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지선 기자] 한 치의 양보 없는 독도분쟁으로 인해 한일관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에 방문한 이후 한일 양국관계가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 독도에 세워진 독도비석으로 인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에서 한 개인작가의 작품을 훼손한 후 그 위에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독도비석을 세웠기 때문.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해당 작품의 작가는 "나머지 작품도 치워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독도비석에 대한 찬반입장을 들어봤다.
“대통령께 바랍니다. 독도 국기게양대 비석을 제외한 제 작품을 철거해주세요.”
지난 2010년 독도에 호랑이와 함께 태극문양이 새겨진 조형물을 세운 작가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청원한 내용이다. 그는 비록 경북도청의 요청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자신의 작품을 독도에 설치한다는 생각에 벅찬 마음으로 작품 디자인에 열심히 임했다고 전했다. 설치과정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임했던 그는 무명작가이지만 독도에 세운 자신의 작품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었다.
“정치쇼의 희생양”
그러던 어느 날, 작가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조형물을 정부에서 마음대로 철거하고 그 곳에 독도비석을 세워졌다는 보도가 흘러나왔기 때문. 그가 세운 호랑이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곳에는 대한민국, 독도,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 석 자가 새겨진 독도비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진행된 철거와 설치과정에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한일양국이 독도분쟁으로 인해 민감한 상황을 감지하고 비석을 세운다는 것에는 불만을 털어놓지 않았다. 다만 태극문양이 새겨진 바닥과 호랑이 조형물은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고 본인의 작품이니 바닥마저 철거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어 작가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팔을 하나 자르고 이름까지 적어서 다른 것을 꽂아 넣은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며 “반토막난 작품위에 세워진 비석이 제가 죽은 이후까지 서있어야 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부디 제 작품 모두를 철거 바란다”며 간곡히 부탁했다.
문화재청에 의하면 작가의 작품은 개인자산으로 승인돼있지 않고 국가자산으로 등록돼있기 때문에 작가의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독도비석설치의 정당성을 내비췄다.
작가의 의견과 정부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네티즌들 또한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작가의 작품을 원상복구 해 반토막 난 자존심을 지켜줘라”는 찬성의견과 “일본과 독도분쟁으로 민감한 와중에 자존심 따져가며 청원했어야 했나”라는 반대의견으로 나뉘었다.
아이디 말**는 아고라 청원에서 “국가의 수장이 독도 현안에 대해 기껏 비석이나 세워 흔적이나 남기려고 하고 우리 모두의 땅에다 대통령이 개인 이름을 새겨서 비석을 만드는 이유가 납득이 안 된다. 독도 비석을 세우려면 도쿄 한복판에다 세우지 왜 남의 작품 위에 세우나? 그리고 작가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성껏 만든 작품을 그리 함부로 옮기는 것은, 정말 큰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대통령이 그걸 알았다면 정말 문제 있다. 모르셨다면, 관계 부처 공무원을 문책해야한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아이디 원***도 “독도는 우리나라의 역사다. 독도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했고 지금도 영토 수호라는 이름으로 희생과 봉사를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대통령이라는 명함만으로 독도의 이름을 새긴다는 건 그 분들에 대한 예는 아닐 것이다. 또한 민족의 영물인 호랑이가 무섭게 눈을 부릅뜨고 영토를 수호하는 것이야 말로 더 의미 있고 상징적이라 생각한다. 독도비석을 다른 곳에 옮기고 작가의 작품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작가의 입장에 서서 조형물의 원상복구를 바랐다.
아이디 두***는 “정말 천박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족속들이다. 미국인들의 저작권은 그리 철저히 지키려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FTA까지 체결하면서 자국 작가의 저작권은 저리 무시를 하다니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이래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제 목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피해만 입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국가의 원수라는 사람도 자국국민을 짓밟아버리는 와중에…”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아이디 원인***도 “하물며 어디 돌산에도 이름 파 넣으면 무식하다고 욕먹는다. 일국의 대통령이 최소한의 개념도 예의도 없나? 외로이 혼자 독도 지키다 고인이 되신 분은 묏자리에 비석조차 못 세우게 하고선 이게 무슨 짓인가? 한국의 상징인 태극문양도 변경하고 수호신인 호랑이를 무덤비석처럼 시커먼 산사람 비석을 세우다니 일본X들이 한국정기 말살하려고 방방곡곡에 쇠말뚝 박은 것 연상 되서 기분 나쁘다. 그리고 아직 역사적 평가도 받지 않은 대통령이 독도에다 이름을 새기다니 독도가 개인의 땅이고 상징물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개인작가 작품 자리에 대통령 비석 세워
“원상복구 하라” vs “권리행사권 없다”
반면 작가의 극히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에 일을 그르친다며 문화재청의 소유권이기 때문에 작품에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자주 눈에 띄었다.
아이디 착***은 “내용을 보아하니 이미 조형물 설치에 대한 2700만원의 대가를 받았다고 하던데 설치물에 이미 제작비를 받았다면 권리는 없는 것이 맞다. 로댕을 비유하는 것은 오바이고 설치물에 대한 퀄리티도 아직 완전히 검증된 상태도 아니다. 단지 표지석 설치 때문에 작품에 대한 검증은 엉뚱하게 발전해가는 것 같다. 2700받고 작품 디자인료는 안 받았다지만 대한민국 작가라면 누구라도 무료로 할 것 같다”며 반대입장을 보였다.
아이디 참***도 “작가라는 사람 자기 자존심하나 지키겠다 떠드는데 일본에서 알면 우리 국격은 더 떨어집니다. 네티즌들도 이 문제에 편승해 같이 떠드는 건 옳지 않다. 지금 일본은 작정을 하고 달려드는데 이런 문제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 작가는 끝까지 네티즌을 이용해 뭔가를 하려 해 이 문제로 독도문제에 영향이라도 준다면 후에 지탄을 받을 것이다. 작가의 자존심도 국가가 있어야 존재한다”며 작가의 성향을 개인주의로 날카롭게 꼬집으며 말했다.
“일본과 분쟁 중에…”
현재 울릉도군수가 작가 측에 정중히 사과를 했고, 경북도청 측은 작가의 조형물을 모두 철거키로 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 지었다. 문화재청 측은 “독도는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라며 “이번 ‘독도 표지석’은 독도 수호 의지를 재확인하는 시간이 됐다”고 밝혔다.
독도분쟁으로 하루하루 양국 간에 뜨거운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정부에서 한 개인작가의 의미 있는 작품을 훼손한 점도 지탄받을 일이지만 영토문제로 민감한 시기에 사람들을 동요시키며 자존심을 챙기려 했던 점도 마냥 잘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