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수홍에 주어진 배신과 사랑

잃어버린 30년과 차곡차곡 쌓인 30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방송계에 대표적인 성실의 아이콘이자, ‘순수청년’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방송인 박수홍이 안타까운 사연에 휘말렸다. 누구보다도 가족을 아끼는 마음을 방송에서 내비쳤던 그가 친형과 형수로부터 배신당한 사연이 전해졌다. 박수홍의 기획사 대표였던 형이 30년 동안 횡령한 금액은 확실치 않지만, 100억원대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 방송인 박수홍 ⓒMBC

물질의 욕심이 너무 지나칠 때 천륜마저 거스르기도 한다. 그런 경우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지나친 ‘물욕’
‘천륜’ 와르르 

직장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큰 수익을 버는 연예인이다 보니 종종 가족과 불화를 겪기도 한다. 자신의 재능으로 일궈낸 재산을 가족이 남들에게 퍼주다시피 하거나, 때론 당사자도 모르게 잇속을 챙기기도 한다. 뒤늦게 진실을 발견하고 부모와 의절한 연예인도 여럿 있다. 

최근 방송인 박수홍에게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박수홍의 기획사를 운영해온 형(본명 박진홍)으로부터 약 30년간 일하며 모은 돈을 모두 빼앗긴 일이다. 

박수홍은 오래전부터 형에게 경제권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테인먼트 대표임에도 경차를 타고 다닐 뿐 아니라 형수마저도 흔한 가방 하나 없이 종이가방을 들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검소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배신의 초석이었다. 말이 1인 기획사지 사실상 박수홍이 버는 돈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던 형은 재테크 명목으로 수많은 상가와 아파트를 사들였다. 월세만 무려 4000만원에 이른다는 후문이다. 이 모든 명의는 돈을 번 주체자인 박수홍이 아니라, 형과 형 가족의 이름으로 돼있었다. 

박수홍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해 초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몰랐던 법인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부터다. 자신의 지분은 하나도 없고 오롯이 형 가족의 지분으로만 채워진 법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때부터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동생 몰래 세운 법인이 들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형과 그의 가족은 이때부터 박수홍과의 연락을 끊는다. 1년 동안 박수홍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을 통해서만 형에게 연락이 닿는 형태다. 그간 자신을 철석같이 믿어왔던 동생의 신의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오랫동안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박수홍이 세무서를 통해 전달한 소명자료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언론사를 통해 박수홍 흠집내기에 돌입했다. 스스럼없이 천륜을 거스르는 행동에 대중도 놀라고 있다.

기획사 대표 역임한 형의 참혹한 배신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잠도 못 잤다”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비롯해 MBN <동치미> 등 각종 프로그램의 MC를 오랫동안 맡았던 박수홍은 평소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꺼내 놨다. 가끔 가족들의 이해되지 않을 행태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기저에는 가족에 대해 애틋함이 묻어있어 그들만의 문화로만 여겨졌다.

최근 방송된 <동치미>에서 박수홍은 속내를 전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반려묘 ‘다홍이’의 이야기를 꺼내던 중 박수홍은 “제가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이래서 사람이 죽는구나.’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어요. 제가 잠을 못 자니까 고양이가 와서 저보고 자라고 눈을 깜빡깜빡하는 거예요. 얘(다홍이)를 자랑하려고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댓글에 ‘수홍씨가 다홍이 구조한 줄 알죠? 다홍이가 수홍씨 구조한 거예요’라고 남겼어요”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30년차 베테랑 방송인이 촬영 도중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낸 것. 
 

▲ 방송인 박수홍 ⓒ다홍이랑엔터테인먼트

패널들은 ‘갑자기 왜 이래’라며 박수홍의 갑작스러운 오열에 어리둥절했다. 당시만 해도 그의 눈물의 배경에 이런 충격적인 사연이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다. 평소 바른 행동 덕에 순수청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젠틀한 이미지의 박수홍이기에 대중이 받은 충격도 컸다. 

박수홍은 어렸을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오랜 시간 방송활동을 했을 뿐 아니라, 한때 최고의 MC로서 활약했음에도 30세가 넘어서야 겨우 빚을 청산했다. 돈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아끼고 사는 것이 몸에 뱄을 뿐 아니라,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늘 짓눌렀다고 한다. 

힘든 시기를 함께 잘 이겨내 온 형제들이었기에, 감히 자신의 돈을 횡령할 것이라는 의심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박수홍이었다. 평소 검소한 생활을 보여주듯 행동해온 형의 가족들이어서, 선량한 마음의 박수홍은 30년 동안 건물이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생각조차 안 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에 대한 믿음은 비수가 되어 부메랑처럼 날아왔다. 30년 동안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박수홍은 지난달 31일 설왕설래가 오고 가던 자신의 스캔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경제적인 피해를 본 것과 더불어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믿음
배반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다시 한 번 대화를 요청했다”고 밝힌 그는 “마지막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가족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 재산을 자신과 형 사이에 7:3으로 나누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총재산이 100억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에 미뤄보면, 형에게 꽤나 큰 금액을 줄 의향이 있었던 듯 보인다. 

그럼에도 형은 오히려 박수홍의 여자친구 문제를 들먹이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직접 나서지도 않을뿐더러, 지인을 내세우는 치졸한 방법으로 이른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동생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모든 유산을 조카에게 물려줄 것”이라며 형의 가족을 제 가족처럼 사랑한 박수홍이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법적 대응 및 언론 보도를 자제한 이유는 조카 때문이었다고 한다. 현재 어른들의 다툼에 조카까지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 크게 괴로워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상대는 모든 것을 걸고 가족을 배반했지만, 박수홍은 마지막까지도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려는 듯하다. 마치 선과 악의 다툼을 보는 것 같은 형세다. 모든 정황이 밝혀지면서 대중은 그를 향해 뜨거운 응원을 보내고 있다.


비록 가족으로부터 배신당했고 30년 동안의 노력이 단숨에 사라진 슬픈 상황이지만, 반대로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은 방송인인지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수홍 ⓒ방송화면

박수홍의 유튜브 채널 ‘검은 고양이 다홍’의 영상 댓글에는 그간 그에게 인간적인 따뜻함과 고마움을 느낀 사람들이 미담 릴레이를 하듯 속마음을 전하고 있다. 

그룹 멜로망스 김민석을 비롯해, 오래전에 함께 방송했던 작가와 스태프, 웨딩사업 관련 업체의 막내 스태프, 건물의 보안요원, 크리스마스를 맞아 어린아이들과 돈가스를 먹으러 갔던 가족, 우연히 길에서 만난 사람들, 방송에서 만난 방청객까지 모두 박수홍과의 인연을 고백하고 있다.

모두가 그의 따뜻한 성품에 감동했다는 것. 

박수홍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먼저 허리를 90도 굽히며 상대에게 다가갔다. 혹여 타인이 불편함을 받을까 걱정하는 듯, 자신을 더 낮추고 편하게 다가갔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차마 말을 걸지 못하는 여학생에게 ‘왜 나랑 사진 찍자고 말 안 하냐’며 손을 건넸고, 업무상으로 알게 돼 차마 쉽게 말을 못 거는 광고 브랜드 담당자에게는 “이럴 때 못 찍으면 평생 못 남겨요”라며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뜨거운 응원
미담 릴레이

편의점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에겐 자신의 물건을 사면서 커피와 박카스를 전했고, 녹화가 2시간가량 지체되자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방청객들에게 직접 다가가 머리를 숙여 죄송함을 전했다.

한 어린 출연자가 밥을 못 먹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 자신의 도시락을 전했고,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스태프에게 먼저 다가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던 박수홍이었다. 

이외에도 미담은 끊임없이 나온다. 모두 하나 같이 박수홍과 만남을 자신의 인생에 중요했던 순간처럼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박수홍에게서 느꼈던 인간적인 따뜻함을 마음 한쪽에 두고 있다가, 그가 힘들어하자 진심으로 응원하기 위해 꺼내놓는 모양새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실제 친구들과의 미담도 다양하다. 2018년 방송된 <해피투게더-프렌즈>에서 박수홍의 친구로 나온 A씨의 일화는 감동적이다. 다리를 다친 A씨를 위해 친구들과 노는 것을 포기하고 등교부터 하교까지 늘 부축하며 지냈다는 것. 
 

모델 학원을 다니기 위해 새벽 신문 배달을 하며 모은 돈으로 학원비를 낸 일화도 있다. 자신이 필요한 게 있으면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얻어내는 강인함도 있는 그다.

이토록 미담이 많은 연예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도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을 텐데, 먼저 남을 배려하고 챙기는 것을 실천하며 살아온 듯 보인다.

대중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성품 이외에도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매력 덕분이다.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베테랑 MC답게 안정적으로 진행한다. 방송을 오랜만에 찾은 게스트나 패널이 어색하지 않도록 대화를 이끌고, 누군가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정중한 태도로 사람을 대한다.
 
<동치미>나 JTBC <TV 정보쇼 알짜왕>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는 최적의 재능을 발휘하며 맹활약 중이다. 그와 함께 진행을 맡은 동료 MC들 역시 편안하게 박수홍에게 기댄다. 또 최근 방송을 시작한 SBS <뷰티 앤 더 비스트>에서는 천재 반려묘 다홍이와 보내는 일상을 솔직 담백하게 꺼내 놓는다. 

구김살 없는 서글서글한 성격을 바탕으로 방송에 임하는 진솔한 그의 모습에 잔잔한 미소가 절로 띠어진다. 길고양이였던 다홍이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힘든 와중에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서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수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안겨주고 있다.

충격 소식에 쏟아지는 ‘미담 릴레이’
배려와 존중의 30년 ‘응원하는 대중’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이른바 ‘샌드백’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야생과 같은 예능에서 짓궂은 농담을 일삼는 탁재훈, 김희철, 김종국 사이에서 늘 놀림을 당하는 역할이다. 다소 기분 나쁠 법한 놀림에도, 언제나 웃음과 장난기 섞인 서운함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그다. 

멀쩡한 허우대에 선한 인상,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어딘가 빈틈이 있는 그는 강력한 입담을 자랑하는 예능인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그 놀림이 박수홍도 크게 싫지는 않은 듯 웃는 얼굴로 응대한다. 

이는 과거에서부터 이어졌다. MBC <라디오스타>나 KBS2 <해피투게더>에서 동료들과 출연했을 당시에도 놀림을 당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김구라나 김수용에게 놀림을 당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는데, 그때마다 당황하는 척하면서 톡톡 튀는 입담을 보이며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김수용의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농담과 박수홍의 리액션이 어우러지는 영상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강력한 웃음을 준다. 

KBS 공채 개그맨 7기 감자골(김국진‧김용만‧김수용‧박수홍) 친구들이나 <미운 우리 새끼>의 멤버들, 윤정수와 손헌수 등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 모두 박수홍의 인간적인 면모를 칭찬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예의를 갖출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그의 모습을 존중한다고 한다. 
 

▲ 방송인 박수홍 ⓒ김영준스튜디오

이 같은 그의 매력을 알기에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이 박수홍에게 힘이 되는 말을 건네고 있다. 꼭 미담이 아니더라도, 그를 향한 응원글은 포털사이트나 SNS 등 박수홍과 연관된 모든 댓글창에 남겨지고 있다.

무려 20년 동안 보육원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으며, 친분이 깊은 동료 박경림과 함께 이방인의 심정을 느낄 다문화가정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연예인이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선한 영향력을 펼쳐온 그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는 박수홍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이 아깝고, 가족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가 쉽게 지워지지 않겠지만,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함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지 않을까 기대되는 점도 있다. 

물욕 때문에 천륜을 거스르는 가족으로 파생된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여론은 일방적으로 박수홍의 편이기는 하나, 오래전부터 사기를 칠 마음을 먹은 사람이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
악을 누를까

그럼에도 진실은 거짓을 이기기 마련이고, 선도 궁극적으로는 악을 제압한다. 선의 위치에 놓인 박수홍이 기필코 승리하길 바라는 마음이 한가운데로 모이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이번만큼은 주위를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이겨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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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