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쓰레기 매립지는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여겨진다. 근처에 사는 동네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질 우려도 한다. 과거 난지도를 매립지로 사용했을 때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특히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지난 2015년 4자 협의를 통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제3-1매립지를 2025년까지 사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환경부는 쓰레기 문제가 지자체 소관인 만큼 정부가 관여해 대체 매립지 조성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혐오시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매립지공사) 동문을 들어서면 정면에는 스포츠센터가 있다. 본관 건물을 찾아가는 길에는 생태공원과 습지 관찰지구도 보인다. 들어서자마자 냄새가 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적한 느낌이 강했다.
맞은편 도로에서는 쓰레기를 운반하는 트럭들이 지나 다녔다. 본관이 가까워질수록 빨간 바탕의 현수막도 종종 보였다.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매립지 공사 건물로 들어가기 전에도 건물 외벽에 걸려 있는 ‘투쟁’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해당 현수막엔 환경부와 3개 시도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해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가 갈등을 겪고 있는 매립지 대체 부지 선정과 관련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현수막 사진을 찍고 있던 중 관계자가 나와 기자를 맞이했다. 한 손에는 차 키가 들려있었다. 관계자는 매립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워낙 방대한 크기의 부지인 탓에 이동 시 차량 이동이 필수다.
매립지는 매립지공사 본관 정문에서부터 차를 타고 10분 정도 소요된다. 매립지까지 가는 길에는 통합 계랑대, 침출수 처리장, 발전소 등도 보였다. 매립지로 가는 중에도 트럭이 지나다녔다.
가는 길에는 제1매립지 위에 세워진 골프장이 보인다. 드림파크 골프장은 과거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활용한 골프장이다. 골프장과 발전소를 지나 경인 아라교 옆에 위치한 제2매립지에 도착하게 된다.
2025년 완료…제3매립지 40% 사용
서울·경기 VS 인천 간 신경전 ‘팽팽’
제2매립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카드를 찍어 인증해야 바리케이드를 통과할 수 있다. 바리케이드를 지나면 비교적 높은 경사가 있는 자갈이 깔린 언덕을 오르게 된다.
부지에 들어서 돌로 이뤄진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제2매립지 정상에 도착한다. 부지는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풀들이 무성하고 광활한 규모의 땅이 펼쳐져 있었다.
부지 곳곳에서는 각종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관리인들이 1톤 트럭 뒤에 탄 채 돌아다녔다. 또 녹이 슬은 원통형 기둥에 하얀색으로 관리번호가 적힌 커다란 무언가가 있었다.
차량에서 내렸을 때 악취가 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는데, 이는 폐기물에서 발생한 가스 냄새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스 냄새가 나는 이유는 기구에 문제점이 생겼기 때문이고 점검을 통해 수리할 부분이 있다는 반증이었다.
해당 기구는 가스 포집관으로 쓰레기가 썩을 때 발생하는 가스를 발전소에서 모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구다. 가스 포집관을 살펴보면 여러 개의 긴 배관이 연결돼있는데 풀숲에 쌓여 있는 이 배관은 발전소까지 이어진다.
매립지공사는 설치된 가스 포집관에 연결된 배관으로 가스를 운반해 발전소로 이동시켜 매립된 쓰레기에서 생기는 부생가스를 재처리한다. 매립장에서 발생되는 가스는 발전소에서 연소시켜 전기를 생산해 한국전력 거래소에 판매한다.
또 침출수(고체 폐기물 등에서 화학적 연소로 나오는 물)에서 나오는 가스는 버스의 연료로도 활용된다. 제2매립지의 경우 현재 사후 관리 중으로 복토가 완료된 상태다. 각종 풀이 자라고 있었고, 종종 새소리까지 들렸다. 운이 좋다면 꿩도 볼 수 있다.
제2매립지 바로 앞에는 제3매립지가 위치해 있다. 매립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직접 가볼 수는 없었으나 지대가 높은 제2매립지에서 한 눈에 보인다.
현재 부지 사용 연장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제3매립지는 60여개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하루 평균 폐기물 트럭 800대가 오가고 평균 1만톤이 매립된다.
폐기물서 발생한 냄새 진동
가스 포집관 고장으로 문제
제3매립지에서는 쓰레기를 매립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트럭이 오가며 쓰레기를 내려놓고, 불도저가 하역한 쓰레기를 펼치는 작업도 벌어지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현장에서 나는 악취를 잡기 위해 소독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전에는 오후보다 훨씬 많은 트럭이 오가기 때문에 방문 당시에는 비교적 한적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관계자는 매립할 때 다짐, 흙덮기(복토) 등의 과정을 거쳐 매립되고, 하역한 폐기물들은 4.5m 정도의 높이로 다진 뒤, 위에 50cm 두께의 흙을 덮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매립 작업이 완료되면 같은 날 20cm 두께의 흙덮기를 통해 오염을 방지한다. 제2매립지가 경사진 이유도 쓰레기가 쌓여 6~8번 정도 매립됐기 때문이다. 수도권매립지는 과거 난지도 매립지와는 방식과 위생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난지도는 쓰레기를 쌓기만 하는 비위생 매립지로 근처를 지날 때 악취가 심했다. 수도권매립지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 시설들을 만들어 사후관리를 통해 제1매립지와 같이 골프장, 생태공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립지공사 관계자는 “현재 제3-1매립지 부지는 40% 정도 사용됐다”며 “이에 따라 대체 매립지를 구해야 하는데 상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매립지는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매립지 선정부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 속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교적 한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환경부가 수도권매립지 사용 중단과 대체 매립지 입지 선정을 둘러싼 3개 시·도의 갈등을 주도적으로 중재 및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