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성매매 메카’ 미아리텍사스촌 가봤더니…

정부 엄포에도 홍등은 꺼지지 않았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스산한 기운이 맴도는 미아리텍사스촌. 30년 넘게 존재한 이곳이 영원히 사라질 전망이다. 2008년 미아리텍사스촌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당국은 모든 성매매업소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철퇴 직전인 미아리텍사스촌을 찾았다.

태풍 ‘볼라벤’이 불어 닥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미아리텍사스촌의 오후는 한산했다. 반쯤 내려온 두꺼운 발과 상단에 위치한 ‘미성년자 출입금지’ 팻말이 입구를 막아섰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는 보안시설 이었다. 때마침 텍사스촌과 연결돼있는 주차장을 통해 나오는 한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자는 남성에게 접근하려 다가갔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눈치를 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주차장과 연결된 통로에서 호객행위를 거드는 듯한 나이 든 업주는 “성매매특별법인가 뭐시긴가가 만들어진 이후 줄곧 손님이 줄고 있다”고 한탄했다. 업주는 성매매업소 철퇴에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아꼈고 기자가 불편한 듯 자리를 뜨려 애썼다.  

촘촘하게 늘어선 발을 가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업주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는 여성이고 여성이 이곳에 볼일(?)이 있어 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기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급기야 한 여주인이 다가와 “여기 무슨 일로 왔나”라며 쏘아붙였다.

기자는 신분을 노출한 뒤 “철퇴위기를 맞은 텍사스촌의 상황과 길 가에 나앉을 업주들과 성노동자들의 심경을 듣고자 왔다”는 답변과 함께 그녀에게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주인은 “난 아무것도 모른다. 해장국집 끼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집창촌 관리하는 사무실이 따로 있으니 그 곳으로 가서 얘기해보라”는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잠잠한 텍사스촌
철퇴 전야제(?)

8시가 조금 넘은 저녁시간이라서 그런지 홍등가는 그리 밝은 편이 아니었다. 몇몇 집만 붉은 조명이 켜져 있었고 언뜻 보이는 성노동 여성들도 그 시간이 되서야 하나둘씩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세 집을 걸쳐 물어물어 찾아간 사무실에는 세 명의 남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외간 여성이 찾아오자 그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뜸 “무슨 일로 오셨냐”며 물어왔다. 보도에 관련해 사실대로 말한 후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들 역시 거절했다. 아니 적대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들 중 언론에 가장 경계심을 보였던 남성은 “혹시 카메라 켜져 있나? 당장 꺼라” “뭐 적지 마라” 등의 명령조로 일축하며 기자를 경계했다.

그는 “당신이 오기에 앞서 OO신문사에서도 왔었는데 촬영 안 한다고 하더니 다 찍고 있었더라. 나중에 나한테 들키고 나서 도망가는 것을 우리 동생들 불러다가 가까스로 잡은 후 영상을 지웠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전에 겁부터 주려했다.

촬영과 녹취가 없다는 전제하에 남성과의 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철퇴위기를 맞은 미아리텍사스촌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았다. 드문드문 보였던 업소들은 많은 이들이 이곳을 떠나고 남은 자들만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생계유지를 위해 근근이 생활하는 생계유지형 노동자들이었고 가족부양을 위해 이 세계에 몸을 담게 된 사람들도 꽤 많다고 전해졌다.

기자가 그에게 철퇴이야기를 꺼내자 매우 흥분하며 욕설이 반쯤 섞여 대답했다. 이어 게시판에 걸어놓은 타 언론사의 기사를 가리키며 불만을 표했다.

지속적인 철퇴압박
업주들은 외면

“무슨 제목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하냐고. 우리도 여기 철거될 것 뻔히 아는데 그 얘기 제작년부터 지역당국에서 계속 나온 말이다. 아직도 아무 것도 철거된 것이 없지 않으냐. 난 그 사람들 믿지 않는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이슈가 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

그는 철퇴압박에 대해 딱 잘라 말하고선 기자를 보내려 했다. 이렇게 발을 돌릴 수는 없었다. 당국에서 말한 것과는 다른 업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심경과 상황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기자는 설득에 설득을 이어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텍사스촌을 방문하는 손님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현재는 85%나 감소돼 하루에 많으면 15명 안팎의 고객만 텍사스촌을 찾는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서 영업하던 많은 업주들과 아가씨들이 불법변태업소로 전향했다. 지역당국이 집창촌만 없애려고 드니 더 은밀하고 변태적인 업소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 발 담근 사람들은 다른 길을 찾기 어렵다. 돈벌이가 확실히 다르니까…. 집창촌보다 다양한 경로와 수단으로 퍼지고 있는 불법변태업소를 더 철저히 단속해야하는 게 맞지 않으냐”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곳에 남아서 영업하는 업주와 점포들은 4분의1이상으로 줄었다. 실제로 현장을 둘러봤을 때 어두컴컴한 점포들 사이 간간히 붉은 조명이 켜져 있었다. 물론 아주 늦은 시간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점포를 방문하는 손님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고 업주들만 밖에 나와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2015년까지 주상복합주거단지 계획 수립
갈 곳 없는 포주·성노동자들 불만 쇄도

관리사무소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여종사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콘돔을 사러왔다”며 사무실을 들렀다. 허연 얼굴에 앳돼 보이는 인상이었다. 관계자는 그녀에게 “점포 업주에게 직접 전달 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대화를 이어나갔다.

“성매매의 메카였던 장안동의 안마업소, 청량리·용산의 집창촌이 정부에 의해 강력철퇴를 당한 후 당시 그곳에 있던 종사자들과 업주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이후 그들은 교묘히 단속을 피해 변종성매매업소를 차려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집창촌을 철퇴하면 성매매업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겠지만 더 음란하고 퇴폐적인 무허가 변태업소들만 증가하게 만든 셈이다”

집창촌이 하나둘씩 철퇴를 맞자 개발될 것이라고 했던 집창촌 자리는 도태된 지역으로 남겨졌고 설 곳이 없어진 업주와 여성종사자들은 원정성매매에 손을 뻗게 됐다. 업주들은 일본·호주·미국 등에 여성종사자들을 알선해 성매매가 수월하도록 만들었고 중간수당을 챙겼다. 해외 원정성매매에 가담한 국내 여성들이 10만 명이상으로 확산되자 해당 국가로부터 강제출국을 당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IT강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의 씁쓸한 이면이었다.

한때는 성노동자들을 위한 자활센터도 정부의 지원 아래 활발히 운영됐다. 갈 곳 없는 그들을 위해 새로운 길을 열어주려 직업전문교육과 직장 알선에 앞장섰던 정부였지만 현재는 어느 곳에서도 이 같은 운영을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노동자들은 재기를 두려워하게 됐고 기존에 몸담던 업종과 비슷한 곳만 찾는다고 전해졌다.

대화를 듣고 있던 또 다른 업주는 “요즘 강간살인과 같은 강력성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도 당연한 것이다. 남성들이 욕구를 따로 풀 데가 없으니까 성범죄도 따라서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 일본과 유럽 같은 선진국도 일부 집창촌은 허가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만 유난을 떠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성범죄 증가의 주요 원인이 집창촌 철퇴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아예 없다고 보기엔 힘들다”며 거들었다.

돈 있고 빽 있는
부자들만의 축제

미아리에 텍사스촌을 없애고 뉴타운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는 약 3∼4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성매매업소가 대거 강제철퇴를 당하면 지역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민들은 쾌재를 외쳤다. 그러나 뉴타운 계획은 무기한으로 연기됐고 집창촌 업주들과 종사자들은 살 떨리는 하루하루를 보애야 했다. 불만이 쌓여가는 것은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미아리가 뉴타운 지역으로 지목됐을 당시와 지금의 분위기는 현저히 달랐다. 기약 없는 뉴타운 설계에 진저리가 난 것이다. 또한 뉴타운이 지역 토박이들을 위한 게 아닌 일부 부유층들을 위해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업주는 “현재 텍사스촌 건너편에 있는 하OO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원래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라고 전하며 “아직 입주도 채 되지 않은 집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서민들인데 주상복합주거단지가 들어선다고 해서 거기에 살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집값도 만만치 않은 걸로 들었다. 그리고 땅값이 과연 오를까도 의문이다. 결국 부자들을 위한 지역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집창촌 철퇴로 불법변태업소 되레 늘어나
뉴타운에 부자는 ‘웃고’…서민은 ‘울고’

해당구청 관계자는 텍사스촌 철퇴와 재개발에 관련해 “지금은 구체적인 도시계획을 수립중이고 2014년까지는 미아리텍사스촌 최종철거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과거 성매매밀집지역이라는 오명을 씻고 선진국형 주상복합주거단지와 한옥마을을 계획 중에 있다. 하루아침에 길가에 나앉게 될 업주들에게는 일부 보상도 할 계획이다”라고 언급했다.

일부 보상체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집창촌만 엄격한 성매매특별법에 직격탄을 맞아 억울하다는 텍사스촌 업주들. 그들은 “우리가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철퇴를 하려면 우리에게도 생계를 유지할 방도를 알려줘야 하는 것이 맞지 않으냐”면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을 개정해 집창촌 뿐만 아니라 불법변태업소들도 철저히 단속하든가 우리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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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