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비상 걸린 한국 야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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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1.03.12 15:45:17
  • 호수 13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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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도 없고∼ 김광현도 없고∼

▲ 양현종 선수

[JSA뉴스] 양현종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올림픽 대표팀은 그의 대체자를 찾아야 한다. 오랫동안 대표팀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세 선수의 계보를 이어갈 후보로는 구창모와 소형준 등이 거론된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 입단한 추신수는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베테랑 타자다. 

도쿄올림픽으로 야구가 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야구 대표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목표다.

베이징올림픽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윤석민(은퇴)으로 이어지는 에이스 투수 3인방의 대관식이라 할 수 있었다. 세 선수는 올림픽 이후 나란히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난항

반면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은 당시 명단에서 탈락해 대표팀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집에서 TV로 지켜봐야만 했다. 그 후 꾸준히 실력을 키운 양현종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투수가 됐고, 2010‧2014‧2018 아시안게임에 모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데 더해 2019년 11월 열린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의 1선발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김광현이 2019년 말 미국 프로야구로 진출하면서 양현종은 도쿄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 에이스 투수로 주목받았다. 미국 프로야구는 한국 프로야구와 달리 올림픽 기간에 휴식기를 갖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대표팀 차출이 어렵다.


마찬가지로 토론토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도 차출이 어렵고, 이제는 양현종도 대표팀 차출이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쿄올림픽이 1년 뒤로 미뤄지면서 스플릿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12년만에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베이징 전승 금 신화 재현 목표

지난 2년간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었던 김광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양현종까지 미국 프로야구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져 현재 대표팀은 이들의 대체자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도쿄올림픽에서도 팀을 이끌 김경문 감독도 “13년 전처럼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당시에도 류현진, 김광현 등이 대표팀의 젊은 투수진으로 합류했고, 이용규, 김현수 같은 타자들도 새롭게 합류했기 때문이다.
 

▲ 추신수 선수

김 감독은 “아직 시기가 이르기 때문에 선수 후보군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축 선수들 몇 명은 기존에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들을 잡아 놓겠지만, 중요한 건 올해의 컨디션이다. 작년에 젊은 선수들 중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보였는데, 결국은 올림픽에 가기 전 4~6월 정도에 컨디션 좋은 선수가 24명의 명단에 들어가지 않을까”라며,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컨디션이 좋은 젊은 선수들을 추가해 명단을 꾸리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의 뒤를 이을 투수들로는 구창모(NC 다이노스), 소형준(KT 위즈), 김진욱(롯데 자이언츠), 장재영(키움 히어로즈) 등이 꼽힌다. 구창모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NC의 토종 에이스로, 지난 시즌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74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줬다.


시즌 중반 부상으로 3개월 정도 이탈하지 않았다면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됐을 수도 있다. 대표팀을 맡은 김 감독이 데뷔 초 그를 지도했던 경험이 있는 점도 강점으로 뽑힌다.

구창모가 왼손 에이스의 계보를 이을 선수라면, 떠오르는 오른손 투수 유망주는 지난해 신인왕인 소형준이다. 소형준은 데뷔 시즌에 개막과 동시에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담당했고, 첫 시즌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의 성적을 거뒀다. 고졸 투수로는 역대 아홉 번째이자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것이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대형 신인을 넘어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의 자질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참고로 소형준은 이미 고교생 시절 참가한 아시아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대학생들을 제치고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적이 있다.

구창모와 소형준 외에 올해의 신인인 김진욱과 장재영도 후보군이다. 두 선수는 고교 시절 이미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김진욱은 이미 프로 수준인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최고의 강점인 선수로, 고등학교 2학년 때 3학년들을 제치고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장재영은 덕수고등학교 1학년 때 150km를 던진다고 해 화제가 됐던 선수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영입 후보였지만 역대 신인 계약금 2위인 9억원을 받고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김하성·양현종 등 빅리거 차출 불가
구창모·소형준·김진욱·장재영 거명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대표팀의 전력이 약해진다면 추신수의 한국 야구 복귀는 반대로 대표팀의 전력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를 떠나 인천의 신세계 구단에 합류하면서 추신수의 도쿄올림픽 출전을 막는 장애물이 사라진 덕분이다.

개인의 의사와 대표팀의 의지만 있다면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에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통산 1652경기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 OPS 0.824를 기록한 한국 역대 최고 타자 중 한 명이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14타수 8안타 3홈런, 10타점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하며 한국을 금메달로 이끌었다.
 

▲ 다나카 마사히로

1982년생으로 한국 나이 마흔이지만 실력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김 감독과 대표팀,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추신수의 한국행과 대표팀 복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 언론들에서도 추신수가 일본 대표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한편, 일본 대표팀은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정예 멤버를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는 올해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에서 일본 프로야구(NPB)의 라쿠텐 골든이글스로 8년 만에 복귀한 다나카 마사히로다.

역대 최고 연봉인 9억엔에 2년을 계약한 다나카는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제로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영입 의향을 밝혔다.

일본은?


다나카는 일본 복귀 기자회견에서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냈다. 야구가 다음 올림픽(2024년 파리) 정식 종목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2020년에 열렸다면 나는 참가할 수 없었다”며 도쿄올림픽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다나카뿐만 아니라 올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NPB의 에이스 스가노 도모유키도 원 소속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다시 입으면서 대표팀 전력을 강화했다. 오는 7월28일 시작되는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과 일본의 명승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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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