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명실상부 재계 맏형 최태원 SK그룹 회장

꼰대 떼고 권위주의 벗는다

[일요시사 취재 1팀] 차철우 기자 = 지난달 24일, 최태원 SK 회장이 서울상공회의소 2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 회장의 회장 임명 전부터 재계의 관심도가 높았다. 재계는 최 회장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모았다. 최 회장은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서울상공회의소에 전파할 것으로 보인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서울상공회의소(이하 서울상의)를 잘 이끌어 나가도록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다.” 최태원 회장의 출사표다. 견마지로는 ‘나라를 위해 바치는 자신의 노력을 낮춰 부르는 말로,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 하겠다’는 뜻이다. 4대 그룹(삼성, 현대자동차, SK, LG) 총수 중 처음으로 최 회장이 서울상의 회장에 선출됐다. 최 회장의 제안으로 회장단을 카카오 김범수 의장 등 젊은 기업인 위주로 선출했다. 최 회장은 상공회의소(이하 상의)의 파격 변화를 예고했다.

최태원표
경영 철학

경제단체의 새로운 회장이 된 최 회장의 행보를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앞으로 기업과 경제계를 대변하고,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 회장은 의원 총회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올바른 경영 환경을 만들어 경제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며 자신이 맡은 역할을 강조했다.

최 회장의 취임으로 기업의 변화를 끌어낼지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사태를 겪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점점 위상을 잃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상의는 “전경련을 탈퇴한 한국 4대 그룹 중 최초로 최 회장이 서울상의 회장에 선출된 것으로 경제계 발전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상의가 전경련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최 회장과 기업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해 경제계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최 회장은 1998년 회장 취임 후, SK 경영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업구조를 수출기업으로 사업구조를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SK의 자산은 최 회장 취임 당시 32조원이었으며 2019년에는 200조원을 돌파했다. 재계 순위는 5위에서 3위가 됐다. 매출액은 1997년 36조원에서 2018년 말 기준 184조원으로 5배 증가했다.

최 회장은 SK의 경영철학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요하게 여겼다. 재계는 최 회장이 SK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SK를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바꿨다. 취임 이후 글로벌 경영을 강화해 수출액이 1998년 8조원에서 2017년 75조원으로 9배 증가했다. 이렇듯 SK가 탄탄한 수출기업이 되도록 이끌었다.

최 회장이 ESG 경영철학을 갖게 된 계기는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 에 참석한 티앤씨 재단 이사장과의 대화를 통해서다. 최 회장은 SK에서도 ESG를 항상 강조해왔다. SK를 경영하며 사회적 책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공유 인프라 등 사회적 가치를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처음으로 상의 수장
“견마지로 자세로” 파격 변화 예고

ESG란 기업 경영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ESG라는 용어는 지난 2004년 UNGC(유엔글로벌콤팩트)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최 회장은 세계 시장의 변화에 발 맞춰, SK에 ESG를 빠르게 적용했다.

최 회장은 지난 1월1일, SK 사내 메일을 통해 “기후 변화나 팬데믹 같은 대재난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린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회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SK그룹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ESG 경영 업무 중 하나로 수소 사업을 육성해 2025년까지 액화수소 28만톤을 생산하겠다”며 “수소 사업 진출은 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출발점”이라고도 했다.
 

▲ 김택진 NXC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최 회장은 “우리가 키워가야 할 기업가치는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 ESG 및 고객신뢰 같은 사회적 가치 등과 같은 유·무형 자산을 포함하는 기업가치 구성요소다. 이를 활용해 시장, 투자자, 고객 등과 소통하고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ESG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ESG는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채택해 활용하고 있는 경영 방식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여긴다. 국내서도 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SK를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 등이 도입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서울상의 회장 후보로 언급되며 주목받았다. 최 회장의 서울상의 회장직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 인물은 박용만 전 서울상의 회장이다.

젊게~
변화의 바람

박 전 회장이 최 회장을 강력하게 추천한 이유는 “최 회장이 항상 자신의 경영철학 ESG를 언급하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상의 기업회원들 역시 최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재계 관계자들은 SK의 경영 철학인 ESG 철학을 상의에 적용해 회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상의 회장단은 재계를 대표하는 대표적 집단이다. 그동안 상의는 IT 기업, 금융계 대표로 세울 적합한 기업인이 없다고 생각해, 경제단체 사이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최 회장은 상의 변화를 위해 IT 업계의 젊은 피들을 회장단에 임명했다.

그 결과, 서울상의는 전통 제조업, IT를 비롯해 4차 산업과 관련한 현안들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IT 계열과 스타트업 등에서 서울상의 부회장이 선출된 것 역시 최초다.

최 회장을 중심으로 그가 이끄는 회장단은 총 23명이다. 7명이 새로 합류하면서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 경영인들이 이끌던 자리를 대신해 급성장한 인터넷, 게임 분야의 신산업 주자들을 영입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내로라하는 국내 젊은 기업인들이 서울상의 회장단에 대거 선출됐다. 재계는 젊음을 불어넣은 적절한 세대교체란 시선이다. 신선한 피를 대거 수혈해 이뤄낼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했다.

4차 산업 붐이 일기 전, 장치 및 설비 중심의 제조업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업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산업구도 변혁이 경제단체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산업구도가 갑작스레 변하면서 경제단체들이 해내야 할 일들도 그만큼 늘어났다.

상의 관계자는 “기존 기업인들로는 급변하는 사회의 문제들과 요구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재계 내부 변화, 세대교체로 새로운 사업 분야 현안들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새롭게 합류한 젊은 기업인과 기존 소속된 기업인들 모두 ESG를 주목해야 한다”며 “최 회장을 필두로 기업 간 ESG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기업
소통과 협치


서울상의 회장단은 새로 합류한 기업인 외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재계의 굵직한 인물을 포함한다. 최 회장은 큰형님으로서 3·4세대 기업 경영인과 2세대 경영인 간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상의가 젊은 피를 영입한 반면, 경제단체의 큰 역할을 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기업 중심이 된 전경련과는 다르게 18만개 회원 기업의 경제단체인 상의가 한마음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문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서울상의는 다른 경제단체들과 다른 의견을 표출한 경우가 많았다. 경제단체들이 의견을 표출해도 서울상의는 참석하지 않아 대표성이 없다는 지적도 다수였다.

그런 이유로 최 회장과 새롭게 선출된 회장단의 임무가 막중하다.
 

IT업계 관계자는 “IT 기업들은 4차 산업 시대와 더불어 시가 총액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크게 발휘되고 있다. 카카오 김 의장 등의 서울상의 영입으로 기업의 의견은 정부에게 잘 전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세대 기업인과 2세대 기업인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지를 두고 많은 기업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젊은 피의 수혈은 상의의 변화를 말한다. 앞으로 최 회장과 3세대 경영인의 책임감이 커질 듯하다.


물론 맏형 최 회장과 회장단 앞에 꽃길만 놓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기업들은 경제 상황 및 정부의 기업규제 법안 등으로 큰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업인들은 이미 정부 및 정치인들과 수차례 이야기하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느끼는 정책 부담감이 크게 증가했다. 현 정부는 기업들의 불만에도 연말·연초 상법, 공정거래법 등 기업규제 법안들을 하나둘 내놨고, 기업의 위기감은 점점 커졌다.

신·구 조화로 위기 극복 시너지 
기업 규제 관련 정부와 개선 의지

지난해 9월 집단소송법이 통과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비롯해 기업을 상대로 한 법안의 허점이 있음을 상의는 쉽게 간과할 수 없다. 최 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법안을 만들어 압박을 가하니,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 감독법)이 개정됐다. 많은 경제계 사람들은 기업들의 의견 반영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4대 그룹 맏형으로서 기업과 사회에 영향력이 매우 큰 인물이다. 최 회장이 서울상의 회장에 선출되자, 정치권과의 소통과 협치를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현재 최 회장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의의 영향력을 높이고, 기업들의 목소리를 적절히 반영해 18만개의 기업을 대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기가 만료된 박 전 회장은 다음 주자 최 회장에게 무거운 바통을 전달했다.

지난달 18일 박 전 회장의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재임 중 상의에서 얻은 1순위 성과는 ‘샌드박스 규제’지만, 이와 관련해 기업들의 규제에 대해 더욱 애쓰지 못해 아쉽다”며 “국회는 기업을 도와주는 법안도 만들지만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법안도 만든다. 서울상의의 기업들이 합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추가될 규제 법안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을 내고, 이미 통과된 규제 법안에 대해 보완하도록 정부 및 국회와 소통하는 역할을 최 회장이 해 나가야 한다.

규제 혁신은 급격하게 변하는 세계시장 환경에서 국내 기업들이 미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기존 기업들의 새로운 사업과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 해소 법안 처리를 정부와 논의해야 한다. 

아직 계류 중인 기업규제 법안과 다양한 기업들의 의견을 한 곳으로 모아 규제 해소 방안을 제시해 정부와 정치권에 제안해야 하는 큰 임무가 생겼다.

최 회장은 상의의 회장으로서 대기업에 좋은 것과 중소기업에 좋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대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상의에 포함된 중소기업들의 불만을 초래할 것이다. 잘못된 기업 관련 법안들을 고쳐나가는 데 힘쓰는 경제계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책임감
사명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정부와 소통해 법안을 조정하자는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이는 전임 박 회장이 계속해서 주장해왔으나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한 숙제다. 기업 발전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양적으로는 국민 소득 증가와 국가 경제 발전, 질적으로는 생활 안정과 기업 발전을 꾀할 수 있다.

4대 기업 총수로서 최초의 서울상의 회장이 되어 맡은 임무는 굉장히 막중하다. 무거운 부담감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서울상의는 최 회장과 함께 파격적인 행보를 할 준비를 끝냈다. 최 회장이 서울상의를 이끌어 기업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낼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ckcjfd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SK 4대 핵심 사업 베팅은 계속된다 

최근 SK는 야구단, 석유화학계열사 지분 49%, SK바이오팜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SK는 사업지주회사로 지분만 가지고 있는 순수지주회사가 아니다.

지난해 9월 ESR에 투자한 지분을 매각하면서 4800억원의 투자금액 대비 2.5배 이익을 챙겼다.

2019년의 투자, 회수와는 달리 SK바이오 팜 지분 일부는 직접 일군 곳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SK가 투자전문회사로서 성장하는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SK의 2021년 4대 핵심 사업은 첨단 소재(배터리, 반도체), 디지털(인공지능, 모빌리티, 인프라), 그린(수소·친환경에너지, 에너지·대체식품), 바이오(원료의약품, 위탁생산(CMO)·신약 개발)다.

주요 투자 분야는 미국의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 국내 전력 반도체업체 예스파워 테크닉스다.

최 회장은 핵심 4대 사업을 통해 SK를 글로벌 투자기업으로 육성할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계열사 지분 매각은 투자전문회사 SK가 투자와 육성, 기업공개, 투자금 회수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사례”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 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SK가 관심 있는 4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매각 지시와 많은 총알 준비는 향후 SK의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SK의 지분 매각을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많다.

SK 관련 리포트에서는 “SK의 핵심 사업과 관련해 투자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매각을 통한 이익과 사업 방면으로도 큰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의 단순한 감이 아니다. SK 경영에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이유다.

최 회장이 야구단을 매각한 이유도 눈길을 끈다.

야구단을 소유했던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이다.

대부분의 야구단은 대부분 모기업의 파산으로 매각됐지만, SK의 경우는 다르다.

그렇기에 SK의 야구단 매각에 대해 여론은 많은 의문을 가졌다. 

최 회장은 야구단을 신세계에 매각해 1352억원의 인수대금이 생겼다.

매각을 통해 상업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등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회장은 ESG만큼 딥 체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눈에만 보이는 외형적 성장보다 미래 성장 사업을 개선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최 회장은 SK의 딥 체인지와 ESG를 통해 다른 기업들의 미래 투자 방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SK의 투자는 더욱 큰 이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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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