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산책 ④고성 화진포와 송지호

짙푸른 동해와 맞닿은 아름다운 석호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고성은 가슴 아픈 분단의 현실이 실감 나는 곳이다. 도로에 수시로 보이는 군용 지프와 트럭, 검문소가 북녘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고성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여행자를 맞아주는 곳이기도 하다. 고요한 호수와 운치 있는 바다가 낭만적인 여행을 보장한다.

고성에서 첫손으로 꼽히는 여행지가 화진포(강원기념물 10호)다. 강 하구와 바다가 맞닿은 곳에 생긴 석호로, 물은 담수와 해수의 중간 성격을 띤다. 강릉 경포호와 속초 영랑호도 석호다. 

10km 산책로

화진포는 거대한 ‘8자 형’이다. 둘레 16km, 넓이 2.3㎢로 국내에서 가장 큰 석호다. 호수는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며 남호 주변으로 갈대밭, 조류관찰대 등 자연 탐방 지대가 자리한다. 길이 10km에 이르는 산책로도 잘 정비됐다. 화진포는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하다. 겨울이면 고니(천연기념물 201-1호) 수천 마리가 날아들어 말 그대로 ‘백조의 호수’가 된다.

호숫가에는 갈대가 우거지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화진포(花津浦)는 여름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서 붙은 이름이다. 재미난 전설도 있다. 먼 옛날 고성에 이화진이라는 부자가 살았다. 어느 날 건봉사에서 내려온 승려가 시주를 청했는데, 이화진은 승려에게 오물을 부었다. 화가 난 승려는 “복 많이 받으라”며 돌아갔다. 그때 느닷없이 폭우가 쏟아졌고, 이화진의 집과 논밭은 물에 잠기고 말았다. 이 물난리로 화진포가 생겼다고 한다.

호수를 거닐다 보면 화진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단층 슬래브 건물이 있다. 1954~1960년 고 이승만 대통령이 사용한 별장으로, 지금은 이승만대통령화진포기념관으로 활용된다. 침실과 집무실, 거실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으며, 유품을 전시한다.


호수에서 길목 하나 넘어서면 화진포해수욕장이다. 백사장은 길이 1.7km로,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해변 뒤에 울창한 솔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연인들은 어깨를 꼭 안은 채 모래밭을 거닐고, 아이들은 밀려드는 파도에 쫓기면서도 마냥 즐거워 깔깔댄다. 강릉이나 양양, 속초 해변보다 한적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화진포해수욕장에서 먼저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백사장이다. 조개껍데기와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래는 파도가 지날 때마다 차르륵차르륵 소리가 난다. 조선 시대 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화진포해변을 울 명(鳴), 모래 사(沙)를 써 ‘명사’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진포해수욕장은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준서(송승헌)가 죽음을 앞둔 은서(송혜교)를 업고 걸은 장면으로 유명해졌다. 해수욕장 끝에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무덤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금구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화진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화진포의성이다. 선교사 셔우드 홀 부부가 의뢰한 예배당으로, 1938년 독일 건축가 베버가 지었다. 1948년 이후 북한이 귀빈 휴양소로 운영했는데, 김일성 가족이 묵은 적이 있어 김일성별장으로 알려졌다. 3층 석조 건물 앞쪽을 중세 유럽의 성처럼 둥글게 만들어 화진포의성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지금은 화진포역사안보전시관으로 쓰인다. 앞으로 드넓은 호수가 펼쳐지고, 오른쪽에 푸른 동해가 일렁인다. 멀리 보이는 산줄기는 채하봉, 집선봉, 옥녀봉 등 외금강 봉우리다. 바다 쪽으로 해금강이 아스라하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고성
천혜의 자연환경 느끼며 여행

화진포 남쪽에 자리한 송지호는 또 다른 풍경이 돋보인다. 둘레 6km로 큰 편은 아니지만, 어느 석호보다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송지호에 첫발을 디딘 사람은 울창한 소나무와 갈대숲이 어우러진 고혹적인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는다. 호수는 거울처럼 잔잔하고, 자작나무 숲에서 날아온 새 소리가 발치에 내려앉는다.

송지호관망타워에도 가보자. 5층 전망대에서 호수가 내려다보이는데, 멀리 설악산 울산바위가 병풍 같고, 정면에는 아담한 정자가 자리 잡은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호수를 따라 송지호산소길도 있다. 약 5.2km, 2시간쯤 걸린다. 호수 주변 황톳길을 따라 왕곡마을을 거쳐 송지호관망타워로 돌아온다.

호수 건너편 송지호해수욕장은 여름이면 물놀이하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래밭을 배경으로 솔숲이 우거지고, 뒤에 설악산이 버티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최근에는 서핑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다. 송지호해수욕장의 또 다른 매력은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바다 앞에 있어 시원한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캠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송지호에서 내려오면 화진포, 송지호와 함께 고성8경에 드는 천학정과 청간정을 차례로 만난다. 천학정은 기암괴석과 해안 절벽 위에 있다. 더 남쪽으로 내려오면 청간정(강원유형문화재 32호)이다. 조선 선조 때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송강 정철은 동해안을 둘러보고 ‘관동별곡’을 지었다. 관동팔경을 유람하고 쓴 기행가사다. 정철은 관동에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청간정을 꼽았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가면 팔작지붕 중층 누각이 나오는데, 누각에 서면 사방이 탁 트인 동해가 눈앞에 가득하다.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기분 좋은 솔 향이 실려 온다. 내부에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이 쓴 현판이 있다.

건봉사

아이들과 물놀이하기 좋은 해변은 아야진해수욕장이다. 활처럼 부드럽게 휜 백사장 북쪽에 갯바위 지대가 펼쳐지고, 속이 훤히 보이는 물빛이 환상적이다. 스노클링 명소로 꼽힌다.

고성에는 천년 고찰도 있다. 520년(신라 법흥왕 7) 창건한 건봉사는 전국 4대 사찰이자,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승병을 일으킨 곳이다. 융성한 때 가람이 무려 3183칸이었다고 전해지지만, 한국전쟁을 겪으며 거의 소실됐다. 신라 자장율사가 당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 치아 사리가 봉안됐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송지호→화진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건봉사→화진포→송지호 
둘째 날: 천학정→아야진해수욕장→청간정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고성군 문화관광 www.gwgs.go.kr/tour/index.do
- 건봉사 www.geonbongsa.org

문의 전화
- 고성군청 관광과 033)680-3362
- 건봉사 033)682-8100 

대중교통
[버스] 서울-간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49~21:10) 운행, 2시간30분~3시간 소요. 간성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 버스 이용, 죽정1리 정류장 하차, 화진포까지 도보 약 1.7km. 간성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 버스 이용, 송지호공원 정류장 하차, 송지호까지 도보 약 35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간성터미널 033)681-2233

자가운전
화진포: 서울양양고속도로→양양 JC에서 속초 방면→속초 IC에서 속초 방면 고속도로 출구→교동지하차도사거리에서 간성 방면→화진포교차로에서 화진포 방면→화진포  
송지호: 서울양양고속도로→양양 JC에서 속초 방면→속초 IC에서 속초 방면 고속도로 출구→교동지하차도사거리에서 간성 방면→봉포지하차도 진입→송지호

숙박 정보
- 고성금강산콘도: 현내면 금강산로, 033)680-7800 
- 소노캄델피노: 토성면 미시령옛길, 1588-4888 
-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 토성면 동해대로, 033)631-7601

식당 정보
- 동해반점(중화비빔면): 현내면 한나루로, 033)682-2210 
- 동루골막국수(막국수): 토성면 동루골길, 033)632-4328


주변 볼거리
고성 통일전망타워, 거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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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