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바야흐로 웨딩시즌인 가을이 다가왔다. 전국의 수많은 웨딩업체들은 박람회를 열고 고객맞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웨딩전문 컨설팅업체가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따르고 있다. 이들은 각기 제휴업체와 손을 잡고 할인패키지 이벤트로 고객을 유혹한다. 이후 돈만 가로채고 잠적하는 악랄한 수법으로 고객을 울리고 있다.
웨딩시즌이 돌아오면 웨딩사기사건도 빠지지 않는다. ‘평생의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치를 사람들에게 이 무슨 잔인한 짓인가’라며 격분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실제로 웨딩사기는 비일비재하다.
한 웨딩컨설팅업체와 계약을 하면 그곳에서 추천하는 담당 웨딩플래너의 추천에 따라 메이크업·헤어숍, 웨딩드레스숍, 예물숍, 심지어 여행사까지 패키지 상품을 고르게 한다. 상품가격도 몇 백만원부터 천만원대까지 나뉘어 졌고 가격이 오를수록 따라오는 옵션도 다양했다. 플래너의 지시에 따라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면 관련 제휴업체들도 고객 맞이를 준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갖 웨딩사기가 이뤄진다.
웨딩사기…시즌 행사
웨딩사기 사례 중 특히 본식앨범과 동영상, 그리고 웨딩앨범 사기가 가장 많았는데 포털사이트에서 발췌한 사례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작년 말, 부산의 A씨가 웨딩박람회를 방문한 후 당일 계약한 웨딩업체에 속아 웨딩촬영은 물론 앨범, 예물, 여행사, 한복비용까지 몽땅 사기당한 사례가 있었다. A씨는 총 15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웨딩업체에 지불했고 촬영과 예물 등이 다가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촬영날짜가 다가와도 깜깜 무소식이던 업체에 의심이 생긴 A씨는 계약한 웨딩컨설팅사에 연락을 시도했다.
업체는 A씨에게 스튜디오가 변경됐다며 계약되지도 않은 스튜디오 주소를 일러준 후 그대로 잠적했다. A씨는 촬영 당시 허름한 스튜디오와 형편없는 디자인의 드레스 몇 벌에 적잖은 실망을 했지만 액땜이라 생각하고 결혼식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예식이 3주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예물과 앨범 소식이 없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A씨는 웨딩컨설팅업체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없는 번호라는 음성뿐이었다. 그 때서야 그곳이 유령업체라는 것을 알게 된 A씨는 “지금까지 공들인 시간과 돈은 어떻게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웨딩플래너에게 속아 신혼여행 경비를 모조리 날린 사례도 있었다. 기존에 있던 신혼여행 사기는 여행사의 부도나 애초부터 등록이 안 된 유령업체와 잘못 계약을 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특이하게 웨딩플래너에게 속은 경우로, 지난 3월에 결혼식을 치른 B씨는 OO여행사의 한 상품을 담당 웨딩플래너에게 들고 가 해당 상품으로 계약했다.
곧바로 그는 플래너가 알려준 계좌로 여행 경비를 송금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가니 선택했던 패키지랑 전혀 다른 상품에 여행 아닌 고생만 하고 왔다. 웨딩플래너의 실수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B씨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담당 플래너에게 항의를 표하려 했지만 역시나 없는 번호라는 음성만 들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B씨는 여행사를 상대로 관광공사와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을 넣었다. 며칠 후 답변을 받은 B씨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애초 B씨가 원했던 여행사와 계약한 여행사가 전혀 다른 곳이었기 때문. 여행 경비는 모두 플래너의 계좌에 송금됐고 여행사와 상품 역시 웨딩컨설팅업체와 제휴를 맺은 여행사였던 것이다. 이후 B씨는 웨딩업체와 거래하는 여행사에 찾아가 항의했다. 그러나 제휴여행사 측은 “당신이 OO여행사랑 직접 계약한 것도 아니고 우리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 우리와도 직접 계약한 게 아니니 알아서들 하시라”는 싸늘한 대답만 돌아왔다.
상품별 가격 천차만별 “유령업체도 수두룩”
허니문패키지로 사기…예물 갖고 튄 업체도
웨딩플래너에게 사기당한 사례는 또 있었다. 예비신부 C씨는 웨딩촬영과 헤어·메이크업 패키지를 총 300만원으로 플래너와 계약을 했다. 처음에 계약금 60만원을 플래너에게 건넨 C씨는 며칠 후 모든 비용을 송금하라는 말을 듣고 의아해했지만 지인의 소개를 받은 터라 믿고 계약을 이어갔다. 그런데 플래너의 이상한 행동은 계속됐다.
C씨의 예식은 서울인데 웨딩촬영 장소를 굳이 부천으로 잡은 것이다. 촬영장에 도착한 이후엔 더 심각했다. 당사자가 고르지도 않은 드레스를 플래너 측이 임의로 결정한 후 헤어와 메이크업, 촬영까지 모두 플래너 측이 담당했고 C씨의 메이크업과 헤어는 도우미로 온 플래너의 친 동생이 직접 했다고 전했다. 쩍쩍 갈라져 들뜬 메이크업과 촌스러운 헤어스타일, 허름한 웨딩드레스에 격분한 C씨와 그녀의 예비신랑은 웨딩플래너 측에 허술한 서비스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 후 환불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이미 촬영이 끝난 이상 환불은 불가하다”며 일축했다.
최근 금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예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곳도 늘어났다. 특히 예물사기는 청담동이나 논현동에 위치하는 명품 보석관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결혼식을 치른 D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결혼전문 예물업체인 OO쥬얼리에 예약해둔 결혼반지를 찾으러 갔다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매장이 온통 비어 있었던 것. 알고 보니 전날 쥬얼리 업체 사장 김모씨가 귀금속과 보석 등을 모두 가지고 도망쳤다. D씨는 “예약한 결혼반지를 찾아가려 했다가 사장이 이유 없이 두 차례나 미뤄 연기했었다”며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다른 예물업체를 알아봤다”고 말했다. D씨와 같은 시기에 같은 곳에서 예물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8명이 넘었고 최소 100만원짜리 반지부터 2000만원 예물세트까지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강남 일대에 예물사기가 빈번해지자 한국웨딩플래너협회 측은 “신혼여행이나 웨딩앨범 사기는 있었지만 예물사기는 드물다”며 “예물도 여행 상품처럼 공제보험을 들게 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환불, 실제로 힘들어
소비자보호원에 웨딩사기사건고발이 증가하자 이들도 금전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대책과 환불규정을 늘리고 있지만 전국의 모든 웨딩업체들을 일일이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전한다. 소보원 관계자는 “현금결제 시 개인 계좌로 입금되어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되면 환급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신용카드로 결제 시에는 카드번호를 불러주고 7일 이내에 해당 카드사로 청약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해야 그나마 환급이 수월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결혼 한 번 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웨딩업체에 관련한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제가 요구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예비부부를 울리는 ‘악마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