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21 대박 예감 온라인 사업 아이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12.28 10:29:08
  • 호수 13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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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돈벌이…‘성덕’을 잡아라!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는 재앙이었다. 올해 인건비와 재료비는 매달 나가지만, 손님이 뚝 끊기면서 가게 매출에 큰 타격이 왔다. 폐업률이 급격하게 치솟자 자영업자들은 업종변경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년에 기대되는 온라인 사업 아이템들을 정리했다. 
 

▲ ⓒpixabay

지난 16일 전국 66만 소상공인 사업장의 결제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7~13일) 전국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1을 기록했다. 지난해 100원어치를 팔았다면 올해는 평균적으로 71원어치를 팔았다는 얘기다. 이는 올 초 코로나19 1차 대유행이 일었던 지난 2월 마지막 주(2월24일~3월1일) 수치와 같다. 11월 둘째 주(11월9~15일) 0.92까지 회복했던 소상공인 매출은 코로나19 3차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가파른 내리막을 타고 있다.

매출 타격
매장 실종

특히 수도권의 매출 급감이 두드러졌다. 지난 8일부터 서울과 경기와 인천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올린 여파다. 서울의 소상공인 매출은 지난주 0.62를 기록해 전국 17개 시·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기도 하다. 경기·인천도 각각 0.70, 0.73을 기록해 올해 이 지역 최저치를 경신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지난 9월에도 발령됐지만 수치로 드러나는 충격은 이번이 더 세다.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전보다 거세진 것이 소비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12월은 ‘연말 특수’로 1년 중 씀씀이가 가장 큰 시기다. 송년회 저녁 자리로 주점·식당가는 불야성을 이루고, 크리스마스를 맞아 주요 상점에 쇼핑객이 몰리는 게 보통이다. 


세부 업종별로 살펴보면 대면 접촉이 많아 운영을 제한한 매장들의 타격이 도드라졌다. 집합 금지 시설인 노래연습장의 지난주 매출은 0.09에 불과했다. 장사로 들어오는 돈이 지난해의 10분의 1도 안 됐다는 얘기다.

역시 집합 금지 조처가 내려진 실내체육시설(0.34), PC방(0.44), 영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목욕업(0.24) 등도 매출이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영업시간이 오후 9시로 제한된 식당(0.57)도 매출이 40% 이상 쪼그라드는 등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이로 인해 내년에는 업종변경을 고려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그에 따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늘어나면서 일상생활과 스마트폰 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앱의 사용 시간이 다르다. 누군가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콘텐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밀리의서재, 리디북스 등을 설치해 전자책을 본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물론 젊은 사람들까지 명상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명상앱이 주목받았다. 누적 가입자가 15만명 안팎에 이른다. 명상앱은 최근 들어 국내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영어권에서는 2000개가 넘는 명상앱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나만의 아이템 제작 
아마추어 작가 양성

영어 명상앱 1위인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전 세계 3000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는 ‘캄(Calm)’은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명상앱 콘텐츠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면과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콘텐츠다.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명상뿐 아니라 심부름센터에 대한 문의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2년간 생활밀착형 심부름으로 이름을 알린 ‘김집사’가 있다. 김집사는 쓰레기 버리기부터 음식·식료품 배달, 세탁물 찾아주기, 우체국 대신 가기 등 별것 아닌 듯하지만 직접 하려면 귀찮은 일을 대신해준다.

서울 강남과 송파, 경기도 판교 등에 자리한 500여개 단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유사한 심부름 앱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심부름 앱 말고도 우울증, 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앱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우울증은 보통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기분이나 감당하기 힘든 말 못할 고민 등을 AI 대화 친구 ‘심심이’에게 부담 없이 털어놓고 소통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실제 심심이의 유저 가운데에는 스트레스가 많거나 우울증,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심심이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대화친구로서 이용자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 데이트 앱 ‘틴더(Tinder)’는 지난해에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은 끌어모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앱 분석 업체 앱애니가 발표한 ‘비(非)게임 분야 지출 기준 상위 10위 앱’ 보고서에 따르면 틴더는 넷플릭스, 텐센트 비디오, 아이치이, 유튜브 등 동영상 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순위는 앱 내부에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정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중고물품 거래 앱으로 주목받은 ‘당근마켓’이 맞선마켓이 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앱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굳이 커플이 아니더라도 동네 친구, 멘토와 멘티 등 다양한 관계를 맺는 앱을 개발해 집콕족을 주선해주는 것도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2030세대는 스마트폰으로 맺는 관계에 대해서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앱
간단하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온라인 카페, 블로그 등 다양한 소셜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글을 쓰고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 SNS에서 유명한 글이 책으로 발간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과연 이런 콘텐츠도 책이 될 수 있을까?’ 싶지만 한 권의 번듯한 책으로 나와 내로라하는 기성 작가들의 책보다 많이 팔린다.

누구나 쓰고,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책을 내고 싶은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원고를 출간해줄 수 있는 좋은 편집자와 출판사를 만나는 일이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은 웹소설 관련 사이트를 통해 소설을 연재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출간하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최근 ‘나만의 굿즈(Good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굿즈는 주로 ‘팬심’을 겨냥한 디자인 상품을 말한다. 이전에는 연예인의 팬들을 위한 물건으로 굿즈가 한정됐다면 최근에는 직접 만든 나만의 굿즈로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가족, 애인, 반려동물은 물론 인생영화와 문학, 직접 그린 캐릭터, 심지어 끼적인 낙서까지도 나만의 굿즈로 재탄생시켜 독특한 개성을 뽐내기도 한다. 

커스터마이징(Customniz-ing, 생산업체나 수공업자들이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맞춤제작 서비스)을 통해 제작하기도 한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불리는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상당히 익숙한 트렌드 중 하나다.


나만의 커스터마이징을 접목한 상품은 신발뿐만 아니라 가전, 가구, 액세서리, 향수, 식음료, 자동차 등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급속도로 분야을 확장하고 그 기술도 점차 첨단화, 디지털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티셔츠, 바지와 같은 옷 주문제작이 가장 많다. 
 

▲ ▲▲ 인터넷 강의

이들은 덕질하는 대상이나 관심사와 관련된 굿즈가 없다면, 직접 만들어서 소유하기를 원한다. 또 굿즈 제작 과정을 SNS로 공유하기도 한다.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나만의 굿즈를 제작하는 과정 역시 소비의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아니라고 해서 남 일처럼 여긴다면 오산이다. 가게 명함과 스티커 같은 홍보물을 직접 제작하거나 회사에서 행사 사은품 제작을 담당하게 됐을 때, 특별한 답례품을 제작하고 싶을 때도 직접 만든 나만의 굿즈를 활용하려는 이들이 많으리라 예상된다.

개성 톡톡
나만의 굿즈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군중,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와 자금 조달이란 ‘펀딩’의 합성어로, SNS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의 개인(대중)으로부터 십시일반 소액을 투자받아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투자 방식이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 부족해서 창업할 수 없는 경우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도울 때 크라우드 펀딩을 받는 경우도 있다. 버스 기사 마스크 지원 크라우드 펀딩, 코로나19 의료진 돕기 크라우드 펀딩 등이 그 예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이트로는 와디즈, 메이커스, 텀블벅, 오마이컴퍼니 등이 있으며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사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업글 인간’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 말은 단순한 성공이 아닌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계발형 인간들을 이르는 말로, 여기서 ‘업글’은 ‘업그레이드’의 준말이다. 

이는 타인과 경쟁해 승리하기 위한 단순한 스펙을 축적하는 것이 아닌, 삶 전체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즉,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성공이 아닌 성장이며,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닌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나다. 업글 인간들은 자신의 건강과 취미, 여가활동, 지적 성장을 위한 소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올해 ‘온라인 개학’으로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됐다. 온라인 개학은 교사와 학생이 대면하지 않고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교육업계는 비대면 교육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윤선생의 경우, 자사 화상관리 브랜드 윤선생베이직의 최근 6개월간(5~10월) 신규 회원 가입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4.7% 증가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따른 신조어도 생겨났다. 집에 콕 박혀 있다는 뜻의 ‘집콕’과 ‘학습’이 합쳐진 ‘집콕학습’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집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일컫는 ‘집공족’도 나타났다.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와 ‘온라인’을 통한 연결의 의미를 더한 ‘온택트(On+Contact) 수업’도 새롭게 등장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싸강(사이버 강의)’ ‘온클(온라인 클래스)’ 등의 줄인 말도 유행했다.

학원 비대면 교육 일상화 영향
홈스쿨링·원격수업 등 다변화

‘학습공백’ 또한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이다. 윤선생이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부모 58.9%가 ‘자녀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교육계는 원격수업의 효과를 높이고 학생 개인 간 여건에 따른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학습꾸러미를 배부했다.

이에 맞춰 교육업계에서는 집에서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고 자녀의 학습 공백을 덜어주는 홈스쿨링 상품 출시가 활발한 한 해였다.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국내 IPTV업체들도 홈스쿨링을 위한 키즈 콘텐츠를 강화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에듀테크’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향후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스마트디바이스 보급으로 민간뿐만 아니라 공교육으로까지 에듀테크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데이터 연구기업 홀론아이큐에 따르면, 전 세계 에듀테크 산업 시장 규모가 5년 뒤에는 4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2021년에도 언택트 시대가 이어질 예정이라 자기계발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해가 바뀌어도 학원을 다녀야 하는 학생들은 물론 성인들도 랜선으로 강의를 듣는 일이 늘어날 전망이다.
 

▲ 유재하 소장 LP ⓒ한양대박물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 하는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에 나선 홈트족이 증가했다. 이마트는 올해 1월 대비 9월 홈트 관련 용품 판매가 전반적인 신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헬스 잡화 22.4% ▲아령 93.5% ▲매트 및 짐볼 62.9% ▲헬스 기구 31.7% 등이 각각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홈트족을 위한 온라인 PT 및 홈트 기구 등을 판매하는 것도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음반판매 업체인 예스24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LP 판매가 전년 대비 7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가요 분야에서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4%나 급증했고, 발매 LP도 34종 더 늘었다.

매진 사례도 이어졌다. LP는 재고 처리와 단가 문제 때문에 소량을 한정판으로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LP로 발매된 이소라의 2004년작 6집 ‘눈썹달’은 3000장이 1분 만에 소진됐고, 듀스의 베스트 앨범 ‘듀스 포에버’도 매진 행렬에 가세했다. 지난 10월에는 K팝 걸그룹 블랙핑크가 정규 1집 ‘THE ALBUM’의 LP를 발매해 1만8888장을 모두 팔았다.

건강 관리
홈트족 증가

LP뿐 아니라 필름카메라, 레트로게임기 등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레트로(Retro)는 추억이라는 뜻이 담긴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던 시절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의미한다. 즉, 옛날에 유행했던 것이 현재에 재조명받고 인기를 끄는 것이 레트로다. 흔히 말하는 복고풍 패션, 복고풍 음악 등을 레트로의 전형이라 볼 수 있다.

내년에도 이 레트로를 재해석한 뉴트로(New-tro) 열풍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상품을 통해 심리가 안정되는 사람들을 노려 사업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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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