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력서> (14·15) 마늘과 마늘종

한국인의 ‘최애’ 음식

오이, 쑥갓, 가지… 소박한 우리네 밥상의 주인공이자 <식재료 이력서>의 주역들이다. 심심한 맛에 투박한 외모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이력이 있다는 것일까. 여러 방면의 책을 집필하고 칼럼을 기고해 온 황천우 작가의 남다른 호기심으로 탄생한 작품. ‘사람들이 식품을 그저 맛으로만 먹게 하지 말고 각 식품들의 이면을 들춰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나름 의미를 주자’는 작가의 발상.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인해 인간이 식품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마늘 ⓒpixabay

음식점서 고기 먹을 때 유독 마늘에 자주 손이 가는 내게 지인들이 그 이유를 묻는다. 그러면 잠시 능청 떨다 한마디 한다.

“마늘 많이 먹고 사람 좀 되려고 그런다”고.

그러면 상대는 말이 된다 싶은지, 나의 자유분방했던 과거를 회상하는지 그저 웃어넘긴다.

내 젊은 시절 삶에 대해 시시콜콜 언급하는 대신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신화 내용 인용해보자. 

[마늘]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빌자 환웅은 신령한 쑥(靈艾, 영애)과 마늘(蒜, 산) 20개를 주면서 “너희가 이것을 먹고 햇빛을 100일간 보지 않으면 사람의 형상을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곰은 금기를 지킨 지 21일 만에 여인이 됐으나 호랑이는 금기를 지키지 못하고 사람의 몸을 얻는 데 실패했다.

여인으로 변한 웅녀는 매일 태백산 신단수 아래서 잉태하기를 빌지만, 결혼할 사람이 없어 환웅이 사람으로 변화해 웅녀와 혼인하고 아들을 낳으니 이 사람이 단군왕검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이 신화에 등장하는 蒜(산)이 마늘이 아닌 다른 물체라 주장한다.

물론 원산지 문제 때문에 그렇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 시기에, 기원전 2333년에 이 땅에 마늘이 전래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 요체다.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蒜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제쳐두고 단군왕검이 탄생했다는 태백산에 대해 언급해보자. 


다수의 사람들이 태백산을 강원도에 있는 태백산 혹은 백두산으로 강변하고 있다.

참으로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기원 전 2333년이라면 이 땅 즉 한반도에는 소수의 토착민들이 씨족 혹은 부족의 형태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태백산이 어느 곳을 지칭할까.

역사는 순리에 입각해야 한다는 진리에 따라 접근해보자.

그를 입증하기 위해 먼저 백제란 국가의 탄생 과정을 살펴본다.

백제의 시조 온조왕은 고구려 동명왕의 둘째 아들로 형인 비류에게 밀려 남하해 한강 유역에 백제를 세운다.

이제 고구려 시조인 동명왕에 대해 살펴본다.

동명왕은 고구려보다 한참 위쪽에 위치해 있던 부여의 왕인 금와의 아들이다.

그는 금와의 장남인 대소(帶素)와 다른 형제들이 자신을 죽이려 하자 남하해 고구려를 세운다.

백제와 고구려의 건국을 살피면 한반도에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다.

권력을 잡는 과정에서 밀려난 사람 혹은 국가를 세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사람이 북이 아닌 남으로 이동하여 국가를 세웠다고 말이다.


다시 언급하자면, 이 민족의 주 세력의 시원은 황하 유역의 중원이었는데 상기 경우처럼 혹은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한반도까지 이동하게 되고, 그 과정에 소수의 토착민들을 정복하고 국가를 세운 것이다. 

이제 기원전 23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 무렵 이 민족 최초의 국가였던 고조선의 위치는 어디였을까.

역사의 순리에 입각하면 분명 한반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현재로서 어느 위치라고 확언할 수 없지만 이동하는 과정을 살피면 한반도보다는 오히려 중원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렇다면 태백산이 이 땅에 있었다는 주장은 그저 허구에 불과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원산지 문제로 인해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蒜(산)이 마늘이 아니라는 주장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여하튼 곰도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영험을 지닌 마늘에 대해 접근해보자.

마늘이 살균·항암효과, 항균작용, 빈혈 완화, 저혈압 개선 등에 이롭다고 하지만 뭐니 뭐니해도 남자들의 정력 강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중국의 약학서인 <본초강목>에도 마늘이 강정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있다.

또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노예들의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마늘을 먹였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탈리아의 호색한 카사노바도 마늘을 정력식품으로 애용했을 정도다. 
 

▲ 마늘종 ⓒpixabay

이와 관련해 우리에게도 흥미로운 기록이 있어 소개한다.

조선이 개국하고 고려의 국교인 불교를 부정하는 과정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김종서 등이 편찬한 <고려사절요> 고려 제 11대 왕인 문종 재위 시인 1056년에 승려들의 폐해를 다룬 기록이 보인다. 

범패(梵唄, 석가여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를 부르는 마당은 갈라서 마늘 밭이 되었으며 중들이 그들에게 금기 식품인, 정력 강화에 탁월한 마늘을 먹고 음탕한 짓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제 이응희 작품 감상해보자.

蒜(산)
마늘
薑桂非無貴(강계비무귀) 
생강과 계피도 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無踰此味長(무유차미장) 
이 맛보다 더 뛰어난 건 없다네衆玉扶金柱(중옥부금주) 
여러 옥 금 기둥 떠받치고群珠拆素房(군주탁소방) 
많은 구슬 소박한 방에서 터졌다네硏肌瓜炙美(연기과자미) 
갈아 넣으면 오이 부침 맛나고添汁水漫香(첨즙수만향) 
즙 더하면 물에 향기 퍼진다네葷氣雖云濁(훈기수운탁)  
훈채 기운 비록 탁하다지만 參書却暑方(참서각서방) 
더위 물리칠 처방에 들어 있네

이응희에 의하면 마늘을 섭취함으로써 무더위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한다. 각별히 새겨둬야 할 일이다. 

정력 강화에 탁월…더위 물리칠 처방
아삭아삭한 식감, 쌉싸름한 맛이 별미

[마늘종]

마늘종은 마늘 싹이라고도 하며 꽃대가 완전히 자란 마늘 꽃의 줄기를 지칭한다.

그런데 왜 마늘 꽃 줄기를 하필이면 마늘종이라 부르는지 의아함이 발생한다.

해서 그 사연을 먼저 풀어본다. 

​마늘종은 한자로 蒜薹(산대)라 한다. 蒜(산)은 마늘을, 薹(대)는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식물과 관련해서 종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종대는 파, 마늘, 달래 따위에서 꽃을 달기 위해 한가운데서 올라오는 줄기를 지칭한다. 

즉 마늘로부터 올라오는 줄기는 ‘마늘 종대’라 지칭해야 옳다.

그런데 그 마늘 종대서 대를 생략해 마늘종으로 줄여버렸다.

추측하건데 간략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의 습성으로부터 그렇게 된 게 아닌가하는 생각 지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또 다른 생각을 하고는 한다.

종이 종대가 아닌 하인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 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마늘종은 마늘에 예속되어 마늘의 종과 같은 존재이기에 누군가가 해학적으로 마늘종으로 명명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여하튼 마늘종이란 음식을 처음 접한 시점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이었다.

당시 거의 모든 어린이들의 점심 반찬은 김치 혹은 콩자반이 전부였다.

내 살던 동네서 짓는 농사는 그게 전부였던 게다. 

그러던 차에 전학 온 한 친구가 생전 보지도 못했던 반찬을 지니고 왔다.

바로 마늘종이었다.

마늘종을 기름에 볶아왔는데 아삭아삭한 식감은 물론이고 쌉싸름한 맛이 참으로 별미였다.

그를 맛본 이후 그 친구에게 매일 마늘종을 싸오도록 간청하고는 했다. 

그 친구 고맙게도 어떤 때는 볶아오고 또 어떤 때는 무쳐오기도 해 우리들의 입맛을 즐겁게 해주고는 했다.

그렇다면 마늘 종은 언제부터 식용되었을까.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실려 있는 글이다. 

5월에 살지고 연한 것을 가려, 끓는 소금물에 데쳐서 볕에 말렸다가 쓸 때쯤 해서 끓는 물에 넣어 부드럽게 되거든 양념해 먹는다.

살진 고기를 넣어서 요리하면 더욱 좋다.  

홍만선은 원나라 시절 저술된 것으로 여겨지는 <거가필용>서 이를 인용했는데, 이를 살피면 오래전부터 마늘종을 식용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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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