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키워드로 본’ 2020 연예계 핫이슈

환희의 순간부터 최악의 장면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2020년이 저물어간다. 전염병이 몰아친 올해에도 연예계에는 예년과 다름없이 크고 작은 사건이 벌어졌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전 세계를 휩쓴 영광의 순간도 있었던 한편, 마약·도박·갑질로 얼룩진 연예계의 어두운 그림자도 짙었던 한 해였다. 
 

 

올해 초 갑작스럽게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불편해지는 심리, 인적이 드문 거리, 사라진 콘서트와 공연,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영화, 확진자로 인한 방송국 폐쇄, 점점 더 활발해지는 유튜브와 OTT 등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일상에서 국민들은 사투를 벌여나가고 있다.

완전히 달라진 세상 속에서도 연예계의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관심을 두는 연예계에는 환희와 영광, 경쟁과 갈등, 감동과 슬픔이 버무려진 희로애락도 이어지고 있다. 키워드를 통해 2020년 연예계 이슈를 짚어봤다.
 
<기생충>

지난 2월 한국 영화계에 새 역사가 쓰였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를 넘어 영화산업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기생충>은 오스카로 불리는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4관왕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의 쾌거는 한국 영화 100년 역사 중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이자, 세계 영화사에서도 다시 쓰이기 힘든 대기록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역사상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도,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받은 것도 처음이다. 한 사람이 한 작품으로 4개의 트로피를 받은 것도 최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1955년 개봉한 <마티> 이후 65년 만의 기록이다. 
 

▲ 기생충 봉준호 감독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에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발언을 인용해 그에게 헌사를 전하며 전 세계 영화인에게 감동을 전했다.
 
트로트

지난해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이 좋은 결과를 내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편 트로트 예능프로그램은 한국 방송가를 장악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MBC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부캐 유산슬로 트로트 바람이 시작됐고, TV조선 <미스터트롯>은 35%가 넘는 시청률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장민호 등 상위권에 랭크된 가수들은 국내 가요·예능계를 휩쓰는 주역이 됐다. 한동안은 <미스터트롯> 출연진이 나오는 곳이면 시청률이 두 배 이상 뛰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트로트가 바람을 일으키자 모든 채널은 트로트 오디션을 론칭했다. MBC는 <트로트의 민족>, SBS는 <트롯신이 떴다>, KBS는 <전국 트롯체전>을 선보였다. 감정이 과하게 섞인 창법이나 다소간 과장된 퍼포먼스는 젊은 연령층에겐 외면받지만, 40대 이상 연령대에서 트로트는 여전히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언택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올해 연예계에 들이닥친 가장 큰 변화는 언택트(Untact)다. 비대면과 비접촉을 지향하는 언택트는 여러 사람이 모여 진행되는 제작발표회와 쇼케이스 등 다양한 이벤트를 온라인 생중계 형식으로 바꿨다.

작품 종영 이후 진행되던 인터뷰도 화상 형태로 바뀌는 등 소통의 방식도 변화를 맞았다. 각자 편안한 공간에서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활기가 떨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관찰 및 여행 예능이 빗발쳤던 방송가는 스튜디오 형태의 예능만 양산하게 됐다. 다양한 나라를 활보하거나, 각 나라 고유의 음식을 먹어보는 형태의 예능은 사라졌다. 

봉준호·BTS 세계 휩쓴 K-컬쳐
트로트 뜨고 코미디 무너지고

가요계는 ‘방구석 콘서트’로 지칭되는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 문화를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콘서트를 관람하는 방법을 창안했다. 

영화계는 유례없는 보릿고개를 겪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기업들은 예년과 비교해 90%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화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한국 관객들은 코로나19 불안으로 인해 폐쇄된 공간에서 2시간 넘게 타인과 보내야 하는 영화관을 외면했다.

이런 상황에 놀란 배급사는 신작 개봉을 줄줄이 미루며 악순환을 지속하고 있다. 
 

▲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가수 방탄소년단

이외에도 연극과 뮤지컬 등 공연계 역시 관객의 발길이 끊기며 최악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은 유례없는 수혜를 입었다. 특히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입자만 1억9500만명으로, 아시아 지역 가입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로이터를 통해 국내 유료 가입자만 330만명이 넘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미디

무려 21년간 일요일 밤의 대미를 장식했던 KBS2 <개그콘서트>가 잠정 휴식에 접어들었다. 재방 기약이 없는 형태로, 사실상 폐지에 가깝다. 지난해 5월 1000회를 맞이하면서 위기설이 대두됐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공개코미디는 뒤처진 시대의 산물로 전락했다.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지 못했고, 화제를 모으는 코너도 전무했다. 기존의 스타 개그맨들은 각 채널의 예능이나 팟캐스트, 유튜브 등 뉴미디어로 뻗어나갔고, 그 사이 무대에 설만한 인재는 고갈됐다.

현재 tvN <코미디 빅리그>가 공개 코미디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청률 2%에 화제성도 다른 예능에 비해 많이 처진 성적이다. 국내 최고의 코미디 장르였던 공개 코미디가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 가운데 신인 개그맨 대다수는 유튜브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몰래카메라나 브이로그 형식을 활용해 각자 의견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방송을 제작 중이다. 일부 개그맨들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BTS

영화계에 <기생충>이 있었다면 가요계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있었다. BTS는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피처링곡 ‘세비지 러브(Savage Love)’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 핫100 차트는 미국 내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수, 온 디멘드 음원 다운로드 수, 유튜브 조회수 등을 합산해 순위에 반영한다.

약 3개월 사이에 세 번의 1위를 차지했으며 ‘핫100’에 1위로 진입한 두 곡을 가진 첫 듀오/그룹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오스트레일리아 그룹 ‘비지스’ 이래 최단기간(2개월 3주) 1위 탈환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BTS는 시상식 무대에도 올랐다.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북미 3대 음악 시상식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도 상을 거머쥐었다. 내년 1월 열리는 ‘그래미 어워드’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논란

올해에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마약과 도박처럼 불법을 저지른 연예인들이 적지 않았으며, 문란한 사생활로 인한 폭로, 성추문, 갑질 사태도 이어졌다. 


올해 가요계에서는 특히 마약 스캔들이 눈에 띈다. 가수 휘성이 프로포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한 건물에서 수면마취제류를 투입한 후 실신한 채로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이후 경찰을 통해 소변 검사 등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 개그콘서트 ⓒKBS

M.I.B 출신 래퍼 영크림을 비롯해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사의 나플라, 루피, 블루, 오왼 등이 마약 투약 혐의로 무더기 적발됐다. 

최근에는 비투비의 멤버 정일훈이 약 5년간 가상 화폐를 통해 대마초를 구입하고 흡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연예계와 끊이지 않는 고리와도 같은 도박 스캔들 역시 올해도 연달아 터졌다. 지난 9월 초신성의 멤버 윤학과 성제가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혐의로 입건됐으며, 개그맨 김형인과 최재욱도 서울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적발됐다. 

코로나로 완전히 뒤바뀐 세상
마약, 도박, 성추문, 갑질도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었던 양현석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매년 연예인들의 잘못된 행동이 구설에 오르는 일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특히 가수 김건모, 레드벨벳 아이린, 엑소의 찬열 등 이미지가 좋았던 스타들의 명예가 폭로로 인해 구겨졌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맹활약하며 선한 이미지를 쌓은 김건모는 결혼까지 이어지는 ‘꽃길’의 행보를 걷다 성폭행 피소를 당하며 방송 활동을 접었다. 그는 피해자의 주장에 ‘사실무근’이라며 무고죄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는 불기소로 마무리했다.
 

▲ 가수 아이린 ⓒ아이더

아이린은 화보 촬영 중 갑질을 했다는 폭로를 당해 이미지가 실추됐다. 스타일리스트 겸 에디터라고 밝힌 A씨는 아이린으로부터 충격적인 갑질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아이린과 관련한 폭로 글이 다수 올라왔고, 결국 아이린은 갑질 행태에 사과했다. 

엑소의 찬열은 과거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B씨로부터 문란한 사생활을 폭로당했다. B씨는 찬열이 자신과 사귀는 중에도 다른 여성들은 물론 지인과도 잠자리를 가졌다고 폭로했고, 찬열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가짜사나이

올 여름을 강타한 콘텐츠는 방송사가 아닌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채널에서 만든 ‘가짜사나이’다. 인기 유튜버들이 특수부대 UDT 훈련을 체험하는 장면을 날 것 그대로 방영한 ‘가짜사나이’는 엄청난 화력을 일으키며 회당 1000만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훈련대장이었던 이근 대위의 “인성 문제 있어?” “4번은 개인주의야” 등 다양한 유행어를 만들며 방송가를 휘젓는 예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가짜사나이’ 제작진은 CGV를 통한 관람을 비롯해 왓챠와 카카오TV 등 OTT 플랫폼과 계약을 맺으며 몸집을 불리는 등 빠른 행보를 선보이며, 새로운 콘텐츠 시대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시즌2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아이콘이나 다름없었던 이근 대위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졌다. 또 더 많은 훈련생이 참가한 ‘가짜사나이’ 시즌2는 지나친 가혹행위와 함께 포기를 유도하는 훈련 방식을 보여주어 부정적인 여론도 들끓었다. 

여기에 추가로 교관 중 일부가 퇴폐업소를 방문하고 성 착취 행위를 저질렀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신드롬에 가까웠던 인기가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김계란은 온갖 논란에 휘말리다 급기야 시즌2 방영 중 모든 방송 공개를 중단하기로 했다.

떨어진 별

올해 국민을 가장 아프게 한 소식 중 하나는 개그우먼 박지선의 사망일 것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언행으로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한 박지선은 지난 11월2일 생을 마감했다. 올해 나이는 36세로 한창 아름다운 나이에 하늘로 떠난 박지선을 향해 예능계의 지인들은 물론 많은 국민이 함께 슬퍼했다. 고인은 생전 피부질환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고 박지선 ⓒSNS

잇따른 성 추문으로 얼룩진 한국 영화계의 거장 김기덕 감독도 사망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했다가, 지난 11일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과 베를린, 베니스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김기덕 감독은 2017년 미투 논란에 휩싸인 이후 실추된 이미지로 인해 주로 해외에서 활동했다. 워낙 성추문 논란이 많은 탓에 그의 죽음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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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일본에는 약 수십만명의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약 2만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나 계열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중 ‘조선적’으로 분류돼 무국적자인 이들도 있다. 일본서 이들은 ‘눈엣가시’다. 어딜 가나 차별과 혐오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는 일본 현지서 조총련 간부 출신과 복수의 재일동포들을 만나 조총련의 상황을 들어봤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는 일본서 북한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결성된 지 65년이 넘었으나 구성원이 2만5000여명 이하로 줄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진 데 이어 조총련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대북제재 압박 수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퇴색된 위상 결집력 약화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는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해 인권탄압 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2000년 초, 홍 대표는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 현지서 <일요시사>와 만난 홍 대표는 조총련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기준 무국적자로 분류되는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 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에 속한 이들은 해방 이후 분단된 조국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조총련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현재 조총련 산하 학교로 알려진 조선학교는 해방 직후 조선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1세대 재일동포들의 열망으로 시작됐다. 조선학교는 유엔군 최고사령부(GHQ) 군정과 일본 정부에 의해 한때 폐쇄됐다가 1950년대 중반 이후 재개됐다. 북한은 지난 1957년부터 교육지원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는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조선학교는 조선적 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어 2018년 기준 64개교, 7000여명의 학생이 남았다.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유치원·초급·중급·고급학교가 있고, 대학은 도쿄에 조선대학교가 있다. 조총련 법적브레인 역할…20번 넘게 북한 출입 대북송금·마약 유통 행위 인권탄압 직접 확인 일본 내에는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씨 일가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남북 간 사상 대립이 과거보다 유연해지고 일본 귀화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조선적 규모도 적어지는 추세다. 홍 대표는 “재일동포 새세대들이 과거처럼 국적이나 민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사회도 4세나 5세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일본인과 국제결혼 등을 통해 일본으로 귀화를 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총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수억달러의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 한덕수 전 의장은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 의원의 고위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탄압 강화 등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허 의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은 조직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채무로 인해 법적 권리를 내세울 수 없어 많은 본부 건물이 경매로 매각돼 협소한 장소로 이전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서 제외해 학교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조총련 본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도쿄에 위치한 본부서 근무하는 사람은 수십명이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조총련을 통해 불시에 필요한 자금을 ‘애국운동’으로 해결했다. 외화벌이 마이너스 예시로 대형 여객선 ‘만경봉 92호’와 ‘삼지연호’ 등이 있다. 일본 사행산업의 대표 격인 파친코도 조총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파친코를 통해 재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조총련이 직접 운영한 파친코도 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완전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사실상 폐교된 조선학교 부지나 학교 자체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다. 부동산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부분 조선학교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도심에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기를 쓰고 매수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총련이 지난해 도쿄 중심지에 있는 조선학교를 이용해 700억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일본 당국이 행정적 지도권을 갖고 있어 조총련이 수백억원대 이익을 볼 수는 없지만 조총련 산하 부동산 회사 소속 관계자들이 수수료를 떼먹고 산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본 버블경제 당시 허 의장이 조총련 산하 금융기관인 조선은행을 통해 융자 받고 대북송금을 진행했다. 이때의 채권이 한국 원화로 따지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일본의 경제 몰락 이후 조선은행도 빚을 졌다. 조총련 본부 건물 대부분은 융자의 저당으로 잡혀 있어 경매 등으로 소유권을 잃었다”며 “조총련 상근 직원들의 명의를 악용해 조선은행서 융자를 받아낸 경우도 존재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내부서 생산한 금을 비롯한 희금속과 마약을 공개·비공개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한 후 외화로 전환해 반입했다. 희금속은, 함경남도 허천군에 위치한 상농광산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조총련에 보내는 교육원조비 명목 자금을 대기 위해 이 광산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서 아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은 조총련으로 먼저 유입돼 일부가 교육비로 활용되고, 대부분은 김 위원장 비자금 조성을 위해 다시 현금으로 반환된다. 보위부서 마약 지령 북한은 조총련 계열 동포들을 통해 일본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북한의 만경봉호, 삼지연호, 청천강호 등 중앙당 6부(이하 작전부)가 운영하는 선박이 맡아 수행했지만, 대북 제재 이후에는 일부 민간 상선과 물고기 가공 및 운반선(1000t급 정도)을 통해 반입시켰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중반 정찰국 소속 30대 남성이 마약 운반 지령을 받고 일본 조총련 계열 동포들에 전달한 후 약 3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북한 운반선의 기관실 엔진 아래 철통에 마약을 가착(용접)하고 도쿄 항구에 입항해 해양경찰 조사를 피했다. 이후 보트를 타고 접근한 조총련 관계자를 만나 마약을 전달하고 사례금 3000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90년 중반에 재일교포 5명 정도가 마약 유통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수사당국이 발견한 마약은 수십kg이었다. 체포됐던 한 관계자는 북한 보위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며 “1990년대 무역사업을 하던 조총련 관계자들이 야쿠자를 끼고 마약을 팔아왔으나, 예나 지금이나 북한 정부 차원서 조총련에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라고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활동 거점을 잃을 수 있는 그런 무모한 범죄행위는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런 북한과 조총련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내각정보조사실을 포함해 여러 일본 정보기관이 조총련 관계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하려 안간힘을 쓴다”며 “일본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으로 의심받는 이들은 북한 보위부의 성격을 지닌 조총련 감사위원회 소속 직원들에게 미행과 감시를 당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과거처럼 대우하진 않지만, 관계를 포기하진 못한다고 단언했다. 일본과 북한 간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서 관계까지 끊어버리면 외교·안보적 측면서 큰 손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일본 정부는 조총련을 통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허 의장이 창구 역을 담당한다. 최근 조선대학교 학생 140명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파친코 망하면서 자금난 “가족 못 본다” 북송 동포들 인질로 협박 그는 “재정위원장도 방문했다. 조총련 간부 활동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대북송금 등 경제 지원책에 대해 지시 받을 가능성이 있고 조총련이 얼마나 많은 외화를 확보했는지 윗선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북 학생들이 1인당 500만엔이라는 큰돈을 들고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정도로 부유하지 않다. 학생 전부가 가족들을 만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선대 학생 일부만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허용됐고 친척의 자택을 방문하는 건 금지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호텔이나 여관서의 생활도 금지됐다고 한다. 이동할 때는 조선대 관계자를 제외한 이들은 동행할 수 없다. 섣불리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를 철저히 해 외부와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홍 대표는 조선대 학생들이 방북했다고 해서 김 위원장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각오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조선학교와 조선대 학생의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무국적자인 이들도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다. 단지 말과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 조선학교를 다닌다. 물론 학내서 주체사상과 김정은 일가 찬양으로 가득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몸에 익는다. 현재 재일교포 10대와 20대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세대”라고 말했다. 한편, 조총련 내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코로나 이후 일부 재일동포의 방북을 허용한 것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총련 출신의 한 탈북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북한 정부는 애초 재일동포를 지원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돈에만 관심이 있다”며 “아이들을 조선대학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히는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포기는 못해 정체성 혼란 해당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서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저 자금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