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붙은 '명동 한복판' 재벌 삼국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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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된다" 대기업 우르르…없는 거 빼고 다 판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총성 없는 전쟁이다. 최근 이마트가 운영하는 뷰티&헬스스토어(드러그스토어) '분스'가 서울 명동점을 오픈하면서 명동에서 현대판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다. CJ와 GS의 양강구도에 이마트가 뛰어든 겪이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전체 매출은 2008년부터 3년새 거의 3배로 껑충 뛰었다. 유통업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드러그스토어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뷰티&헬스스토어(드러그스토어) 성장세가 무섭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최대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 경기 침체와 영업시간 규제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드러그스토어가 영토확장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1136억원에서 지난해 약 33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소매점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서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6000억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규제 피하고
통로 다각화

이에 따라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신규 브랜드들이 속속들이 뛰어들면서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의 양강구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의 포문을 연 것은 CJ다. CJ는 1999년 '올리브영'을 론칭하고 서울 신사에 1호점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선 형태의 매장에 소비자의 반응이 시큰둥 했지만 한 점포에서 대부분의 물품을 구비할 수 있다는 '원스톱 쇼핑'이 눈길을 끌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난달 1일에는 200번째 매장인 전북 군산수송점을 오픈했다. 13년 만에 200호점 시대를 열게 된 것.

CJ올리브영은 1999년 첫 출점 이래 2005년 25개, 2010년 91개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2010년 대비 2년 만에 2배 수인 200개점을 돌파했다. 매출 역시 지난해 2119억원으로 2005년(273억원)원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1억원, 6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배, 2배 상승했다. CJ올리브영은 매장수를 4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5년에는 GS리테일이 세계 최대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홍콩의 AS왓슨과 손잡고 홍대에 '왓슨스' 매장을 처음 선보였다. GS왓슨스는 오픈 첫 해 40억원, 2007년 220억원, 2009년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에는 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21억원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7억원 흑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2010년 26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매장수는 63개에 달한다. GS왓슨스는 올해 80개 매장 오픈과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든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와 농심 계열사인 메가마트가 2010년 론칭한 '판도라'도 있지만 국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선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매출만 살펴봐도 전체 시장 규모(3300억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2100억원의 매출을 CJ올리브영이 올렸다. GS왓슨스는 753억원, 코오롱 W스토어는 92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유통공룡'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드러그스토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유통파워가 워낙 강한 이마트가 드러그스토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6월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분스' 강남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말 이마트 대전터미널점과 올해 4월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숍인숍' 형태의 매장을 오픈한 이마트가 처음으로 선보인 길거리 매장 형태의 '로드숍'이다. 이마트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문점(카테고리 킬러)을 신세계 계열 유통 점포가 아닌 곳에 독립매장 형태로 낸 첫 번째 사례였다.


이마트 '분스'명동 1호점 진출…주변 상권 긴장
GS왓슨스, CJ올리브영과 함께 3강 구도 예상

분스 강남점은 오픈부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분스가 지난 2009년 CJ올리브영에서 퇴출당한 아모레퍼시픽의 유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스는 론칭 전까지 협력사에 브랜드명 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서 격돌하게 되면서 향후 범상성가 대표 유통기업들의 경쟁구도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분스가 CJ올리브영을 의식한다는 지적을 이끌었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 또 다른 이유는 평균적인 기존 드러그스토어 매장 크기의 5배를 뛰어넘는 991m²의 매장규모다.

1층에는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이 있고, 미용실과 피부체형관리점을 비롯해 카페와 베이커리 등도 함께 입점했다.

입점되어 있는 화장품 브랜드 수도 100여 개에 달하고 의약품과·건강식품·보디케어·헤어케어·음료·와인 등을 포함한 총 품목수는 1만개를 넘겼다.

그리고 이마트는 최근 명동 증권빌딩 1층에 매장 면적 277m² 규모로 분스 명동점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강남점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비오템·랑콤·에스티로더 등 고가 브랜드를 포함해 100여 종의 화장품 브랜드와 의약품·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특히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 김과 김치·고추장 등도 갖췄다.

명동 상권에 맞춰 특화된 매장을 구성하고 20∼30대 여성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라는 게 이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동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선점하고 있었다. CJ올리브영은 폐점한 1호점을 제외하고 명동에서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GS왓슨스도 매장 2곳을 운영하면서 드러그스토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재벌 기업들의
조용한 영토확장

특히 이마트 분스 명동점 대각선 맞은 편에 있는 건물에는 264m² 규모의 CJ올리브영이 자리하고 있어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된다.

CJ올리브영은 명동역 인근에 있던 명동 1호점을 폐점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로 인근 'ABC마트' 건물로 확장·이전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은 ABC마트 건물 리모델링이 끝나는 대로 건물 1층에 입점할 예정이다. ABC마트 1층은 495m² 규모로 이 자리에 CJ올리브영이 단독 입점할 경우 명동 상권에서 가장 큰 드러그스토어가 된다.


CJ올리브영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마트 분스의 공세에 몸집을 키워 후발 주자를 압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은 가맹점 유치 광고에 집중하는 한편 입지가 좋은 전국 상권에 직영·가맹점을 가리지 않고 매장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CJ올리브영, GS왓슨스, 이마트 분스는 마케팅 전략도 제각각이다.

CJ올리브영은 '트랜디', GS왓슨스는 '알뜰·실속', 이마트 분스는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여성 패션 매거진이나 방송과의 연계를 통해 인기가 높거나 입소문이 좋은 제품을 선정하고 이를 매장에 적극 진열 판매하고 있다. 또 가수 씨엔블루를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3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이런 마케팅 전략 덕분에 CJ올리브영은 매출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패션 매거진 <슈어>가 자체 진행한 2010∼2011년 '뷰티 어워드' 고객 만족 조사 결과에서 화장품 구매장소 '드러그스토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유명 자연주의·유기농 브랜드 제품을 구입 전 발라보고 미리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것도 CJ올리브영의 큰 장점이다.

분스, 규모로 승부
지각변동 예상


GS왓슨스는 제품 품목별·카테고리별 행사가 많기로 유명하다. 증정품과 '1+1', 할인행사 상품들로 알뜰·실속파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구매 금액별 증정 행사도 화려하다. 매 달 브랜드마다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7월에는 여름용 제품인 썬 로션, 에센스 마스크, 비타민 등을 1+1 행사를 진행에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 때문인지 GS왓슨스에서는 중저가의 샴푸, 헤어 트리트먼트, 구강용품, 생리대 등의 생활용품들이 특히 판매가 많이 되고 있다. 뷰티 카운슬러를 매장에 배치해 고객 맞춤형 소비를 촉진시켰고 200여 개 자체 상표 브랜드 제품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분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제품들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거나 다른 드러그스토어에선 볼 수 없던 생소한 화장품 브랜드들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로디알(영국), 파티카(프랑스)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계 화장품을 비롯해 미샤·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등 브랜드숍 매장들까지 입점했다.

랑콤·SK-Ⅱ·비오템·에스티로더 등 고가 브랜드 제품도 병행수입으로 시중가보다 10∼15% 싸게 판다. 기존 드러그스토어의 유기농·기능성 화장품부터 중저가 화장품, 백화점 고가 브랜드 제품까지 총망라돼 있는 것.

이마트의 해외 소싱력과 유통 파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약 150개의 점포를 보유한 이마트가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면 상당한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직영점일 뿐이다"면서 "앞으로 가맹점이 열린다면 (직영점 품목과) 같은 구성이 가능할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약국·편의점·화장품 등 취급 상권 장악
복합점포 드러그스토어 골목 위협 지적도

사실 이들 세 기업의 경쟁은 강남역에서 시작됐다. 강남역을 중심으로 반경 250m 안에는 CJ올리브영 5개와 GS왓슨스 1개, 이마트 분스 1개 등 통 7개 매장이 '강남 삼국지'를 벌이고 있다.

CJ올리브영 강남대로점과 역삼점은 200개 CJ올리브영 매장 중 매출 상위 30위 안에 드는 곳이며 왓슨스 강남역점도 전국 63개 매장 중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지난 6월 오픈한 이마트 분스는 1호점인 의정부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중심의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국·슈퍼마켓·화장품 브랜드 숍 등 입지는 줄어들 전망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업규제를 받는 대형마트처럼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드러그스토어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드러그스토어는 뷰티&헬스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소형 마트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품목들을 구비하고 있어 골목상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드러그스토어는 뷰티케어용품과 건강용품·생활용품·잡화·식품·팬시용품 등의 제품군이 주를 이룬다. 이런 품목들은 근처 단일품목을 취급하는 소형 상권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경쟁관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화장품회사들의 자체 매장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어 드러그스토어 활성화는 곧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을 만들 수가 있다. 약국의 반발도 과제다. 현재는 일반법인이 약국을 운영할 수가 없어서 드러그스토어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한정적이지만 일반인 약국 운영 허용 법안이 통과 되면 약사 사회의 커다란 저항이 예상된다.

드러그스토어
재벌들의 탐욕?

해외 브랜드 공세도 문제다. 160년 전통을 가진 영국의 대표 멀티 드러그스토어인 '부츠'가 국내 진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러그스토어가 새로운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거대 유통 기업들이 앞 다퉈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러그스토어 뿐만아니라 편의점, 소형슈퍼, 기존 화장품 매장, 약국 등과도 생사를 걸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1위로 자리매김을 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용어설명>

▲드러그스토어(drugstore) =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및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미국 '월그린', 영국 '부츠', 홍콩 '왓슨스', 일본 '마쓰모토기요시' 등이 대표적이며 일본이나 홍콩의 경우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의 비율이 3대 1이 될 정도로 흔하다. 국내에서는 비처방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를 통칭하며 CJ올리브영과 SG왓슨스, 이마트 분스, 코오롱 W스토어, 메가마트 판도라 등이 있다.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 = 기존의 종합소매점에서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한 계열의 품목군을 선택,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저가격으로 판매하는 업태다. 세계적인 완구판매점 체인인 토이잘스가 카테고리 킬러의 원조다. 셀프서비스와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킬러'가 붙은 것은 업체들간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대부분 체인 전개에 의한 현금매입과 대량매입, 전략매입, 개발 수입 등을 무기로 저가판매를 실현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에는 가전제품 전문점인 하이마트를 비롯해 농산품 전문점 농협 하나로마트, 사무용품 전문점 베스트오피스, 유아용품 전문점 맘스맘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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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