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이변의 주인공 스티븐 연

현실적인 초상화 정밀하게 그리다

[일요시사 취재 1팀] 차철우 기자 =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스티븐 연에게 전 세계가 주목한다. ‘화이트 오스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 속 이민자 제이콥 연기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됐다.
 

▲ 배우 스티븐연 ⓒCGV아트하우스

미국 내 아시아계 배우의 연기에 대한 인식은 보통 ‘아시아인 치고 잘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스티븐 연이 오스카상을 수상한다면 미국 내 아시아인 배우에 대한 인식이 그의 목표인 좋은 배우로 바뀔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국인이 해야”
전 제작에 참여

영화 <미나리>에 대한 반응도 뜨겁지만 연기력에 관한 평가는 더욱 좋다. 윤여정을 비롯해 아버지 역할을 맡은 스티븐 연의 연기력이 대단하다는 반응이 많다. 과거 <옥자>와 <버닝>에서 한국말 하는 교포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지만 <미나리>에서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해 공감을 일으킨 점을 팬들과 외신은 높이 평가했다.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의 배우와 제작자로 참여했다. 지난 2020년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인은 우리가 보는 한국인과 굉장히 다르다”며 “한국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제작의 전 과정에 한국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제작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그런 그가 <미나리>에서 제이콥 연기로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게리 올드만(<맹크>), 고(故) 채드윅 보스만(<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앤서니 홉킨스(<더 파더>) 등이 경쟁자다. 후보자 역시 영화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다. 오스카 남자 주연상 후보자 발표가 되자마자 그는 “정말 초현실적인 느낌이고 후보로 지명된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소감을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 최초 후보 지명에 대해 “그동안 오스카는 아시아 사람들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연기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스티븐 연이 오스카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만큼 오스카는 백인 잔치라는 평가가 많았다. 외신은 스티븐 연이 후보로 지명돼 할리우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을 많이 냈다.

할리우드서 아시아계 배우는 살아남기 힘든데 미국 영화계에서 동양인 캐릭터는 주로 희생양 또는 돈 밝히는 사람, 둘 중 하나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븐 연은 미국 내 다양한 역할을 소화 가능한 배우로 꼽힌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의 글렌 리 역할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을 인식시켰다. 

아시아계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
게리 올드만, 앤서니 홉킨스 등과 경쟁

그가 연기한 글렌 리는 미국에서 평가하는 아시아인 이미지와 다르게, 용감하고 영리하며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연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워킹데드>를 연기해 이름을 알렸지만, 그가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20세 때다. 

스티븐 연은 서울에서 태어나 4세에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5세 때부터 계속 미국서 살아온 교포 2세다. 한국에서 건축업을 하던 그의 부모는 미국에서 미용 용품 판매점을 운영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다 우연히 극단 연기를 본 뒤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던 그는 졸업 후 코미디언 조던 클래퍼를 따라 시카고 극단 멤버로 합류해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다. 
 

▲ 배우 스티븐연 ⓒ판씨네마

2009년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배우가 되기 위해 6개월 동안 많은 오디션을 보고 다녔다. 그러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캐스팅됐다. <워킹데드>는 좀비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시즌3에서 시즌6까지 케이블 TV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다. 

그가 처음 <워킹데드>에 등장했을 때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욕을 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스티븐 연에 대한 시청자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인이 상상했던 아시아인 캐릭터와는 달랐고, 연기도 잘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워킹데드> 시즌6에 글렌 리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의 인기가 많자 “글렌 리가 죽으면 보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스티븐 연의 <워킹 데드> 출연으로 미국 내 아시아인 연기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서울서 태어나
부모와 이민

<워킹데드> 이후 배우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던 스티븐 연은 정이삭(미국명 리 아이작 정) 감독을 만나게 됐다.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이 겪었던 이민생활을 담은 자전적 영화다. 스티븐 연은 대본을 읽고 가족과 부친이 겪은 힘든 이민생활에 크게 공감해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 한국 부친 캐릭터의 분석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미나리>는 아메리칸드림을 이루기 위해 떠난 제이콥 가족의 힘겨운 이민생활을 보여주는 영화다.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던 제이콥이 아칸소로 이사해 농장을 경영하고 가장으로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독한 이민생활의 현실을 연기로 보여준다. 영화 대사 중 제이콥의 아들이 수컷 병아리를 폐기하는 이유를 묻자 “맛이 없고 알을 낳지 못해 쓸모없다”며 “쓸모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자신의 성격을 드러낸다. 

영화 속 제이콥이라는 이름은 성경에 등장하는 야곱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성경 속 야곱은 끈질기며, 자기 의존적 성격이 강하다.
 

▲ ▲배우 스티븐 연 ⓒ판씨네마

아무것도 없는 아칸소 농장을 가꾸며 가족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과 한국인이지만 다른 한국인을 믿지 못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부모를 이해하기 위해 누구도 겪은 적이 없는 일처럼 생각하며 심오한 연구 끝에 제이콥을 연기했다고 전해진다. 

제이콥의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과거 이민의 기억에 기대기보다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되뇌고,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민자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하는 점에 대해 고민했다. 스티븐 연의 부친은 한국 사람이지만, 부친과 제이콥을 다르다고 생각했다.

<워킹데드>
많은 호평


자신만의 방법으로 미국에 이민 온 한국 가장의 모습을 재탄생시켰다. 영어가 편한 그는 유창하게 한국어를 하고 어설픈 영어를 해야 하는 캐릭터를 위해 대본을 끊임없이 고치고, 많은 연기 연습을 했다. 24번의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윤여정, 한예리와 함께 대사를 연구하고 캐릭터를 분석했다.

스티븐 연의 대사는 전형적인 과거 한국의 아버지를 반영한다. <미나리> 속 제이콥은 언제나 굳은 표정으로 무심하게 말한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로 “이민 2세대가 1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는 시대의 틀에 박힌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고, 1970년대 말을 살았던 제이콥이라는 사람 자체를 공감하는 모습으로 연기했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에 출연해 내가 맡은 역할이 아버지의 삶과 같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제이콥은 내 아버지와 다시 연결된다. 그 경험은 나에게 감동적”이라고 <미나리> 출연 소감을 밝혔다. 

한예리와 연기 호흡도 돋보였다. 스티븐 연은 “연기할 때 배우 사이에 생각 차이가 존재했지만 서로 다른 견해를 좋게 여겨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편하게 촬영했다고 한다. 영화의 장면 중 폴을 식사에 초대해 그가 집에 돌아간 뒤 다투는 장면은 NG 없이 한번에 진행됐다. 또 영화 속 제이콥은 한국서 온 장모와 함께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장모가 싫어서라기보다 미국서 혼자 힘으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한국서 장모가 오면 같은 한국인으로서 갈등이 심화될 것을 제이콥이 예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 속 스티븐 연과 윤여정 사이에는 오고 가는 대사가 많지 않다. 


한국어 어색하지만 발음 공부
배우들과 밤새 연구하며 촬영

말이 없는 두 사람 덕분에 영화 내내 둘의 긴장감은 계속 이어진다. 윤여정, 한예리와 함께 함으로써 <미나리>에서 그의 연기가 더욱 성숙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스티븐 연은 <미나리>를 통해 부친이 어떤 사람인지, 오해한 부분은 없었는지 확인하며 연기했다. 이민 가정을 이끈 그의 부친에 대해 한 인간으로서의 관찰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부친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 부친의 연기를 잘 소화했고 덕분에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 오스카상 후보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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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고 했다.

스티븐 연은 “감독의 시나리오가 훌륭해 그것이 돋보이게 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며 “완벽한 시나리오에 적합한 배우들이 함께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고, 가족처럼 행동하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제이콥 연기를 통해 국내 팬들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공감을 끌어낸 점도 평론가들이 <미나리>를 좋은 영화라고 평가한 이유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나라다. 이민자가 힘들여 정착하는 이야기에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감한다. 

그는 봉준호, 이창동 감독과 함께 작품 활동을 하며 이미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특히 <버닝>에서는 벤 역할로 소시오패스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고급스럽지만 소시오패스의 성향이 가득한 벤은 스티븐 연이 보여준 새로운 연기 변신이었다. 그는 벤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배우임을 이미 증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스티븐 연은 놀랄 만큼 다양성 있는 배우”라며 “<미나리> 속 그는 진정한 아버지를 표현하며, 무거운 짐을 진 아버지의 현실적인 초상화를 보여준다”고 극찬했다. 오래전부터 스티븐 연의 연기는 이미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새로움
다양성

스티븐 연은 미국인이지만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연기할 때 많은 차별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덕션을 세워 아시아인들도 좋은 배역을 맡게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인식을 바꾸고 아시아인 배우들에게 좋은 배역을 맡게 하는 선구자가 되기보다는 그런 선례 가운데 하나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해외 영화제서 3관왕을 달성한 스티븐 연이  가장 권위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만큼, 그의 수상 여부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산 ‘미나리’의 힘 오스카 개봉박두

6개 부문 후보 선정 <기생충> 기록 깰까

영화 <미나리>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표된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6개 부문에는 각각 ▲작품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감독상(정이삭) ▲작품상 ▲음악상이다.

오스카상 중 최고로 여기는 작품상 부문은 <미나리> 외에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 랜드>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맹크> 등이 함께 후보에 올랐다. 

독립 영화가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미나리>의 경쟁 상대로 예상하는 작품은 <맹크>다.

<맹크>는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

3월16일 기준 91관왕을 달성한 <미나리>가 오스카상 수상 영광을 차지할지 여부에 영화계가 주목한다.

미국 영화로 제작됐지만 한국어 대사가 주로 나온다는 이유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작품상을 받아 논란이 생긴 <미나리>가 오스카에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서 제외되며 작품상 수상에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오스카상 후보 지명에 정이삭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긴 여정을 지나오는 동안 후보로 지명되는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상상을 전혀 못했다”며 “오스카의 순간이 왜 끝나지 않는 감사 인사로 가득 차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2020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미나리>가 <기생충>이 세운 기록을 갈아 치울지 여부에 많은 시선이 집중된 상태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월25일(현지 날짜)에 시작될 예정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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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