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에 드리운 왕따 그림자

여왕벌 따라 서열 나뉜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아이돌 내 왕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티아라부터 최근 AOA와 에이프릴을 비롯해 현재 공론화되지는 않았지만, 왕따로 인해 멤버가 탈퇴한 것으로 추정되는 걸그룹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왕따 현상은 비단 걸그룹의 전유물은 아니다. 왕따 문제는 남자 그룹에도 도사리고 있다. 코로나 시국마저 이겨내고 있는 K-POP 열풍의 이면에는 ‘왕따 현상’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저서 <왕따의 정치학>에서 왕따 현상을 사회 구조적으로 풀이했다. 왕따 현상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동조자, 강화자, 방관자, 방어자가 나온다고 밝혔다. 

마법의 유리벽

여기서 왕따 현상이 강화되는 배경은 동조자와 강화자, 방관자의 힘이 강력해질 때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를 두고 ‘마법의 유리벽’이라고 칭했다.

<왕따의 정치학>에 따르면 동조자는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괴롭히는 인물을 뜻하고, 방관자는 이 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하는 존재를 말한다. 다소 생소한 의미의 강화자는 한때 피해자이거나 왕따 위협에 노출된 존재였는데, 더 약한 존재가 나타나면서 다시는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피해자를 앞장서서 괴롭히는 존재를 말한다. 

세 존재의 힘이 막강해질수록 방어자의 힘이 약해지고, 방어자의 힘이 강해질수록 마법의 유리벽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가 밝힌 왕따 이론은 비단 국내 정치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K-POP 열풍의 중심이 되는 국내 아이돌에게서도 왕따 이론이 적용된다. 

과거 티아라부터 시작해 최근 AOA와 에이프릴 사이에서 왕따 현상이 발생했다. 티아라는 왕따 문제로 인해 팀 해체를 겪었고, 멤버들의 인기는 물거품이 꺼지듯 사라졌다. 

최근 왕따 문제가 불거진 AOA에서 가해자로 찍힌 지민과 동조자로 꼽힌 설현뿐 아니라 ‘뜨거운 감자’인 에이프릴 내 왕따 가해자로 꼽힌 나은과 진솔은 진위 여부가 정확히 나오기도 전에 연예인 생명을 잃는 수준의 비판을 받았다. 

아이돌 그룹 내 따돌림 배경은?
원톱 멤버에 권력 주어지면 발생

대중이 분노하는 사이 수많은 가요기획사들은 벌벌 떨고 있다. 왕따 현상이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돌 사이에서 왕따 현상은 이미 만연해진 고질병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각 멤버 간 우애가 깊은 예도 있지만, 예상보다 많은 그룹 내에서 왕따 현상이 생겨난다고 한다.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왕따 현상이 발생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데뷔 전이거나 데뷔 초 그룹의 인기가 없을 때는 주로 집안 환경이 좋은 멤버나 혹은 소속사가 소통을 전임한 리더, 특별히 실력이 뛰어난 멤버에게 권력이 주어질 때 발생한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여왕벌의 탄생’이라고 일컫는다”고 밝혔다.


각 그룹의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여왕벌이 탄생하면서 그룹 내 서열이 나뉜다. 여왕벌의 영향력이 커지고, 소속사에서는 그를 신뢰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면 여왕벌의 편에 서서 아부를 떠는 멤버도 생겨난다.

대표적인 예가 AOA다. 활동 중에 왕따를 당했다고 폭로한 민아가 지목한 가해자는 리더였던 지민이다. 지민이 회사와 멤버 간의 소통을 전임하면서 그에게 특정한 권력이 생긴 것. 지민은 소통을 무기로 일부 멤버를 가혹하게 대했고, 결국 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또 다른 상황은 데뷔 후 특정 멤버가 인기를 얻으면서 회사의 가용 자원이 이 멤버에게만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다. 대부분 아이돌이 성장하는 배경은 특정 아이돌의 인기로부터 시작된다. 한 멤버를 주축으로 팀 전체가 힘을 받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은 멤버가 여왕벌이 된다.

멤버 사이에 인기의 격차가 발생하면서 다른 멤버들은 여왕벌의 눈에 들기 위해 분주히 노력한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여왕벌과 나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이슈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근본적 대책 없나?
“부실 수 없는 벽”

그 과정에서 소속사와 여왕벌 사이에 갑을 관계도 바뀐다. 소속사가 여왕벌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생기는 것.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여왕벌이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 소속사의 경우 이 멤버의 인기 여부에 따라 회사의 존폐가 달라진다. 

따라서 인기 멤버가 팀 내에서 악행을 저지르더라도 묵인하게 되며, 오히려 피해자를 다그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에이프릴의 형태다. 팀 내에서 비교적 인기를 얻은 나은과 진솔이 현주를 괴롭혔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주는 “DSP 엔터테인먼트가 괴로움을 호소하는 자신 대신 가해자들을 감쌌다”고 주장했다. 

진짜 문제는 왕따 현상이 시스템화가 된다는 데 있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일부 멤버와 소속사가 탄탄하게 유리벽을 쌓으면서 피해자는 벗어날 수 없는 악조건에 놓인다. 

아이돌 활동 당시 왕따를 경험했다고 밝힌 A씨에 따르면 아이돌 내부에서 발생하는 마법의 유리벽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인기 멤버가 가해자가 되는 형태는 돈의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더욱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A씨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활동 당시 가장 인기 있는 멤버가 왕따 가해자였다. 인기 멤버가 막대한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에 소속사까지 나서서 그를 옹호했다”고 말했다.


돈의 논리

그는 이어 “멤버들과 소속사 힘을 합한 왕따의 벽은 쉽게 뚫리지 않는다. 방어자가 아니라 혁명가가 나와야 벽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내가 활동했던 그룹의 재결합설이 나오고 있는데, 가해자와는 다시 활동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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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