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보이는’ 애경그룹 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 민낯

다 챙겨가는 회장님 핏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그룹 차원에서 총수 일가를 우회 지원하는 광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암묵적으로 자행되는 ‘총수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애경그룹 총수 일가 역시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 애경그룹 사옥 ⓒ박성원 기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220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덩치는 신참
하는 짓은 거물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지주회사 총 개수는 전년(173개) 대비 6개 감소했다.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 지주회사가 94개에서 82개로 감소한 결과다. 6개가 신설되고 12개가 제외됐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를 가장 많이 거느린 건 GS그룹(11곳)이지만, 가장 눈길을 끈 곳은 ‘대기업 2년차’ 애경그룹이었다. 애경그룹은 오래전부터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했던 기업집단으로 분류돼왔다. 그룹 차원에서 성행한 일감 몰아주기는 총수의 자식은 물론이고, 사위, 올케까지 참여하는 ‘가족경영’의 연장선상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애경그룹은 규제 사각지대에서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린 건 지난해 5월이다. 이 무렵 애경그룹은 대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지정됐다. 홍대 신사옥 준공, 계열사 상장 등이 이어지면서 공정자산 5조원을 넘겼기 때문이었다.


대기업집단으로의 편입은 애경그룹의 대외적 위상이 올라갔음을 뜻했다. 대신 규제 강화라는 만만치 않은 반대급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엄중한 잣대는 애경그룹이 직면한 골칫거리였다.

친인척 
한입씩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의 경우 연간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혜성 거래 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 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공정거래법상 애경그룹은 10곳(▲애드미션 ▲에이텍 ▲비컨로지스틱스 ▲애경개발 ▲애경피앤티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코스파)의 계열사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다. 
 

▲ (사진 왼쪽부터)장영신, 채동석, 채승석, 채은정 ⓒ애경그룹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된 애경그룹 계열사들은 사실상 총수 일가 수중에 있다. 총수 일가는 우월한 지분율을 밑천으로 계열사에 지배력을 행사해왔고, 계열사는 그룹 차원에서 밀어준 일감을 독식해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이들 가운데 총수 일가 구성원의 지분율이 100%인 곳은 ▲비컨로지스틱스 ▲에이엘오 ▲에이케이아이에스 ▲우영운수 ▲인셋 등 총 5개사. 에이엘오와 인셋을 제외한 3곳은 수의계약을 통해 애경그룹 핵심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지속해왔다.

자식도 모자라 올케까지
일감 몰아주기 효과 ‘톡톡’


백화점과 통합 전산 시스템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을 영위하는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애경그룹 총수와 총수의 친자녀가 직접 지배하는 회사다. 장영신 회장(5.63%), 채형석 애경산업 총괄부회장(50.33%),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20.66%),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13.23%),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10.15%) 등 총수 일가가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내부거래 규모는 단연 돋보인다. 2017년 매출 425억원 중 91.5%를 내부거래로 발생시킨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이듬해 내부거래 매출을 272억원으로 줄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내부거래 매출이 509억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내부거래율 역시 2018년 53.0%에서 지난해 69.7%로 올랐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그룹 내 위상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지분구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올해 3분기 기준 에이케이아이에스는 지분율 10.3%로 AK홀딩스 2대 주주에 등재돼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14.2%를 보유한 채형석 부회장이고, 총수 일가의 지분율 합계는 45.9%로 집계됐다.

에이케이아이에스의 계열사 지분 취득은 AK홀딩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경개발(31.4%), 에이케이에스앤디(20.0%), 애경산업(18.0%), AK홀딩스(10.3%), 코스파(10.0%), 제주항공(1.7%) 등의 주주명부에서 에이케이아이에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비컨로지스틱스는 육상 운송 지원 서비스를 담당하는 회사로 지난해 매출 17억6500만원이 모두 애경그룹 계열사인 애경산업과의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수의계약을 맺고 대금 지급은 현금으로 이뤄졌다. 

이 회사는 2018년에도 매출 51억원 전부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억75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2%가 넘는 알짜배기 회사다. 

속보이는 거래
두둑해진 밑천

비컨로지스틱스 주요 주주는 장대영(32.5%)씨, 장우영씨(35.0%), 장지영씨(32.5%)다. 이들은 김보겸 비컨로지스틱스 대표이사의 자녀들이다. 김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오빠인 장위돈 전 서울대 교수의 부인이다. 사내이사 4명과 감사 1명 등 임원들 역시 모두 총수 일가 구성원이다.

1995년 설립된 우영운수는 육상 운송 서비스를 주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매출액 17억원 가운데 15억원이 애경산업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고, 내부거래율은 90.1%에 달했다. 2018년에는 매출 58억원 가운데 56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얻었다. 이 당시 내부거래율은 97.1%로 집계됐다.

김보겸 비컨로지스틱스 대표는 우영운수 대표직도 맡고 있다. 김보겸 대표는 지분 6%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 94%는 김 대표의 3자녀(장대영·장우영·장지영)가 확보한 상태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에이텍, 애경피앤티 역시 일감 몰아주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다.

포장용기 제조업체인 에이텍의 내부거래 규모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계열사 가운데 에이케이아이에스 다음으로 컸다. 이 회사의 최근 2년간 내부거래 금액은 1223억원에 이른다. 2018년과 지난해의 내부거래율은 각각 49.9%, 45.1%다. 


에이텍의 지분 절반은 총수 일가의 몫이다. 일가가 장영신 회장(0.1%)을 비롯해 채형석 부회장(28.6%), 채동석 부회장(17.9%), 채승석 전 사장(3.3%)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골판지 제조업체인 애경피앤티는 에이텍(45%), 채형석 부회장(40%), 채은정 부사장의 남편인 안용찬 전 제주항공 대표(10%)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165억원, 지난해 146억원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로부터 얻었으며, 해당 기간 내부거래율은 각각 89.1%, 82.6%로 집계됐다.

코스파는 내부거래율이 극히 낮은 수준이지만 꼼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코스파는 한국특수소재를 1.00:3.27 비율로 흡수합병했다. 당시 애경그룹은 공시를 통해 합병 목적을 “경영 효율성 증대 및 사업 경쟁력 강화”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특수소재가 합병 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되자, 흡수합병이 규제 회피를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플라스틱 압출발포제품을 제조하는 한국특수소재는 제품 전량을 코스파에 납품해왔다. 2018년 한국특수소재가 올린 총매출 148억원 모두 코스파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대놓고 밀어주기
곳곳에 사각지대

한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애경그룹 계열사 상당수도 내부거래 논란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 기업이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사각지대 회사로 분류된 애경그룹 계열사는 ▲에이케이레저 ▲서림 ▲애경화학 ▲제주항공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에이케이에스앤디 ▲에이케이켐텍 등 총 7곳이다. 


특히 에이케이켐텍은 지난해 331억원을 비롯해 매년 수백억대 규모의 내부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에이케이켐텍의 최대주주는 지분 81.3%를 보유한 AK홀딩스다. ‘총수 일가→AK홀딩스→에이케이켐텍’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확립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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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