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특수본 수사 막전막후

혹시 했는데 역시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정치권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4·7 재보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LH 사태에서 파생된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데 반해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LH 사태 지난 100일을 되짚어봤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출범 초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정부는 20번이 넘는 정책을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내놓는 정책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부동산 민심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40%를 상회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흔든 것도 부동산 문제였다. 

부동산 문제
국민 역린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2월24일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4 공급대책에서 정부가 예고한 신규 공공택지 중 일부가 경기 광명·시흥 등에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10만1000호 규모 중 7만호가 광명·시흥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두 지역을 6번째 3기 신도시로 소개했다. 

국토부 발표 1주일 만인 3월2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토지를 사전에 사들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토지대장 등에서 LH 직원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는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LH 사태는 부동산으로 이미 악화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 직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평가 부정률은 출범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월2일부터 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을 샀다는 의혹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LH 사태가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판단한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 배제하고 수사인력
1500명 넘는 공룡 조직

문 대통령도 LH 사태가 터진 직후부터 연일 메시지를 쏟아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당부하는 내용이다.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정부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출범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특별수사단이 편성됐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국수본과 국세청, 금융위원회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를 구성해 개발지역에서의 모든 불법적·탈법적 투기 행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특수본에서 배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당시 수사를 담당해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LH 사태에도 검찰의 수사 경험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검찰의 특수본 참여 문제는 정 총리가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더욱 크게 불거졌다.


3월11일 1차 조사 발표에서 정 총리는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 사례(13명)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LH와 국토부 직원 당사자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7명만 투기 의심자로 발표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셀프조사’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논란에도 경찰에 힘을 실어주면서 확실한 수사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LH 사태가 경찰 조직개편으로 출범한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라고 언급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 등으로 힘이 실린 경찰에 대한 기대와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수사 경력이 없는 경찰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다. 

시작부터
삐걱댔다

남구준 경찰청 국수본 본부장은 3월8일 기자단과의 정례간담회에서 “검찰이 1~2기 신도시 수사의 컨트롤타워였던 것은 맞지만 경찰도 참여했다” “그동안 부동산 범죄를 특별단속해왔고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에 꼭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월18일에도 “LH 사태는 전국적인 수사 지휘체계를 갖춘 국가수사본부가 가장 적합한 기관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함으로써 국수본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LH 사태 수사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특수본이 수사에 착수한 지 불과 20여일 만에 검찰이 LH 사태 수사에 합류했다. 3월30일 정 총리는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LH 사태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려는 카드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검찰의 역할은 특수본을 사이드에서 돕는 정도로 제한됐다. 

결국 LH 사태는 집권여당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4·7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모두 내줬다. 당초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희롱 의혹으로 선거가 치러지게 된 만큼 불리한 상황에서 LH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도 LH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대통령 지지율 40% 벽이 깨졌고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비율이 높아졌다. 임기 초중반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크게 물러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당과 청와대 입장에선 LH 사태 수사가 반전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잔챙이만
잡았다?

하지만 1560명의 대규모 수사 인원을 투입한 것치고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평이 속속 나오고 있다. LH 사태가 일어나고 3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수사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답보 상태에 접어들면서 특수본의 칼이 무딘 게 아니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본 출범 3개월간 646건, 2800여명을 수사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이 수사 중인 주요 공직자 중에는 국회의원 16명, 지자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의원 55등이 포함됐다.

이 중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9명은 구속됐다. 

검찰은 별도의 직접 수사를 통해 기획부동산 등 14명을 구속하고 검‧경이 협조해 908억원의 부동산 투기수익을 몰수·추징했다. 국세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이 45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한 결과 94건의 혐의가 확인됐고, 534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불법 대출이 의심되는 4개 금융기관을 현장 점검해 총 43건, 67명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 조사와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부동산 관련 탈법행위는 다양했다. 전직 차관급 기관장과 기초지자체장, 시군의원, 실무 직원까지 여러 공직자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가 다수 적발됐다. 기획부동산 등이 청약통장 관련 불법 행위를 알선하거나 지역주택조합장이 불법투기를 공모한 사례도 확인됐다. 

20명 구속했는데 고위공직자 ‘0’
여당 의원 수사로 공정성 기로

이날 발표된 결과를 두고 특수본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본은 줄곧 공직자의 내부정보 이용 투기 혐의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속된 인물을 보면 최초 구속 사례였던 경기 포천시 공무원을 비롯, 전직 경기도청 공무원, LH 직원,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등 지방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에 그치고 있다. 

선출직 중에서는 경북 고령군의원, 전직 경기시흥시의원 등 지방의회의원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전직 강원 양구군수만 구속됐다.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담당하며 3기 신도시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일명 ‘강사장’으로 불렸던 인물을 비롯해 2명이 지난 8일 뒤늦게 구속됐다. 

강씨 등은 지난해 2월27일 내부정보를 활용, 다른 전·현직 LH 직원 등과 함께 시흥시 과림동에 있는 토지 5025㎡를 22억5000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매입한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당 길이 180~190㎝의 왕버들 나무를 심었다.

토지 보상 부서에 재직하며 보상금 지급 기준을 잘 아는 강씨가 보상금을 많이 챙기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다. 특수본은 현재 국회의원 16명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 강제수사가 이뤄진 대상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1명뿐이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수사 의뢰하면서 특수본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특수본은 지난달 17일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현직 의원 2명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불입건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민주당 양항자·양이원영 의원으로 밝혀졌다. 이튿날에는 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배우자 명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권익위 조사에서 양이 의원과 김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 명단에 포함된 것.

현재까지 특수본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상이 모두 야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여당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특수본은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진 상황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까지 안고 가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여 봐주기
앞으로는?

경찰 안팎에서는 여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LH 사태 수사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선 100일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만큼 특수본이 추후 수사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권익위 자료를 검토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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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