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몰리면 무조건 황금알?

부동산 시장에서 ‘기업이 몰리면 투자가치가 상승한다’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기업 투자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게 되면 늘어난 주택 수요나 임대수요로 확충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에 앞서 가장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업 투자 여부’다. 특히 IT나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국제업무 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되는 지역 등이 부동산의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첨단산업
국제업무

기업체 등이 몰리는 지역은 일반 산업과 달리 고부가 가치 기업들이 입주하고, 업무지역이 조성돼 풍부한 유동인구와 상주인구를 바탕으로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또 고급인력을 위주로 한 두터운 실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요를 뒷받침할 교통이나 교육, 상업 편의시설 등 인프라 구축도 잘 돼 있어 주거선호도는 물론 집값 상승률도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의 마곡지구·용산구·여의도·영등포구, 경기의 경우 판교신도시 ·용인 플랫폼시티(용인 기흥구)·용인 반도체클러스터(용인 처인구)·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인천은 송도국제도시, 지방에서는 충남 천안·아산 등이 있다.

서울 마곡지구는 현재 총 165개 기업, 3만8000여명 R&D 인력이 근무하는 서울의 핵심 R&D 산업 거점도시로 성장하며 집값도 많이 올랐다. KB리브온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가 자리한 아파트 가격은 올 3월 기준으로 3.3㎡당 평균 3455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3년 전인 2018년 3월(2362만원)과 비교해 46.2%가 상승한 것이다.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도 기업체가 몰리고 있다. 영등포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여의도에는 8032개 사업체 15만7954명의 직장인이 일하고 있다. 이중 고소득 직장인이 많은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가 4만553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영등포와 여의도 일대는 서울시의 ‘2030 서울플랜’을 통해 국제금융지구로 개발될 계획이다. 신길뉴타운·영등포뉴타운을 비롯해 영등포구 전역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구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풍부한 배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의 심장부인 용산구도 기업체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용산Y밸리에 창업공간을 확보하고 정보통신, 유통, 핀테크기업 유치를 추진한다.

투자가 곧 일자리 창출
가치 상승 불변의 법칙

오 시장은 정보통신, 유통, 금융 등 서울의 주요산업을 키우기 위해 용산을 중심으로 창업지원과 유니콘기업 유치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장 후보였던 지난 2월4일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용산은 미군부대 이전과 용산정비창 부지 등 서울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고 보고 있다.

용산 실리콘밸리계획을 통해 용산전자상가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묶어 ‘미래 신산업 실리콘밸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통신, 유통, 핀테크, 보안 등을 주력 육성산업으로 꼽았다. 용산전자상가 일대의 ‘용산Y밸리’와 연계해 청년벤처 창업공간을 조성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의 테스트베드와 국제 금융, 숙박, 주거기능까지 조합한다.

용산Y밸리는 2017년 2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다. 기존 유통산업과 함께 드론, 확장현실(XR), 로봇 등 신산업의 육성공간으로 조성됐다. 오 시장은 미군부대 기지에 들어설 용산공원과 이태원의 글로벌문화집적지를 묶는다면 K-문화의 발산지로 육성할 수도 있다고 봤다.


경기 지역에는 성남 판교신도시와 용인 플랫폼시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등이 있다. 성남 판교는 대표적인 자족형 도시의 표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판교신도시의 성공은 66만㎡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에 정보통신, 생명공학, 콘텐츠 등 첨단 산업 관련 기업·연구기관이 모이면서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 핵심 비결이다.

최근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은 총 1259개나 된다. 입주기업 총 매출액은 107조2000억원에 달한다. 상시 근무하는 직원 수는 6만4497명이고, 근로자 중 30대(45%)가 가장 많다. 20대 근로자까지 더하면 30대 이하 젊은 근로자 비율은 64%나 차지한다.

인프라 구축
블루칩 주목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자리 잡은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카카오, 넥슨, NC소프트 등 13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어 직주근접이 뛰어나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는 연내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며 소프트웨어, 바이오, 반도체, 자율주행차 등 관련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성남 금토지구에는 제3테크노밸리가 2023년 조성 완료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도권 남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용인 기흥구 ‘용인플랫폼시티’의 조성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지난해 7월 용인시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주민 공람공고를 하는 등 본격적인 인허가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내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마무리하고, 2022년 초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2023년 착공해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시공사는 플랫폼시티 사업으로 단지조성 단계에 2만4000여명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입주가 시작되는 2028년에는 상근 종사자 수가 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 용인시 역북지구 ‘우미린센트럴파크’ 전용면적 84E㎡형은 6억59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동일 주택형은 지난해 4월 5억2500만원(24층)에 팔렸었는데, 10개월 새 1억34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높은 경쟁률
치솟는 집값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분당구 삼평동 아파트값 또한 3.3㎡당 평균 3045만원(2018년 3월)에서 4867만원(2021년 3월)으로 3년 만에 59.8%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인천의 경우 바이오헬스 분야의 핵심기지로 자리 잡은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송도동 역시 같은 기간 1399만원에서 2049만원으로 46.4%의 아파트값 상승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설립·운영을 위해 100조원 투자를 약속한 평택 고덕국제도시 분양시장도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1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의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376가구 모집에 3만2588건이 접수해 평균 8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충남 아산시 탕정지구에 ‘탕정지구 시티프라디움(2-A4블록)’전용 84A㎡형 분양권은 지난 3월 5억90 5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3월 동일 주택형이 3억9550만원(14층)에 거래됐는데 1년 새 2억원이 오른 것이다.

천안·아산지역은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의 13조원 신규투자 등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대기업 협력업체와 산업단지 입주 기업, 단국대, 상명대 천안캠퍼스, 백석대 등의 대학까지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첨단기업단지나 국제업무지구 특성상 고소득 직종이 많아 구매력이 안정돼 있고 상권 및 학군,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지역은 인구증가는 물론 상권 활성화, 개발호재가 더해 투가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업체 투자지역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IT, 반도체 등 고부가 업체 입주
고급 인력 위주로 실수요층 형성

 

▲여의도 리미티오148= 반도건설은 고급 소형 주거시설 ‘여의도 리미티오148’을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0층, 전용 23~49㎡, 8개 타입, 도시형 생활주택 132실, 오피스텔 16실 등 총 148실로 조성된다. 근린생활시설 5실도 함께 만들어진다. 전 호실이 소형아파트를 대체할 전용 50㎡이하의 틈새상품으로 설계됐다.

 

 

▲용산 센트럴포레=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3-12번지 일대에 ‘용산 센트럴포레’전세대 투룸 오피스텔 및 소형 아파트가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4층, 총 2개동, 총 100세대 규모로 오피스텔 72실과 소형 아파트 28세대로 모두 전매가 가능하다. 101동은 오피스텔 3~11층, 소형 아파트 12~14층이다. 102동은 오피스텔 2~10층, 소형 아파트 11~14층이다. 투룸 오피스텔은 아파트를 닮은 3베이 아파텔 구조로 주차는 총 78대가 가능하다.

 

▲판교 아이스퀘어= 판교 제2테크로밸리에 들어서는 유일한 독점 상가인 ‘아이스퀘어’가 분양한다. 연면적 약 25만5546㎡(7만7000평)에 호텔, 오피스, 판매 및 문화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총 3개동 지하 6층~지상 10층으로 주차 대수만 2300여대에 이른다.

각 동에는 판매시설 및 영화관, 호텔, 공연장 등이 입점 예정으로 단순 대형 오피스빌딩 상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판매시설을 입점 시킨 대형 쇼핑몰 개념도 도입된다. 평일 상주인구와 주말에도 외부고객을 유입해 입점 판매시설의 매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죽전 더스테이= 트라이엄프㈜는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1228번지 일대에서 공급하는 ‘죽전 더스테이’를 선보인다. 대지면적 5838.00㎡, 총 30세대(30개 필지 총 30개동, 관리동 제외)의 규모로 조성된다. 단독주택단지로 입주민 전용 출입문이 따로 존재하고, 경비실과 커뮤니티동이 제공된다.

단독주택으로 단지 전체의 대지를 지분으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며, 내 건물 아래 내 토지를 소유하게 된다. 도로 및 커뮤니티 동등은 지분으로 공동소유 한다. 2개의 타입(A타입 19세대/B타입 11세대)으로 제공된다. 2대의 벙커주차장, 멀티공간, 단독정원과 다락, 옥상테라스 등이 있다.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11-2번지에서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가 공급 중이다. 1층과 2층 판매시설로 본격적인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 전환)에 나서고 있다. 송도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대지면적 1만2501.6㎡(약 3782평), 건축연면적 1만9500여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3층 규모로 지어진다. 오피스(지상 17층), 오피스텔(지상 23층), 판매시설(지상 2층)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다.

 

▲천안 한양수자인 에코시티= 천안·아산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선정된 천안 동남구 풍세지구에서는 ‘천안 한양수자인 에코시티’가 분양된다. 지하 2층~지상 29층, 30개 동, 전용 59~84㎡, 총 32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800만원대로 59㎡타입 1억9000만원대, 84㎡타입 2억7000만~2억9000만원대다.

고소득 직종
구매력 안정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트밸리(아파트)= 효성중공업은 충남 아산시에서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트밸리’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20층, 10개 동, 전용면적 59~84㎡ 총 704세대로 조성된다. 이 단지는 인접한 천안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일시티’1318가구와 함께 총 2000세대에 달하는 ‘해링턴 플레이스’브랜드 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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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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