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종착지는? '널뛰는' 이낙연 지지율의 비밀

다시 뜨는 ‘어대낙’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이 전 대표는 1년 전 여야를 막론한 독보적 1위였지만, 당 대표 취임 이후 하락세를 걸었다. 그랬던 그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진행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18.1%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6.9%)의 뒤를 이었다. 지난달 말 16.9%(이 전 대표 11.5%, 이 지사 28.4%)의 격차를 보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절반가량 격차가 줄어든 결과다.

반등에 성공
대세 굳히기?

이에 더해 야권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 전 대표는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는 삶을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복지 계획이다.

또 그는 출마 선언에서 민주당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할 의지를 보인 셈이다. 사실상 ‘민주당 적통 후보’임을 강조하려는 심산으로 읽힌다. 동시에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현 정부와 차별화 의지를 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상승세를 탔다. 경선 과정 내내 정치인의 품격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이 지사의 실수는 이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됐다. ‘김 빠진 사이다’가 된 이 지사는 여권 경쟁자들에게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여배우 스캔들을 두고는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말해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 지사의 다혈질 성격으로 민심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 전 대표의 안정감은 돋보였다. 경쟁 후보의 발언이 구설에 오르면서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아울러 친문(친 문재인) 지지층 역시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국정경험을 내세웠다. 친문 세력과 보폭을 좁히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반면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앙금은 여전하다.

이재명 ‘실점’에 바닥 찍고 상승세
1년 전 여야 독보적 1위, 지금은 왜?

이 지사에게 거부감을 갖는 친문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를 차선으로 택해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계에서는 이 전 대표의 자신감이 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캠프 내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역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예비경선 토론을 통해 안정감이 입증된 만큼 남은 고비를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 대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다. 그는 전남 영광의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동아일보>에서 21년간 기자 생활을 했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지사는 기자 생활 동안 김 전 대통령을 전담한 바 있다.

이 지사는 5선 국회의원, 도지사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노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대변인을 맡았다. 문정부에선 초대 국무총리이자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신중함과 균형감각·안정감이 강점이다. 유창한 언변과 덕에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21대 국회 입성 후에는 민주당 코로나국난극복위원장을 맡아 코로나19 대응을 지휘했다. 이후 8월 전당대회에서는 60%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슈퍼 여당의 수장에 올랐다.

어쩌다
까먹었나

이 전 대표의 탄탄대로는 계속됐다. 민주당 총선 압승 후 실시한 2020년 4월 말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40%를 돌파했다. 4개월 뒤인 8월에 당권을 거머쥘 때만 해도 여야를 막론한 1위였다 ‘어대낙(어차피 대세는 이낙연)’이라는 명성에 걸맞았다.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이 전 대표였다. 하지만 당 대표에 당선된 뒤 문정부 레임덕과 맞물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부동산 문제, 코로나19 방역 미흡 대응 등에 대한 성난 민심을 쉽게 잠재우지 못했던 것.

당 대표직을 1년간 수행하면서 정치 지도자로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의 측근은 “민심을 잘 읽어 다수가 납득할만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장점을 당 대표 시절에 보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 전 대표의 강점은 위기 상황에서 약점이 됐다. 그의 ‘엄·근·진’(엄중·근엄·진지) 모습은 신속한 결단을 방해했다. “상황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어록이 남을 정도였다. 과도한 신중함은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됐다.

미지근함은 민심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고구마 정치’라는 혹평이 잇따랐다.

언행으로 인한 논란도 있었다. “남자는 엄마가 되는 경험을 하지 못해 나이 먹어도 철이 없다”는 발언이 화근이 됐다. ‘말에 강한’ 이 전 대표에게 특히 치명타였다. “철도 안 들었는데 왜 대선에 나오느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으로 칭해 비판을 받았다.

특히 올해 초 이 전 대표의 사면론 거론은 ‘역대급 실책’으로 꼽힌다. 거론 이후 친문 지지자들의 집중 공격이 이어졌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 뜻과 촛불의 정신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지지율 급락을 막지 못했다.


엄근진
악수로

이 전 대표에게 이렇다 할 ‘세력’이 없는 점 역시 큰 한계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경선을 돕고 있는 캠프는 크게 친문, 호남, 언론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진짜 ‘동지’는 전무하다는 게 정계 중론이다. 이 전 대표는 의원 시절에도 측근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정철·노영민 등과 같은 ‘수족’이 있었던 것과 상반된다. 당 대표 임기 중 단기간에 ‘자기 편’을 만드려다 보니 삐걱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은 4·7 재보궐선거에 참패 이후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당의 선거를 이끌었던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 대표 시절 당헌·당규를 개정해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한 책임도 받고 있다.

방침을 뒤집은 것이 악수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이 전 대표는 ‘반이재명 연대’의 구심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1위 주자 견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전 대표는 ‘2인자’ 이미지 탈피가 급선무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세균 전 총리와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타개책으로 제시된다. 현재 당원 기반을 보면 이 전 대표는 전남 지지층이 특히 두텁다. 하지만 ‘이재명만이 윤석열을 이길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해지면 이 전 대표의 이탈표가 급증할 수 있다.

이 전 대표 자신의 독자적 지지층을 확보하지 않는 한 ‘반이재명’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것.

사면론 결정타…당 대표 리더십 도마
일시적인 현상? ‘명낙대전’ 승자는?

이미 두 유력 주자간 이른바 ‘명낙대전’은 불이 붙은 양상이다. 앞서 정운현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은 “대통령 부인은 공인인데 검증할 필요가 없다니. 혹시 ‘혜경궁 김씨’ 건과 본인의 논문 표절 건으로 불똥이 튀는 걸 우려하는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는 ‘결혼하기 전에 벌어진 일은 후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 지사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이 지사 역시 반격했다. 이 지사는 “나한테 가족 검증을 막으려는 거냐고 한 분이 진짜로 측근 또는 가족 얘기가 많지 않느냐. 본인을 되돌아봐야지 문제없는 저를 공격하면 되겠냐”고 이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눴다. ‘옵티머스’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전 대표 측근 등을 시사한 셈이다.

이 전 대표도 바로 응수에 나섰다. 이 지사를 겨냥해 “생각보다 참을성이 약하시다. (저의)지지율이 조금 올라간다고 그걸 못참고 벌써 그러시나”고 쏴붙였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반등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친문 여성 지지자들이 ‘NY(낙연) 재결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유튜브 ‘이낙연TV’ 구독자가 며칠 새 급증해 10만명을 돌파했다. 여성 전용 온라인 카페 회원들 중 이낙연 지지 뜻을 굳힌 사람들이 꽤 있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지사 선두를 쉽게 꺾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엠브레인퍼블릭외 3개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 지사(27%), 윤 전 총장(21%), 이 전 대표(10%) 등 1~3위가 큰 폭의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지지율 반등이 ‘일시적 바람’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로 예단할 수 없다는 것.

2인자
돌파구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에 대한 공격이 많아지면서 이 전 대표가 후보가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향후 이 전 대표에 대한 견제가 집중되면 이 추이가 그대로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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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