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국수본 수장의 엇갈린 시선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14 17:54:03
  • 호수 13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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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한국의 FBI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찰 수사는 국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부실 대응으로 수사력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를 출범시키면서 ‘경찰개혁’에 신호탄을 쐈다. 최근 경찰 수사 관련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국수본 수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신뢰를 회복할만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출범 등 ‘경찰개혁’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지난 1월1일 출범한 국수본의 발족 취지는 명확했다. 경찰은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수본은 수사와 관련해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남구준 
그는 누구?

출범 전부터 국수본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비견됐다. FBI가 법무부 산하인 점을 고려하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청 소속인 국수본은 FBI와 조직체계와는 다른 면이 있다.  그러나 간첩을 포함한 모든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수본 영향력은 FBI에 비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년 뒤 국수본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 받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됐음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의 수사전담 조직인 셈이다. 오는 2024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에 이관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국수본의 수사권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 조직은 경찰청 수사 기능을 확대·재편해 구성됐다. 기존 조직이었던 수사국, 사이버수사국(사이버안전국), 과학수사관리관 등도 국수본에 편제됐다. 경찰은 올해 ‘책임수사’ 원년을 선포하면서 수사의 온전한 주체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책임에 걸맞은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국수본은 출범 이전부터 책임 수사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들을 마련해왔다.

신중한 태도? 소극적 대응?
출범 이후 의심 눈초리 여전

특히 일선 지방청과 경찰서에 영장심사관, 수사심사관, 책임수사지도관을 운영해 영장 신청부터 수사 종결까지 적절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살피고 있다. 수사 전문가 양성을 위한 수사관·수사부서장 자격제 도입, 수사경찰 교육제도 개편 등도 실시 중이다.

국수본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있다.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으나, 국민의 생명이나 공공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사건 수사만 국수본부장을 통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국수본은 출범과 함께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수사전담기관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담당할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수사 등 일부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다. 

이와 관련한 경찰 내부자료에는 ‘수사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경찰청장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구가 있다.


지난 4일 취임 100일째를 맞은 남구준 국수본부장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김창룡 경찰청장과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경찰권 분산이라는 국수본 출범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견제와 균형이랑 단어는 국수본부장이 경찰청과 협력하면서도 독립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국수본부장은 경찰 계급상 상사인 경찰청장에게 휘둘려서도 안되고 경찰청장은 국수본 독립성을 고려해 마음대로 휘두르면 안 된다. 

견제
균형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수사 종결권 등을 확보했으나 ‘공룡 경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검찰 인력 약 10배인 12만명 규모의 경찰이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비대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인사권자인 경찰청장의 영향력을 받는 현직 경찰이 국수본부장에 임명되면서 검찰 수사권 이양을 통해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6대 범죄로 제한되면서 경찰 수사권은 분명 커졌다. 결국 외부 인사에 대한 경찰 내 반발을 고려해 내부인사였던 남 본부장이 초대 본부장이 됐다.

1967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남 본부장은 마산 중앙고를 나와 경찰대(5기)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장으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으로 일하며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N번방’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3인을 뜻하는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한 명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기도 하다.

경찰청장은 테러와 재난 등 예외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 경찰 수사에 관한 총괄 책임자는 남 본부장인 셈이다. 

카리스마 
부족하다?

올해 초대 국수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기본 자격 조건은 ‘수사 전문성’이었다. 과거 경찰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특수수사과장·형사과장과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역임한 남 본부장은 경찰 내부에서 인정한 수사통이라 취임 전부터 유력한 국수본부장으로 거론돼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라는 점, 김창룡 청장(57·경찰대 4기)의 대학 후배라는 점 등 경력 논란이 취임 직후 불거졌다. 


특히 그가 경찰대 1년 선배인 김 청장을 상대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 내 기수문화는 검찰보다 덜하지만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청장이 최근 대북전단 살포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을 질책하자 “남 본부장에겐 큰 부담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대북전단 사건 수사 총괄 책임자가 남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경찰 내에선 남 본부장의 신중하고 온화한 성향을 놓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남 본부장은 흔히 ‘선비’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화를 내지 않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성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과감한 결정보다는 시행착오로 인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을 소유한 그는 국수본 출범 취지에 어긋나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대 본부장인 만큼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에 있다. 경찰 책임수사 체제도 시작됐고, 근무환경 개선 등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중이다. 

신중·온화 성향 놓고 다른 반응
과감한 추진·결단력 부족 지적도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고위직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남 본부장은 “고위공직자 등의 부동산투기 의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며 “다만, 고위공직자의 경우 실무자와 비교해 비밀 취득 과정을 밝히는 데 상당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향후 사명감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해 국민들께서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부연했다.


최근 일어난 한강공원 대학생 사망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남 본부장은 일일이 의혹에 반박하기보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경찰 입장만 생각한다면 매일 브리핑하면서 의혹을 풀어나가면 좋겠지만,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부분도 감안한 것. 

특히 나중에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경찰이 확인되지 않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남 본부장은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판단했다. 이에 사안에 따라 위법성 여부도 검토하는 등 엄중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수사본부를 대표하는 책임자로서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남 본부장은 앞장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국수본부장으로서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한 것처럼 세간에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국수본이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남 본부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적은 거의 없다. 본부장 취임 당시 이후최근에서야 이용구 사건, 암호화폐 관련 등 기자회견에서만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즉 나서야 할 때만 나서겠다는 이야기인데 되레 김 청장이 더 부각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 남 본부장이 워낙 신중하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라 국수본을 위기에 빠뜨리거나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설 때
나선다

초대 국수본부장인 자신의 임기 동안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향후 국수본부장 역할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수 있는 만큼 남 본부장은 누구보다 고민이 많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광주 붕괴’ 잡은 국수본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직접 수사 지휘에 나선다.

지난 10일 국수본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점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점, 집중수사를 통한 신속한 사고원인 규명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합동수사팀 수사본부를 꾸렸다”고 밝혔다.

합동수사팀에는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한다.

수사본부장은 광주청 수사부장이 맡았다. 아울러 국수본은 피해자보호전담팀을 편성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치료와 심리안정 지원활동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오후 4시22분경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현장에서 5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건물 잔해가 왕복 8차선 도로 중 5차선까지 덮치면서 정류장에 정차했던 시내버스 1대가 깔렸다.

버스와 함께 매몰된 탑승자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잔해 철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지난 2017년부터 학동 633-3번지 일대 12만 6433㎡에 지하 3층, 지상 29층, 19개 동, 2314세대 규모로 추진 중이다.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로 지난 2018년 2월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4630억9916만원에 사업을 수주했다. 조합원수는 648명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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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