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향수를 부르는 기차여행, 맛은 덤이요! - 곡성역

전라선 차창 밖에는 섬진강의 인심과 별미가 가득

전북 남원역과 전남 구례구역 사이에 곡성역이 있다. 곡성읍내에는 곡성역이 두 개나 된다. 신역과 구역 사이에는 곡성천이 흐른다. 1999년 지어져 깔끔하면서 웅장한 새 역사에는 전라선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가 정차하고 섬진강기차마을로 조성된 옛날 역사에 가면 하얀 수증기를 뿜으며 가정역까지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타볼 수 있다. 새로 난 철로와 옛날 철로는 모두 섬진강, 17번 국도와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달린다. 전북 익산시와 전남 여수시를 잇는 전라선, 추억으로 가득 찬 증기기관차, 페달로 움직이는 레일바이크, 어느 것을 타보건 섬진강과 함께 유유히 흘러가는 남도 사람들의 인심을 느낄 수 있다. 그곳에는 참게탕, 은어회, 돼지석쇠불고기 같은 별미도 곁들여져 남도의 기차여행이 마냥 맛있기만 하다.

기차마을로 화려하게 변신한 구 곡성역
향수 자극하는 증기기관차 기적소리

전라선은 전북 익산시와 전남 여수시를 이어주는 노선이다. 전북 지방의 산야를 달린 전라선은 전남 땅으로 넘어가면서 압록역과 구례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곡성역을 만난다.

귀빈 대접 받는
섬진강 금빛 모래

10여 년 전만 해도 3, 8일마다 열리는 곡성 5일 장날이면 기차역은 군산쪽 서해안과 여수쪽 남해안의 사람과 물산이 한데 모여 제법 흥청거렸다. 남도와 북도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도 곡성역에서는 한 가지 화음으로 섞였다. 장이 파할 즈음 국밥 한 그릇과 한 잔 술에 거나해진 아버지들과 나물 팔아 얼마간의 지전을 손에 쥔 어머니들은 다시 곡성역으로 모여들어 전라선에 지친 몸을 실었다.

1999년 새롭게 문을 연 곡성역 출입문 앞에는 ‘곡성역명 유래비’가 세워졌다. 백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곡성군 지명 변천 유래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곡성역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문 양쪽에는 매표소와 맞이방이 들어서 있다. 매표소 앞에 세워진 열차시간표를 보면 곡성역으로 들어오는 첫차는 오전 6시53분 익산행 무궁화호이고 막차는 새벽 2시50분 여수행 무궁화호이다.


KTX도 상하행이 하루 2회씩 정차한다. 상행선 출발 시각은 오전 10시42분, 오후 4시17분, 하행선 출발 시각은 오전 10시50분, 오후 10시27분 (2012년 7월 기준)이다. 안전에만 주의한다면 시원하게 개방된 플랫폼으로 들어가서 전라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도 좋다. 한편 운행시간 단축, KTX운행 등을 위해 선로를 곧게 펴는 작업이 이뤄지면서 구 역사는 1999년 자신의 임무를 신 역사에 넘겨줬다. 1933년 지어진 구 곡성역은 이제 섬진강기차마을로 화려하게 변신, 증기기관차에 대한 향수를 가진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구 곡성역사(등록문화재 제122호)에 가면 작은 안내판 하나가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이 건물은 섬진강의 모래를 운반하는 기능을 했던 간이역’이었다는 것이다. 금빛으로 반짝거리던 섬진강 모래는 옛날에도 귀한 대접을 받으며 전국으로 실려나갔던 모양이다. 이 역사는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지방 역사 건물의 전형을 보여주기에 드라마 <토지>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진주역에서 평사리 청년들이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는 장면, 하얼빈역에서 진주역으로 돌아가는 장면 등이 촬영됐다.

장미공원·곤충박물관
섬진강 또 다른 명소

 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구 곡성역이 등장했다. 진태(장동건 분)가족의 피난길, 진태와 진석(원빈 분)이 국군으로 징집되는 장면, 피난열차 등등 여러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구 곡성역 옆에 조성됐던 1960∼70년대 풍의 영화세트장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화석박물관이 들어선다고 한다. 섬진강기차마을의 핵심은 증기기관차 탑승으로 계절, 요일에 따라 하루 3∼5회 가정역까지 10km를 왕복으로 다닌다. 예전의 전라선 철길이 증기기관차의 선로로 활용된다.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기관차 뒤로는 3량의 객차가 매달렸다.

가끔 울리는 기적은 향수를 자극한다. 증기기관차에 몸을 실은 어른들은 가난했지만 꿈은 부자였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고 어린이들은 아직도 이렇게 느린(시속 30∼40km) 교통수단이 버젓이 굴러다닌다는 사실에 대해 신기해하고 재밌어 한다. 레일바이크는 두 군데에서 탑승할 수 있다. 기차마을 안의 철로만 이용하는 레일바이크는 1.6km를 순환형으로 돈다. 1회 왕복에 20분 정도가 걸린다. 반면 침곡역부터 가정역까지 갈 수 있는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5.1km 거리를 달리며 섬진강을 왼쪽에 끼고 달린다. 30∼40분 정도가 걸린다. 증기기관차가 운행되지 않는 시간에 레일바이크가 다니므로 안전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예전의 곡성역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섬진강기차마을의 또 다른 명소는 장미공원과 섬진강천적곤충관이다. 4만㎡의 장미공원에는 1004품종의 장미 3만7000여 주가 계절에 따라 번갈아 피고 지면서 저마다의 향기를 뽐낸다. 연못, 소망정, 분수, 유리온실, 미로원, 야외공연장, 파고라 등의 시설이 여행객들의 산책과 휴식을 돕는다.

장미공원 깊숙한 쪽에는 섬진강천적곤충관이 자리했다. 이곳은 섬진강 주변에서 살아가는 곤충의 세계를 배울 수 있어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 장소로 알맞다. 곡성의 명찰로는 태안사와 도림사가 손꼽힌다. 태안사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머리를 맑게 해주는 숲길이다. 계류를 가로 질러 세워진 능파각을 지나면 태안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태안사는 신라 경덕왕 때 세워진 사찰로 조선 숙종 때까지는 대안사로 불렸다. 태안사 연못에는 고려시대의 삼층석탑이 오롯하게 서 있는데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도림사는 신라 무열왕 7년(660년)에 원효대사가 화엄사에서 나와 곡성 땅에 들르면서 지은 절이라고 한다. 절 입구의 ‘도림사’라는 현판은 허백련화백(1891∼1977년)의 글씨이다. 보광전, 명부전, 응진당, 칠성각 등이 주요 전각이다. 전라선을 이용한 곡성 기차여행 중에는 참게탕, 은어회, 은어구이, 돼지불고기(돼지숯불구이) 등의 향토음식을 맛보아도 좋다. 은어회와 참게탕, 매운탕을 맛보려면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압록유원지 인근으로 가야 한다. 합수 지점에서 보성강 상류 방면으로 자그마한 강변길이 나있고 그 길가에 향토음식점들이 자리를 잡았다.


참게탕은 시래기를 듬뿍 넣고 때로 들깨를 갈아 넣은 육수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게를 넣어서 20∼30분간 푹 끓여내는데 얼큰하면서도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은어는 1급수의 맑은 물에서 바위의 이끼를 먹고 사는 민물고기이며 특유의 수박향이 인상적이다. 은어구이는 칼집을 낸 은어에 소금을 훌훌 뿌리고 숯불에 올려 서서히 뒤집어 가며 굽는다.

참게탕과 은어회, 은어구이 등의 별미를 맛본 뒤에 보성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압록유원지로 가보자. 이곳에는 모기전설이 전해온다.
강감찬 장군이 모친을 모시고 여행 중에 압록유원지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모기떼의 극성 때문에 모친이 잠을 못 들자 강감찬 장군이 고함을 질러 모기의 입을 봉했다는 전설이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압록유원지 주변에는 다른 곳에 비해 모기가 많지 않다고 한다.

곡성의 유명사찰
태안사·도림사

호남고속도로 석곡나들목에서 가까운, 석곡면소재지에는 돼지불고기집이 여럿 영업 중이다. ‘3대를 이어온 맛집’ 간판도 보인다. 주 메뉴는 석쇠에 구운 돼지불고기. 석곡 돼지불고기 맛의 비결은 식당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매실엑기스와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장에 버무려 숙성시키는 것이 비결이라고 한다. 매실엑기스는 돼지의 잡냄새를 없애주고 고춧가루는 칼칼한 맛을 살려준다. 무쌈, 상추, 깻잎 등에 싸서 먹어도 좋다.  

여행정보

<당일 여행코스>
곡성역 → 섬진강기차마을 장미공원 → 천적곤충관 관람 → 증기기관차(곡성역∼가정역) 탑승 → 도림사 답사
② 곡성역 → 섬진강레일바이크(침곡역∼가정역) → 섬진강문화학교 →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 태안사 답사

<1박2일 여행코스>
째 날 : 곡성역 → 섬진강기차마을 장미공원 → 천적곤충관 관람 → 증기기관차 탑승 → 섬진강천문대 관람 → 도림사 답사 → 숙박
둘째 날 : 레일바이크 체험 → 섬진강문화학교 →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 태안사 답사 → 용산재 답사 → 낙죽장도전시관 관람 → 대황강자연휴식공원 산책

<관련 웹사이트 주소>
●곡성군청 www.gokseong.go.kr ●섬진강기차마을 www.gstrain.co.kr
●섬진강천문대 http://star.gokseong.go.kr ●곡성청소년야영장 www.gscamp.com

<문의전화>
●곡성군청 관광과 061-360-8385 ●곡성역 061-362-7788
●섬진강기차마을 061-363-6174 ●섬진강천문대 061-363-8528
●섬진강레일바이크 061-362-7717 ●곡성청소년야영장 061-362-4186

<대중교통 정보>
[ 기차 ]
용산역-곡성 : KTX 하루 2회, 열차 11회 운행
자가운전 정보
① 호남고속도로 곡성나들목 → 도림사 입구 → 곡성역
② 전주-광양고속도로 서남원나들목 → 곡성역

<숙박시설>
●알프스모텔 : 곡성군 곡성읍 061-363-8025 ●두가헌 : 곡성군 고달면 061-362-5600
●자연애 : 곡성군 오곡면 061-363-0363 ●세종장 : 곡성군 옥과면 061-362-5016

<주요식당>
- 용궁산장 : 곡성군 죽곡면, 은어회 061-362-8346
- 돼지한마리 : 곡성군 석곡면, 돼지구이 061-362-3077
- 돌실회관 : 곡성군 석곡면, 돼지구이 061-363-1457
- 큰손탕집 : 곡성군 곡성읍, 오리전골 061-363-5118


<주변 볼거리>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곡성청소년야영장, 용산재(신숭겸 장군 탄생지), 함허정, 군지촌정사, 가정녹색농촌체험마을, 두계산골외갓집체험마을, 하늘나리농촌전통테마마을, 봉정녹색농촌체험마을, 청계동계곡, 도림사계곡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펄펄 끓는’ 민주당 전대 관전 포인트

‘펄펄 끓는’ 민주당 전대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다음 달 2일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는 1년 동안 거대 여당을 이끄는 막중한 책임과 더불어 ‘정권 초기 버프’를 톡톡히 받게 된다. 권리당원 득표 반영 비율이 55%로 높아진 만큼 당원들의 표심 확보가 필수다. ‘찐명’을 가려내기보다는 당원의 마음을 더 많이 사로잡는 쪽의 승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일정이 빽빽하다. 오는 10일 후보자 등록 이후 ▲19일 충청권 ▲20일 영남권 ▲26일 호남권 ▲27일 수도권 경기·인천 순으로 순회 경선이 이어진다. 이후 당 강령에 따라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로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결정된다. 한 달 앞으로 당심 어디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주권 시대에 맞는 당원 주권 시대를 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당을 위해서라면 힘들고 고달픈 길을 피하지 않고 항상 선당후사하며 희생과 봉사의 새로운 정당 문화를 열었다”며 “제21대 국회에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이 대표의 곁을 지켰고, 22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무적 판단력, 정치적 결단력, 정책 추진력으로 유능한 민주 정당을 만들겠다”며 “항상 당 지도부와 ‘원팀 플레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개혁 공천 혁명 덕분에 정치에 입문한 노무현 정신의 후예”라며 “최전방 공격수로 별명이 ‘당 대포’인데 이제 당 대표가 돼 최전방 공격수뿐 아니라 최후방 수비수까지 담당하는 전방위적 선수가 되겠다. 혼자 하지 않고 당원, 국회의원, 국민과 한 호흡으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전당원투표제 상설화를 비롯한 ▲당원주권위원회 신설 등을 통한 당원주권정당 ▲ 12·3 불법 계엄 및 내란 행위 조사·처벌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당내 검찰·사법·언론개혁 TF가동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민주적 공천제도 마련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뒤이어 지난 23일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찬대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먼저 출사표를 던졌거나 앞으로 던지게 될 분들과 더없이 멋진 경쟁을 펼쳐 보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재명정부의 성공에 민주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당·정·대 관계를 원팀 수준으로 강화하고, 정치 공세 차단부터 입법·정책 시행 전반에 걸친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으로 하나하나 따박따박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VS 박찬대 외나무 승부 똑같이 개혁 외치지만…차이는? 내란 종식은 이정부가 지향하는 통합의 대전제라고도 주장했다. 박 의원은 “특검을 최대한 지원하고 특검 흔들기에 총력전으로 맞서겠다”며 “이를 통해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우리 공동체로부터 시급히 격리하겠다. 특검조차 정치 보복이라고 호도하는 세력과의 통합은 야합일 뿐, 윤석열정부에 빌붙어 불법을 저지른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정의 이전에 상식이다. 통합은 정의의 결과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개혁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정부 출범 후 꾸려지는 첫 번째 민주당 지도부는 ‘유능한 개혁 정치’를 철저하게 견지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약속한 ‘정의로운 통합’과 ‘유연한 실용’을 떠받칠 수 있는 집권여당의 효과적인 전략 방향이다. 정부는 통합과 실용에 방점을 찍고 여당은 개혁에 비중을 두는 역할 분담, 나아가 당정이 유기적으로 방향과 속도를 조율할 수 있는 진짜 원팀. 이것이야말로 이재명정부, 국민주권정부의 성공 열쇠”라고 거듭 설명했다. 정부와 하나가 되겠다는 포부는 모두 같지만 정 의원은 개혁, 박 의원은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을 성공으로 이끌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지만 도달하기까지의 방식과 결에서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다. 정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내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호통치거나 국정감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등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냈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의원은 이 같은 면모를 부각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꽉 막혀 있던 개혁안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의원은 추석 전 검찰개혁을 마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친명(친 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민주혁신회의)’에서 “3개월 안에 이 문제를 해치우고 추석 귀경길 뉴스에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이정부의 성공만을 위해서 일하겠다”며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없다. 당에서는 개혁 작업을 위해 강력하게 투쟁하고 그 성과물은 이 대통령에게 돌려드리겠다”고도 강조했다. ‘당 대포’와 ‘중고 신입’ 언론개혁도 꼬집었다. 지난 1일 KBS 라디오 인터뷰 중 진행자가 ‘추석 고향 갈 때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듣게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건 좀 허언 아닌가’라고 묻자 “앵커는 왜 그렇게 얘기하나. 허언이길 바라냐”고 따졌다. 당황한 진행자가 부인했지만 정 의원은 “그래서 제가 KBS라디오는 잘 안 나오려고 했다. 이런 불편한 질문, 불공정한 질문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토로했다. 정 의원은 인터뷰 후 페이스북에 해당 영상 클립을 올리며 “제가 진행자에게 강력하게 항의성 멘트를 날렸다. 화 안 난 척 인터뷰를 마쳤지만 하마터면 방송 사고 날 뻔했다. 공정한 방송개혁, 언론개혁을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게시물에는 과거 자신이 <TV조선>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방송 장면을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화합에 무게를 실었다. 원내대표로서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만큼 경험을 살려 이정부와 발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박 의원 역시 민주혁신회의를 찾아 “이 대통령과 확실한 협력, 자기를 앞세우지 않을 사람, 원팀 당정대 구축의 적임자, 당을 통합하고 중도보수까지 확장해 갈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 역시 9월 내로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신속한 검찰개혁을 위한 광주시민 토크콘서트’에서 “검찰 스스로 개혁할 기회는 넘칠 만큼 주어졌지만 개혁은커녕 3년간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전락했다”며 “이제 시민의 힘으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한 검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헌법재판소 또는 대법원을 광주로 이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오는 9월까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내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 꽃의 6월4주 차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정 의원이 37.6%, 박 의원이 27.1%를 기록했다. 정 의원이 박 의원보다 10.5%p 앞선 것이다. 개혁이냐 화합이냐 아울러 당심이 반영된 민주당 지지층의 결과를 살펴보면 마찬가지로 정 의원이 55.4%, 박 의원이 36.8%로 집계되면서 정 의원이 박 의원을 크게 따돌린 수치가 나왔다. 각종 개혁에서 속도를 내는 정 의원의 성향이 지지율을 탄탄히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대 당을 찍어 누르듯 강력한 목소리를 낸 것이 당원들의 가산점으로 이어졌다는 평이다. 게다가 지진부진한 태도보다는 ‘정권을 잡았다고 방심하지 말고 거대 여당으로서 개혁을 완수하라’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정 의원의 기조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실시했으며 조사 방법은 무선 100% RDD 활용 ARS 자동응답 조사였다. 응답률은 2.4%에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3.1%p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두 사람은 각종 행사에 얼굴 도장을 찍으며 당원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정 의원은 지난달 27일 방송인 김어준씨가 기획한 콘서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콘서트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리한 만큼 유세차 방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4일에는 헌법재판소 탄학심판정에 출석해 17명의 법률대리인단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엮은 <국민의 나라>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부지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이 당심을 흡수했다면 박 의원은 원내대표로 지내며 국회에서 쌓은 ‘여의도 민심’을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지난 1일 경기도의회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 기반의 민심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찐명’ 쟁탈전으로 흘러갈 것 같던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심에 구애하는 모습이 되면서 양 지지층 간의 아우성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지만 그 속에는 저마다 풀지 못한 앙금이 남은 것이다. ‘일단은’ 정에 몰리는 지지층 온라인 곳곳서 충돌 전전긍긍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정청래 수박설’이다. 정 의원은 강력하게 선을 그었지만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말한 영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정청래 보고 수박이라고 하면 도대체 수박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 의원은 “한편으로는 속으로 감사했다”며 “저더러 수박이라고 욕을 한다면 누가 그걸 인정하겠느냐. 정청래가 ‘부당하게, 억울하게 작전 세력들로부터 공격받고 있구나’ 이런 인상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이 더 뭉치게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양쪽 지지자 역시 각종 온라인상에서 저마다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좋아 고르지 못하겠다’ ‘행복한 고민이다’ 등의 게시글이 대부분이지만 일각에서는 결이 맞지 않는 부분을 놓고 거친 언사가 오가고 있다. 지지층 간의 불화를 인식한 듯 두 사람은 친분을 과시했다. 박 의원은 “정 의원과 화끈하게 경쟁하고 멋지게 단결하겠다”고 밝혔으며 정 의원 역시 “그 누가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할지라도 잡은 손 놓지 않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마음이 1g이라도 더 기우는 쪽이 있지 않겠냐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지난달 26일 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로 방문한 날 정 의원과 박 의원 둘 중 누구와 먼저 인사하는지를 놓고 당원들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와 거리는 두는 모양새다. 만에 하나 명심을 차지하기 위한 네거티브 싸움으로 번질 경우 당의 분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지난해 7월 치러진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6·3 조기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이 있다. 특히 대선후보 선출 과정은 이미 탄핵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인 이른바 ‘윤심’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그야말로 혈흔이 낭자한 패싸움이 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최근 박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전 원내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을 추진했으나 일정이 알려지자 취소한 바 있다. 여당 전당대회에 현직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됐다. 엎치락 뒤치락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지만 모두의 신경이 이쪽(전당대회)으로 쏠려 있다. 50대 50, 49대 51 싸움 같은데 아직은 과열되지 않고 선의의 경쟁, 건강한 경쟁인 것 같다”며 “걱정이라면 지지자끼리 갈등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남은 한쪽이 응원하며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그래도 거친 네거티브로 이어질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당권 접은 김경수, 어디 갔나 봤더니…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지만 고배를 마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돌아왔다.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공직에 복귀한 것이다. 김 전 지사는 임명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시작한 균형 발전의 꿈을,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행정수도 이전’과 초광역 협력을 통한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을 국토 공간의 대전환으로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김 전 지사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지방 균형 발전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