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붙은 '명동 한복판' 재벌 삼국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7 14: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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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된다" 대기업 우르르…없는 거 빼고 다 판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총성 없는 전쟁이다. 최근 이마트가 운영하는 뷰티&헬스스토어(드러그스토어) '분스'가 서울 명동점을 오픈하면서 명동에서 현대판 삼국지가 벌어지고 있다. CJ와 GS의 양강구도에 이마트가 뛰어든 겪이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전체 매출은 2008년부터 3년새 거의 3배로 껑충 뛰었다. 유통업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드러그스토어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뷰티&헬스스토어(드러그스토어) 성장세가 무섭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최대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 경기 침체와 영업시간 규제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드러그스토어가 영토확장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1136억원에서 지난해 약 33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소매점 판매 규제가 완화되면서 드러그스토어 시장 규모는 6000억원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규제 피하고
통로 다각화

이에 따라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신규 브랜드들이 속속들이 뛰어들면서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의 양강구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의 포문을 연 것은 CJ다. CJ는 1999년 '올리브영'을 론칭하고 서울 신사에 1호점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낯선 형태의 매장에 소비자의 반응이 시큰둥 했지만 한 점포에서 대부분의 물품을 구비할 수 있다는 '원스톱 쇼핑'이 눈길을 끌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난달 1일에는 200번째 매장인 전북 군산수송점을 오픈했다. 13년 만에 200호점 시대를 열게 된 것.

CJ올리브영은 1999년 첫 출점 이래 2005년 25개, 2010년 91개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2010년 대비 2년 만에 2배 수인 200개점을 돌파했다. 매출 역시 지난해 2119억원으로 2005년(273억원)원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1억원, 6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배, 2배 상승했다. CJ올리브영은 매장수를 4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5년에는 GS리테일이 세계 최대 드러그스토어 체인인 홍콩의 AS왓슨과 손잡고 홍대에 '왓슨스' 매장을 처음 선보였다. GS왓슨스는 오픈 첫 해 40억원, 2007년 220억원, 2009년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에는 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21억원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7억원 흑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2010년 26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2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매장수는 63개에 달한다. GS왓슨스는 올해 80개 매장 오픈과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뛰어든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와 농심 계열사인 메가마트가 2010년 론칭한 '판도라'도 있지만 국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선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매출만 살펴봐도 전체 시장 규모(3300억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2100억원의 매출을 CJ올리브영이 올렸다. GS왓슨스는 753억원, 코오롱 W스토어는 92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유통공룡'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기존 드러그스토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유통파워가 워낙 강한 이마트가 드러그스토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6월7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분스' 강남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말 이마트 대전터미널점과 올해 4월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에 '숍인숍' 형태의 매장을 오픈한 이마트가 처음으로 선보인 길거리 매장 형태의 '로드숍'이다. 이마트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문점(카테고리 킬러)을 신세계 계열 유통 점포가 아닌 곳에 독립매장 형태로 낸 첫 번째 사례였다.


이마트 '분스'명동 1호점 진출…주변 상권 긴장
GS왓슨스, CJ올리브영과 함께 3강 구도 예상

분스 강남점은 오픈부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분스가 지난 2009년 CJ올리브영에서 퇴출당한 아모레퍼시픽의 유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분스는 론칭 전까지 협력사에 브랜드명 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CJ그룹과 신세계그룹이 드러그스토어 시장에서 격돌하게 되면서 향후 범상성가 대표 유통기업들의 경쟁구도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분스가 CJ올리브영을 의식한다는 지적을 이끌었다.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 또 다른 이유는 평균적인 기존 드러그스토어 매장 크기의 5배를 뛰어넘는 991m²의 매장규모다.

1층에는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이 있고, 미용실과 피부체형관리점을 비롯해 카페와 베이커리 등도 함께 입점했다.

입점되어 있는 화장품 브랜드 수도 100여 개에 달하고 의약품과·건강식품·보디케어·헤어케어·음료·와인 등을 포함한 총 품목수는 1만개를 넘겼다.

그리고 이마트는 최근 명동 증권빌딩 1층에 매장 면적 277m² 규모로 분스 명동점을 열고 영업에 들어갔다.

강남점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비오템·랑콤·에스티로더 등 고가 브랜드를 포함해 100여 종의 화장품 브랜드와 의약품·건강기능식품·생활용품 등을 판매한다. 특히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 김과 김치·고추장 등도 갖췄다.

명동 상권에 맞춰 특화된 매장을 구성하고 20∼30대 여성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라는 게 이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동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CJ올리브영과 GS왓슨스가 선점하고 있었다. CJ올리브영은 폐점한 1호점을 제외하고 명동에서 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GS왓슨스도 매장 2곳을 운영하면서 드러그스토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재벌 기업들의
조용한 영토확장

특히 이마트 분스 명동점 대각선 맞은 편에 있는 건물에는 264m² 규모의 CJ올리브영이 자리하고 있어 치열한 맞대결이 예상된다.

CJ올리브영은 명동역 인근에 있던 명동 1호점을 폐점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로 인근 'ABC마트' 건물로 확장·이전할 계획이다. CJ올리브영은 ABC마트 건물 리모델링이 끝나는 대로 건물 1층에 입점할 예정이다. ABC마트 1층은 495m² 규모로 이 자리에 CJ올리브영이 단독 입점할 경우 명동 상권에서 가장 큰 드러그스토어가 된다.


CJ올리브영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마트 분스의 공세에 몸집을 키워 후발 주자를 압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J올리브영은 가맹점 유치 광고에 집중하는 한편 입지가 좋은 전국 상권에 직영·가맹점을 가리지 않고 매장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CJ올리브영, GS왓슨스, 이마트 분스는 마케팅 전략도 제각각이다.

CJ올리브영은 '트랜디', GS왓슨스는 '알뜰·실속', 이마트 분스는 '다양성'을 내세우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여성 패션 매거진이나 방송과의 연계를 통해 인기가 높거나 입소문이 좋은 제품을 선정하고 이를 매장에 적극 진열 판매하고 있다. 또 가수 씨엔블루를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3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 이런 마케팅 전략 덕분에 CJ올리브영은 매출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패션 매거진 <슈어>가 자체 진행한 2010∼2011년 '뷰티 어워드' 고객 만족 조사 결과에서 화장품 구매장소 '드러그스토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유명 자연주의·유기농 브랜드 제품을 구입 전 발라보고 미리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것도 CJ올리브영의 큰 장점이다.

분스, 규모로 승부
지각변동 예상


GS왓슨스는 제품 품목별·카테고리별 행사가 많기로 유명하다. 증정품과 '1+1', 할인행사 상품들로 알뜰·실속파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구매 금액별 증정 행사도 화려하다. 매 달 브랜드마다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데 지난 7월에는 여름용 제품인 썬 로션, 에센스 마스크, 비타민 등을 1+1 행사를 진행에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 때문인지 GS왓슨스에서는 중저가의 샴푸, 헤어 트리트먼트, 구강용품, 생리대 등의 생활용품들이 특히 판매가 많이 되고 있다. 뷰티 카운슬러를 매장에 배치해 고객 맞춤형 소비를 촉진시켰고 200여 개 자체 상표 브랜드 제품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분스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의 제품들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거나 다른 드러그스토어에선 볼 수 없던 생소한 화장품 브랜드들로 다양성을 추구한다.

로디알(영국), 파티카(프랑스)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계 화장품을 비롯해 미샤·더페이스샵·이니스프리 등 브랜드숍 매장들까지 입점했다.

랑콤·SK-Ⅱ·비오템·에스티로더 등 고가 브랜드 제품도 병행수입으로 시중가보다 10∼15% 싸게 판다. 기존 드러그스토어의 유기농·기능성 화장품부터 중저가 화장품, 백화점 고가 브랜드 제품까지 총망라돼 있는 것.

이마트의 해외 소싱력과 유통 파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약 150개의 점포를 보유한 이마트가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면 상당한 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직영점일 뿐이다"면서 "앞으로 가맹점이 열린다면 (직영점 품목과) 같은 구성이 가능할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약국·편의점·화장품 등 취급 상권 장악
복합점포 드러그스토어 골목 위협 지적도

사실 이들 세 기업의 경쟁은 강남역에서 시작됐다. 강남역을 중심으로 반경 250m 안에는 CJ올리브영 5개와 GS왓슨스 1개, 이마트 분스 1개 등 통 7개 매장이 '강남 삼국지'를 벌이고 있다.

CJ올리브영 강남대로점과 역삼점은 200개 CJ올리브영 매장 중 매출 상위 30위 안에 드는 곳이며 왓슨스 강남역점도 전국 63개 매장 중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지난 6월 오픈한 이마트 분스는 1호점인 의정부점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중심의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국·슈퍼마켓·화장품 브랜드 숍 등 입지는 줄어들 전망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업규제를 받는 대형마트처럼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드러그스토어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드러그스토어는 뷰티&헬스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소형 마트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품목들을 구비하고 있어 골목상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드러그스토어는 뷰티케어용품과 건강용품·생활용품·잡화·식품·팬시용품 등의 제품군이 주를 이룬다. 이런 품목들은 근처 단일품목을 취급하는 소형 상권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경쟁관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화장품회사들의 자체 매장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어 드러그스토어 활성화는 곧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을 만들 수가 있다. 약국의 반발도 과제다. 현재는 일반법인이 약국을 운영할 수가 없어서 드러그스토어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한정적이지만 일반인 약국 운영 허용 법안이 통과 되면 약사 사회의 커다란 저항이 예상된다.

드러그스토어
재벌들의 탐욕?

해외 브랜드 공세도 문제다. 160년 전통을 가진 영국의 대표 멀티 드러그스토어인 '부츠'가 국내 진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러그스토어가 새로운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거대 유통 기업들이 앞 다퉈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러그스토어 뿐만아니라 편의점, 소형슈퍼, 기존 화장품 매장, 약국 등과도 생사를 걸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1위로 자리매김을 할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용어설명>

▲드러그스토어(drugstore) =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및 화장품·건강보조식품·음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미국 '월그린', 영국 '부츠', 홍콩 '왓슨스', 일본 '마쓰모토기요시' 등이 대표적이며 일본이나 홍콩의 경우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의 비율이 3대 1이 될 정도로 흔하다. 국내에서는 비처방의약품과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를 통칭하며 CJ올리브영과 SG왓슨스, 이마트 분스, 코오롱 W스토어, 메가마트 판도라 등이 있다.

▲카테고리킬러(category killer) = 기존의 종합소매점에서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한 계열의 품목군을 선택,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저가격으로 판매하는 업태다. 세계적인 완구판매점 체인인 토이잘스가 카테고리 킬러의 원조다. 셀프서비스와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킬러'가 붙은 것은 업체들간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대부분 체인 전개에 의한 현금매입과 대량매입, 전략매입, 개발 수입 등을 무기로 저가판매를 실현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에는 가전제품 전문점인 하이마트를 비롯해 농산품 전문점 농협 하나로마트, 사무용품 전문점 베스트오피스, 유아용품 전문점 맘스맘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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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