온 식품 및 기타사업에서 수익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나마 LF푸드와 막스코가 각각 22억, 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트라이씨클과 구르메에프앤드비코리아는 10억원대 순이익을 거뒀다.

반면 홍콩에 법인을 둔 ‘First Textile Trading(의류 판매)’는 수익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500만원으로 집계됐던 이 회사의 순손실은 반년새 126억원으로 불어났다. 인덜지 역시 순손실 32억원을 기록하며 LF 연결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이외의 종속회사들은 별다른 영업활동이 이뤄지지 않거나 순이익이 극히 미미했다.

상당수 종속회사의 재무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올해 상반기 기준 ▲폴라리스(Polaris S.R.L, -47억원) ▲시나르가야 부사나(Sinar Gaya Busana, -16억원) ▲동아티브이(-35억원) ▲케이엔이글로벌(-22억원) ▲인덜지(-51억원) ▲퍼블리크(-29억원) ▲아누리(-26억원) ▲엘티엠푸드(-12억원) 등 8개 종속회사가 완전자본잠식에 놓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실은
언제쯤

부채와 자본간 불균형이 심각한 법인도 눈에 띈다. 라푸마 베이징 법인(의류 판매)은 부채비율이 2043%(부채 38억원, 자본 1억8400만원)에 달했고, 글로벌휴먼스(기타도급업)와 트라이씨클도 각각 759.2%, 527%의 부채비율을 나타냈다. 통상적인 적정 부채비율(200% 이하)과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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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