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몰리면 무조건 황금알?

부동산 시장에서 ‘기업이 몰리면 투자가치가 상승한다’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기업 투자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게 되면 늘어난 주택 수요나 임대수요로 확충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에 앞서 가장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기업 투자 여부’다. 특히 IT나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국제업무 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되는 지역 등이 부동산의 블루칩으로 주목받고 있다.

첨단산업
국제업무

기업체 등이 몰리는 지역은 일반 산업과 달리 고부가 가치 기업들이 입주하고, 업무지역이 조성돼 풍부한 유동인구와 상주인구를 바탕으로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또 고급인력을 위주로 한 두터운 실수요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요를 뒷받침할 교통이나 교육, 상업 편의시설 등 인프라 구축도 잘 돼 있어 주거선호도는 물론 집값 상승률도 높은 편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의 마곡지구·용산구·여의도·영등포구, 경기의 경우 판교신도시 ·용인 플랫폼시티(용인 기흥구)·용인 반도체클러스터(용인 처인구)·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인천은 송도국제도시, 지방에서는 충남 천안·아산 등이 있다.

서울 마곡지구는 현재 총 165개 기업, 3만8000여명 R&D 인력이 근무하는 서울의 핵심 R&D 산업 거점도시로 성장하며 집값도 많이 올랐다. KB리브온 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가 자리한 아파트 가격은 올 3월 기준으로 3.3㎡당 평균 3455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3년 전인 2018년 3월(2362만원)과 비교해 46.2%가 상승한 것이다.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도 기업체가 몰리고 있다. 영등포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여의도에는 8032개 사업체 15만7954명의 직장인이 일하고 있다. 이중 고소득 직장인이 많은 금융 및 보험업 종사자가 4만553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영등포와 여의도 일대는 서울시의 ‘2030 서울플랜’을 통해 국제금융지구로 개발될 계획이다. 신길뉴타운·영등포뉴타운을 비롯해 영등포구 전역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인구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풍부한 배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의 심장부인 용산구도 기업체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용산Y밸리에 창업공간을 확보하고 정보통신, 유통, 핀테크기업 유치를 추진한다.

투자가 곧 일자리 창출
가치 상승 불변의 법칙

오 시장은 정보통신, 유통, 금융 등 서울의 주요산업을 키우기 위해 용산을 중심으로 창업지원과 유니콘기업 유치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장 후보였던 지난 2월4일 용산을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용산은 미군부대 이전과 용산정비창 부지 등 서울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고 보고 있다.

용산 실리콘밸리계획을 통해 용산전자상가와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묶어 ‘미래 신산업 실리콘밸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통신, 유통, 핀테크, 보안 등을 주력 육성산업으로 꼽았다. 용산전자상가 일대의 ‘용산Y밸리’와 연계해 청년벤처 창업공간을 조성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의 테스트베드와 국제 금융, 숙박, 주거기능까지 조합한다.

용산Y밸리는 2017년 2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됐다. 기존 유통산업과 함께 드론, 확장현실(XR), 로봇 등 신산업의 육성공간으로 조성됐다. 오 시장은 미군부대 기지에 들어설 용산공원과 이태원의 글로벌문화집적지를 묶는다면 K-문화의 발산지로 육성할 수도 있다고 봤다.


경기 지역에는 성남 판교신도시와 용인 플랫폼시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등이 있다. 성남 판교는 대표적인 자족형 도시의 표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판교신도시의 성공은 66만㎡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에 정보통신, 생명공학, 콘텐츠 등 첨단 산업 관련 기업·연구기관이 모이면서 많은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 핵심 비결이다.

최근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판교테크노밸리 입주기업은 총 1259개나 된다. 입주기업 총 매출액은 107조2000억원에 달한다. 상시 근무하는 직원 수는 6만4497명이고, 근로자 중 30대(45%)가 가장 많다. 20대 근로자까지 더하면 30대 이하 젊은 근로자 비율은 64%나 차지한다.

인프라 구축
블루칩 주목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자리 잡은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카카오, 넥슨, NC소프트 등 130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어 직주근접이 뛰어나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는 연내 1단계 사업이 완료되며 소프트웨어, 바이오, 반도체, 자율주행차 등 관련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성남 금토지구에는 제3테크노밸리가 2023년 조성 완료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도권 남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용인 기흥구 ‘용인플랫폼시티’의 조성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지난해 7월 용인시는 ‘경기용인 플랫폼시티’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을 위해 주민 공람공고를 하는 등 본격적인 인허가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내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승인을 마무리하고, 2022년 초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2023년 착공해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시공사는 플랫폼시티 사업으로 단지조성 단계에 2만4000여명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입주가 시작되는 2028년에는 상근 종사자 수가 4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월 용인시 역북지구 ‘우미린센트럴파크’ 전용면적 84E㎡형은 6억5900만원(22층)에 거래됐다. 동일 주택형은 지난해 4월 5억2500만원(24층)에 팔렸었는데, 10개월 새 1억34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높은 경쟁률
치솟는 집값

판교테크노밸리가 있는 분당구 삼평동 아파트값 또한 3.3㎡당 평균 3045만원(2018년 3월)에서 4867만원(2021년 3월)으로 3년 만에 59.8%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인천의 경우 바이오헬스 분야의 핵심기지로 자리 잡은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송도동 역시 같은 기간 1399만원에서 2049만원으로 46.4%의 아파트값 상승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설립·운영을 위해 100조원 투자를 약속한 평택 고덕국제도시 분양시장도 여전히 뜨겁다. 지난해 1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고덕 센트럴’의 1순위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376가구 모집에 3만2588건이 접수해 평균 8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충남 아산시 탕정지구에 ‘탕정지구 시티프라디움(2-A4블록)’전용 84A㎡형 분양권은 지난 3월 5억90 5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3월 동일 주택형이 3억9550만원(14층)에 거래됐는데 1년 새 2억원이 오른 것이다.

천안·아산지역은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의 13조원 신규투자 등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대기업 협력업체와 산업단지 입주 기업, 단국대, 상명대 천안캠퍼스, 백석대 등의 대학까지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첨단기업단지나 국제업무지구 특성상 고소득 직종이 많아 구매력이 안정돼 있고 상권 및 학군,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일자리 창출지역은 인구증가는 물론 상권 활성화, 개발호재가 더해 투가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업체 투자지역에 분양(예정) 중인 단지.

IT, 반도체 등 고부가 업체 입주
고급 인력 위주로 실수요층 형성

 

▲여의도 리미티오148= 반도건설은 고급 소형 주거시설 ‘여의도 리미티오148’을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20층, 전용 23~49㎡, 8개 타입, 도시형 생활주택 132실, 오피스텔 16실 등 총 148실로 조성된다. 근린생활시설 5실도 함께 만들어진다. 전 호실이 소형아파트를 대체할 전용 50㎡이하의 틈새상품으로 설계됐다.

 

 

▲용산 센트럴포레=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3-12번지 일대에 ‘용산 센트럴포레’전세대 투룸 오피스텔 및 소형 아파트가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14층, 총 2개동, 총 100세대 규모로 오피스텔 72실과 소형 아파트 28세대로 모두 전매가 가능하다. 101동은 오피스텔 3~11층, 소형 아파트 12~14층이다. 102동은 오피스텔 2~10층, 소형 아파트 11~14층이다. 투룸 오피스텔은 아파트를 닮은 3베이 아파텔 구조로 주차는 총 78대가 가능하다.

 

▲판교 아이스퀘어= 판교 제2테크로밸리에 들어서는 유일한 독점 상가인 ‘아이스퀘어’가 분양한다. 연면적 약 25만5546㎡(7만7000평)에 호텔, 오피스, 판매 및 문화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총 3개동 지하 6층~지상 10층으로 주차 대수만 2300여대에 이른다.

각 동에는 판매시설 및 영화관, 호텔, 공연장 등이 입점 예정으로 단순 대형 오피스빌딩 상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판매시설을 입점 시킨 대형 쇼핑몰 개념도 도입된다. 평일 상주인구와 주말에도 외부고객을 유입해 입점 판매시설의 매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죽전 더스테이= 트라이엄프㈜는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1228번지 일대에서 공급하는 ‘죽전 더스테이’를 선보인다. 대지면적 5838.00㎡, 총 30세대(30개 필지 총 30개동, 관리동 제외)의 규모로 조성된다. 단독주택단지로 입주민 전용 출입문이 따로 존재하고, 경비실과 커뮤니티동이 제공된다.

단독주택으로 단지 전체의 대지를 지분으로 갖게 되는 것이 아니며, 내 건물 아래 내 토지를 소유하게 된다. 도로 및 커뮤니티 동등은 지분으로 공동소유 한다. 2개의 타입(A타입 19세대/B타입 11세대)으로 제공된다. 2대의 벙커주차장, 멀티공간, 단독정원과 다락, 옥상테라스 등이 있다.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11-2번지에서 ‘송도 형지 글로벌패션복합센터’가 공급 중이다. 1층과 2층 판매시설로 본격적인 임대분양(임대 후 분양 전환)에 나서고 있다. 송도 지식정보단지역 인근에 대지면적 1만2501.6㎡(약 3782평), 건축연면적 1만9500여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3층 규모로 지어진다. 오피스(지상 17층), 오피스텔(지상 23층), 판매시설(지상 2층) 등 총 3개동으로 구성된다.

 

▲천안 한양수자인 에코시티= 천안·아산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선정된 천안 동남구 풍세지구에서는 ‘천안 한양수자인 에코시티’가 분양된다. 지하 2층~지상 29층, 30개 동, 전용 59~84㎡, 총 32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800만원대로 59㎡타입 1억9000만원대, 84㎡타입 2억7000만~2억9000만원대다.

고소득 직종
구매력 안정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트밸리(아파트)= 효성중공업은 충남 아산시에서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트밸리’를 분양한다. 지하 1층~지상 20층, 10개 동, 전용면적 59~84㎡ 총 704세대로 조성된다. 이 단지는 인접한 천안 ‘효성 해링턴 플레이스 스마일시티’1318가구와 함께 총 2000세대에 달하는 ‘해링턴 플레이스’브랜드 타운을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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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