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공수처가 본격적으로 가동할 태세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형 비리의 성역 없는 수사와 사정,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며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평가했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공수처 설치는 시민사회의 요구로 공론화된 후 24년을 끌어온 오랜 숙원이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국민의 공수처’로 신뢰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이 대표의 평가를 언뜻 살피면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세밀하게 살피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쉽사리 이해하기가 힘들다. 마치 공수처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억지춘향으로 비친다.
왜 그런지 먼저 문 대통령의 평가에 대해 살펴보자. 사실 문 대통령의 평가는 모두 엉터리다.
그에 의하면 지금까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의 비리에 대한 수사는 없었고 공수처 설치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김영삼정권이 들어서면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범죄 행위에 대한 단죄, 그리고 박근혜와 이명박 전 대통령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유치장에서 일상을 보내게 됐는지 모른다는 이야기인데 실로 난해하다.
또 ‘사정,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언급했는데, 도대체 어느 기관과의 견제와 균형을 언급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혹시라도 검찰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공수처의 역할을 살피면 검찰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즉 조족지혈에 불과할 뿐 아니라 철저한 하부 조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수처 가동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부패가 사라질 것이란 부분에 대해서다. 이 대목은 문 대통령의 언급 중 압권이다.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고위공직자들로만 구성된 나라라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 말을 확대 해석하면 대한민국은 부패 국가인데, 그 원인은 고위공직자 때문이었다는 의미로도 비친다. 이런 경우라면 발본색원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고위공직자들을 축출해야 마땅할 일이다.
문 대통령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고 이 대표의 변을 살펴보자.
이 대표는 공수처가 가동되면 투명하고 공정한 법 집행으로 국민의 공수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언급했다.
사실 필자는 문 대통령과는 달리 이 대표에게는 약간의 기대심리를 지니고 있었다.
여타의 정치꾼들과는 달리 상당히 합리적인 인물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그런데 위의 주장은 너무나 자의적이다.
공수처가 정말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기도 불가능하지만, 결국 공수처는 국민을 위함이 아니라 현재의 권력, 즉 문재인정권을 위한 기관이 될 것임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필자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일요시사>를 통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검찰개혁의 본질은 검찰이 지니고 있는 수사권을 박탈하고 검찰은 기소만 전담하는 기소청으로 바꾸어 검찰을 권력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현 정권의 치졸한 꼼수로 탄생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를 빙자해 검찰의 견제가 아닌 장악으로 출발했고, 오래지 않아 검찰보다 더 강력한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사실 때문인데, 이런 경우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답은 빤하다.
공수처를 견제하기 위해 또 다른 기관, 즉 ‘공수처범죄수사처’를 준비해야 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