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눈 먼 자를 위한 노래 이채은

세상의 ‘지금, 여기’를 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마포구 소재 갤러리 챕터투에서 이채은의 개인전 ‘눈 먼 자를 위한 노래(A song for the unseen)’를 준비했다. 이채은은 과감한 원색의 화면에 특정한 사회 상황과 역할에 처한 인물들을 배열, 상상과 현실의 영역을 자유롭게 아우르는 시사성 있는 화풍을 선보여왔다. 

이채은 작가는 지난해 네덜란드의 레지던시 과정과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귀국했다. 이번 개인전 ‘눈 먼 자를 위한 노래(A song for the unseen)’는 그동안 준비한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원색의 화면

이채은의 작품은 자신이 살고 경험하며 노출돼있는 동시대의 사회적 현상과 구성원들 간의 역학관계를 회화에 반영하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가 동시대의 영향권 안에서 창작활동의 동력을 흡수하고 작품으로 표출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런 영향력 안에서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보다 객관적인 관찰자의 관점에서 사건과 이미지들을 큐레이션해 선별적으로 등장시키고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채은은 후자에 가깝다.

그는 창작의 영역에서 즉흥성이 가지는 놀라운 효과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사전에 화면을 세심하게 구획하고 대상을 위치시킨다. 문학에서 르포르타쥬가 어떤 사건에 대한 필자의 배경지식과 식견이 사실과 함께 어우러져 기술되는 장르라면, 이채은은 회화의 영역에서 이와 유사한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네덜란드서 귀국 후 첫 전시
상상과 현실의 영역 아울러

현란한 화면 구성에 현혹되지 않고 찬찬히 살펴본다면 이채은이 애초에 염두에 뒀던 스포트라이트는 몇몇 지점에 고정돼있음을 알 수 있다. 또 그 지점에 도사리고 있는 내러티브들도 읽어낼 수 있다. 

화면에 이미지를 가득 담는 올 오버 구성은 이채은의 최근작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행위에 몰입돼있는 인물들과 제복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관람객에게 미디어의 보도사진을 접할 때와 유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들은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함의에 대해 골몰한다. 

대부분의 보도사진이 특징적인 요소를 한 화면에 자극적으로 담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전면 구성은 작품의 주제가 시사성에 기인한 점을 환기시킨다. 동시에 이채은의 작품은 정보의 전달 매개로써 비대칭적으로 설계돼있다. 

일상 영역 밖의 상징과 이미지들이 담긴 화면은 특정한 집단에 속해 있거나 관련 지식의 유무에 따라 각기 다른 감상을 준다. 예를 들어 작품 ‘눈 먼 자를 위한 노래Ⅱ’에는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뤼헐의 ‘장님을 인도하는 장님’이 차용됐다.

이미지 가득 담는 구성
보도사진과 유사한 감정

또 무지개 우산, 나무 심는 사람들, 진료소와 바리케이트, 숫자 73 등이 산재해 있는데, 이는 중세 바니타스의 구성적 요소인 정물들의 상징과 연계해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각기 다르게 읽혀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강렬한 원색에 대비되는 어둡고 흐릿한 배경의 연출은 구상의 포화를 누그러뜨린다. 이채은이 중심 의도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원색의 거침없는 발현은 전체 화면에 생기와 즉흥성을 배가시킨다. 

이 같은 생기는 이채은이 취사선택한 주제들이 즉각적으로 발화하고 번져가다 곧 다른 이슈에 묻혀 버리거나 전복될 것 같은 아슬함을 품고 있다. 소방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 맹렬히 타오르는 화염, 부산히 떠다니는 새떼, 동작에 심취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지금, 여기’는 곧 종료될 것이고, 세상은 또 다른 돌발적 사건과 도그마에 삼켜질지도 모른다. 

시사성 화풍

챕터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이채은이 우리에게 던질 도발적인 질문들의 실마리를 가늠해 보는 흥미로운 기회”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채은은?]

▲학력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 졸업(2005)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서양화과 학사 졸업(2000)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여름학기 수료(2001)

▲개인전
‘눈 먼 자들을 위한 노래 A Song for the Unseen’ 챕터투(2021)
‘눈 먼 자들을 위한 노래 A Song for the Unseen’ EENWERK(2020)
‘The Moment Your Smile Fades Away’ 송은아트큐브(2019)
‘히든플롯’ 갤러리밈(2019)
‘I Don’t want Realism, I want Magic’ 아트비앤(2018)
‘뒤틀린 경계’ Art & Space 312(2017)
‘제멋대로 자란’ 갤러리 피치(2016)
‘Overgrown Stories, Artery Art Space’ Artery Art Space(2015)
‘부유하는 독백’ 소셜코드 갤러리(2014)
‘Elaborate Fantasy: Magical Reality’ 갤러리 라메르(2013)

▲수상
Yaddo Corporation 기금(2016)
Milton & Sally Avery Arts Foundation 기금(2015)
제31회 중앙미술대상 입상(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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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