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캠프 관계자 사망 사건’ 구자근 의원 공소장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11.30 10:21:15
  • 호수 12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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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한 측근이 죽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캠프 관계자 사망 사건’이 결국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사망자인 황모씨 측은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황씨에게 보좌관직을 약속한 후 이를 이행하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 의원 측은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일요시사>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한다. 
 

▲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청은 지난 10월8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 의원은 21대 총선이 열리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지금은 고인이 된 황모씨를 세 차례 찾아가 선거를 도와주면 보좌관직을 주겠다고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참모

<일요시사>는 지난 24일 해당 사건의 공소장을 입수했다. 단 공소장에 담긴 범죄 사실은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님을 알린다.

공소장에 따르면, 21대 총선에 출마할 계획을 하고 있던 구 의원은 구미 지역 내부 사정에 밝고, 선거 관련 기획 업무에 능한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이에 구 의원은 경북 칠곡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황모씨를 찾아갔다.

황씨는 지난 수십년간 여러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도운 이력의 소유자다. 19대 총선을 시작으로 6회 지방선거, 20대 총선, 7회 지방선거 등에서 선거 관련 기획 업무를 도맡았다.


황씨의 지인은 “구미 지역에서 선거 기획을 가장 오래한 전문가를 꼽으라면 황씨일 것”이라며 “선거철마다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후보자가 줄을 섰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선거 도와주면 보좌관” 약속
불이행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

구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세 차례 황씨를 찾아가 21대 총선의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공소장에는 구 의원이 황씨에게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자신 있어. 준비 많이 했잖아. 선거 공부를 많이 했어. 이번 선거는 수월해. 공천은 100% 받을 수 있어. 끝나고 나면 니(‘너’의 경상도 방언) 맘대로, 구미는 하고 싶은 대로 해.”

황씨는 국회 보좌관직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이에 여러 후보자들이 선거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때면 황씨는 보좌관직 내지는 시장 비서관직 제공을 약속받고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후보자의 낙선 또는 약속 불이행 등 여러 사유로 황씨의 바람은 무산됐다.

구 의원과 황씨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함께 선거를 준비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자 신분이었던 구 의원은 황씨를 찾아가 선거운동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고, 황씨는 승낙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황씨가 보좌관직을 원하고 있음을 구 의원이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 의원은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했고, 황씨 역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황씨의 아내는 이 같은 남편의 열망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도와달라고 찾아와 “구미는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하는 구 의원에게 “구미를 어떻게 마음대로 하느냐. 구미를 마음대로 하려면 보좌관이나 돼야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구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그럼”이라고 답했다.
 

황씨 부부는 그때까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황씨의 아내는 서울에서 내려와 구 의원을 돕는 사람 중 한 명에게 보좌관직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구 의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구 의원은 “아니다. 선거 끝나면 집에 갈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황씨의 아내는 지난 7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소위 ‘서울팀’의 존재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황씨는 구 의원의 선거 캠프에 정식으로 합류하지 않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구 의원은 망설이는 황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아, 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느냐. 니 방 다 꾸며놨다. 니만 오면 되는데, 왜 안 나오냐.”

진실공방 결국 법정으로
검 “고인에 이익제공 표현”

구 의원은 황씨의 아내에게 황씨가 캠프에 출근하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황씨의 아내는 그런 구 의원에게 황씨가 선거 캠프에 합류해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보좌관직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구 의원은 “에이, 나도 알고 있지. 그런 것은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 말미에 ‘이로써 피고인(구 의원)은 선거운동과 관련해 고 황씨에게 이익 제공을 약속했다’고 적시했다.

결국 황씨는 구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기획 담당이 아닌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구미갑 정당선거사무소의 회계책임자로 신고됐다. 미래통합당 구미갑 정당선거사무소는 구 의원의 선거사무소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했다. 황씨는 이곳에서 ‘실장’ 내지는 ‘기획실장’으로 불렸다.

회계책임자로 신고됐지만, 담당 업무는 구 의원의 선거 관련 기획이었다. 그는 선거 슬로건과 공약을 짰다. 통합신공항 이전, 금오산 케이블카 연장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보도자료도 작성했다. 각종 언론 인터뷰 답변서 작성도 황씨의 몫이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14일부터 4월18일까지 황씨가 구 의원의 활동과 관련해 제작한 보도자료만 43건에 달한다.

황씨는 21대 총선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1일 사망했다.

황씨 측은 “선거가 끝난 후 평소 앓던 간경화가 급속히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진 뒤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했다”며 “구 의원의 배신으로 남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황씨가 구 의원에게 배신을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구 의원은 당선 후 황씨를 보좌관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구 의원은 선거운동의 대가로 황씨에게 보좌관직을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진실은?

지난 27일 구 의원 측은 <일요시사>에 “당시 구미 발전을 위해(황씨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했을 뿐 당선 후 특정한 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전혀 없다. 검찰 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고소인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며, 향후 재판 과정을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구 의원의 재판은 12월 초순에 열린다.
 

<chm@ilyosisa.co.kr>


<구자근 의원 입장문>
캠프 관계자 사망 관련 공직선거법 기소 사건

1. 당시 구미 발전을 위해 황씨에게 선거를 도와줄 것을 요청했을 뿐 당선 후 특정한 직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바가 전혀 없다. 검찰 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미망인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었다. 객관적 증거가 없음이 수사결과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검찰이 기소를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 

2. 황씨의 미망인은 선거 직후 약속했던 보좌관직을 이행하지 않아 그 충격으로 황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황씨는 이미 4월초 병원진단을 통해 간경화 진단을 받았고 황달과 각종 병세의 악화로 인해 선거캠프에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3. 검찰과 고소인은 황씨가 보좌관직을 제안받고 선거캠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지만, 황씨의 통화이력을 살펴 보면 선거운동 기간 동안 황씨가 당시 후보자와 통화한 이력은 문자 3건이 전부이다. 

미망인의 주장대로 황씨가 보좌관직을 약속받았다면 선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황씨는 선거캠프에서 보도자료 작성 역할만 주로 하였을 뿐 보좌관직을 받을 만한 활동을 한 바가 없다. 

4. 황씨가 선거기간 동안 병세 악화에도 불구하고 본 의원을 도와준 것과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슬픔에 대해서는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구미 발전을 위해 선거를 도와달라는 순수한 요청을 보좌관직 제안으로 왜곡하고, 건강악화로 인한 사망의 책임을 본 의원에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5. 본 의원은 향후 재판을 통해 당당히 진실을 밝히겠다. 또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구미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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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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