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5년 차에 접어든다. 그 사이 한국은 단순 스트리밍 대상 국가가 아닌, 세계 콘텐츠 시장을 주도할 협업 대상으로 떠올랐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드라마·영화 부문에서 한국판 오리지널 시리즈물을 대거 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킹덤> 시리즈를 비롯한 대다수 콘텐츠가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입이 쩍 벌어질 라인업으로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약 4년 동안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금액은 약 7700억원이다. 거칠게 계산하면 매년 평균 2000억원 가까이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넷플릭스가 2021년 한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금액은 5500억원이다. 무려 2배 이상이다. 넷플릭스는 그만큼 한국 콘텐츠 시장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경쟁력
실제로 <킹덤> 시리즈와 <킹덤: 영원의 군주> <사이코지만 괜찮아> <스타트업> 등은 홍콩·태국·인도·말레이시아·필리핀·일본 등지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랭킹 상위권을 장식했다. 또 <스위트홈>은 공개와 동시에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미국·캐나다·프랑스·독일·호주 등 70개국 이상에서 ‘오늘의 톱 10’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인간수업> <#살아있다> 등이 각국의 호평을 받았다.
“수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의 훌륭한 이야기와 사랑에 빠지는 것을 목도했다”고 전한 넷플릭스 최고 경영자인 테드 사란도스의 말이 ‘립서비스’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넷플릭스는 올해 라인업을 공개했다. 무려 10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가 대기 중이다. 넷플릭스에서나 볼 수 있는 장르적 특성이 분명하면서도 스케일이 큰 작품이 대거 포진돼있다. 그야말로 ‘미친 라인업’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가장 관심을 받는 작품은 김은희 작가의 세 번째 <킹덤> 시리즈인 <킹덤: 아신전>이다. <킹덤> 시즌2 마지막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으로 등장한 배우 전지현이 주인공이다.
<킹덤:아신전>은 북방 여진족 부락의 후계자 아신(전지현 분)의 이야기와 생사초의 비밀을 그린다. 생사초의 비밀을 찾아 북방으로 향했던 이창 일행이 마주쳤던 의문의 인물 아신의 전사(前史)이며 시즌2의 연장선에 있는, 하나의 스페셜 에피소드다.
배우 공유와 배두나가 출연하고 배우 정우성이 제작에 참여한 <고요의 바다>도 기대작이다. 이 드라마는 전 세계적인 사막화로 인해 물과 식량이 부족해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서 벌어지는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2014년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최항용 감독의 단편영화를 확장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 역시 높은 관심을 끈다. <D.P 개의 날>의 드라마판 <D.P.>,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과 <지옥>은 웹툰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먼저 <D.P.>는 여느 대한민국의 청년들과 같이 평범하게 군복무를 하던 이등병 준호(정해인 분)가 어느 날 갑자기 ‘군무이탈 체포조’가 돼 탈영병들을 쫓게 되며 마주하게 되는 혼란스러운 청춘에 관한 내용을 담는다.
배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이 군무이탈 체포조로 등장하며, 손석구가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간부로 출연한다.
국내 진출 5년…올해만 5500억 투자
장르, 소재 등 아주 특별한 콘텐츠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를 집필하고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그린 <지옥>이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예고 없이 등장하는 지옥의 사자들을 맞닥뜨리게 된 사람들과 갑작스런 지옥행 선고를 받으며 겪게 되는 초자연적 현상을 그린다. 배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등이 출연한다.
네이버 웹툰 연재작 중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원 좀비물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이한 고등학생들이 이성을 끈을 놓아버리고 극한의 본능을 표출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도가니>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의 신작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절박한 상황에 빠져 목숨을 내건 게임에 참여하는 다양한 참가자들과 극한 상황에 몰린 각 인물의 선택이 눈 뗄 수 없는 긴장과 스릴을 선사할 전망이다. 배우 이정재와 영화 <사냥의 시간> 등을 통해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박해수가 출연한다.
이 외에도 인기리에 종영한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 JTBC <부부의 세계>에서 맹활약한 배우 한소희가 주연을 맡은 <마이네임>, 배우 이제훈이 출연하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은밀한 성적 취향을 동료에게 들키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모럴센스> 등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넷플릭스 신작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 방송이 영화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많다. 쉽게 도전하기 힘든 좀비물을 비롯해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 성적 취향을 소재로 한 작품 등은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이다.
연상호 감독과 김은희 작가, 황동혁 감독 등 연출자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제작진을 신뢰하고 연출자가 원하는 방향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아울러 표현의 영역에서는 방송보다 규제가 덜하고, 분량 면에서는 영화보다 자유로운 플랫폼이기에 이러한 라인업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대작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야기 산업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를 맞고 있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어떤 활기를 불어넣을지 기대감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