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산책 ⑤화순 세량지

여름 향기 그윽한 곳

저수지는 흐르는 물을 저장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인공적인 수리 시설이다. 물이 넉넉하니 자연스레 주변으로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잔잔한 수면이 거울처럼 하늘을 담아낸다. 언제부턴가 그 서정적인 풍경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관광지로 입소문 난 저수지가 여럿 있다. 가장 유명한 저수지를 꼽으라면 단연 화순의 세량지 아닐까. 한국을 넘어 2012년 미국 뉴스 전문 방송국 CNN까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으로 선정했다니, 그 빼어난 경치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세량지는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1969년에 준공했다. 둑을 의미하는 세량제로도 불린다. 유효 저수량 5만4000t이고, 이 물을 받아 농사짓는 땅이 3만3000㎡에 이른다. 샘이 있는 마을이라고 ‘새암골’로 불리던 이곳 주민에게 더없이 귀한 물이다. 흙을 쌓아 올린 둑은 길이 50m에 높이 10m 남짓. 호수 호(湖) 자를 붙일 만큼 드넓은 저수지와 비교하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이 작은 저수지가 먼 나라까지 이름을 알린 계기는 산벚나무 꽃이 흐드러진 봄날 아침에 촬영한 사진 몇 장 덕분이다.

유명 출사지

이제 막 새어 들기 시작한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연둣빛 잎사귀와 연분홍 꽃잎. 이 풍경이 고스란히 비친 물낯 위로 하얀 물안개가 새치름히 피어오른다. 이 신비스럽고도 몽환적인 찰나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해마다 봄이면 아침 일찍부터 전국에서 사진가가 몰려든다. 벚꽃이 활짝 핀 사나흘 동안 하루 1000명씩 다녀가는 곳이라, 지난해와 올봄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체 출사를 금했다. 출사지로 워낙 명성이 높다 보니, 한때 이곳에 공동묘지를 조성하려던 계획도 사진 동호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거센 항의 끝에 무산됐다. 세량지의 가치를 재발견한 것도, 지켜낸 것도 사진의 힘이다.

세량지의 매력이 봄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꽃이 지고 사진가의 발길이 뜸해지는 초여름이면 평화로운 물가를 호젓하게 즐기기 적당하다. 둑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저수지 왼쪽에 자리한 전망대에서 세량지를 물들인 짙푸른 녹음을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세량지 주변으로 약 800m 둘레길이 있는데, 봄날의 싱그러움보다 한층 깊어진 초록빛이 걷는 내내 눈을 맑게 해준다. 조금만 허리를 굽히면 노란색과 흰색 들꽃이 생명력을 뽐내고, 시원한 산그늘이 청량함을 더한다. 곳곳에 의자가 있어 마음껏 게으름을 피워도 좋다. 여름 향기 그윽한 세량지둘레길은 대부분 완만한 흙길이라, 어르신은 물론 아이와 함께 걷기에 부담 없다.


혹여 이 길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면 세량지 오른쪽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벚꽃누리길에 즐기기에 도전하자. 총길이 4km 트레킹 코스로, 느티나무와 아까시나무 줄기가 맞닿아 부둥켜안은 듯한 사랑 나무(연리지)도 만날 수 있다. 역시 완만한 흙길이라 세량리 주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찾는 산책 코스다.

세량지로 향하는 길목에 조성된 생태공원도 놓치지 말아야겠다. 한낮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리는 분수대와 정자, 연못 둘레를 따라 놓인 덱이 산책의 여운을 되새기게 한다. 2019년부터 마을 주민들이 여름을 상징하는 노란 해바라기도 심었다. 키는 제각각이어도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빛 물결이 한여름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여름에 세량지를 챙겨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50곳’ 선정
빼어난 경치로 입소문 난 관광지

산책한 뒤에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세량지에서 자동차로 가면 20분 거리에 있는 소아르갤러리는 전시장과 카페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이다. 지역의 청년 작가와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이 다양한 기획전과 초대전을 선보인다.
커피 한 잔에 마음을 울리는 미술 작품과 아기자기한 정원, 마치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싱싱하고 향기로운 온실까지 무료로 만나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얼마 전 MBC 예능 프로그램 〈손현주의 간이역〉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능주역도 멀지 않다. 1930년에 영업을 시작한 능주역은 삼각 지붕과 담박한 외벽이 기차역 특유의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프로그램에서는 발권 업무를 하는 장면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열차에 올라 승무원에게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야간과 주말엔 역무원이 근무하지 않는다. 플랫폼에는 예능 프로그램 촬영 당시 배우들이 직접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 능주역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운주사

세량지와 함께 화순8경에 꼽히는 운주사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운주사 앞에는 늘 ‘천불천탑’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조선 시대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이 산자락에 불상 1000기와 불탑 1000기가 있었단다. 안타깝게도 세월의 부침 속에 지금은 석탑 21기와 석불 80여기만 남았다. 다른 사찰에서 보기 어려운 등을 맞댄 석불(화순 운주사 석조불감, 보물 797호)이나 승려의 밥그릇인 발우를 쌓아 올린 것 같은 원형 석탑 등 다채로운 석불과 석탑이 있어 흥미롭다. 미처 세우지 못한 거대한 와불도 사찰의 오묘함을 더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세량지→소아르갤러리→능주역→운주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세량지→소아르갤러리→능주역→영벽정 
둘째 날: 세계유산 화순고인돌유적→운주사→화순동복연둔리숲정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화순군 문화관광 www.hwasun.go.kr/culture
- 소아르갤러리 blog.naver.com/soarartmuseum
- 운주사 www.unjusa.kr

문의 전화
- 화순군청 관광진흥과 061)379-3501~7
- 소아르갤러리 061)371-8585
- 능주역 1544-7788
- 운주사 061)374-0660 

대중교통
[버스] 서울-화순,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회(09:00, 15:30) 운행, 약 4시간15분 소요.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에서 택시 이용, 세량지까지 약 15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화순시외버스공용정류장 061)374-2254 
[기차] 용산역-화순역, 무궁화호 하루 1회(08:45) 운행, 약 5시간 소요. 화순역에서 택시 이용, 세량지까지 약 1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www.letskorail.com, 1544-7788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논산 JC에서 광주·익산 방면→산월 IC에서 무안광주고속도로·제2순환도로 방면→송암톨게이트→효덕교차로에서 목포·광주대학교 방면→효덕로 방면 우회전→세량지 방면 우회전→세량지

숙박 정보
- 양동호 가옥(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화순군 도곡면 달아실길, 010-8611-8650
- 금호화순리조트: 백아면 옥리길, 061)372-8000
- 도곡원네스스파·리조트: 도곡면 온천1길, 061)374-7600
- 아델캐슬풀빌라: 도곡면 지강로, 010-9203-9939

식당 정보
- 색동두부집(색동두부·포두부보쌈): 도곡면 지강로, 061)375-5066 
- 수림정(굴비백반): 화순읍 진각로, 061)374-6560
- 사평다슬기수제비(다슬기수제비·다슬기탕): 화순읍 서양로, 061) 372-6004

주변 볼거리
백아산하늘다리, 규봉암, 무등산양떼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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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