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예능 늦둥이’ 허재의 인생 3막

방송가 접수한 웃기는 아저씨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성격이 불 같다.” 다혈질의 아이콘이었던 살아있는 농구 전설 슈퍼스타 허재. 이제는 예능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됐다. 첫 고정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고, 실제 알려진 성격과는 다른 허당미를 뿜어내더니 예능에 없어서는 안 될 섭외 1순위가 됐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에 대해 살펴봤다. 
 

▲ 허재 ⓒJTBC

“한국 농구 사상 최고의 테크니션.” 농구 대통령 허재를 두고 팬들이 한 말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사생활 논란과 비판이 많았지만, 농구 코트에서 보여준 그의 플레이에 대한 열정과 실력으로 누구보다 찬사받은 선수다. 팬들은 그가 다른 선수와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농구선수였다고 기억한다.

슈퍼스타
농구 대통령

허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농구를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과 끈질긴 성격으로, 어렸을 적부터 농구 골대 그물이 찢어질 때까지 연습했다고 전해진다. 일찍부터 농구에 두각을 보인 허재의 승부사 기질은 어린 시절부터 두드러졌다. 전국 초등학교 농구대회 결승전에서는 종료 2초를 남기고 역전 슛을 성공시키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허재가 주축이 된 팀은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그가 주목을 받은 시기는 고등학교 농구부 시절이다. 특급 가드로 불리던 1학년 때 종별 선수권 대회에서 팀의 첫 우승을 이뤄냈다.

압도적 재능을 펼치던 2학년 때는 지난 1982년 아시아 청소년 농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졸업을 앞둔 대회 결승전에서 독보적인 어시스트와 득점력을 앞세워 팀을 정상에 올렸다. 전국 대학팀은 스타가 된 허재 모시기에 나섰는데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경쟁이 유독 치열했다.


그의 다음 행선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거웠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중앙대학교에 진학한다. 고등학교 시절 완성형 선수라 불리던 허재는 대학팀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슈퍼스타의 싹을 보인 그는 신인상, 어시스트상 등 상이라는 상은 전부 휩쓸며, 대학 선수 이상의 능력을 보였다. 1986년 열린 농구대잔치에 참가한 중앙대학교는 허재를 앞세워 실업팀을 격파하고 결승까지 올라가는 이변을 일으켰다. 비록 그의 팀은 결승전에서 졌지만 허재의 활약은 눈부셨다.

1987년 중앙대학교에 강동희가 입학하며 한국 농구 전설의 트리오라 불린 허동택(허재·강동희·김유택)이 한 팀으로 함께 뛰었다. 이들은 출전한 경기마다 많은 업적을 쌓았다. 심지어 중앙대학교는 많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4학년 농구대잔치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팬들은 허재의 불참을 두고 “허재 없는 올해 농구대회의 관중이 줄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는 경기에 참여하지 않아도 허재의 슈퍼스타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그는 ‘대학 선수 중 단연 최고’라는 수식어로 실업팀으로 갈 준비를 끝냈다.

불 같은 성격 접고 푸근하게
“방송이 시드는 날 살려줬다”

대학 최고 스타의 졸업은 실업팀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실업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액수의 계약금을 제시하고, 허재가 오기만을 바랐다. 그가 선택한 팀은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였다. 기아를 선택한 이유는 한기범과 허동택 트리오 중 다른 한 명인 김유택이 있기 때문이었다.


허재가 합류한 지 1년 뒤, 후배 강동희 합류로 다시 뭉친 허동택 트리오는 농구대잔치 7회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기아의 시대를 아무도 끝낼 수 없었다. 

선수로서 항상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것과 대조적으로, 내내 그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과 논란 역시 선수 생활 내내 끊이지 않았다. 팬들은 허재의 성격과 개인기,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냈다. 

더불어 허재가 약한 팀과의 경기 전날이면 과음을 하고 나타나 눈에 힘이 없고, 플레이할 때 힘겨운 모습을 보여 농구 팬들의 원성을 샀다. 실제로 그는 선수로서 최고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 크고 작은 논란이 많았다. 위태로운 최고였다.

심판이 상대팀 선수의 반칙을 인정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내며 항의해 논란도 많았다.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 때문에 경기 중 상대편 선수의 폭행에 대해 분한 감정을 참지 못하고 화냈던 상황이 문제였다.
 

팀의 내부 문제까지 생겼다. 몇몇 선수들이 은퇴하자, 팀은 제대로 된 선수를 기용할 수 없어 전력이 점차 쇠퇴했다. 이 문제는 주전선수들의 체력 부담으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유택과 한기범의 부상이 잦아졌고, 선수들의 기량이 하락했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당시 실업 농구계에선 한국 나이 30세는 노장이라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끊임없는 논란과 악재 속에 1994년 농구대잔치에서 허재의 팀은 모교 후배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선수 은퇴 후 허재는 이를 두고 “커리어 중 대망신”이라고 회상한 바 있다.

최고의 자리에서 추락하자 그는 위기를 느꼈다. 그는 선수로서의 가치를 다시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1995년 농구대잔치에서 심기일전한 허재가 맹활약해 MVP를 수상했고, 기아는 우승을 차지했다. 비로소 허동택 트리오 이름에 걸맞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다음 시즌 농구팬들은 “곧 기아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주협 등이 이끌던 고려대학교가 무서운 기세로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예측과 이상민을 필두로 입대한 스타 선수들로 이뤄진 상무의 기량이 최고로 만개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빵빵 터지는
유쾌한 입담

다시 최고가 되기 위해 허동택 트리오와 새로 입단한 김영만은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저하 등의 악조건 속에서 기아는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위기 중 기회였을까. 허재는 플레이오프 8강 2차전에서 SBS를 상대로 50득점을 기록해 여전히 그가 왕임을 과시했다. 기아는 그해 결승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기아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은 허재도 “이 이상의 최악은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더욱 열악한 상황이었다. KBL이 새로 출범했지만, 그때까지는 아무도 그를 넘을 수 없었다. 1998년 현대와의 결승전에서 그는 팬들이 눈물을 흘릴 만큼 맹활약한다.

오른손의 손등 뼈가 부러지고, 피가 나도 개의치 않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비판했던 팬들은 결국 침묵했다. 7차전까지 이어진 명승부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허재는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팀 최초 MVP를 받았다. 현재까지도 준우승팀 선수 중 MVP를 받은 사례는 그가 유일하다. 
 

▲ 예능 프로그램 &lt;뭉쳐야 쏜다&gt; ⓒJTBC

허재가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를 모두가 확실히 알게 된 순간이다. 당시 허재의 나이는 은퇴의 갈림길에 선 34세였다. 당시 한 매체는 그를 “상처 입은 사자가 다른 맹수에 포위당한 채, 공격을 당하면서도 결연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이 연상됐다”고 평가했다. 

기아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선수로서의 마지막 생활을 위해 나래 블루버드로 팀을 옮겼다. 선수로서 능력이 전성기 시절보다 하락했지만 새로 이적한 팀에서 자신의 능력 저하를 인정하고 후배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 팀의 우승에 기여했다. 

2003년 시즌 마지막 우승을 달성한 허재는 1년 정도 선수생활을 이어가다가 2004년 정규리그가 끝나고 은퇴하며 “지도자를 준비하기 위해 코트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농구 대통령은 잠시 농구공을 내려놨다. 농구 대통령의 선수 인생이 화려하게 막을 내린 순간이다. 

인생 1막이 끝나고 2막을 시작하기 위해 그가 날아간 곳은 미국이었다. 2년 동안 객원 코치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그러던 중 감독직을 제안받고 귀국해 2005년 KCC의 감독으로 취임한다. 허재는 KBL 출범 후 최초의 농구선수 출신 감독이 됐다. 큰 우려와 달리 첫 해에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으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감독을 맡은 두 번째 시즌은 베테랑 선수의 은퇴와 악재가 겹쳐 최하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감독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의문이 계속 수면 위로 떠올랐다. 


허재는 자신의 역량에 의문을 갖는 팬들의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팀을 이끌고 다음 시즌을 철저하게 준비시켰다. KCC는 2008년 정규리그 2위 업적을 달성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팀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9년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시작으로 KCC를 챔피언 자리에 앉혔다. 이로써 허재는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을 경험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그거슨 아니지”
 허당미 발산

수장으로서 선수 트레이드 및 영입을 활용해 팀의 컬러를 압박과 속공으로 바꿔 좋은 결과를 끌어냈다는 점을 많은 사람이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논란 속에서 KCC를 과감하게 변신시킨 후 팀을 우승시키고, 승승장구하며 감독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감독이었지만 농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누구보다 뜨거웠다.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이 열정으로 비쳤던 것일까. 무조건 화내며 심판 판정에 대해 많은 항의를 했지만, 선수 시절의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팬들은 더 이상 이를 논란거리로 만들지 않았다. 
 

실제로 허재의 팀이 모비스와 붙은 경기에서 모비스 선수가 KCC 선수의 손을 친 적 있었다. 반칙으로 인정되지 않자 흥분한 나머지 화를 내며 ‘Block’이라는 단어를 ‘불낙’이라고 어눌하게 발음해 많은 패러디를 탄생시켰다.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을 때는 중국과 경기 후 인터뷰 중 중국 기자가 “중국 국가가 나오는데 한국 선수들이 움직인 이유”에 대해 질문 하자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 하고 있어, 짜증나게”라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허재의 답변이 큰 이슈가 돼 여론은 “잘 대처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중은 그가 할 말은 해야 하는 다혈질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불같은 성격은 농구에 대한 사랑으로 비쳤다. 은퇴 후 허재는 한 방송에서 자신의 성격에 대해 “화낼 때만 카메라에 담기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은 거의 중계되지 않았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허재의 성격에 대해 선수들은 “감독님은 화낼 때 정말 무섭지만 슬럼프에 빠지거나 무명인 선수도 자신 있게 경기 하라며 독려한다. 선수들의 활약을 끌어 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허재는 감독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 그의 팀 성적은 점점 하락했다.

결국 10년 동안 이끌던 KCC를 떠나게 된 허재는 “팀의 성적이 좋지 않으니 책임지고 자진해서 사퇴한다”는 말을 남기고 농구계를 두 번째로 떠났다. 성적 하락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 2016년 한국 농구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지만 아들 허웅·허훈을 발탁해 논란이 발생했고, 성적 부진을 남긴 채 국가대표 감독에서 하차했다. 선수로서의 화려한 마무리와는 다르게 다소 씁쓸한 농구 인생 2막이 끝났다.

팬들 기억과 다른 인간적인 면모
예능계 이끌 새로운 스타로 우뚝

1년의 정비 시간을 가진 허재는 농구가 아닌 방송으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농구 전설의 첫 고정 예능 출연이었다. JTBC <뭉쳐야 찬다>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만한 스포츠계 전설들이 뭉쳐 함께 축구 경기를 하는 스포츠 예능이다. 

허재는 처음에 농구가 아닌 축구라서 출연을 고민했다. 제작진과 출연에 대해 상의하며 고량주 6병을 마셨다고 전해진다. 그는 출연 이유로 “술에 취해서가 아니라 PD가 나를 설득하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고, 추억이 될 것 같아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수, 감독 때 쉽게 화내던 모습과는 다르게 여유로운 모습과 불평과 불만은 많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어딘가 어리숙한 행동을 대중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너털웃음 짓는 코 큰 50대 후반 아저씨 캐릭터에 모두가 손뼉을 친다. 

팀이 찬 공을 손으로 잡거나, 헛발질하는 허당의 모습을 보여준 허재는 화려한 애드리브로 “그거슨 아니지”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내는 등 빠르게 예능을 섭렵하고 있다. <뭉쳐야 찬다>를 시작으로 농구 대통령에서 예능 대통령으로 변화하는 모습이 팬들을 사로잡았다. 
 

▲ 절친 사이로 알려진 허재(사진 오른쪽)와 박중훈

수많은 토크 예능은 발 빠르게 그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그가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는 <뭉쳐야 찬다>에 나오는 것 이상은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긴 하다. 하지만 허재라는 사람 자체를 보여준 것으로 왕년 스타의 인간적인 모습을 대중은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허당끼 있는 동네 아저씨 캐릭터는 대중에게 정확히 먹혔고, 이번 방송을 통해 스타에 대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는 허재가 최고였지”라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뭉쳐야 찬다>에 이어 농구에 도전하는 <뭉쳐야 쏜다>에서 허재는 감독을 맡았다. <뭉쳐야 쏜다>는 첫 방송부터 시청률 7%라는 기록을 세우며 시청자들을 안방으로 불러 모았다. 안정환은 선수로, 허재는 감독으로 출연해 뒤바뀐 입장에서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부각되자 대중의 반응은 뜨겁다. 

이제는 
스포테이너

과거에는 무거운 왕관을 지고 힘들게 버텨온 감독의 자리였지만 지금은 예능인으로서 허당 감독 캐릭터로 도전하고 있다. 농구 레전드의 농구 특급 과외와 허당이라는 숨겨진 면모가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지 많은 사람이 주목한다.

허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방송은 시들어가는 나를 다시 살려줬다. 계속 기회가 주어진다면 처음 농구하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환, 서장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만능 스포테이너로 변신하는 중이다. 

앞으로 그가 가진 허당 캐릭터와 과거 농구선수 시절 보여주었던 열정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예능 캐릭터의 발굴이 쉽지 않은 예능가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또 과거 농구 전설은 머지않아 예능 전설로 방송계에 한 획을 그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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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