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종착지는? '널뛰는' 이낙연 지지율의 비밀

다시 뜨는 ‘어대낙’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이 전 대표는 1년 전 여야를 막론한 독보적 1위였지만, 당 대표 취임 이후 하락세를 걸었다. 그랬던 그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진행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18.1%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6.9%)의 뒤를 이었다. 지난달 말 16.9%(이 전 대표 11.5%, 이 지사 28.4%)의 격차를 보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절반가량 격차가 줄어든 결과다.

반등에 성공
대세 굳히기?

이에 더해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 전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는 삶을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복지 계획이다.

또 그는 출마 선언에서 민주당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할 의지를 보인 셈이다. 사실상 ‘민주당 적통 후보’임을 강조하려는 심산으로 읽힌다. 동시에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현 정부와 차별화 의지를 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상승세를 탔다. 경선 과정 내내 정치인의 품격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이 지사의 실수는 이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됐다. ‘김 빠진 사이다’가 된 이 지사는 여권 경쟁자들에게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여배우 스캔들을 두고는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말해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 지사의 다혈질 성격으로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 전 대표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경쟁 후보의 발언이 구설에 오르면서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아울러 친문(친 문재인) 지지층 역시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국정경험을 내세웠다. 친문 세력과 보폭을 좁히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앙금은 여전하다.

이재명 ‘실점’에 바닥 찍고 상승세
1년 전 여야 독보적 1위, 지금은 왜?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갖는 친문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를 차선으로 택해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이 전 대표의 자신감이 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캠프 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예비경선 토론을 통해 안정감이 입증된 만큼 남은 고비를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대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다. 그는 전남 영광의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동아일보>에서 21년간 기자 생활을 했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지사는 기자 생활 동안 김 전 대통령을 전담한 바 있다.

이 지사는 5선 국회의원, 도지사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대변인을 맡았다. 문정부에선 초대 국무총리이자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신중함과 균형감각·안정감이 강점이다. 유창한 언변과 덕에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21대 국회 입성 후에는 민주당 코로나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아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했다. 이후 8월 전당대회에서는 6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슈퍼 여당의 수장에 올랐다.

어쩌다
까먹었나

이 전 대표의 탄탄대로는 계속됐다. 민주당 총선 압승 후 실시한 2020년 4월 말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40%를 돌파했다. 4개월 뒤인 8월에 당권을 거머쥘 때만 해도 여야를 막론한 1위였다 ‘어대낙(어차피 대세는 이낙연)’이라는 명성에 걸맞았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이 전 대표였다. 하지만 당 대표에 당선된 뒤 문정부 레임덕과 맞물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부동산 문제, 코로나19 방역 미흡 대응 등에 대한 성난 민심을 쉽게 잠재우지 못했던 것.

당 대표직을 1년간 수행하면서 정치 지도자로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은 “민심을 잘 읽어 다수가 납득할만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장점을 당 대표 시절에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 전 대표의 강점은 위기 상황에서 약점이 됐다. 그의 ‘엄·근·진’(엄중·근엄·진지) 모습은 신속한 결단을 방해했다.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어록이 남을 정도였다. 과도한 신중함은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됐다.

미지근함은 민심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고구마 정치’라는 혹평이 잇따랐다.

언행으로 인한 논란도 있었다.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없다”는 발언이 화근이 됐다. ‘말에 강한’ 이 전 대표에게 특히 치명타였다. “철도 안 들었는데 왜 대선에 나오느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으로 칭해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올해 초 이 전 대표의 사면론 거론은 ‘역대급 실책’으로 꼽힌다. 거론 이후 친문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이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지지율 급락을 막지 못했다.


엄근진
악수로

이 전 대표에게 이렇다 할 ‘세력’이 없는 점 역시 큰 한계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경선을 돕고 있는 캠프는 크게 친문, 호남, 언론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진짜 ‘동지’는 전무하다는 게 정계 중론이다. 이 전 대표는 의원 시절에도 측근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정철·노영민 등과 같은 ‘수족’이 있었던 것과 상반된다. 당 대표 임기 중 단기간에 ‘자기 편’을 만드려다 보니 삐걱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4·7 재보궐선거에 참패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당의 선거를 이끌었던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 대표 시절 당헌·당규를 개정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한 책임도 받고 있다.

방침을 뒤집은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이 전 대표는 ‘반이재명 연대’의 구심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1위 주자 견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전 대표는 ‘2인자’ 이미지 탈피가 급선무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세균 전 총리와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타개책으로 제시된다. 현재 당원 기반을 보면 이 전 대표는 전남 지지층이 특히 두텁다. 하지만 ‘이재명만이 윤석열을 이길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해지면 이 전 대표의 이탈표가 급증할 수 있다.

이 전 대표 자신의 독자적 지지층을 확보하지 않는 한 ‘반이재명’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사면론 결정타…당 대표 리더십 도마
일시적인 현상? ‘명낙대전’ 승자는?

이미 두 유력 주자간 이른바 ‘명낙대전’은 불이 붙은 양상이다. 앞서 정운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은 “대통령 부인은 공인인데 검증할 필요가 없다니. 혹시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는 ‘결혼하기 전에 벌어진 일은 후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 지사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 지사 역시 반격했다. 이 지사는 “나한테 가족 검증을 막으려는 거냐고 한 분이 진짜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지 않느냐. 본인을 되돌아봐야지 문제없는 저를 공격하면 되겠냐”고 이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눴다. ‘옵티머스’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전 대표 측근 등을 시사한 셈이다.

이 전 대표도 바로 응수에 나섰다. 이 지사를 겨냥해 “생각보다 참을성이 약하시다. (저의)지지율이 조금 올라간다고 그걸 못참고 벌써 그러시나”고 쏴붙였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반등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친문 여성 지지자들이 ‘NY(낙연) 재결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유튜브 ‘이낙연TV’ 구독자가 며칠 새 급증해 10만명을 돌파했다. 여성 전용 온라인 카페 회원들 중 이낙연 지지 뜻을 굳힌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지사 선두를 쉽게 꺾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엠브레인퍼블릭외 3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 지사(27%), 윤 전 총장(21%), 이 전 대표(10%) 등 1~3위가 큰 폭의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 반등이 ‘일시적 바람’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로 예단할 수 없다는 것.

2인자
돌파구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이 많아지면서 이 전 대표가 후보가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향후 이 전 대표에 대한 견제가 집중되면 이 추이가 그대로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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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