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공룡’ 겨눈 공정위 칼날

봐줄 만큼 봐줬다…걸리면 얄짤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강화가 결정되면서 IT 대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총수의 개인회사는 물론이고, 다수의 자회사들이 사익편취 규제의 사정권에 이름을 올린 여파다. 불똥의 크기에 따라 희비가 극명히 엇갈리는 양상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감시체계가 한층 철저해진다. 지난해 12월9일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말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 지분율 20% 이상 상장사·비상장사로 확대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인 상장사·20% 이상 비상장사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했다. 

매서운
감시의 눈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도 강화된다.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상향 조정된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범위가 한층 확대되는 셈이다.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 규제 강화의 빌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64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186곳의 내부거래(8조8000억원) 금액은 전년 대비 1000억원가량 줄었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11.9%로 1.0%p. 증가했다. 

사각지대 회사(343개)의 내부거래 금액은 26조5000억원으로 규제 회사(8조8000억원)보다 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당 내부거래 금액도 사각지대 회사(800억원)가 규제대상 회사(500억원)보다 많았다. 사각지대 회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30개), 규제 대상 회사의 자회사(197개), 총수 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의 자회사(116개)를 말한다.


규제 대상 회사보다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가 많다는 건 규제를 피해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철퇴 현실로
코앞에 다가온 역대급 한파

앞서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지배에 대한 책임성을 담보하는 데 있어 현행 의무 지분율이 충분한지 의문이 있었던 만큼, 더 높여야 한다”며 “지주회사가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규제 강화로 인해 IT 대기업들 역시 규제 한파의 최전선에 내몰리게 됐다. 상호출자제한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IT 빅4(▲카카오 ▲네이버 ▲넥슨 ▲넷마블)’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는 6개에서 29개로 증가한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교차한다.

카카오는 2019년 자산총액 10조6000억원으로 IT기업 최초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 ‘대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됐다. 지난해에는 자산총액이 더 늘면서 재계 순위가 23위까지 뛰어올랐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 ⓒ포니정재단

지금까지 카카오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곳은 케이큐브홀딩스와 오닉스케이 등 2개였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의장의 개인회사, 오닉스케이는 김범수 의장의 동생인 김화영씨의 개인회사다.

발목 잡은
총수 지분


이번 법 개정으로 기존 2개 회사뿐 아니라 케이큐브홀딩스가 지분 100%를 소유한 티포인베스트와 오닉스케이의 완전 자회사 뉴런잉글리쉬가 규제 대상에 신규 추가된다. 김화영씨는 케이큐브홀딩스의 대표이사, 오닉스케이와 티포인베스트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티포인베스트는 부동산임대, 관리, 컨설팅을 영위하는 부동산관리 업체로 원래 김 의장 개인회사였다가 2015년쯤 케이큐브홀딩스로 넘어갔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 100%를 김범수 의장이 지녔다는 점에서 모회사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김범수 의장의 개인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뉴런잉글리쉬는 케이큐브홀딩스가 2015년 인수한 영어학원이다. 당시 카카오가 에듀테크 분야에 진출한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이듬해 3월 오닉스케이에 매각했다. 

넥슨은 2017년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됐다. 네오플 등 주요 온라인게임 계열사의 매출 호조에 따른 자산총액 증가의 영향이었다. 2016년 말 기준 넥슨에 소속된 회사는 22개, 자산총액은 5조5380억원 규모였다.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총수로 지정된 상태다.

법 개정 후
희비 교차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된 이래 넥슨의 재계 순위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 2017년 52위였던 넥슨의 재계 순위는 이듬해 4계단 뛰어올랐고,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47위, 42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넥슨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분류된 곳은 NXC와 와이즈키즈에 국한된다. NXC는 넥슨의 최상위 지배기업이고, 와이즈키즈는 넥슨 총수 일가의 개인회사다.

올해 말부터는 개정안에 따라 NXC가 지분 100%를 소유한 아퀴스코리아와 VIP사모주식형펀드1호, 와이즈키즈 산하의 엔엑스프로퍼티스가 새로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아퀴스코리아는 외국식 음식점업과 시스템,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주요 사업으로 등록해놓고 있다. 부동산임대 업체인 엔엑스프로퍼티스는 와이즈키즈가 2015년 NXC로부터 인수한 곳이다.

넷마블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처지에 놓였다. 넷마블은 유가증권 상장에 따른 2조7000억원의 자금 유입 덕분에 자산총액이 5조70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2018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이 총수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재계 순위는 47위로, 전년(57위) 대비 10계단 상승했다.

규제 적용 대상 5배 확대
대기업 피해 부러운 경쟁자

그간 넷마블은 총수가 지분 99.4%를 보유한 신기술 포장재 제조사 ‘인디스에어’ 1곳만 규제를 받아 총수 지정에 따른 영향이 미미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규제 대상 기업은 19곳으로 늘어난다. 총 23개의 국내 계열회사 가운데 4곳을 빼고 규제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5번째로 증가 규모가 컸다. 

▲ 김정주 NXC 대표

지배회사인 넷마블이 신규 규제 대상에 포함된 여파가 컸다. 넷마블의 규제 대상 포함은 방준혁 의장의 넷마블 지분 24.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미디어웹 ▲에브리플레이 ▲구로발게임즈 ▲넷마블네오 등 넷마블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 17곳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자회사들이 대거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되면서 내부 거래 매출은 2019년 말 기준 0원에서 4000억원으로 증가하고, 내부거래 비중은 24%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네이버는 규제의 화살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지음’만 규제 대상에 올렸을 뿐 신규 추가된 회사가 없다. 지음의 경우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개인회사라는 특성이 작용했다. 네이버 산하의 계열회사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틀에서 한발 비껴나 있다. 이해진 GIO의 네이버 지분이 3.7% 수준에 불과한 까닭이다. 

몸집 불리기
독으로 작용

IT 대기업들이 일제히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자, 동종업계에서는 자산규모 미달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을 받지 않은 엔씨소프트가 가장 속 편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2018 말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약 3조4000억원 수준으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5조원을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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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