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갑론을박 '말 많은' 장애인이동센터 무슨 일이…

“어두운 괴물 뱃속에 갇혀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변이 너무 어두워 불을 켰다. 조금 밝아지나 싶더니 이내 꺼졌다.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과 같이 불을 밝혔다. 하지만 또 꺼졌다. 거듭된 시도에도 어둠은 가시질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괴물의 뱃속에 있다는 것을….

“내가 군청 앞에서 분신자살이라도 해야 내 말을 믿어줄까요?” 모든 직장인이 ‘전태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전태일’은 직장에서 태어난다. 평범했던 월급쟁이 직장인이 노동법을 줄줄 읊는 투사가 되는 데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범했는데
노동투사로

박주연씨는 대학에서 보건복지학을 전공했다. 2015년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이하 장애인이동센터)에 지원할 때도 사무원을 희망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 장애인이동센터는 센터 업무를 총괄하는 센터장, 상담업무와 차량예약, 회계 등을 담당하는 사무원, 운전을 맡는 운전원 등으로 구성된다.  

당시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의 직원은 총 4명. 박씨는 사무원 대신 운전원으로 일했다. 이유도 설명도 없었다. ‘2호차’를 맡은 박씨에게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의 거의 모든 배차가 몰렸다. 차에서 내릴 시간도 없이 종일 운전을 했다.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다리가 펴지지 않을 정도였다. 

직원이 4명뿐인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에서 박씨는 말 그대로 왕따였다. 8세 어린 동료 사무원은 박씨에게 ‘너’ ‘2호차’ ‘사형감이다’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당시 진도군 지회장을 겸하고 있던 센터장은 직원 회의에서 ‘개 같은 ○’ ‘멍청한 ○’ 이라고 욕했다. ‘스스로 못 견뎌서 사표 쓰게 만든다’ ‘모가지를 딴다’ 등 지속적인 모욕과 욕설, 고성이 박씨를 향했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에서 박씨는 투명인간이었다. 법정의무교육이나 행정사무 감사자료,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등 모든 구성원이 받아야 할 교육이 박씨의 유급휴가 기간에 이뤄졌다. 박씨를 징계하기 위한 징계위원회도 수시로 열렸다.

징계위원조차 반복적인 징계위원회 소집에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박씨는 2019년 전라남도 인권센터를 찾았다. 그는 동료 사무원과 지회장 겸 센터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인권침해 관련 진정을 제기했다. 녹음 파일, 문서 등 그동안 모은 자료를 도민 인권보호관에게 건넸다. 도 인권센터는 지난해 5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박씨의 진정 내용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5월27일 도 인권센터는 지회장 겸 센터장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내리고, 신청인(박씨) 구제를 위해 유급휴가와 심리치료 제공 등 필요한 조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는 도 인권센터의 이 같은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터져
센터장 채용·보조금 논란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박씨는 지난해 12월 2차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도 인권센터를 다시 찾기에 이른다. 도 인권센터는 조사 결과 박씨가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 험담 ▲업무 배제 등을 당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전보다 근무환경이 매우 악화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난 3월31일 박씨의 2차 진정 내용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두 번에 걸친 도 인권센터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시정권고 등에도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박씨가 신청한 유급휴가를 허가하지 않고, 징계위원회 소집을 진행하는 등 괴롭힘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도 인권센터의 결정에도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8건이나 제기하는 등 반발했다.

도 인권센터 관계자는 “피신청인들은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했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에 직접 찾아가 소명을 받는 과정에서 피신청인이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기다림 끝에 답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시정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7월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무용지물이다. 일종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실제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는 도 인권센터, 언론, 시민단체 등이 비판과 지적의 창끝을 들이 밀어도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방패로 방어하고 있다.

도 인권센터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진정 사건을 여러 건 담당하고 있는데, 시정권고를 이렇게까지 이행하지 않는 곳은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노무사, 시민단체 관계자들 역시 “한 사람을 상대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지난 3월 도 인권센터의 결정이 나온 이후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자신의 사정을 알리려 노력했다. 많은 언론에서 박씨의 이야기를 보도했고, 시민단체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그를 지원했다. 박씨는 보건복지부, 진도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진도군 지회 등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맸다.

두 번이나
괴롭힘 인정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박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러 기관들의 외면은 박씨의 고립으로 이어졌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는 지난달 18일 “근무태도가 불성실하고 직무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했다”며 박씨에 대해 정직 3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기존의 인사위원들을 교체하면서까지 강행한 징계위원회 결과였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운영위원은 인사위원을 겸직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사위원들이 갑자기 해촉됐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의신청을 하려다가 안 했다. 어차피 해도 받아주지 않을 것 같더라. 나만 바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 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직 3개월 기간 동안 월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박씨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해있다.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결과다. 

박씨는 징계 의결 전날인 지난달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고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에게 제도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에서 일어난 사건이 단순히 한 지회만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씨 사건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관계자들은 장애인이동센터의 구조적인 문제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 문제가 빙산의 일각이고, 어딘가에 또 다른 ‘박씨’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이동센터는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도에 지부를 두고, 다시 지부가 시·군에 둔 지회에서 운영된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의 경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의 진도군 지회에서 운영하는 식이다. 각 지회의 지회장이 장애인이동센터 센터장을 겸임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시·군 지회장은 전맹(시력이 0으로 빛 지각을 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 시각장애인이 맡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이동센터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센터장이 눈이 보이지 않아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봤다. 그러다보니 주변 관계자들에게 많이 휘둘리는 경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지적에도
요지부동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의 경우도 진도군 지회장이 센터장을 겸임했는데, 당시 지회장이 전맹 상태의 시각장애인이었다고 한다. 도 인권센터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는 시각장애인보다 상황 파악에 용이한 사람을 센터장에 채용하는 방식을 권고했다.

기존에 무급 명예직이었던 센터장 직급을 유급으로 바꿔 월급을 지급, 장애인이동센터 운영에 좀 더 적합한 인재를 뽑자는 취지다.

진도군에서 이를 받아들여 지난 3월 장애인이동센터는 센터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발생했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 직원 김모씨가 센터장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자신이 입후보하는 일이 일어난 것.

이른바 ‘셀프채용’ 논란이 불거졌다. 총 3명이 센터장에 지원했지만 관계자 사이에서 2명은 들러리라는 말이 심심찮게 새 나왔다.

김씨가 박씨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가운데 1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씨는 “센터장에 지원한 김씨도 나를 괴롭힌 게 맞다. 전임 센터장, 직원 2명 등 총 3명이 나를 괴롭혔다”며 “채용 과정에서 김씨가 센터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항변했는데 결국 (김씨가)뽑혔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씨는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박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3명 가운데 2명이 지회장과 센터장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센터장을 겸임했던 진도군 지회장이 김씨를 센터장으로 만들었다는 말까지 돌았다.

센터장의 권한이 막강한 만큼 가까운 사람을 센터장에 앉혀 영향력을 발휘하려 했다는 소문이다. 

진도군과 도 인권센터에 센터장 채용 문제로 민원이 제기됐다. 민원인은 ▲전임 센터장이 면접관으로 면접을 본 점 ▲김씨가 사표를 내지 않고 센터장 후보에 지원한 점 ▲면접 과정이 공정했는지 여부 등을 진도군에 질의했지만 ‘문제없이 진행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진도군은 김씨의 센터장 취임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지회장 센터장 겸임
소극적 태도 사실관계 부정

진도군이 장애인이동센터에 지원한 보조금을 두고도 여러 지적사항들이 나왔다. 진도군은 장애인이동센터에 연 1억40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는 이 돈을 인건비, 차량 수리비, 유류비 등으로 사용한다.

진도군의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관련 운영 및 보조금 조사결과 보고’에서 장애인이동센터는 여러 가지 운영상 문제점을 드러냈다.

2018년과 2019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에서 규정한 서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또 편성 예산에 대한 공고 의무도 어겼다. 분기별 1회 이상 개최해야 할 운영위원회 정기회의도 개최하지 않았다. 

‘전라남도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운영규정에 따르면 운영위원회는 분기별로 정기회의를 개최하도록 돼있다. 운영위원들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운영 계획의 수립·평가 ▲종사자의 근무환경 개선 ▲종사자와 이용자의 인권보호 및 권익 증진 등을 논의한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는 올해도 운영위원회를 전혀 개최하지 않았다.

직원이 4명에 불과한 작은 단체에서 ▲직장 내 괴롭힘 ▲센터장 채용 논란 ▲보조금 문제 등 총체적인 문제가 발생했지만 진도군은 물론 상위단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 진도군 지회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사실관계를 부정하는 등 박씨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진도군의 소극적인 행정이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계자들은 진도군이 매년 장애인이동센터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만큼 회계뿐만 아니라 인사, 직원 채용 등에 있어 확실한 관리·감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이동센터가 진도군의 시정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시설 폐쇄’ 등 강경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진도군청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씨에 대한)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센터장 채용 건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조금 문제도 최근 진행한 회계감사 결과를 장애인이동센터에 통보했고, 시정 조치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 등은 진도군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각각 “잘 모른다”거나 “규정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인사권은 우리가 갖고 있지 않다. 전남지부에 문의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남지부는 “사건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지만, 운영규정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진도군 지회에 물어보라”고 전했다. 

진도군 지회 관계자는 “박씨의 주장은 전부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박씨를 포함한 직원 2명이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피신청인이)박씨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했다는 점만 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 인권센터 결정에 대해서는 “(도 인권센터에서)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의 상위단체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 홍관희 노무사는 “이 사건이 진도군 장애인이동센터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인사업주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대한 근로감독을 청원한 상태”라고 말했다.

미루고
또 미루고

이제 박씨에게 이 사건은 더 이상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박씨는 자신 외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사명감으로 힘겨운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차라리 센터를 그만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내가 지금 그만두면 모든 것을 잘못한 사람이 된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가보겠다”며 “내가 선례를 만들면 어딘가에 있을 나 같은 사람이 언젠가는 도움을 받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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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