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돋는 네티즌 ‘과거털기’ 백태

먼지 한 톨까지 ‘탈 탈 탈’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케이블방송 엠넷 <슈퍼스타K4> 오디션에서 준수한 외모와 세상을 떠난 전 여자 친구와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민준 병장. 방송 이후 그가 과거 촬영했던 음란몸캠이 인터넷상에 삽시간으로 퍼져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일반인을 상대로 한 신상정보 해킹이 도를 넘어선 수준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일반인 신상털기. 어디까지가 적정수준일까.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에 출연한 김민준 병장의 몸캠 동영상이 수많은 인터넷 경로를 통해 노출됐다. 김 병장은 화려한 이목구비에 준수한 외모를 자랑했고 특히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전 여자친구를 그리는 노래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김 병장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기도 전, 그는 잔인한 신상털기의 대상이 돼야만 했다.  

과거 의혹 천차만별

그가 오디션에 합격한 후 촬영한 음란 동영상이 문제였다. 개인취향으로 찍은 동영상치고는 수위가 적정선을 넘었기 때문. 김 병장이라고 추정되는 동영상의 남성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며 음란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에 경악을 금치 못한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그를 ‘변태’라고 지칭하며 비난의 글을 쏟았다. 신상털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과거 쇼핑몰 모델을 했었던 행적까지 낱낱이 공개하며 “김 병장이 전 여자 친구 사연을 들먹이며 의도적으로 오디션에 참가한 것”이라는 노골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 되자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는 “본인이라는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본인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란이 돼 안타깝고 사실여부를 떠나 김 병장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라며 “확인 후 제작진과 상의 해 어떻게 할지 정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일반인 신상털이로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SBS 쇼프로그램 <짝>에 비하면 김 병장 사건은 애교수준이다. <짝>은 출연자들의 연이은 거짓말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가장 최근 있었던 일화로 여자 3호가 능수능란한 거짓말로 남자 출연자들과 시청자의 눈과 귀를 깜빡 속여 급기야는 제작진과 출연진 간의 법적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그녀는 요리사의 길만 걸어왔다는 언급과 수려한 외모를 내세워 남심 훔치기에 성공했지만 방송 직후 네티즌들의 신상털이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거짓말녀로 낙인찍혀 버렸다.

여자 3호는 요리사로서의 오직 한길만 고집했다는 발언과 달리 과거에 케이블 성인방송에 출연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쇼핑몰 모델로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뒤이어 헤어샵과 성형외과 모델로도 활동한 경력까지 밝혀져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벗기면 벗길수록 드러나는 그녀의 뻔뻔한 거짓말에 시청자는 제작진에게 “검증도 안 된 사람들 데려다가 국민을 우롱하나”며 발끈하고 나섰다.

성인 에로물에 출연했던 에로배우 출신 남자 7호와 여자 5호 사례도 유명하다. 남자 7호는 지난 2010년 출시된 캠코더로 찍은 실시간 에로물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통편집 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네티즌들은 남자 7호와 성인물에 출연한 남성의 외모가 매우 흡사하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영상링크주소와 관련 이미지까지 첨부했다. 이 게시물은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으며, 해당 남성이 출연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영상이 줄이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짝>은 지난해에도 여자 5호가 에로배우 출신이라는 점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여자 5호는 본인이 아니라고 상황을 일축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지지 않았다. 제작 관계자는 “출연자들을 상대로 사전에 매체 출연여부에 대해 묻고 출연여부가 없을 경우에만 출연허가를 시키도록 돼있다.

<슈스케4>출연자 김민준 음란영상 무작위 유포
성인배우·쇼핑몰 모델 등 사생활 침해 도 넘어

검증에 한계가 있는 부분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논란이지만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거짓보도에 가담한 출연진과 이를 모르쇠로 방관했던 제작진에 거센 반발을 했지만 항간에서는 사생활 침범이 적정선을 넘어섰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앞서 MBC <무한도전>에 우연히 출연한 여의대생도 신상털이 대상으로 지목됐다. 그녀는 <무한도전> 멤버 길의 첫사랑 동생으로 미모와 지혜를 겸비해 큰 화제가 됐다. 또 다른 멤버 노홍철이 그녀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함으로써 더 화제를 모았던 그녀는 네티즌수사대의 날카로운 신상털이 때문에 성형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녀의 과거 사진이 인터넷에 일파만파 퍼진 후 현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외모에 네티즌들은 “알아보지 못 하겠다” “동일인물이 맞느냐” 등의 댓글들로 프로그램 게시판을 도배했다.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선언했던 방송인 홍석천도 한 프로그램을 통해 남자친구가 있다고 밝힌 후에 애인과의 이별로 아픔을 겪었다. 그는 “연하인 전 남자친구가 네티즌의 과도한 신상털기 때문에 무척 힘들어 했다”며 “그를 위해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고, 현재 좋은 형 동생으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네티즌들의 도를 넘어선 신상털이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는 지하철 OO녀들, 운전미숙 김여사 등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몇 년 전 ‘지하철 개똥녀’를 시작으로 지난달에 보도된 ‘지하철 커피녀’까지 공공장소에서의 무개념 행동으로 수많은 질타를 받았던 그녀들은 네티즌의 무차별적인 신상공개에 현재까지도 말 못할 수모에 시달리고 있다.

김여사도 마찬가지다. 운전미숙으로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불특정 다수에게 네티즌들은 ‘김여사’라는 호칭을 붙여주고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의 신상까지 노출돼 곤욕을 치르게 하기도 한다. 

적정선 지켜야

IT산업 발달로 휴대폰 카메라에 모든 영상을 담을 수 있는 요즘,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이의 행위를 몰래 찍어 바로 인터넷에 올릴 수 있고 전 세계인들이 공유할 수도 있다. 영상에 잡힌 인물의 신상정보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일부 사람들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로 국민 역적이 되어야 하는 입장에 놓여야 하는 그들의 고통도 헤아려줄 수 있는 관용과 아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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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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