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떠난’ 농심 계열분리 시나리오

신씨 삼형제 한 입씩? 한 입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신춘호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농심그룹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주의 타계로 인한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 농심 본사 ⓒ농심

지난 3월27일 오전 3시38분경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졌다. 서울 한남동 자택을 거쳐 농심 본사에서 영결식을 진행했고, 장지는 경남 밀양 선영이다. 고인은 유언으로 “거짓없는 최고의 품질로 세계 속 농심을 키우라”고 남겼다. 생전 품질 제일과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했으며 유족에게는 “가족 간에 우애하라”고 당부했다.

‘라면 왕’
별이 되다

신춘호 회장은 국내 식품업계의 산증인이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둘째 동생인 신춘호 회장은 라면 사업을 추진해 세계적인 식품기업으로 키웠다. 1930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춘호 회장은 1965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라면 뽑는 기계를 들여놓고 ‘롯데공업’이라는 이름의 식품업체를 창업했다. 

롯데공업은 1978년 사명을 지금의 ‘농심’으로 변경했고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짜파게티(1984년)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입지를 다졌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을 앞세워 지금껏 국내 라면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또 국내 최초의 스낵이자 ‘국민 과자’라는 애칭을 얻은 ‘새우깡’도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제품이다.


신춘호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농심그룹 승계 작업은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찌감치 승계 작업의 기초를 닦아 놓은 덕분에 상속을 둘러싼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신춘호 회장 별세…향년 92세
오너 2세 체제…승계 작업은?

농심그룹은 신춘호 회장의 세 아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승계의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다.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 신동윤 부회장이 ‘율촌화학’, 신동익 부회장이 ‘메가마트’를 맡는 구조다. 다만 완전한 계열분리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를 거머쥔 장남은 그룹 내 주력 사업부문까지 넘겨받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기준 특수관계인의 농심홀딩스 지분 총합은 66.60%(308만8968주). 이 가운데 신동원 부회장의 지분이 42.92%(199만367주)다. 신동원 부회장은 2003년 지주사인 농심홀딩스가 출범할 당시 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36.38%를 확보했다.
 

▲ (사진 왼쪽부터)신동원·신동윤·신동익 농심 부회장 ⓒ농심

신동원 부회장은 1979년 농심에 입사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0년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농심 경영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열린 제57기 농심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조만간 농심홀딩스 단독 대표이사 회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왕관 쓰는
후계자들

차남은 율촌화학에서 기반을 닦았다. 신동윤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율촌화학 지분 13.93%(345만4560만)를 보유한 2대주주다. 신동윤 부회장의 자녀인 신시열씨(0.59%, 14만5740주), 신은선씨(0.02%, 4885주)도 적게나마 회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장남은 율촌화학, 차남은 농심홀딩스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신동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농심홀딩스는 지분율 31.94%(792만1700주)로 율촌화학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을 직접 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동윤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율은 13.18%(61만1484주)이고, 신시열씨와 신은선씨도 0.29%(1만3241주)씩 주식을 보유 중이다.

삼남이 주축이 된 메가마트는 사실상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보여주고 있다. 신동익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메가마트 지분 56.14%(173만813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신 신동익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이 전무하다. 게다가 신동익 부회장의 장남인 신승렬씨도 농심홀딩스 주식을 팔고 있다.

세 방향
후계구도

그룹의 대기업 지정이 확실시되는 만큼 신춘호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계열분리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농심그룹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총액 5조원을 넘으며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요건을 갖췄다.

주력 사업회사인 농심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3조원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농심홀딩스는 1조2761억원, 율촌화학은 6288억원이다. 상장사 3곳의 자산만 합쳐도 4조7274억원이고, 15개의 비상장사 자산까지 더하면 5조원을 훌쩍 넘긴다.
 

▲ 신춘호 농심 회장 빈소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기면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탓에 내부거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오르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및 신고의무를 지고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해 규제를 받게 된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농심그룹이 계열분리를 통해 몸집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계열분리 시나리오는 농심홀딩스가 보유한 율촌화학 주식과 신동윤 부회장이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이다.

장남 중심 차·삼남 독립?
상속제 재원 마련이 관건

이미 오너 일가는 대규모 주식 스왑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 2017년 5월 신동윤 부회장은 농심홀딩스 주식 30만1500주를 주당 10만8000원에 신동원 부회장(27만9867주)과 그의 장남 신상렬씨(2만4580주) 등에게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매도했다.

당시 신동원 부회장은 자기자금 222억원에 농심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취득한 80억원의 차입금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신동원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36.93%서 42.92%로 대폭 늘었고,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율은 19.69%서 13.18%로 크게 줄었다.

계열분리 과정에서는 신춘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어떻게 처분하느냐가 관건이다. 신춘호 회장은 농심과 율촌화학에서 각각 35만주(5.75%), 334만7890주(13.5%)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으로 약 1600억원에 달한다. 비상장사로는 농심캐피탈 주식 53만주(10%)를 보유하고 있다.


후계자들이 신춘호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으려면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뒤따른다. 신춘호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무려 800억원에 달한다. 현행법상 증여대상 주식가치가 30억원을 넘으면 50%의 세율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막대한 세금
어떻게 처리?

상속 과정에서 율촌재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 율촌재단은 공익법인으로, 특수관계사 지분 5%를 증여받을 수 있다. 성실공익법인인 율촌재단은 증여 비율이 10% 까지 가능하다. 공익법인은 세금을 내지 않고 특수 관계회사 지분을 일정 부분 증여받을 수 있다. 세금을 내지 않을 정도로 율촌재단에 신 회장 지분을 넘기고, 나머지 부분에 한해 3형제를 중심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