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 특수본 수사 막전막후

혹시 했는데 역시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정치권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4·7 재보선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LH 사태에서 파생된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데 반해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LH 사태 지난 100일을 되짚어봤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출범 초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문정부는 20번이 넘는 정책을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내놓는 정책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부동산 민심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40%를 상회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흔든 것도 부동산 문제였다. 

부동산 문제
국민 역린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2월24일 ‘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4 공급대책에서 정부가 예고한 신규 공공택지 중 일부가 경기 광명·시흥 등에 들어선다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10만1000호 규모 중 7만호가 광명·시흥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두 지역을 6번째 3기 신도시로 소개했다. 

국토부 발표 1주일 만인 3월2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토지를 사전에 사들였다는 폭로가 나왔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토지대장 등에서 LH 직원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는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LH 사태는 부동산으로 이미 악화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 직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평가 부정률은 출범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3월2일부터 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을 샀다는 의혹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LH 사태가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판단한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 배제하고 수사인력
1500명 넘는 공룡 조직

문 대통령도 LH 사태가 터진 직후부터 연일 메시지를 쏟아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수사를 당부하는 내용이다.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에 정부 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이 출범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이하 국수본)에 특별수사단이 편성됐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국수본과 국세청, 금융위원회가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를 구성해 개발지역에서의 모든 불법적·탈법적 투기 행위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특수본에서 배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 당시 수사를 담당해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LH 사태에도 검찰의 수사 경험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검찰의 특수본 참여 문제는 정 총리가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더욱 크게 불거졌다.


3월11일 1차 조사 발표에서 정 총리는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 사례(13명)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LH와 국토부 직원 당사자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7명만 투기 의심자로 발표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셀프조사’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논란에도 경찰에 힘을 실어주면서 확실한 수사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LH 사태가 경찰 조직개편으로 출범한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검증받는 첫 시험대라고 언급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 등으로 힘이 실린 경찰에 대한 기대와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수사 경력이 없는 경찰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불거졌다. 

시작부터
삐걱댔다

남구준 경찰청 국수본 본부장은 3월8일 기자단과의 정례간담회에서 “검찰이 1~2기 신도시 수사의 컨트롤타워였던 것은 맞지만 경찰도 참여했다” “그동안 부동산 범죄를 특별단속해왔고 역량을 키워왔기 때문에 꼭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3월18일에도 “LH 사태는 전국적인 수사 지휘체계를 갖춘 국가수사본부가 가장 적합한 기관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함으로써 국수본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LH 사태 수사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특수본이 수사에 착수한 지 불과 20여일 만에 검찰이 LH 사태 수사에 합류했다. 3월30일 정 총리는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수사관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LH 사태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려는 카드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검찰의 역할은 특수본을 사이드에서 돕는 정도로 제한됐다. 

결국 LH 사태는 집권여당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4·7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모두 내줬다. 당초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희롱 의혹으로 선거가 치러지게 된 만큼 불리한 상황에서 LH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도 LH 사태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대통령 지지율 40% 벽이 깨졌고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비율이 높아졌다. 임기 초중반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크게 물러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재보선에서 참패한 여당과 청와대 입장에선 LH 사태 수사가 반전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잔챙이만
잡았다?

하지만 1560명의 대규모 수사 인원을 투입한 것치고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평이 속속 나오고 있다. LH 사태가 일어나고 3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수사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답보 상태에 접어들면서 특수본의 칼이 무딘 게 아니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본 출범 3개월간 646건, 2800여명을 수사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이 수사 중인 주요 공직자 중에는 국회의원 16명, 지자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의원 55등이 포함됐다.

이 중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직자 9명은 구속됐다. 

검찰은 별도의 직접 수사를 통해 기획부동산 등 14명을 구속하고 검‧경이 협조해 908억원의 부동산 투기수익을 몰수·추징했다. 국세청 부동산 탈세 특별조사단이 45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한 결과 94건의 혐의가 확인됐고, 534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불법 대출이 의심되는 4개 금융기관을 현장 점검해 총 43건, 67명을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 조사와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부동산 관련 탈법행위는 다양했다. 전직 차관급 기관장과 기초지자체장, 시군의원, 실무 직원까지 여러 공직자가 내부정보를 활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가 다수 적발됐다. 기획부동산 등이 청약통장 관련 불법 행위를 알선하거나 지역주택조합장이 불법투기를 공모한 사례도 확인됐다. 

20명 구속했는데 고위공직자 ‘0’
여당 의원 수사로 공정성 기로

이날 발표된 결과를 두고 특수본의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수본은 줄곧 공직자의 내부정보 이용 투기 혐의에 대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속된 인물을 보면 최초 구속 사례였던 경기 포천시 공무원을 비롯, 전직 경기도청 공무원, LH 직원,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등 지방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에 그치고 있다. 

선출직 중에서는 경북 고령군의원, 전직 경기시흥시의원 등 지방의회의원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전직 강원 양구군수만 구속됐다.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담당하며 3기 신도시 토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일명 ‘강사장’으로 불렸던 인물을 비롯해 2명이 지난 8일 뒤늦게 구속됐다. 

강씨 등은 지난해 2월27일 내부정보를 활용, 다른 전·현직 LH 직원 등과 함께 시흥시 과림동에 있는 토지 5025㎡를 22억5000만원에 공동으로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매입한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당 길이 180~190㎝의 왕버들 나무를 심었다.

토지 보상 부서에 재직하며 보상금 지급 기준을 잘 아는 강씨가 보상금을 많이 챙기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다. 특수본은 현재 국회의원 16명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 강제수사가 이뤄진 대상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1명뿐이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서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수사 의뢰하면서 특수본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특수본은 지난달 17일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현직 의원 2명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불입건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민주당 양항자·양이원영 의원으로 밝혀졌다. 이튿날에는 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배우자 명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권익위 조사에서 양이 의원과 김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 명단에 포함된 것.

현재까지 특수본이 압수수색을 하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대상이 모두 야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여당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특수본은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진 상황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까지 안고 가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여 봐주기
앞으로는?

경찰 안팎에서는 여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LH 사태 수사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선 100일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만큼 특수본이 추후 수사에서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권익위 자료를 검토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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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