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변의 주인공 스티븐 연

현실적인 초상화 정밀하게 그리다

[일요시사 취재 1팀] 차철우 기자 =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스티븐 연에게 전 세계가 주목한다. ‘화이트 오스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 속 이민자 제이콥 연기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 배우 스티븐연 ⓒCGV아트하우스

미국 내 아시아계 배우의 연기에 대한 인식은 보통 ‘아시아인 치고 잘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스티븐 연이 오스카상을 수상한다면 미국 내 아시아인 배우에 대한 인식이 그의 목표인 좋은 배우로 바뀔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국인이 해야”
전 제작에 참여

영화 <미나리>에 대한 반응도 뜨겁지만 연기력에 관한 평가는 더욱 좋다. 윤여정을 비롯해 아버지 역할을 맡은 스티븐 연의 연기력이 대단하다는 반응이 많다. 과거 <옥자>와 <버닝>에서 한국말 하는 교포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지만 <미나리>에서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해 공감을 일으킨 점을 팬들과 외신은 높이 평가했다.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의 배우와 제작자로 참여했다. 지난 2020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인은 우리가 보는 한국인과 굉장히 다르다”며 “한국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제작의 전 과정에 한국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제작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 그가 <미나리>에서 제이콥 연기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게리 올드만(<맹크>), 고(故) 채드윅 보스만(<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서니 홉킨스(<더 파더>) 등이 경쟁자다. 후보자 역시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다. 오스카 남자 주연상 후보자 발표가 되자마자 그는 “정말 초현실적인 느낌이고 후보로 지명된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소감을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 최초 후보 지명에 대해 “그동안 오스카는 아시아 사람들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연기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스티븐 연이 오스카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만큼 오스카는 백인 잔치라는 평가가 많았다. 외신은 스티븐 연이 후보로 지명돼 할리우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할리우드서 아시아계 배우는 살아남기 힘든데 미국 영화계에서 동양인 캐릭터는 주로 희생양 또는 돈 밝히는 사람, 둘 중 하나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븐 연은 미국 내 다양한 역할을 소화 가능한 배우로 꼽힌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의 글렌 리 역할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을 인식시켰다. 

아시아계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
게리 올드만, 앤서니 홉킨스 등과 경쟁

그가 연기한 글렌 리는 미국에서 평가하는 아시아인 이미지와 다르게, 용감하고 영리하며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연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워킹데드>를 연기해 이름을 알렸지만, 그가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20세 때다. 

스티븐 연은 서울에서 태어나 4세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5세 때부터 계속 미국서 살아온 교포 2세다. 한국에서 건축업을 하던 그의 부모는 미국에서 미용 용품 판매점을 운영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다 우연히 극단 연기를 본 뒤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던 그는 졸업 후 코미디언 조던 클래퍼를 따라 시카고 극단 멤버로 합류해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 배우 스티븐연 ⓒ판씨네마

2009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배우가 되기 위해 6개월 동안 많은 오디션을 보고 다녔다. 그러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캐스팅됐다. <워킹데드>는 좀비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시즌3에서 시즌6까지 케이블 TV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다. 

그가 처음 <워킹데드>에 등장했을 때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욕을 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스티븐 연에 대한 시청자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인이 상상했던 아시아인 캐릭터와는 달랐고, 연기도 잘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워킹데드> 시즌6에 글렌 리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의 인기가 많자 “글렌 리가 죽으면 보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스티븐 연의 <워킹 데드> 출연으로 미국 내 아시아인 연기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서울서 태어나
부모와 이민

<워킹데드> 이후 배우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스티븐 연은 정이삭(미국명 리 아이작 정) 감독을 만나게 됐다.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이 겪었던 이민생활을 담은 자전적 영화다. 스티븐 연은 대본을 읽고 가족과 부친이 겪은 힘든 이민생활에 크게 공감해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 한국 부친 캐릭터의 분석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떠난 제이콥 가족의 힘겨운 이민생활을 보여주는 영화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제이콥이 아칸소로 이사해 농장을 경영하고 가장으로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독한 이민생활의 현실을 연기로 보여준다. 영화 대사 중 제이콥의 아들이 수컷 병아리를 폐기하는 이유를 묻자 “맛이 없고 알을 낳지 못해 쓸모없다”며 “쓸모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자신의 성격을 드러낸다. 

영화 속 제이콥이라는 이름은 성경에 등장하는 야곱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성경 속 야곱은 끈질기며, 자기 의존적 성격이 강하다.
 

▲ ▲배우 스티븐 연 ⓒ판씨네마

아무것도 없는 아칸소 농장을 가꾸며 가족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과 한국인이지만 다른 한국인을 믿지 못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부모를 이해하기 위해 누구도 겪은 적이 없는 일처럼 생각하며 심오한 연구 끝에 제이콥을 연기했다고 전해진다. 

제이콥의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과거 이민의 기억에 기대기보다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되뇌고,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민자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하는 점에 대해 고민했다. 스티븐 연의 부친은 한국 사람이지만, 부친과 제이콥을 다르다고 생각했다.

<워킹데드>
많은 호평


자신만의 방법으로 미국에 이민 온 한국 가장의 모습을 재탄생시켰다. 영어가 편한 그는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고 어설픈 영어를 해야 하는 캐릭터를 위해 대본을 끊임없이 고치고, 많은 연기 연습을 했다. 24번의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윤여정, 한예리와 함께 대사를 연구하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스티븐 연의 대사는 전형적인 과거 한국의 아버지를 반영한다. <미나리> 속 제이콥은 언제나 굳은 표정으로 무심하게 말한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로 “이민 2세대가 1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시대의 틀에 박힌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고, 1970년대 말을 살았던 제이콥이라는 사람 자체를 공감하는 모습으로 연기했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에 출연해 내가 맡은 역할이 아버지의 삶과 같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제이콥은 내 아버지와 다시 연결된다. 그 경험은 나에게 감동적”이라고 <미나리> 출연 소감을 밝혔다. 

한예리와 연기 호흡도 돋보였다. 스티븐 연은 “연기할 때 배우 사이에 생각 차이가 존재했지만 서로 다른 견해를 좋게 여겨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편하게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의 장면 중 폴을 식사에 초대해 그가 집에 돌아간 뒤 다투는 장면은 NG 없이 한번에 진행됐다. 또 영화 속 제이콥은 한국서 온 장모와 함께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장모가 싫어서라기보다 미국서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한국서 장모가 오면 같은 한국인으로서 갈등이 심화될 것을 제이콥이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속 스티븐 연과 윤여정 사이에는 오고 가는 대사가 많지 않다. 


한국어 어색하지만 발음 공부
배우들과 밤새 연구하며 촬영

말이 없는 두 사람 덕분에 영화 내내 둘의 긴장감은 계속 이어진다. 윤여정, 한예리와 함께 함으로써 <미나리>에서 그의 연기가 더욱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를 통해 부친이 어떤 사람인지, 오해한 부분은 없었는지 확인하며 연기했다. 이민 가정을 이끈 그의 부친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의 관찰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부친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 부친의 연기를 잘 소화했고 덕분에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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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고 했다.

스티븐 연은 “감독의 시나리오가 훌륭해 그것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며 “완벽한 시나리오에 적합한 배우들이 함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고, 가족처럼 행동하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제이콥 연기를 통해 국내 팬들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공감을 끌어낸 점도 평론가들이 <미나리>를 좋은 영화라고 평가한 이유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나라다. 이민자가 힘들여 정착하는 이야기에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감한다. 

그는 봉준호, 이창동 감독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며 이미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특히 <버닝>에서는 벤 역할로 소시오패스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고급스럽지만 소시오패스의 성향이 가득한 벤은 스티븐 연이 보여준 새로운 연기 변신이었다. 그는 벤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배우임을 이미 증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스티븐 연은 놀랄 만큼 다양성 있는 배우”라며 “<미나리> 속 그는 진정한 아버지를 표현하며, 무거운 짐을 진 아버지의 현실적인 초상화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오래전부터 스티븐 연의 연기는 이미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새로움
다양성

스티븐 연은 미국인이지만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연기할 때 많은 차별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덕션을 세워 아시아인들도 좋은 배역을 맡게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인식을 바꾸고 아시아인 배우들에게 좋은 배역을 맡게 하는 선구자가 되기보다는 그런 선례 가운데 하나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 영화제서 3관왕을 달성한 스티븐 연이  가장 권위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만큼, 그의 수상 여부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산 ‘미나리’의 힘 오스카 개봉박두

6개 부문 후보 선정 <기생충> 기록 깰까

영화 <미나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6개 부문에는 각각 ▲작품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감독상(정이삭) ▲작품상 ▲음악상이다.

오스카상 중 최고로 여기는 작품상 부문은 <미나리> 외에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 랜드>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 등이 함께 후보에 올랐다. 

독립 영화가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미나리>의 경쟁 상대로 예상하는 작품은 <맹크>다.

<맹크>는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

3월16일 기준 91관왕을 달성한 <미나리>가 오스카상 수상 영광을 차지할지 여부에 영화계가 주목한다.

미국 영화로 제작됐지만 한국어 대사가 주로 나온다는 이유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작품상을 받아 논란이 생긴 <미나리>가 오스카에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제외되며 작품상 수상에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오스카상 후보 지명에 정이삭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긴 여정을 지나오는 동안 후보로 지명되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상상을 전혀 못했다”며 “오스카의 순간이 왜 끝나지 않는 감사 인사로 가득 차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2020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미나리>가 <기생충>이 세운 기록을 갈아 치울지 여부에 많은 시선이 집중된 상태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25일(현지 날짜)에 시작될 예정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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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