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산책 ⑤화순 세량지

여름 향기 그윽한 곳

저수지는 흐르는 물을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인공적인 수리 시설이다. 물이 넉넉하니 자연스레 주변으로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잔잔한 수면이 거울처럼 하늘을 담아낸다. 언제부턴가 그 서정적인 풍경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관광지로 입소문 난 저수지가 여럿 있다. 가장 유명한 저수지를 꼽으라면 단연 화순의 세량지 아닐까. 한국을 넘어 2012년 미국 뉴스 전문 방송국 CNN까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으로 선정했다니, 그 빼어난 경치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량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1969년에 준공했다. 둑을 의미하는 세량제로도 불린다. 유효 저수량 5만4000t이고, 이 물을 받아 농사짓는 땅이 3만3000㎡에 이른다. 샘이 있는 마을이라고 ‘새암골’로 불리던 이곳 주민에게 더없이 귀한 물이다. 흙을 쌓아 올린 둑은 길이 50m에 높이 10m 남짓. 호수 호(湖) 자를 붙일 만큼 드넓은 저수지와 비교하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이 작은 저수지가 먼 나라까지 이름을 알린 계기는 산벚나무 꽃이 흐드러진 봄날 아침에 촬영한 사진 몇 장 덕분이다.

유명 출사지

이제 막 새어 들기 시작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연둣빛 잎사귀와 연분홍 꽃잎. 이 풍경이 고스란히 비친 물낯 위로 하얀 물안개가 새치름히 피어오른다. 이 신비스럽고도 몽환적인 찰나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해마다 봄이면 아침 일찍부터 전국에서 사진가가 몰려든다. 벚꽃이 활짝 핀 사나흘 동안 하루 1000명씩 다녀가는 곳이라, 지난해와 올봄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체 출사를 금했다. 출사지로 워낙 명성이 높다 보니, 한때 이곳에 공동묘지를 조성하려던 계획도 사진 동호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거센 항의 끝에 무산됐다. 세량지의 가치를 재발견한 것도, 지켜낸 것도 사진의 힘이다.

세량지의 매력이 봄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꽃이 지고 사진가의 발길이 뜸해지는 초여름이면 평화로운 물가를 호젓하게 즐기기 적당하다. 둑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저수지 왼쪽에 자리한 전망대에서 세량지를 물들인 짙푸른 녹음을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세량지 주변으로 약 800m 둘레길이 있는데, 봄날의 싱그러움보다 한층 깊어진 초록빛이 걷는 내내 눈을 맑게 해준다. 조금만 허리를 굽히면 노란색과 흰색 들꽃이 생명력을 뽐내고, 시원한 산그늘이 청량함을 더한다. 곳곳에 의자가 있어 마음껏 게으름을 피워도 좋다. 여름 향기 그윽한 세량지둘레길은 대부분 완만한 흙길이라, 어르신은 물론 아이와 함께 걷기에 부담 없다.


혹여 이 길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면 세량지 오른쪽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누리길에 즐기기에 도전하자. 총길이 4km 트레킹 코스로, 느티나무와 아까시나무 줄기가 맞닿아 부둥켜안은 듯한 사랑 나무(연리지)도 만날 수 있다. 역시 완만한 흙길이라 세량리 주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찾는 산책 코스다.

세량지로 향하는 길목에 조성된 생태공원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한낮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리는 분수대와 정자, 연못 둘레를 따라 놓인 덱이 산책의 여운을 되새기게 한다. 2019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여름을 상징하는 노란 해바라기도 심었다. 키는 제각각이어도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이 한여름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여름에 세량지를 챙겨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 선정
빼어난 경치로 입소문 난 관광지

산책한 뒤에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세량지에서 자동차로 가면 20분 거리에 있는 소아르갤러리는 전시장과 카페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지역의 청년 작가와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이 다양한 기획전과 초대전을 선보인다.
커피 한 잔에 마음을 울리는 미술 작품과 아기자기한 정원, 마치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싱싱하고 향기로운 온실까지 무료로 만나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 〈손현주의 간이역〉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능주역도 멀지 않다. 1930년에 영업을 시작한 능주역은 삼각 지붕과 담박한 외벽이 기차역 특유의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프로그램에서는 발권 업무를 하는 장면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열차에 올라 승무원에게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야간과 주말엔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다. 플랫폼에는 예능 프로그램 촬영 당시 배우들이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 능주역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운주사

세량지와 함께 화순8경에 꼽히는 운주사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운주사 앞에는 늘 ‘천불천탑’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조선 시대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이 산자락에 불상 1000기와 불탑 1000기가 있었단다. 안타깝게도 세월의 부침 속에 지금은 석탑 21기와 석불 80여기만 남았다. 다른 사찰에서 보기 어려운 등을 맞댄 석불(화순 운주사 석조불감, 보물 797호)이나 승려의 밥그릇인 발우를 쌓아 올린 것 같은 원형 석탑 등 다채로운 석불과 석탑이 있어 흥미롭다. 미처 세우지 못한 거대한 와불도 사찰의 오묘함을 더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세량지→소아르갤러리→능주역→운주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세량지→소아르갤러리→능주역→영벽정 
둘째 날: 세계유산 화순고인돌유적→운주사→화순동복연둔리숲정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화순군 문화관광 www.hwasun.go.kr/culture
- 소아르갤러리 blog.naver.com/soarartmuseum
- 운주사 www.unjusa.kr

문의 전화
- 화순군청 관광진흥과 061)379-3501~7
- 소아르갤러리 061)371-8585
- 능주역 1544-7788
- 운주사 061)374-0660 

대중교통
[버스] 서울-화순,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회(09:00, 15: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에서 택시 이용, 세량지까지 약 15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 061)374-2254 
[기차] 용산역-화순역, 무궁화호 하루 1회(08:45) 운행, 약 5시간 소요. 화순역에서 택시 이용, 세량지까지 약 1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www.letskorail.com, 1544-7788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논산 JC에서 광주·익산 방면→산월 IC에서 무안광주고속도로·제2순환도로 방면→송암톨게이트→효덕교차로에서 목포·광주대학교 방면→효덕로 방면 우회전→세량지 방면 우회전→세량지

숙박 정보
- 양동호 가옥(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화순군 도곡면 달아실길, 010-8611-8650
- 금호화순리조트: 백아면 옥리길, 061)372-8000
- 도곡원네스스파·리조트: 도곡면 온천1길, 061)374-7600
- 아델캐슬풀빌라: 도곡면 지강로, 010-9203-9939

식당 정보
- 색동두부집(색동두부·포두부보쌈): 도곡면 지강로, 061)375-5066 
- 수림정(굴비백반): 화순읍 진각로, 061)374-6560
- 사평다슬기수제비(다슬기수제비·다슬기탕): 화순읍 서양로, 061) 372-6004

주변 볼거리
백아산하늘다리, 규봉암, 무등산양떼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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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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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