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어닝쇼크’ 후폭풍

코로나 대목이라더니…초라한 장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GS리테일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꺾였다. 코로나19의 수혜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운 오리 새끼가 이제야 힘을 내기 시작했지만, 주력 업종의 부진을 메꾸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 ⓒGS리테일

GS리테일은 올 초부터 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분류됐다. 근거리 소비 선호도가 높아진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여겨진 까닭이다.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주목도는 한층 커졌다. GS리테일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로 연결기준 매출 9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5% 증가한 238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기대 높이더니
예상치 하회

해가 바뀌어도 GS리테일의 상승세는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영업이익은 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가량 급증했고, 매출은 2조1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올랐다. 외형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분기에는 수익성 지표가 한층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편의점(GS25), H&B(랄라블라), SSM(GS더프레시) 등 핵심 사업부 3곳이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지정된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GS더프레시는 해당 업종서 유일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로 등록되면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GS리테일이 공개한 2분기 성적표는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GS리테일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2% 떨어진 2조2107억원에 머물렀고, 순이익도 38.6% 줄어든 336억원에 그쳤다.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의 동반 뒷걸음질은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1999년 이래 처음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 부문의 부진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편의점 부문 영업이익은 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매출은 1조7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여파로 해석된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호텔 부문은 영업손실만 118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246억원 가량 뒷걸음질 친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해당 분기 특1급 호텔인 파르나스 코엑스점의 투숙률이 전년 동기 대비 62%p, 비즈니스호텔인 나인트리는 57%p 하락했다.

빨간불 켜진 성장 지체 신호 
공들인 랄라블라 밑빠진 독

영업장 운영시간 단축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운영 효율화를 도모했지만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골칫덩이로 분류됐던 SSM 부문이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는 점이다. SSM 부문은 2016년 161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줄곧 영업손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적자 규모를 19억원으로 줄이며 반등하는 듯 했지만, 이듬해 손실액이 289억원으로 다시 불어났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들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2분기에 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SSM 부문은 올해 2분기에 92억원의 흑자로 돌아섰고, 상반기에 거둔 영업이익의 총합은 255억원에 달한다.
 

▲ 허연수 GS리테일 부사장 ⓒGS리테일

대면접촉이 많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이 역신장한 것과 달리 SSM 부문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근거리 소비 선호도가 높아진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25개의 저효율 점포를 정리하면서까지 꾀한 효율화 작업도 일정부분 수익성 향상에 영향을 줬다. 5년 만에 흑자 전환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SSM 부문의 상승세는 랄라블라로 대표되는 H&B 부문의 부진과 맞물리면서 상당부분 희석된 상황이다. GS리테일은 2017년 3월 H&B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왓슨스코리아 흡수 합병을 결정했다. 왓슨스코리아는 GS리테일과 왓슨스홀딩스가 50%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기업이었다. 왓슨스코리아 지분을 사들이는 데 투입된 비용은 117억원이다.

간판 바꿔도…
주력사업 부진

왓슨스코리아를 완전히 편입시킨 GS리테일은 이듬해 2월 기존 왓슨스 매장을 랄라블라로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선두업체인 올리브영과의 차별성을 부여하고, 주요 고객인 20∼30대 여성에게 신선한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랄라블라를 앞세운 H&B 부문의 행보는 기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흡수합병을 거치며 H&B 부문 공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지 3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외형적 성장이 지체된 건 물론이고 수익성마저 심각하다. 

2018년 1728억원이던 H&B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1627억원으로 5.8%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하락폭이 한층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813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 583억원으로 28.2% 떨어진 상태다. 가뜩이나 GS리테일 연결 기준 매출에서 존재감이 희미했던 H&B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18년 2.0%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3%까지 쪼그라들었다.

점포 정리가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말 기준 168개였던 랄라블라 점포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136개점으로 축소됐다. 

잘못된 선택
어긋난 계획

점포수 축소는 효율화 제고 차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지만 수익성도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2018년 254억원, 지난해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H&B 부문은 3년 연속 적자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95억원에 달한다. 영업손실 81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적자폭이 17.9% 확대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인구의 감소가 궁극적으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점포 효율을 추구하는 과정서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차질이 생겼지만, H&B 부문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서 진행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GS슈퍼마켓 ⓒGS리테일

더 큰 문제는 GS리테일의 주력 사업서 영속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반기보고서 분석 결과 GS리테일은 올해 상반기 부동산 개발업서 영업이익 5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영업이익(1479억원)의 37%에 해당한다. 부동산 개발업서 수익성이 높아진 건 광교몰 사업시설 매각 자문 용역료 등이 일회성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업을 제외하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932억원으로 전년 동기(976억원) 대비 4.5%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유통업서 성장 지체가 표면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표가 밀어줘도 효과가 영~
빨간불 켜진 성장 지체 신호

안팎에 산재한 위험요인들이 부각될수록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앞서 GS그룹은 지난 1월3일 2020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허연수 GS리테일 대표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1961년생인 허 부회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허만정 LG 공동창업주의 손자로 2016년부터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의 승진 배경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GS리테일이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결정된 예고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허 부회장이 GS리테일을 이끈 지난 3년간 회사가 받아 든 경영 성적표는 이 같은 평가에 설득력을 더했다.

다만 GS리테일이 하반기에도 부진한 행보를 나타낸다면 허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흠집이 날 수 있다. 특히 H&B 부문이 아픈 손가락이다.

잘 해왔지만…
리더십 의심


허 부회장은 일찌감치 랄라블라를 GS리테일의 성장 동력으로 점찍었다.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서도 허 부회장의 결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왓슨스 매장을 랄라블라로 개편하면서 내세운 ‘2019년까지 점포수 300개’ 목표는 공염불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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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