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변의 주인공 스티븐 연

현실적인 초상화 정밀하게 그리다

[일요시사 취재 1팀] 차철우 기자 =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스티븐 연에게 전 세계가 주목한다. ‘화이트 오스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 속 이민자 제이콥 연기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 배우 스티븐연 ⓒCGV아트하우스

미국 내 아시아계 배우의 연기에 대한 인식은 보통 ‘아시아인 치고 잘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스티븐 연이 오스카상을 수상한다면 미국 내 아시아인 배우에 대한 인식이 그의 목표인 좋은 배우로 바뀔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국인이 해야”
전 제작에 참여

영화 <미나리>에 대한 반응도 뜨겁지만 연기력에 관한 평가는 더욱 좋다. 윤여정을 비롯해 아버지 역할을 맡은 스티븐 연의 연기력이 대단하다는 반응이 많다. 과거 <옥자>와 <버닝>에서 한국말 하는 교포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지만 <미나리>에서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해 공감을 일으킨 점을 팬들과 외신은 높이 평가했다.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의 배우와 제작자로 참여했다. 지난 2020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인은 우리가 보는 한국인과 굉장히 다르다”며 “한국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제작의 전 과정에 한국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제작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 그가 <미나리>에서 제이콥 연기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게리 올드만(<맹크>), 고(故) 채드윅 보스만(<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서니 홉킨스(<더 파더>) 등이 경쟁자다. 후보자 역시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다. 오스카 남자 주연상 후보자 발표가 되자마자 그는 “정말 초현실적인 느낌이고 후보로 지명된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소감을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 최초 후보 지명에 대해 “그동안 오스카는 아시아 사람들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연기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스티븐 연이 오스카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만큼 오스카는 백인 잔치라는 평가가 많았다. 외신은 스티븐 연이 후보로 지명돼 할리우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할리우드서 아시아계 배우는 살아남기 힘든데 미국 영화계에서 동양인 캐릭터는 주로 희생양 또는 돈 밝히는 사람, 둘 중 하나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븐 연은 미국 내 다양한 역할을 소화 가능한 배우로 꼽힌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의 글렌 리 역할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을 인식시켰다. 

아시아계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
게리 올드만, 앤서니 홉킨스 등과 경쟁

그가 연기한 글렌 리는 미국에서 평가하는 아시아인 이미지와 다르게, 용감하고 영리하며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연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워킹데드>를 연기해 이름을 알렸지만, 그가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20세 때다. 

스티븐 연은 서울에서 태어나 4세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5세 때부터 계속 미국서 살아온 교포 2세다. 한국에서 건축업을 하던 그의 부모는 미국에서 미용 용품 판매점을 운영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다 우연히 극단 연기를 본 뒤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던 그는 졸업 후 코미디언 조던 클래퍼를 따라 시카고 극단 멤버로 합류해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 배우 스티븐연 ⓒ판씨네마

2009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배우가 되기 위해 6개월 동안 많은 오디션을 보고 다녔다. 그러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캐스팅됐다. <워킹데드>는 좀비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시즌3에서 시즌6까지 케이블 TV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다. 

그가 처음 <워킹데드>에 등장했을 때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욕을 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스티븐 연에 대한 시청자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인이 상상했던 아시아인 캐릭터와는 달랐고, 연기도 잘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워킹데드> 시즌6에 글렌 리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의 인기가 많자 “글렌 리가 죽으면 보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스티븐 연의 <워킹 데드> 출연으로 미국 내 아시아인 연기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서울서 태어나
부모와 이민

<워킹데드> 이후 배우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스티븐 연은 정이삭(미국명 리 아이작 정) 감독을 만나게 됐다.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이 겪었던 이민생활을 담은 자전적 영화다. 스티븐 연은 대본을 읽고 가족과 부친이 겪은 힘든 이민생활에 크게 공감해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 한국 부친 캐릭터의 분석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떠난 제이콥 가족의 힘겨운 이민생활을 보여주는 영화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제이콥이 아칸소로 이사해 농장을 경영하고 가장으로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독한 이민생활의 현실을 연기로 보여준다. 영화 대사 중 제이콥의 아들이 수컷 병아리를 폐기하는 이유를 묻자 “맛이 없고 알을 낳지 못해 쓸모없다”며 “쓸모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자신의 성격을 드러낸다. 

영화 속 제이콥이라는 이름은 성경에 등장하는 야곱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성경 속 야곱은 끈질기며, 자기 의존적 성격이 강하다.
 

▲ ▲배우 스티븐 연 ⓒ판씨네마

아무것도 없는 아칸소 농장을 가꾸며 가족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과 한국인이지만 다른 한국인을 믿지 못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부모를 이해하기 위해 누구도 겪은 적이 없는 일처럼 생각하며 심오한 연구 끝에 제이콥을 연기했다고 전해진다. 

제이콥의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과거 이민의 기억에 기대기보다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되뇌고,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민자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하는 점에 대해 고민했다. 스티븐 연의 부친은 한국 사람이지만, 부친과 제이콥을 다르다고 생각했다.

<워킹데드>
많은 호평


자신만의 방법으로 미국에 이민 온 한국 가장의 모습을 재탄생시켰다. 영어가 편한 그는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고 어설픈 영어를 해야 하는 캐릭터를 위해 대본을 끊임없이 고치고, 많은 연기 연습을 했다. 24번의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윤여정, 한예리와 함께 대사를 연구하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스티븐 연의 대사는 전형적인 과거 한국의 아버지를 반영한다. <미나리> 속 제이콥은 언제나 굳은 표정으로 무심하게 말한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로 “이민 2세대가 1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시대의 틀에 박힌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고, 1970년대 말을 살았던 제이콥이라는 사람 자체를 공감하는 모습으로 연기했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에 출연해 내가 맡은 역할이 아버지의 삶과 같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제이콥은 내 아버지와 다시 연결된다. 그 경험은 나에게 감동적”이라고 <미나리> 출연 소감을 밝혔다. 

한예리와 연기 호흡도 돋보였다. 스티븐 연은 “연기할 때 배우 사이에 생각 차이가 존재했지만 서로 다른 견해를 좋게 여겨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편하게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의 장면 중 폴을 식사에 초대해 그가 집에 돌아간 뒤 다투는 장면은 NG 없이 한번에 진행됐다. 또 영화 속 제이콥은 한국서 온 장모와 함께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장모가 싫어서라기보다 미국서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한국서 장모가 오면 같은 한국인으로서 갈등이 심화될 것을 제이콥이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속 스티븐 연과 윤여정 사이에는 오고 가는 대사가 많지 않다. 


한국어 어색하지만 발음 공부
배우들과 밤새 연구하며 촬영

말이 없는 두 사람 덕분에 영화 내내 둘의 긴장감은 계속 이어진다. 윤여정, 한예리와 함께 함으로써 <미나리>에서 그의 연기가 더욱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를 통해 부친이 어떤 사람인지, 오해한 부분은 없었는지 확인하며 연기했다. 이민 가정을 이끈 그의 부친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의 관찰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부친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 부친의 연기를 잘 소화했고 덕분에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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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고 했다.

스티븐 연은 “감독의 시나리오가 훌륭해 그것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며 “완벽한 시나리오에 적합한 배우들이 함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고, 가족처럼 행동하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제이콥 연기를 통해 국내 팬들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공감을 끌어낸 점도 평론가들이 <미나리>를 좋은 영화라고 평가한 이유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나라다. 이민자가 힘들여 정착하는 이야기에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감한다. 

그는 봉준호, 이창동 감독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며 이미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특히 <버닝>에서는 벤 역할로 소시오패스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고급스럽지만 소시오패스의 성향이 가득한 벤은 스티븐 연이 보여준 새로운 연기 변신이었다. 그는 벤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배우임을 이미 증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스티븐 연은 놀랄 만큼 다양성 있는 배우”라며 “<미나리> 속 그는 진정한 아버지를 표현하며, 무거운 짐을 진 아버지의 현실적인 초상화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오래전부터 스티븐 연의 연기는 이미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새로움
다양성

스티븐 연은 미국인이지만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연기할 때 많은 차별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덕션을 세워 아시아인들도 좋은 배역을 맡게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인식을 바꾸고 아시아인 배우들에게 좋은 배역을 맡게 하는 선구자가 되기보다는 그런 선례 가운데 하나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 영화제서 3관왕을 달성한 스티븐 연이  가장 권위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만큼, 그의 수상 여부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산 ‘미나리’의 힘 오스카 개봉박두

6개 부문 후보 선정 <기생충> 기록 깰까

영화 <미나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6개 부문에는 각각 ▲작품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감독상(정이삭) ▲작품상 ▲음악상이다.

오스카상 중 최고로 여기는 작품상 부문은 <미나리> 외에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 랜드>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 등이 함께 후보에 올랐다. 

독립 영화가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미나리>의 경쟁 상대로 예상하는 작품은 <맹크>다.

<맹크>는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

3월16일 기준 91관왕을 달성한 <미나리>가 오스카상 수상 영광을 차지할지 여부에 영화계가 주목한다.

미국 영화로 제작됐지만 한국어 대사가 주로 나온다는 이유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작품상을 받아 논란이 생긴 <미나리>가 오스카에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제외되며 작품상 수상에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오스카상 후보 지명에 정이삭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긴 여정을 지나오는 동안 후보로 지명되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상상을 전혀 못했다”며 “오스카의 순간이 왜 끝나지 않는 감사 인사로 가득 차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2020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미나리>가 <기생충>이 세운 기록을 갈아 치울지 여부에 많은 시선이 집중된 상태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25일(현지 날짜)에 시작될 예정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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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