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예능 늦둥이’ 허재의 인생 3막

방송가 접수한 웃기는 아저씨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성격이 불 같다.” 다혈질의 아이콘이었던 살아있는 농구 전설 슈퍼스타 허재. 이제는 예능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됐다. 첫 고정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고, 실제 알려진 성격과는 다른 허당미를 뿜어내더니 예능에 없어서는 안 될 섭외 1순위가 됐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에 대해 살펴봤다. 
 

▲ 허재 ⓒJTBC

“한국 농구 사상 최고의 테크니션.” 농구 대통령 허재를 두고 팬들이 한 말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사생활 논란과 비판이 많았지만, 농구 코트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에 대한 열정과 실력으로 누구보다 찬사받은 선수다. 팬들은 그가 다른 선수와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농구선수였다고 기억한다.

슈퍼스타
농구 대통령

허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농구를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과 끈질긴 성격으로, 어렸을 적부터 농구 골대 그물이 찢어질 때까지 연습했다고 전해진다. 일찍부터 농구에 두각을 보인 허재의 승부사 기질은 어린 시절부터 두드러졌다. 전국 초등학교 농구대회 결승전에서는 종료 2초를 남기고 역전 슛을 성공시키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허재가 주축이 된 팀은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그가 주목을 받은 시기는 고등학교 농구부 시절이다. 특급 가드로 불리던 1학년 때 종별 선수권 대회에서 팀의 첫 우승을 이뤄냈다.

압도적 재능을 펼치던 2학년 때는 지난 1982년 아시아 청소년 농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졸업을 앞둔 대회 결승전에서 독보적인 어시스트와 득점력을 앞세워 팀을 정상에 올렸다. 전국 대학팀은 스타가 된 허재 모시기에 나섰는데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경쟁이 유독 치열했다.


그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중앙대학교에 진학한다. 고등학교 시절 완성형 선수라 불리던 허재는 대학팀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슈퍼스타의 싹을 보인 그는 신인상, 어시스트상 등 상이라는 상은 전부 휩쓸며, 대학 선수 이상의 능력을 보였다. 1986년 열린 농구대잔치에 참가한 중앙대학교는 허재를 앞세워 실업팀을 격파하고 결승까지 올라가는 이변을 일으켰다. 비록 그의 팀은 결승전에서 졌지만 허재의 활약은 눈부셨다.

1987년 중앙대학교에 강동희가 입학하며 한국 농구 전설의 트리오라 불린 허동택(허재·강동희·김유택)이 한 팀으로 함께 뛰었다. 이들은 출전한 경기마다 많은 업적을 쌓았다. 심지어 중앙대학교는 많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4학년 농구대잔치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팬들은 허재의 불참을 두고 “허재 없는 올해 농구대회의 관중이 줄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는 경기에 참여하지 않아도 허재의 슈퍼스타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그는 ‘대학 선수 중 단연 최고’라는 수식어로 실업팀으로 갈 준비를 끝냈다.

불 같은 성격 접고 푸근하게
“방송이 시드는 날 살려줬다”

대학 최고 스타의 졸업은 실업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실업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액수의 계약금을 제시하고, 허재가 오기만을 바랐다. 그가 선택한 팀은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였다. 기아를 선택한 이유는 한기범과 허동택 트리오 중 다른 한 명인 김유택이 있기 때문이었다.


허재가 합류한 지 1년 뒤, 후배 강동희 합류로 다시 뭉친 허동택 트리오는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기아의 시대를 아무도 끝낼 수 없었다. 

선수로서 항상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것과 대조적으로, 내내 그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과 논란 역시 선수 생활 내내 끊이지 않았다. 팬들은 허재의 성격과 개인기,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냈다. 

더불어 허재가 약한 팀과의 경기 전날이면 과음을 하고 나타나 눈에 힘이 없고, 플레이할 때 힘겨운 모습을 보여 농구 팬들의 원성을 샀다. 실제로 그는 선수로서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크고 작은 논란이 많았다. 위태로운 최고였다.

심판이 상대팀 선수의 반칙을 인정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며 항의해 논란도 많았다.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 때문에 경기 중 상대편 선수의 폭행에 대해 분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화냈던 상황이 문제였다.
 

팀의 내부 문제까지 생겼다. 몇몇 선수들이 은퇴하자, 팀은 제대로 된 선수를 기용할 수 없어 전력이 점차 쇠퇴했다. 이 문제는 주전선수들의 체력 부담으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유택과 한기범의 부상이 잦아졌고, 선수들의 기량이 하락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당시 실업 농구계에선 한국 나이 30세는 노장이라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끊임없는 논란과 악재 속에 1994년 농구대잔치에서 허재의 팀은 모교 후배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선수 은퇴 후 허재는 이를 두고 “커리어 중 대망신”이라고 회상한 바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추락하자 그는 위기를 느꼈다. 그는 선수로서의 가치를 다시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1995년 농구대잔치에서 심기일전한 허재가 맹활약해 MVP를 수상했고, 기아는 우승을 차지했다. 비로소 허동택 트리오 이름에 걸맞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다음 시즌 농구팬들은 “곧 기아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주협 등이 이끌던 고려대학교가 무서운 기세로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예측과 이상민을 필두로 입대한 스타 선수들로 이뤄진 상무의 기량이 최고로 만개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빵빵 터지는
유쾌한 입담

다시 최고가 되기 위해 허동택 트리오와 새로 입단한 김영만은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저하 등의 악조건 속에서 기아는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위기 중 기회였을까. 허재는 플레이오프 8강 2차전에서 SBS를 상대로 50득점을 기록해 여전히 그가 왕임을 과시했다. 기아는 그해 결승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기아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은 허재도 “이 이상의 최악은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더욱 열악한 상황이었다. KBL이 새로 출범했지만, 그때까지는 아무도 그를 넘을 수 없었다. 1998년 현대와의 결승전에서 그는 팬들이 눈물을 흘릴 만큼 맹활약한다.

오른손의 손등 뼈가 부러지고, 피가 나도 개의치 않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비판했던 팬들은 결국 침묵했다. 7차전까지 이어진 명승부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허재는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팀 최초 MVP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준우승팀 선수 중 MVP를 받은 사례는 그가 유일하다. 
 

▲ 예능 프로그램 &lt;뭉쳐야 쏜다&gt; ⓒJTBC

허재가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를 모두가 확실히 알게 된 순간이다. 당시 허재의 나이는 은퇴의 갈림길에 선 34세였다. 당시 한 매체는 그를 “상처 입은 사자가 다른 맹수에 포위당한 채, 공격을 당하면서도 결연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이 연상됐다”고 평가했다. 

기아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선수로서의 마지막 생활을 위해 나래 블루버드로 팀을 옮겼다. 선수로서 능력이 전성기 시절보다 하락했지만 새로 이적한 팀에서 자신의 능력 저하를 인정하고 후배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2003년 시즌 마지막 우승을 달성한 허재는 1년 정도 선수생활을 이어가다가 2004년 정규리그가 끝나고 은퇴하며 “지도자를 준비하기 위해 코트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농구 대통령은 잠시 농구공을 내려놨다. 농구 대통령의 선수 인생이 화려하게 막을 내린 순간이다. 

인생 1막이 끝나고 2막을 시작하기 위해 그가 날아간 곳은 미국이었다. 2년 동안 객원 코치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그러던 중 감독직을 제안받고 귀국해 2005년 KCC의 감독으로 취임한다. 허재는 KBL 출범 후 최초의 농구선수 출신 감독이 됐다. 큰 우려와 달리 첫 해에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으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감독을 맡은 두 번째 시즌은 베테랑 선수의 은퇴와 악재가 겹쳐 최하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감독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의문이 계속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허재는 자신의 역량에 의문을 갖는 팬들의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팀을 이끌고 다음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시켰다. KCC는 2008년 정규리그 2위 업적을 달성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9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시작으로 KCC를 챔피언 자리에 앉혔다. 이로써 허재는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그거슨 아니지”
 허당미 발산

수장으로서 선수 트레이드 및 영입을 활용해 팀의 컬러를 압박과 속공으로 바꿔 좋은 결과를 끌어냈다는 점을 많은 사람이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논란 속에서 KCC를 과감하게 변신시킨 후 팀을 우승시키고, 승승장구하며 감독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독이었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누구보다 뜨거웠다.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이 열정으로 비쳤던 것일까. 무조건 화내며 심판 판정에 대해 많은 항의를 했지만, 선수 시절의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팬들은 더 이상 이를 논란거리로 만들지 않았다. 
 

실제로 허재의 팀이 모비스와 붙은 경기에서 모비스 선수가 KCC 선수의 손을 친 적 있었다. 반칙으로 인정되지 않자 흥분한 나머지 화를 내며 ‘Block’이라는 단어를 ‘불낙’이라고 어눌하게 발음해 많은 패러디를 탄생시켰다.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을 때는 중국과 경기 후 인터뷰 중 중국 기자가 “중국 국가가 나오는데 한국 선수들이 움직인 이유”에 대해 질문 하자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 하고 있어, 짜증나게”라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허재의 답변이 큰 이슈가 돼 여론은 “잘 대처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중은 그가 할 말은 해야 하는 다혈질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불같은 성격은 농구에 대한 사랑으로 비쳤다. 은퇴 후 허재는 한 방송에서 자신의 성격에 대해 “화낼 때만 카메라에 담기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은 거의 중계되지 않았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허재의 성격에 대해 선수들은 “감독님은 화낼 때 정말 무섭지만 슬럼프에 빠지거나 무명인 선수도 자신 있게 경기 하라며 독려한다. 선수들의 활약을 끌어 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허재는 감독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그의 팀 성적은 점점 하락했다.

결국 10년 동안 이끌던 KCC를 떠나게 된 허재는 “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니 책임지고 자진해서 사퇴한다”는 말을 남기고 농구계를 두 번째로 떠났다. 성적 하락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2016년 한국 농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지만 아들 허웅·허훈을 발탁해 논란이 발생했고, 성적 부진을 남긴 채 국가대표 감독에서 하차했다. 선수로서의 화려한 마무리와는 다르게 다소 씁쓸한 농구 인생 2막이 끝났다.

팬들 기억과 다른 인간적인 면모
예능계 이끌 새로운 스타로 우뚝

1년의 정비 시간을 가진 허재는 농구가 아닌 방송으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농구 전설의 첫 고정 예능 출연이었다. JTBC <뭉쳐야 찬다>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만한 스포츠계 전설들이 뭉쳐 함께 축구 경기를 하는 스포츠 예능이다. 

허재는 처음에 농구가 아닌 축구라서 출연을 고민했다. 제작진과 출연에 대해 상의하며 고량주 6병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그는 출연 이유로 “술에 취해서가 아니라 PD가 나를 설득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고, 추억이 될 것 같아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수, 감독 때 쉽게 화내던 모습과는 다르게 여유로운 모습과 불평과 불만은 많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어딘가 어리숙한 행동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너털웃음 짓는 코 큰 50대 후반 아저씨 캐릭터에 모두가 손뼉을 친다. 

팀이 찬 공을 손으로 잡거나, 헛발질하는 허당의 모습을 보여준 허재는 화려한 애드리브로 “그거슨 아니지”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는 등 빠르게 예능을 섭렵하고 있다. <뭉쳐야 찬다>를 시작으로 농구 대통령에서 예능 대통령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팬들을 사로잡았다. 
 

▲ 절친 사이로 알려진 허재(사진 오른쪽)와 박중훈

수많은 토크 예능은 발 빠르게 그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뭉쳐야 찬다>에 나오는 것 이상은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다. 하지만 허재라는 사람 자체를 보여준 것으로 왕년 스타의 인간적인 모습을 대중은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허당끼 있는 동네 아저씨 캐릭터는 대중에게 정확히 먹혔고, 이번 방송을 통해 스타에 대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는 허재가 최고였지”라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뭉쳐야 찬다>에 이어 농구에 도전하는 <뭉쳐야 쏜다>에서 허재는 감독을 맡았다. <뭉쳐야 쏜다>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7%라는 기록을 세우며 시청자들을 안방으로 불러 모았다. 안정환은 선수로, 허재는 감독으로 출연해 뒤바뀐 입장에서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부각되자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이제는 
스포테이너

과거에는 무거운 왕관을 지고 힘들게 버텨온 감독의 자리였지만 지금은 예능인으로서 허당 감독 캐릭터로 도전하고 있다. 농구 레전드의 농구 특급 과외와 허당이라는 숨겨진 면모가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지 많은 사람이 주목한다.

허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은 시들어가는 나를 다시 살려줬다. 계속 기회가 주어진다면 처음 농구하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환, 서장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만능 스포테이너로 변신하는 중이다. 

앞으로 그가 가진 허당 캐릭터와 과거 농구선수 시절 보여주었던 열정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예능 캐릭터의 발굴이 쉽지 않은 예능가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또 과거 농구 전설은 머지않아 예능 전설로 방송계에 한 획을 그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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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