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재벌'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의 미친 존재감

직원들도 본 적 없는 은둔의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투자업계의 시선이 대명화학을 향하고 있다.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그간 행적이 로젠택배 인수를 계기로 재조명받는 모양새다. 이참에 오너에 대한 주목도 역시 높아졌다. 직원들조차 회장 얼굴을 모른다는 말이 나올 만큼 철저히 음지를 지향해온 인물인지라 궁금증이 더욱 커진 양상이다.

지난 7월 코웰패션은 종속회사인 씨에프인베스트먼트가 베어링PEA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100%를 34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씨에프인베스트먼트는 코웰패션이 로젠택배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씨에프인베스트먼트가 사들이는 로젠택배 주식은 총 1482만3496주, 취득 예정일은 오는 10월8일이다. 코웰패션 측은 로젠택배 인수를 온라인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사업 진출 차원이라고 언급했다.

드디어
팔렸다

코웰패션의 등장으로 인해 베어링PEA는 8년 만에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2013년 미래에셋나이스PEF로부터 로젠택배 지분 전량을 1580억원에 사들였던 베어링PEA는 수차례 매각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2015년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시도한 경영권 매각 및 기업공개(IPO) 작업은 끝내 불발됐고, 2018년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CVC캐피털파트너스와의 협상은 막판에 최종 결렬됐다. 지난해에는 국내 PEF 운용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매각 작업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또 한 번 계약 문턱에서 매각이 결렬되는 아픔을 겪었다.

투자업계에서는 코웰패션이 알짜매물을 품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로젠택배는 점유율 기준 국내 4위 택배회사인 데다, 코로나19 여파를 감안하면 성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젠택배는 지난해 매출 5128억원, 영업이익 2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6%, 24%가량 증가한 수치다.


로젠택배 인수는 홈쇼핑에 치중된 코웰패션의 판매 채널을 온라인, 모바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웰패션은 관계사로 모다아울렛, 온라인몰 패션플러스를 두고 있지만 수익의 80% 이상을 홈쇼핑에서 벌어들이는 구조다.

로젠택배의 전국 물류거점과 18개 모다아울렛 매장을 활용하면 중소기업, 이커머스 입점 업체 대상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3자 물류(3PL) 신사업 진출이 가능하다.

과감한 베팅
또 다른 계기

공교롭게도 로젠택배를 인수한 코웰패션 역시 수년 전 피인수된 경험이 있다. 코웰패션은 이순섭 회장이 2002년 설립한 비케이패션코리아에 뿌리를 둔 패션기업이다. 아디다스, 푸마, 캘빈클라인, 리복 등 글로벌 브랜드 의류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성장세를 이어가던 코웰패션을 2015년 대명화학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무렵 대명화학은 코웰패션 지분 48.78%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코웰패션은 대명화학에 인수된 이후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다. 2015년 161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264억원으로 불어났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0억원에서 801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5%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코웰패션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4% 늘어난 120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았던 것은 다각화 전략이 빛을 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존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했던 코웰패션은 최근 자사 온라인몰 등 이커머스에 힘을 주고 있다. 

M&A로 키운 덩치…로젠택배 인수
안 보이는 곳에서 통큰 투자 진두지휘

코웰패션의 괄목할만한 성장세는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권 회장은 재계에서 ‘얼굴 없는 투자자’로 불린다. 외부에 공개된 증명사진조차 없을 뿐 아니라 직원조차 회장님 얼굴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출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수장의 이 같은 성향으로 인해 코웰패션을 인수할 당시 대명화학에 대해서도 베일에 싸인 투자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권 회장은 개인 성향과는 별개로, 투자나 인수합병에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회계사 출신인 권 회장은 사업분야가 관련 있거나 시너지가 기대되는 기업을 줄줄이 인수했다.

초기 홈쇼핑 기업에 투자해 사업자금을 마련했고 2000년대 들어 창업투자회사 케이아이지(현 대명화학)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6년 삼성, LG 등에 전자기기용 콘덴서(전자회로에서 전하를 모으는 장치)를 공급하는 필코전자의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지분율을 꾸준히 늘렸다.

2008년 패션 브랜드 겟유즈드코리아, 케이브랜즈, 2009년 모다이노칩, 2010년 모다(모다아울렛)를 인수했고 투자사였던 코웰패션을 2015년 필코전자와 합병시켜 코스닥에 우회 상장시켰다.

조용하게∼
음지 지향

대명화학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 전략을 앞세워 지난해 말 기준 36곳의 법인으로 구성된 자산 2조원대 중견기업집단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지배구조의 최상단에는 권 회장이 서 있다.

권 회장은 대명화학 지분 90.25%를 보유 중이며, 이를 통해 나머지 계열사를 간접 지배한다. 대명화학은 핵심 사업회사인 코웰패션(48.78%)과 모다이노칩(75.3%, 전자·유통업)의 최대주주다. 인쇄회로기판(PCB) 상장사 디에이피를 비롯해 대명화학베트남·페이퍼·잉크, 고려F&F, 오아이스튜디오 등 다수의 전자·화학계열사 역시 대명화학 휘하에 있다.

이로써 대명화학은 기존의 전자와 화학, 부동산 사업 부문은 물론 코웰패션과 패션플러스, 모다아울렛 등 의류 패션 사업에 이어 물류사업까지 거느리게 됐다. 제조에서 유통망까지 이르는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다.

대명화학이 그룹 지배구조 상에서 중요한 위치라면, 코웰패션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이유로 권 회장은 코웰패션을 앞세워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미래가 유망하거나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코웰패션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거듭된
인수합병

그룹 내 코웰패션의 위상은 실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대명화학의 연결기준 매출은 1조3301억원, 순이익은 1037억원으로 순이익률은 7.8%로 집계됐다. 수익구조를 보면 코웰패션계열이 60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그룹 주력사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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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