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첫 승의 기쁨

포기하지 않은 시간에 대한 보상

이경훈과 샘 번스가 PGA 첫 승을 따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거둔 수확이다. 유로피언 투어에서는 데뷔 28년 만에 마수걸이를 신고한 48세 노장 골퍼가 주목받고 있다. KLPGA에서는 곽보미가 첫 승을 신고했다.

 

이경훈(CJ대한통운)이 2020 -2021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달러)에서 역전드라마를 연출하며 생애 첫 우승을 이뤄냈다. 이경훈은 지난달 1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 7468야드)에서 열린 AT&T 바이런 넬슨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8개,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달콤한 승리
주목의 대상

최종합계 25언더파 263타를 기록한 이경훈은 자신의 80번째 PGA 투어 경기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경훈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비롯해 2015·2016년 한국 오픈 2연패의 금자탑을 쌓았고, 2012· 2015년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에서도 한 차례씩 우승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PGA 콘페리 투어(2부 투어)를 통해 PGA 투어 무대를 노크했고, 2018년 콘페리 투어 상금랭킹 9위로 자신이 꿈꿔왔던 PGA 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3시즌 만에 기다리던 PGA 투어 첫 승을 일궈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 김시우, 강성훈, 임성재에 이어 PGA 투어에서 우승한 8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1번 홀(파4) 2위로 출발한 이경훈은 2번 홀(파4)부터 4번 홀(파3)까지 3개 홀 연속 버디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6번 홀과 8번 홀(이상 파4)에서 또다시 버디 2개를 잡아냈고, 전반 마지막 홀인 9번 홀(파5)에서 보기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전반에만 4타를 줄인 이경훈은 12번 홀(파5)에서 또다시 버디를 더했다. 15번 홀(파3)까지 파로 잘 막은 이경훈은 16번 홀(파4) 퍼트를 하려던 순간 낙뢰가 떨어졌다. 결국 경기위원들이 중단을 알렸다.

경기 중단은 약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좋은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시 진행된 경기에서 이경훈은 16번 홀 보기로 2위와의 간격이 2타 차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 보기가 오히려 이경훈의 집중력을 더 높이는 결과로 다가왔다. 17번 홀(파3) 티샷을 홀 3m 거리에 붙인 후 절정의 퍼팅감으로 버디를 잡아냈고, 18번 홀(파5)에선 투온에 성공한 후 이글 퍼트를 홀 바로 옆에 붙인 후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이경훈은 이날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쥐고 평균 269야드(245m)를 날렸고, 페어웨이 안착률은 57.14%, 그린 적중률은 77.78%를 기록했다. 퍼트 당 얻은 이득 수는 1.851이다.

이경훈, 생애 첫 PGA 우승
번스, 마수걸이 승리 장식

경기 후 현지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이경훈은 “정말 긴 시간이었다. ‘인고의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긴 기다림이었다. 감사하다”며 “우승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7월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 역시도 믿기지 않는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경훈은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올해 US 오픈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US 오픈을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에 따르면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27명의 선수가 US 오픈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고 전했다.

USGA는 다른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지 못한 선수 가운데 지난달 25일 기준 세계랭킹 60위 이내에 들면 출전권을 부여한다. 이경훈은 극적으로 60위에 올라 US 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샘 번스(미국)도 PGA 투어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번스는 지난달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 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파71, 7340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69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3개에 버디 6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긍정 생각
이변 연출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번스는 키건 브래들리(14언더파 270타)를 3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124만 2000달러.

2017년 10월 PGA 투어에 데뷔한 번스는 2018년에 PGA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서 1승을 거둔 바 있다. 번스는 지난 2월에 열렸던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3위에 입상한 것이 이번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번스는 1번 홀(파5)과 2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우승에 다가섰다. 이어진 7번 홀(파4) 버디 후 8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11번 홀(파5)에서 다시금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14번 홀(파5)과 15번 홀(파3)에서 버디와 보기를 주고 받은 번스는 16번 홀(파4) 버디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으나 대세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

인고의 세월
감격의 눈물

‘48세 노장’ 리차드 블랜드(잉글랜드)가 데뷔 28년만에 유러피언 투어에서 우승하며 인간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난달 1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서튼콜드필드 벨프리골프장(파72, 7232야드)에서 막을 내린 브리티시 마스터스(총상금 185만 파운드) 최종 4라운드에서 블랜드는 6언더파를 몰아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 공동선두로 대회를 마쳤다.

귀도 미글리오지(이탈리아)와 18번 홀(파4)에서 격돌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블랜드는 파를 기록한 반면 미글리오지는 파 퍼트에 실패하며 블랜드가 우승을 차지했다. 무려 ‘477전 478기’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연장전에서 챔피언 파퍼트 성공으로 우승이 확정되자 블랜드는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1996년 데뷔한 프로 25년 차의 감격스러운 눈물이었다. 이전까지 블랜드의 프로 무대 우승은 2001년 유럽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에서 거둔 1승이 유일했다.

 

하지만 1973년 3월2일생인 블랜드는 이번 우승으로 유러피언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블랜드는 2018년 유러피언투어 카드를 잃었다. 2부 투어로 내려가 와신상담 기회를 노리던 블랜드는 올 시즌 다시 유러피언투어 복귀에 성공했다.

블랜드는 “46세에 챌린지 투어에 다시 내려가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고, 나는 함께 뛰는 선수들의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했다”며 “올해 500회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게 되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이라 전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도 생애 첫 승을 따낸 선수가 탄생했다. 85전 86기만에 정상을 밟은 투어 10년 차 곽보미가 그 주인공이다.

곽보미는 지난달 9일 경기도 안산 아일랜드CC(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잡아내며 4언더파 68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를 기록한 곽보미는 지한솔(25)을 1타 차이로 뿌리치고 투어 데뷔 10년 만에 감격의 생애 첫 승을 이뤘다. 지난 2010년 8월, 프로에 입문한 후 무려 11년 만에 첫 승 신고다. 그 사이 정규 투어와 2부 투어를 오가며 205개 대회에 출전했다.

블랜드, 28년 만에 유로피언 투어 승리
‘투어 10년차’ 곽보미 85전 86기만 신화

정규 투어에서는 2019년 7월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게 가장 좋은 성적이고, 드림 투어에서는 세 차례 우승 기록이 있다. 올해도 앞서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억800만원은 지난 시즌 내내 벌었던 7930만원을 훌쩍 넘는 액수다.

곽보미는 우승 직후 “지금 너무 떨려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며 “지난해 시드를 잃었으면 그만하려고 했는데, 운 좋게 60등으로 돼서 올해 또 1년만 더 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곽보미는 1타 차로 앞서던 18번 홀(파5)에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왼쪽으로 많이 휘며 카트 도로를 타고 흘렀고, 그린 주위 벙커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은 앞쪽 벙커 턱을 맞고 그린 위로 올라가는 등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단번에
대박!

이 상황에 대해 곽보미는 “18번 홀 티샷은 제가 몸이 급하게 나가는 바람에 왼쪽으로 많이 갔는데 파 5홀이어서 안전하게 파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며 “세 번째 샷은 디벗 안에 공이 있어서 그렇게 칠 수밖에 없었고 생각대로 공이 잘 가서 다행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3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했던 그는 “올해 대회 때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에 대비한 연습을 많이 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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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