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국수본 수장의 엇갈린 시선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6.14 17:54:03
  • 호수 13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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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한국의 FBI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찰 수사는 국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 부실 대응으로 수사력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를 출범시키면서 ‘경찰개혁’에 신호탄을 쐈다. 최근 경찰 수사 관련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국수본 수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신뢰를 회복할만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경찰은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 출범 등 ‘경찰개혁’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지난 1월1일 출범한 국수본의 발족 취지는 명확했다. 경찰은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수본은 수사와 관련해 핵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남구준 
그는 누구?

출범 전부터 국수본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비견됐다. FBI가 법무부 산하인 점을 고려하면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청 소속인 국수본은 FBI와 조직체계와는 다른 면이 있다.  그러나 간첩을 포함한 모든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수본 영향력은 FBI에 비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년 뒤 국수본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넘겨 받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됐음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의 수사전담 조직인 셈이다. 오는 2024년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경찰에 이관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국수본의 수사권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 조직은 경찰청 수사 기능을 확대·재편해 구성됐다. 기존 조직이었던 수사국, 사이버수사국(사이버안전국), 과학수사관리관 등도 국수본에 편제됐다. 경찰은 올해 ‘책임수사’ 원년을 선포하면서 수사의 온전한 주체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책임에 걸맞은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국수본은 출범 이전부터 책임 수사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들을 마련해왔다.

신중한 태도? 소극적 대응?
출범 이후 의심 눈초리 여전

특히 일선 지방청과 경찰서에 영장심사관, 수사심사관, 책임수사지도관을 운영해 영장 신청부터 수사 종결까지 적절한 수사가 이뤄졌는지 살피고 있다. 수사 전문가 양성을 위한 수사관·수사부서장 자격제 도입, 수사경찰 교육제도 개편 등도 실시 중이다.

국수본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있다. 경찰청장은 개별 사건의 수사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으나, 국민의 생명이나 공공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사건 수사만 국수본부장을 통해 개별 사건 수사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국수본은 출범과 함께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수사전담기관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담당할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수사 등 일부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한다. 

이와 관련한 경찰 내부자료에는 ‘수사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경찰청장과의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문구가 있다.


지난 4일 취임 100일째를 맞은 남구준 국수본부장의 핵심 역할 중 하나가 김창룡 경찰청장과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경찰권 분산이라는 국수본 출범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견제와 균형이랑 단어는 국수본부장이 경찰청과 협력하면서도 독립성을 가져가야 한다는 말이다. 국수본부장은 경찰 계급상 상사인 경찰청장에게 휘둘려서도 안되고 경찰청장은 국수본 독립성을 고려해 마음대로 휘두르면 안 된다. 

견제
균형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수사 종결권 등을 확보했으나 ‘공룡 경찰’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검찰 인력 약 10배인 12만명 규모의 경찰이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비대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인사권자인 경찰청장의 영향력을 받는 현직 경찰이 국수본부장에 임명되면서 검찰 수사권 이양을 통해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6대 범죄로 제한되면서 경찰 수사권은 분명 커졌다. 결국 외부 인사에 대한 경찰 내 반발을 고려해 내부인사였던 남 본부장이 초대 본부장이 됐다.

1967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남 본부장은 마산 중앙고를 나와 경찰대(5기)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장으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으로 일하며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N번방’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3인을 뜻하는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 중 한 명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기도 하다.

경찰청장은 테러와 재난 등 예외 경우를 제외하면 개별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휘할 수 없다. 경찰 수사에 관한 총괄 책임자는 남 본부장인 셈이다. 

카리스마 
부족하다?

올해 초대 국수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기본 자격 조건은 ‘수사 전문성’이었다. 과거 경찰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특수수사과장·형사과장과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역임한 남 본부장은 경찰 내부에서 인정한 수사통이라 취임 전부터 유력한 국수본부장으로 거론돼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고교 후배라는 점, 김창룡 청장(57·경찰대 4기)의 대학 후배라는 점 등 경력 논란이 취임 직후 불거졌다. 


특히 그가 경찰대 1년 선배인 김 청장을 상대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경찰 내 기수문화는 검찰보다 덜하지만 전혀 없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청장이 최근 대북전단 살포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을 질책하자 “남 본부장에겐 큰 부담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으로부터 흘러나왔다. 대북전단 사건 수사 총괄 책임자가 남 본부장이기 때문이다.

경찰 내에선 남 본부장의 신중하고 온화한 성향을 놓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남 본부장은 흔히 ‘선비’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화를 내지 않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성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과감한 결정보다는 시행착오로 인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을 소유한 그는 국수본 출범 취지에 어긋나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초대 본부장인 만큼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에 있다. 경찰 책임수사 체제도 시작됐고, 근무환경 개선 등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중이다. 

신중·온화 성향 놓고 다른 반응
과감한 추진·결단력 부족 지적도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고위직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남 본부장은 “고위공직자 등의 부동산투기 의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며 “다만, 고위공직자의 경우 실무자와 비교해 비밀 취득 과정을 밝히는 데 상당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향후 사명감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해 국민들께서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부연했다.


최근 일어난 한강공원 대학생 사망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남 본부장은 일일이 의혹에 반박하기보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경찰 입장만 생각한다면 매일 브리핑하면서 의혹을 풀어나가면 좋겠지만,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부분도 감안한 것. 

특히 나중에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경찰이 확인되지 않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남 본부장은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판단했다. 이에 사안에 따라 위법성 여부도 검토하는 등 엄중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수사본부를 대표하는 책임자로서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남 본부장은 앞장서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수사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국수본부장으로서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한 것처럼 세간에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국수본이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남 본부장이 적극적으로 나섰던 적은 거의 없다. 본부장 취임 당시 이후최근에서야 이용구 사건, 암호화폐 관련 등 기자회견에서만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즉 나서야 할 때만 나서겠다는 이야기인데 되레 김 청장이 더 부각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내부에서 남 본부장이 워낙 신중하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라 국수본을 위기에 빠뜨리거나 조직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설 때
나선다

초대 국수본부장인 자신의 임기 동안 어떤 흔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향후 국수본부장 역할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질 수 있는 만큼 남 본부장은 누구보다 고민이 많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광주 붕괴’ 잡은 국수본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가 직접 수사 지휘에 나선다.

지난 10일 국수본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점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점, 집중수사를 통한 신속한 사고원인 규명 필요성 등을 고려해 합동수사팀 수사본부를 꾸렸다”고 밝혔다.

합동수사팀에는 광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와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투입한다.

수사본부장은 광주청 수사부장이 맡았다. 아울러 국수본은 피해자보호전담팀을 편성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치료와 심리안정 지원활동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오후 4시22분경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현장에서 5층 규모의 건물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건물 잔해가 왕복 8차선 도로 중 5차선까지 덮치면서 정류장에 정차했던 시내버스 1대가 깔렸다.

버스와 함께 매몰된 탑승자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잔해 철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지난 2017년부터 학동 633-3번지 일대 12만 6433㎡에 지하 3층, 지상 29층, 19개 동, 2314세대 규모로 추진 중이다.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로 지난 2018년 2월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4630억9916만원에 사업을 수주했다. 조합원수는 648명이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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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