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팔아치운'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딜레마'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9.03 11: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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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니 아깝고 갖자니 부담되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알짜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면서 태양광 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광 계열사인 웅진폴리실리콘까지 팔아치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의 얼굴엔 '팔자니 아깝고 갖자니 부담'이란 표정이 역력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시름이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 그룹 재무 개선과 태양광 사업 육성을 위해 경영권까지 포기하면서 '친자식' 웅진코웨이를 매각했지만 업황 부진과 유동성 악화 속에서 태양광사업의 핵심인 웅진폴리실리콘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웅진홀딩스는 한국거래소의 웅진홀리실리콘 매각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현재 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태양광에 '허우적'

하지만 지난달 30일 금융권 및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을 위한 매각자문사 선정에 나섰다. 법률자문은 웅진코웨이 자문을 맡았던 법무법인 태평양이 내정된 상태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은 매각을 10월 말까지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빨라야 연말 쯤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규모는 지분 100%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대주주인 웅진홀딩스 지분 50.38% 외에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34.05%, 다른 전략적투자자들이 15.57%의 지분을 나눠쥐고 있다.


웅진그룹은 올 초 태양광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웅진코웨이 매각을 결정했다. 웅진홀딩스는 웅진코웨이 인수자로 경영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을 내건 KTB 사모펀드를 선정했었다. 그러나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자금 유입이 늦어지면서 MBK파트너스로 인수자를 변경하고 경영권을 포기했다. 그만큼 자금 조달이 시급했다는 방증이다.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은 세금을 제외하고 약 1조600억원으로 추산된다. 매각 대금이 이번 달 말 유입되면 웅진그룹은 수렁에 빠진 계열사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돈이 들어가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웅진그룹은 우리은행 등 8개 금융기관으로부터 3091억원의 여신을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엔 웅진코웨이 지분과 웅진에너지, 웅진씽크빅 등이 담보로 제공돼 있다.

웅진캐피탈의 차입금 700억원, 웅진플레이도시 700억원, 극동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1200억원 등에도 웅진코웨이 지분이 담보로 제시돼 있다. 즉 즉시 상환해야 할 부채규모는 5691억원, 만기가 1년 남은 부채를 모두 상환할 경우 남는 금액은 200억원도 못 미친다.

지난달 30일 신한금융투자는 "웅진홀딩스가 단기 차입금을 모주 상환할 경우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 중 약 200억원 정도만 남을 것"이라며 "웅진코웨이 매각이 웅진그룹의 신용도를 전환할 만큼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극동건설이나 웅진에너지 등 자회사 추가 지원을 위해서는 추가 차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웅진코웨이 매각해 태양광 키우겠다더니
웅진폴리실리콘 매각 자문사 선정 착수

여기에 지난해 2분기부터는 태양광 업계에서 '치킨게임'이 지속되면서 실적 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태양광 사업 시장은 지난해 2분기 이후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6~2010년에 연평균 70%씩 성장해왔던 태양광 업계는 2011년 들어 성장률이 20% 선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윤 회장이 알짜배기 계열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주된 목적은 태양광에너지 사업 육성이었다. 웅진그룹의 태양광사업을 이끄는 계열사는 웅진폴리실리콘이다. 그런데 왜 웅진그룹이 태양광 핵심인 웅진폴리실리콘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걸까? 바로 자금난 때문이다.

웅진폴리실리콘은 지난 2010년 경북 상주 공장 설립 당시 만기 5년의 금리 6.05% 수준으로 우리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에서 3100억원의 자금을 빌렸다. 차입 조건에는 부채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 높아지면 앞당겨 갚도록 할 수 있다는 '기한이익상실' 조항이 달려 있었다. 태양광 사업이 공급 과잉으로 상황이 나빠지자 결국 부채비율이 높아져 기준 조건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대출 약정을 어긴 것. 지난 6월에도 웅진폴리실리콘은 웅진홀딩스로부터 421억원을 차입했다.

웅진폴리실리콘 매각 소식에 현재 대주단은 상주 공장 매각 시점까지 디폴트(부도) 선언을 유보해주기로 한 상태다. 다만 오는 10월1일까지 도래하는 중도 상환금 약 500억원 가량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디폴트 선언이 불가피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웅진그룹이 웅진폴리실리콘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매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웅진폴리실리콘은 지난해 매출 1892억원에 영업이익 113억원을 올렸지만 이자 비용 때문에 순손실 107억원을 기록했고 상주 공장이 지난 7월부터 태양광 사업 부진 등을 이유로 한 달 넘게 가동이 중단된 상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부은 웅진폴리실리콘을 헐값에 팔아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끌어안고 가기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계속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윤 회장이 딜레마에 빠질 만 하다. 

성장동력 사라지나

웅진그룹이 웅진폴리실리콘을 매각한다는 것은 사실상 태양광 사업의 포기를 의미한다. 웅진그룹은 태양전지 패널의 핵심 원자재인 잉곳, 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와 하부 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웅진폴리실리콘으로 계열화를 이룬 상태다. 이중 웅진폴리실리콘을 잃게 되면 팔 하나가 잘려나가는 꼴이다. 웅진에너지가 남지만 입지 약화는 피할 수 없다. 미래 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에 정성을 들였던 윤 회장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신의 한수'를 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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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