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약품 황태자의 이중행보

필요할 때만 외치는 윤리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제약품 후계자의 이중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앞에서는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했지만, 뒤에서는 리베이트를 내세워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후계자를 재선임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은 투명 경영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ISO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인증’ 획득에 나서고 있다. ISO37001는 기업이 활동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접대와 선물, 리베이트 등 뇌물수수를 방지할 전사적 시스템을 요구한다. 통과까지는 꽤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정보보호 정책, 법적 준거성 등 14개 관리영역 114개 항목에 걸친 적정성 평가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말만 그럴 듯~

인증기업은 인증 이후 1년 안에 사후 심사를 받아야 하며 3년마다 기존 부패방지 경영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는 심사를 거쳐야 갱신이 가능하다. 윤리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자는 목적에서다.

국제약품이 2019년 8월 ISO37001 인증을 획득한 것도 윤리경영을 뿌리내리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국제약품은 2018년부터 준법경영 강화와 부패방지 방침을 제정하고, 부패방지 책임자를 중심으로 내부 심사원 선임과 TF팀을 운영하는 등 ISO37001 인증을 준비한 바 있다.

ISO37001 인증 획득은 평소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너 3세 남태훈 국제약품 대표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 대표는 “투명경영은 국제약품 그룹의 문화이자 지속성장을 위한 핵심가치”라며 “사회적 기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투명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업계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980년생인 남 대표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 보스턴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약품 계열사 효림산업 관리본부인턴사원으로 입사하면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09년 국제약품 마케팅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관리부 차장, 영업관리부 부장, 영업관리실 이사대우를 거쳐 2013년 국제약품 판매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2017년 사장으로 명함을 바꿔달았다.

남 대표의 경영능력은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국제약품은 남 대표 부임 이후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2014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14억2300만원을 기록했던 국제약품은, 남 대표가 취임한 2015년에 21억원 흑자로 돌아선 이래 매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6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앞에선 투명…뒤에선 리베이트
집유 2년…그래도 대표 재선임

다만 남 대표는 윤리경영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윤리적인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윤리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상충되는 이전의 행각 때문이다.

2018년 10월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전국 384개 병·의원 의사에게 42억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남 대표를 비롯해 국제약품 임직원 10여명을 입건했다. 또 이들로부터 최고 2억원까지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06명 등 총 127명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국제약품의 영업기획부서는 대표이사 승인을 받아 특별상여금, 본부지원금 등 다양한 형태로 배당 후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관리했으며, 이를 병·의원 리베이트 제공 등 영업활동에 사용했다. 이후 검찰로 이첩된 이 사건은 2019년 4월 검찰이 기소함으로써 재판이 진행되기에 이른다.

결국 남 대표는 지난해 3월 리베이트 관련 1심 재판에서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제약품은 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전·현직 임원 4명도 징역6월에서 1년을 선고받았으나 전원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남 대표가 리베이트 제공에 가담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자, 남 대표가 내세운 윤리경영의 가치는 다소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회사 내 입지는 큰 변동이 없었다. 남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이사회 구성원 8명(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3명) 전원이 재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남 대표의 재선임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진 게 없다. 업계에서는 주력제품의 매출 증가와 코로나19 이후 KF94 마스크 미국 수출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점이 재선임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자리 보존

남 대표가 사실상 회사의 후계자라는 점 또한 대표 재선임 결정이 내려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남 대표는 남영우 국제약품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인 고 남상옥 회장의 손자다. 그의 남다른 가족도는 남 대표가 입사 10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국제약품의 ‘꼭대기’에 안착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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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