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20 풀리지 않는 정치권 의문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2.29 14:28:59
  • 호수 1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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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압박감에 극단적 선택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인과 그 주변인들의 죽음은 2020년에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최측근이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숨진 채 발견됐다. 정치인과 그 주변인들의 사망 사건은 올해에만 대여섯 건에 달한다. 지난해 이맘때쯤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더욱 증가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장 ⓒ사진공동취재단

정치권을 뒤흔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검찰 수사관이 서울 서초 소재 지인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출석이 예정돼있었다. 현장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 발견

청와대 하명 수사 사건은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첩보를 받아 진행됐다는 의혹에서 시작했다. 숨진 검찰 수사관은 민정비서관 산하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브리핑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마포 쉼터 관리소장이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벌어졌다.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쉼터를 압수수색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경찰은 자택에서 유서로 추정될 만한 메모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사망한 소장은 주변에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후원금이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폭로했다. 복수의 시민단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 관계자들을 부실 회계와 후원금 횡령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 의원은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정의연에서 이사장으로 10년 넘게 재직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총선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러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의연 측은 회계 처리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 일부 미숙한 점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후원금이 모두 피해자 지원 및 위안부 운동을 위해 사용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해당 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가운데 윤 의원 측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11월에는 정의연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의원 사건을 담당하던 부장판사가 동료들과의 회식 도중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해당 재판부에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재산신고 누락 의혹도 배당되는 등 굵직한 정치권 재판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해당 재판부에 정치인들의 사건이 몰려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해석이 들려왔다.


지난 7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 13시간 후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시 전직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올해만 대여섯명 사망
연말에도 끊이지 않아

그의 극단적 선택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치권과 지지자들은 박 전 시장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 박 전 시장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 역시 주요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는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이하 특위)를 신설했다. 특위는 지난 10일 논란이 된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는 등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조사하고  지난 14일 발표한 ‘2020년 올해의 사건’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사망 및 성추행 논란이 25%로 전체 66%를 기록한 코로나 19 발생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연말에도 정치권에서는 사망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10년 지기’ 측근인 이모씨가 지난 3일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 가족의 실종신고를 접수받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을 통해 그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 ▲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의 영정 바라보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변호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오겠다”며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옵티머스의 ‘이낙연 사무실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옵티머스 관계사로부터 복합기 임대료 76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해당 의혹의 핵심이다. 

의혹이 불거지자 이씨는 자신의 주변에 “옵티머스와 관련된 회사인 줄 몰랐다. 복합기 임대료를 비용 처리하라고 실무진에 수차례 당부했는데 누락됐다”는 취지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10여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이기 위해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을 죄인으로 몬 사건이 떠오른다”며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여부가 있었는지 철저히 진상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4일에는 민주당 손혜원 전 의원의 남동생인 손현씨가 필리핀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타살 정황이 없는 점에 비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그가 남긴 유서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도…


손 전 의원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손씨는 손 전 의원이 또 다른 차명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지위를 이용해 불법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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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