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얼마 전 지인의 집들이에 초대받아 술을 마셨습니다. 다들 자러 가고, 밤늦게 다른 지인 여성분과 둘이서 술을 더 먹게 됐습니다. 이후 여성분이 술에 취해 소파에서 잠이 들자, 술김에 여성분이 자는 사이에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만취한 여성분이 기억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아침에 대화를 나눠보니 다 기억이 난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제가 받을 처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A] 형법 제299조에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 간음한 자는 제강간죄의 예에 의한다고 규정돼있습니다. 폭행·협박이 없더라도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행위를 하면 준강간죄가 성립됩니다.
또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강제추행을 하는 경우에는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합니다. 즉, 만취한 상대방에게 강제추행을 할 경우 폭행·협박이 없었더라도 준강제추행죄가 성립해 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의사가 있었으나 실제로 상대방이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은 “항거불능의 만취상태가 아닌 피해자를 만취상태로 오인해 간음한 경우,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어서 준강간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위험성이 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대법원 2019년 3월28일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라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상담자분께서는 준강간죄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며 상대방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범으로 처벌될 것으로 보입니다. 불능미수의 경우 임의적 감경 사유에 해당하므로 준강간죄의 기수범보다는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로 준강간죄로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를 살펴보면, 2017년 12월 부산지방법원은 “부산에 여행을 온 피해자(여·19세)를 처음 만나, 피해자 및 피해자의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시간이 늦어져 다 같이 주변 피고인이 집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피고인의 주거지로 이동했다. 다른 일행들이 전화를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 피해자와 단둘이 남게 되자,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인 상태임을 이용해,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긴 뒤 피해자의 가슴 등을 애무하면서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1회 간음해 피해자를 강간했다“라는 점을 이유로 징역 4년에 처한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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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형사전문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