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일양약품 오너 3세 승계 플랜

대관식 준비하는 황태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양약품 오너 3세가 회사 주식을 연이어 취득하고 나섰다. 10년 가까이 주식 매입에 나서지 않았던 모습과는 완연히 대비되는 행보다.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1946년에 설립된 일양약품은 전문의약품과 항궤양제, 제산제 등을 취급하는 중견 제약사다. 칸테크, 일양바이오팜 등 국내 법인과 중국 현지법인 양주일양제약유한공사, 통화일양유한공사 등 해외법인을 휘하에 두고 있다. 대중에게는 국내 최초 인삼드링크 ‘원비디’, 영지버섯 드링크 ‘영비천’ 등을 제조하는 회사로 각인된 상태다. 

원톱 각인

최근 일양약품에서는 오너 3세의 지분율 상승이 목격되고 있다. 정도언 현 회장의 장남이 주식 매입에 적극 나서자, 이를 승계와 연결 짓는 해석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일양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분 21.84%(416만7794주)를 보유한 오너 2세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은 2001년 부친인 고 정형식 명예회장에 이어 회장에 올랐고, 이듬해 6월 장내 매수를 통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4개월 뒤에는 고 정 명예회장과 모친(이영자 여사)이 보유한 회사 주식 59만9127주(정 명예회장 54만1793주, 이 여사 5만7334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부사장은 지난달 말 기준 지분율 3.95%(75만4511주)로 정 회장과 국민연금(6.51%, 118만4305주)에 이은 3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정 부사장은, 2006년 마케팅담당 과장으로 일양약품에 발을 디뎠고, 재경·해외사업 등의 업무를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재계에서는 핵심 부서를 거쳐 온 정 부사장을 사실상 정 회장의 후계자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정 부사장은 요직을 거치는 과정에서 빠르게 승진했다. 2014년 상무에서 전무로, 2018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명함을 바꿨고, 현재 김동연 대표와 함께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27살이던 2003년 회사 주식 25만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3%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2007년 주식분할에 따라 보유 주식 수는 53만주로 변경됐고, 지분율은 3.65%였다.

정 부사장의 보유 주식은 2011년 4월 급격히 증가했다. 이 무렵 정 부사장은 일양약품이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신주 11만주를 취득하면서 주식 수는 53만주에서 74만주로, 지분율은 3.68%에서 4.07%로 끌어올렸다. 

연이은 주식 매입 행진
요직 거치며 보폭 확대

이후 정 부사장은 지난해까지 회사 주식을 일절 사들이지 않았다. 2015년 일양약품 전환사채 전환권 행사에 따라 지분율이 3.80%로 소폭 낮아졌을 뿐이었다.

한동안 답보상태였던 정 부사장의 보유 주식 수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4월 회사 주식 7000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9년 만에 보유 주식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달에는 총 4회에 걸쳐 6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반면 나머지 오너 일가는 보유 주식을 꾸준히 매각하고 있다. 이 여사는 지난해 6월 보유 중이던 회사 주식 1만4426주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이 여사는 두 달 전에도 회사 주식 7000주를 장내 매매를 통해 매각한 바 있다.

정 명예회장의 차남(정영준씨)과 사남(정재훈씨) 역시 지난해 6월 보유하고 있던 일양약품 주식 12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이로써 차남과 사남의 보유 주식 수는 각각 1만1694주, 2만4587주로 줄었다. 비슷한 시기에 삼남인 정재형씨도 1만4300주의 일양약품 보통주를 장내 매도하면서 보유 주식 수가 6만6693주로 줄었다.

재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조만간 추가 주식 매입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관건은 정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어느 시점에서 넘겨받느냐다. 일단 정 부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 이전에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일부를 정 부사장이 증여를 통해 넘겨받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 회장이 74세의 고령이라는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정 회장의 차남이 계열사 지분을 대거 매입한 것도 정 부사장의 승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2분기에 일양바이오팜 지분의 20%를 일양바이오팜 대표이사인 정희석씨에게 매각했다. 정 대표는 일양약품이 일양바이오팜을 인수한 2014년부터 경영을 맡아왔다. 

드러난 윤곽

정 대표가 일양바이오팜 지분 확대에 나섬에 따라 오너3세의 역할은 보다 분명해진 양상이다. 정 부사장이 일양약품을, 정 대표가 일양바이오팜을 지휘하는 밑그림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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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