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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27일 17시35분

사회


임기 못 채우는 '낙하산 성지' 코레일 수장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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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와도 끝은 같다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지난 2일,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사장이 사임했다. 임기 3년 중 9개월을 마저 채우지 못한 것이다. 손 사장을 비롯한 역대 코레일 사장들이 공기업 전환 후 단 한 명도 제 임기를 채우지 못하면서 ‘중도 하차’한 사례가 또 추가됐다. 

코레일 사장들은 정치권의 ‘입김’과 사장들이 정권 교체기에 비전문가인 친정부 성향의 낙하산 인사 임명 의혹이 지속돼왔다. 이밖에도 코레일 자체의 사건 사고, 비리 문제로 인해 사장직을 내려놓고 퇴진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끝까지 완주 
사장이 없다

손 사장이 사의를 밝힌 첫 번째 이유는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는 적자 때문이다. 코레일은 손 사장 취임 첫 해인 지난 2019년 10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조1600억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지하철 이용객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적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는 지난해 12개 지역본부 개선, 조직문화 혁신 등을 통한 비용 절감을 시도했다.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적자폭을 줄이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발표된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도 손 사장의 사임에 주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코레일은 경영평가에서 보통에 해당하는 C 등급을 획득했으나 경영관리 부문에서 최하 등급인 E 등급을 받았다. 이로 인해 손 사장은 기관장 경고까지 받았다.

코레일은 손 사장이 취임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D(미흡)를 받기도 했다. 코레일이 고객만족도 조사(PCSI)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직원 208명이 고객으로 위장한 뒤 설문조사에 참여해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조사 결과 코레일 전국 12개 지역본부 가운데 8개 본부 소속 직원들이 경영실적 평가의 점수를 높게 받고, 성과급을 받기 위해 직원 신분으로 직접 설문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코레일 직원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수는 전체 1400여건 가운데 222건이다.

코레일 서울본부 직원 200여명이 있던 대화방에는 고객만족도 조사원의 동선과 사진을 직원끼리 서로 공유했다. 조사원이 나타나면 주변에 있다가 조사를 받게끔 유도했다. 점수를 줄 때도 10점만 주지 않고 9점 혹은 8점의 점수를 매겼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직원 16명을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다만 코레일 본사에서 실시한 자체조사에서 조작을 지시하거나 개입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명도 임기 채우지 못하고 하차
사건사고, 비리 문제로 중도 퇴진

해당 고객만족도 조작 사건은 경영평가 결과가 낮게 나오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코레일 직원들은 그동안 받아왔던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손 사장은 해당 사건의 여파로 기관장 경고를 받았다. 

논란이 일자 코레일은 “고객만족도 조사를 왜곡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동안 코레일은 2013년 실시한 경영평가에서 파업 여파로 ‘E(아주 미흡)’ 등급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성과급을 받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 파업과 안전사고에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C(보통)’ 등급을 받으며 꾸준히 성과급을 받아오다가 E 등급을 받자 손 사장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게다가 적자 상황임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감사 결과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9년 공공기관 성과급 지급 기준을 어기고 성과급을 700억원 이상 지급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코레일 정기검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레일이 2019년 경영 평가 성과급을 임직원에게 총 3362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성과급 지급기준인 월 기본급에는 정기상여금이 포함됐는데, 통상 수당과 정기상여금을 제외하도록 한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편성 지침을 어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코레일은 근속연수에 따른 직무역할급과 관리보전수당 등의 통상적 수당 급여도 월 기본급에 포함시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은 총 성과급을 2626억원으로 추산했다. 조사 결과 코레일은 기준을 어겨가며 직원들에게 736억원을 더 지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마 전…
보은 인사

또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으로부터 승계받은 철도회원 예약 보관금 412억원에 대한 반환 과정에서도 채무 소멸로 인한 70억원을 수익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철도청은 위약 수수료 담보로 철도회원 가입 시 2만원의 예약 보관금을 받았다. 

철도청은 2007년 1월 코레일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면서 철도회원에게 회원 탈퇴를 안내하고 예약 보관금 반환 신청을 받기는 했다. 국정감사에서 이를 두고 소극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반환하지 않은 예약 보관금을 법원에 공탁하겠다고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감사원은 코레일 사장에게 경영평가 성과급 과다 지급에 대한 주의를 주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경영평가 성과급 과다 지급 사실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하도록 통보했다.

이밖에도 사원복 구매 계약에서 2016년 계약을 체결했던 사원복 견본품에 대한 원단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계약업체로부터 받은 시험성적서만으로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규격에 미달하는 사원복을 2018년 말까지 납품받았다.

또 계약업체의 대표이사가 2018년 사원복 전문위원에게 1억원을 공여하는 등 청렴계약을 위반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계약을 유지한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코레일이 적자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등을 과다 지급해 경영보다는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코레일의 경영을 두고 철도개혁이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으로 대표이사를 비롯한 상임·비상임이사 등의 임원진이 전문가가 아닌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단 내부 직원뿐 아니라 사장도 낙하산 인사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코레일은 2005년 1월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한 뒤 16년 동안 9명의 사장들이 모두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코레일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코레일 사장은 국토부 산하기관으로 국토부 장관이 신임 사장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 탓에 사장 임명에 청와대나 국토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누적 적자
책임 느껴

손 사장의 경우 능력보다는 국토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철도업계에선 지난 16년 동안 초대 신광순 사장과 6대 최연혜 사장, 7대 홍순만 사장을 제외하곤 모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로 평가된다. 코레일 사장 자리가 정치 행보를 위해 거쳐가는 ‘요직’ 중 하나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초대 사장인 신광순 전 사장은 철도청장을 맡다가 코레일이 공기업화되면서 사장직을 이어서 수행했다. 신 전 사장은 코레일 내부 출신이고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유전 개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5개월 만에 사임했다.

뒤를 이은 2대 사장 이철 전 사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2008년 1월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되자 스스로 물러났다.

3대 사장인 강경호 전 사장도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지난 2009년엔 다스(DAS) 사장직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강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지만 철도업계에선 철도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그는 강원랜드의 인사청탁 및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력도 있다. 

뒤이어 취임한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 전 사장은 33개월이라는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사장직을 맡았다. 당시 허 전 사장의 사임을 두고 총선 출마를 위해 코레일 사장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5대 정창영 전 사장은 감사원 사무총장을 출신 사장이다. 이명박정부 말 사장으로 임명된 그는 코레일의 ‘철도 구조 상하통합’을 주장했으나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뒤 임기를 마쳤다. 

6대 최연혜 전 사장은 한국철도대학 교수, 철도청(코레일 전신) 차장을 거쳐 코레일 부사장까지 지냈던 만큼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차 사장 공모 당시 최종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비전문 친정부 성향 수두룩
정치 행보 위해 필수 관문?

최 전 사장 임명 후 코레일 사장직은 결국 정치권의 낙하산이란 평가가 다수 존재했다. 임기 종료를 앞둔 시점에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그가 재임 기간 동안 현업에 집중하기보다 정치적 행보가 더 두드러졌다는 말도 나왔다. 

7대 홍순만 전 사장은 건설교통부 소속 고속철도과장과 철도국장 등을 지낸 전문가였다. 그러나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철도 노조에선 ‘철도 적폐’ 12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8대 사장 오영식 전 사장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직을 맡았고, 3선의 전직 국회의원 출신 인사다. 코레일 국정감사 때 그는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강릉 KTX 탈선 현장을 찾아 사고의 원인이 추위로 인한 선로 이상이라고 언급해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코레일 사장은 정권 교체 시기에 맞춰 늘 교체돼왔다. 역대 사장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20개월 정도로 임기 3년 중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처럼 평균 재임 기간이 짧고, 정치 행보를 위해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라 여기면서 일각에선 경영에 몰두하기보다 ‘경력 채우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과거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추후 사장 임명 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나같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퇴했다는 점에서 내부 직원들 역시 사장을 ‘금방 떠날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모양새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 사장들이 교체되는 시기가 빨라 다른 공기업 기관장들보다 상대적으로 내부에 비판적 여론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유로 각종 의혹이나 내부적인 문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사장만 교체되면 그만’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16년 동안 사장들에 대한 잡음과 비리, 성과급 등으로 코레일의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다. 이는 심각한 적자 기록은 물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미지는 
이미 추락

한 전문가는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문제는 정권 교체 시기에 항상 발생하는 문제”라며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인사들이 보여주기식에만 치중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정치인이 사장으로 오더라도 철도계 전문가와 대외적 소통이 가능한 사람이면 괜찮다”며 “지금까지는 낙하산 사장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 사장을 신중하게 선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레일 적자 이유는?

2016년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고속철도가 시작됐다. 코레일이 KTX를 운영하고 있는 도중, SR이라는 새로운 철도회사가 탄생한 것이다. 

정부는 경쟁을 이유로 SR를 만들었다. 현재 SR은 열차 22대를 코레일에서 빌려 쓰고 있는 중이다. 코레일은 이 열차를 새로 사서 SR에 빌려줬다.

열차를 구매한 가격만 7200억원이 투입됐다. 정부에 구입 비용 절반 정도를 지원받았지만, 매년 갚아야 할 채권 이자율은 3.6%다. 손해까지 보면서 SR에 열차를 빌려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열차를 빌려주는 값을 국토교통부가 정해줬다. 설립 당시 경쟁 체제라더니, 정부가 코레일에는 손해를 떠넘기고, 반대로 SR에는 큰 특혜를 몰아 줬다는 의혹이 있다.

이를 두고 철도노조는 정부가 SR의 민영화를 위한 행위라며 의심하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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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등 노리는 검찰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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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인’ 윤석열의 뿌리가 검찰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는 듯하다. 그는 30여년 가까이 ‘검사 윤석열’로 살아왔다. 조직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이름 앞에는 ‘강골 검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친정의 반란일까. 검찰의 칼끝이 윤석열을 겨누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994년 9수 끝에 대구지검에서 검사로서 첫발을 뗐다. 이후 부산지검에서 일하던 그는 2002년 초 사표를 내고 대형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1년 만에 다시 검찰로 돌아왔다. 당시 복귀 이유로 밝힌 ‘자장면 일화’는 여전히 회자된다. 검찰청에 왔다가 자장면 냄새를 맡고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검찰 조사실이라 생각했다는 것. 검사서 정치인으로 윤 전 총장의 검사 인생은 영광과 굴욕의 반복이었다. 검찰 복귀 이후 그는 대검 검찰연구관,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눈치를 보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수사 스타일은 그에게 강골 검사라는 이미지를 안겨줬다. 2013년 10월 윤 전 총장의 검사 인생이 한차례 크게 뒤틀리는 일이 일어난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수사팀장이었던 그는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윤 전 총장은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허락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는 등 댓글수사를 강행했다. 이날 국감에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전 총장의 ‘시그니처’ 발언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국감 스타로 떠오르는 등 여론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후 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을 맡고 있다가 한직으로 분류되는 대구고검, 대전고검에 좌천되기에 이른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후 그의 검사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정권이 교체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발탁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정부와 여당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윤 전 총장은 검찰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이른바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서게 된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1년 넘게 ‘추·윤 갈등’이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검찰 안팎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 연달아 일어났다. 법무부 장관은 수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직무배제 조치를 당했던 윤 전 총장은 행정소송도 불사한 끝에 법원의 판결로 검찰에 돌아왔다. 고발사주 의혹 3곳서 잡아 가족·측근 동시다발 수사 하지만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도 갈등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결국 지난 3월 여권이 발의를 예고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법안에 반대를 표명하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여권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내세우며 중수청을 통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윤 전 총장은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후보는 선거 당일까지 검증의 잣대를 피할 수 없다. 지지율이 상위권인 유력 후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서 퇴임하기 전부터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였다. ‘정치 선언을 하는 순간 꺼질 거품’ ‘찻잔 속의 태풍’ 등의 비아냥거림이 있었지만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아직까지도 상당히 견고한 편이다. 윤 전 총장은 이제 검증의 대상이 됐다. 검사 시절에는 대선후보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 수사 주체로 활동했지만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과거 언행, 가족, 측근, 동료, 지인 등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모든 부분에 검증의 칼날이 가해지고 있다. 이 중 몇몇 건은 이미 검찰 수사 단계에 돌입한 상황. 검찰의 칼날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 14일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뛰어 들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대검찰청 감찰부 등 총 세 곳이 같은 의혹을 두고 수사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 등 7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했다. 대검은 고소 다음날인 14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맡겼다. 공공수사1부는 정보통신범죄전담부인 형사12부 소속 검사와 대검 감찰부에 파견된 적 있는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 연구관 2명을 파견 받아 수사팀을 꾸렸다. 지지율 높은 유력 주자 최 대표 등은 윤 전 총장이 손준성 검사를 통해 민간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작성한 고발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부인 김건희씨와 한동훈 검사장이 합세해 윤 전 총장과 손 검사의 범죄 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성명불상자는 손 검사의 지시를 받아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공안수사 전문가로 지목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지난 2일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공수처도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손 검사 등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공수처와 수사 범위가 겹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이 윤 전 총장 장모 최모씨 사건과 관련해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계일보>는 14일 대검이 지난해 3월 최씨 관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자료라며 A4 용지 3쪽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경기 성남시 부동산 사기 사건 ▲최씨 분쟁 상대 정대택씨 사건 ▲파주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양평군 오피스텔 사기 사건과 관련한 관계자 목록과 처리 경과 등이 담겼다. 대검은 “오보 대응 차원에서 만든 문서”라는 해명을 내놨다. 윤 전 총장 측도 대검의 해명을 인용해 “언론 등 문의에 응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려주기 위해 소관부서에서 작성한 문서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 수사 속도 내는 중 문제는 해당 문건의 존재가 여권을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윤 전 총장의 대검 사유화 의혹과 맞물려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해당 문건의 성격과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 등을 둘러싸고 검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은 지난 16일 오전 출근길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해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결 따라 수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윤 전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최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된 업체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4월 열린민주당 측 인사들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올해 중반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김씨는 2010~2011년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이모씨와 공모해 자사 주가를 조작할 당시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로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2~2013년 도이치모터스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싼 가격에 매입한 의혹도 있다. 해당 수사팀은 김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불법 수수 의혹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스폰서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윤 전 서장과 관련자들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선 5개월 앞둔 시점에 전례 없는 선거개입 우려 윤 전 서장은 2017~2018년 인천의 한 부동산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인허가 로비 자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부동산 개발업자는 지난해 11월 윤 전 서장에게 정·관계 로비 자금 약 4억원을 건넸고, 전·현직 검사와 고위 공무원의 접대비를 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이와 별개로 윤 전 서장은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에서 수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윤 전 서장은 2010~2011년경 육류 수입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과 골프비 등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경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2015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검 중수1부과장이던 윤 전 총장이 윤 전 서장에게 중수부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는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임 담당관은 지난 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작년 9월,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맡으며 결국 직무배제될 것을 예상했기에 다 기록에 남겼다”며 “있는 그대로 상세히 설명하고 올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아닌 서울중앙지검 인권부에 재배당하려 하고, 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었던 임 담당관을 수사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 8일 임 담당관을 불러 11시간에 걸쳐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 압박 대선 영향은?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를 두고 검찰 등이 벌이고 있는 대대적인 수사에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유력 후보를 겨냥한 수사가 이뤄진 전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수사기관들은 선거 중립 차원에서 대선주자들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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