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세아 애물단지 ‘인디에프’ 민낯

날개 달아도 끝없는 추락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실적 악화의 늪에 빠진 패션기업 ‘인디에프’가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장을 교체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음에도 손실만 잔뜩 쌓이는 형국이다. 최대한 빨리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게 급선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인디에프는 1980년 설립된 문화데스크에 뿌리를 둔 패션기업이다. ▲조이너스 ▲꼼빠니아 ▲트루젠 ▲테이트 ▲바인드 ▲모스바니 ▲아위 등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이고, 2006년 ‘세아상역’에 인수되면서 글로벌세아그룹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 최대주주는 지분 57.9%(3415만1683주)를 보유한 그룹의 지주사 ‘글로벌세아’다. 

흘러 간
화양연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성복 시장에서 탄탄한 기반을 확보했던 인디에프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침체에 빠졌다.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더니,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영업손실이 거듭됐다. 그사이 누적된 적자만 400억원에 달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인디에프는 2017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부실 매장을 정리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는 잇따라 전개 중단을 알렸다. ▲예츠 ▲S+ ▲예스비 등이 정리된 것도 이 무렵이다.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은 머지않아 성과를 나타냈다. 2017년 16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이듬해 영업이익 20억원을 돌파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지난해 초부터 또다시 수익성 악화 기미가 보이더니, 3분기까지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54억원, 64억원씩 쌓였다.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패션시장을 강타한 데다, 동종업계 경쟁이 심화된 데 따른 여파였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인디에프는 구원투수를 등판시켰다. 지난 2019년 11월1일 인디에프는 백정흠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2012년부터 남성, 캐주얼 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사내에서 입지를 다져 온 인물이다. 2014년 론칭한 편집숍 ‘바인드’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침체의 늪 빠지니 뒷걸음만
수장 바뀌고 혹시나 했지만…

인디에프는 백 대표의 지휘 아래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600여개에 달하는 기존 오프라인 채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지난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성장지원본부가 신설됐다.

가두점 중심의 리테일 사업을 개선하기 위해 그간 재고 판매를 위한 창구에 불과했던 온라인 사업에도 힘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조이너스와 꼼빠니아의 약자를 딴 자사몰 ‘제이코’를 론칭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 ‘아위’를 선보였다.

하지만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과 달리, 인디에프의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외부 환경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수장 교체 후 쏟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디에프의 매출은 2016년 이래 2000억원대 안팎을 형성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1057억원으로, 전년 동기(1400억원) 대비 24.6% 감소했다. 인디에프의 매출액이 지난 2019년 말 기준 2025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는 1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흐릿해진
청사진

매출 하락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의복 소비가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섬유패션 관련 72개 상장기업의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익성 악화는 더 큰 골칫거리다. 2018년 3분기 기준 5억8600만원이던 인디에프의 누적 영업손실은 1년 뒤 54억원으로 10배가량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에는 126억원까지 불어났다.

판관비(638억원)를 전년 동기 대비 100억원가량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자폭을 줄이는 데 한계가 명확했다. 동절기가 대목인 패션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말까지 100억원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영업활동에서의 부진한 성과는 인디에프의 현금 창출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지난 2019년 3분기 1억9600만원이던 인디에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에 –44억원으로 돌아섰다. 현금 유입량 부족 현상이 올해 들어 더욱 심각해진 셈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계산하는 잣대로 사용된다. 

돈 마르고
채무 잔뜩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 재정이 나날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칫 급증한 부채로 인해 재정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인디에프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1521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1494억원)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자산의 변동폭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세부항목을 보면 부정적인 요소가 목격된다.
 

▲ 백정흠 대표 ⓒ인디에프

총자본은 150억원 가까이 줄어든 488억원에 머물렀다. 3분기까지 누적된 138억원의 순손실이 결손금 확대로 이어진 데 따른 여파다. 2018년까지만 해도 이익잉여금(6억2300만원)으로 기재됐던 총자본의 세부항목은, 지난 2019년 말 29억원 결손금으로 전환됐고, 지난해 3분기에는 결손금이 169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기준 결손금은 자본금(295억원) 대비 57.3%에 달한다.

총자본이 급감한 것과 달리 총부채는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867억원에서 1033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부채의 증가와 자본의 감소가 연출된 탓에 2018년(108%)까지만 해도 양호한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최근 1년 사이 분기별로 무섭게 뛰어오르고 있다.

초라한 실적…마르는 현금
빚은 쌓이고…흠집 난 재정


지난 2019년 3분기에 131.2%였던 인디에프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9년 말 138.4% ▲지난해 1분기 150% ▲지난해 2분기 160.8%에 이어 3분기에는 211.7%까지 급증했다. 통상 부채비율은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입금의 증가가 부채비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3분기 인디에프의 총차입금은 606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474억원) 대비 27.8% 증가했다. 차입금 규모가 한층 커지면서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하는 차입금의존도는 같은 기간 31.7%에서 39.8%로 뛰어올랐다.

특히 단기성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장기차입금(21억원), 비유동성리스부채(107억원)를 제외한 477억원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총차입금의 8할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단기차입금 330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6억원 ▲유동성리스부채 71억원 ▲사채 70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덕분에 단기차입금의존도는 지난 2019년 말 기준 22.3%에서 올해 3분기 26.8%로 상승했다.
 

▲ 조이너스 매장

물론 단기성 차입금에 대한 상환 압박은 리파이낸싱을 통해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은행(175억원) ▲농협은행(10억원) ▲한국산업은행(50억원) ▲글로벌세아(30억원) 등으로부터 단기로 차입한 금액은 리파이낸싱이 이뤄졌다.

빚 의존도
위험 수위


다만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단기차입금의 특성은 순이익 감소로 직결될 여지를 남긴다. 인디에프는 지난 2019년 말 기준 21억원을 이자비용으로 회계처리했다. 단기로 차입한 금액에 대한 연이자율이 3%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결산보고서에는 이자비용으로 25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회계처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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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