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떡볶이 ‘대표 리스크’ 실상

가뜩이나 장사 힘든데…거침없는 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프랜차이즈 대표의 잇따른 돌출 행동으로 인해 애꿎은 가맹점주만 난처한 입장에 몰렸다. 대표는 소신을 말했을 뿐이라지만, 가맹점주들은 대표의 과도한 정치색이 오너 리스크로 연결될까 좌불안석이다. 가뜩이나 재정 상태가 엉망이던 프랜차이즈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가 됐다. 
 

▲ 국대떡볶이 매장 ⓒ김상현 대표 페이스북

김상현 국대에프앤비 대표는 ‘떡볶이 노점상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캐나다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국내로 돌아온 뒤 벌인 의류사업으로 참담한 실패를 맛봤고, 해당 사업서 손 뗄 무렵 수중에는 빚만 1억원이 남은 상태였다. 이런 김 대표에게 떡볶이는 또 다른 기회였다.

연이은 
돌출행동

단골 떡볶이집서 배운 조리법을 토대로 2008년 12월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김 대표의 떡볶이 포장마차는 대박이 났다.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8개월 만에 신사동 가로수길 1호점을 오픈하고 가맹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30세였다.

가맹 사업을 펼친 지 1년 반 만에 '국대떡볶이' 매장은 60개로 불어났고, 2014년에는 가맹점 100개를 훌쩍 넘겼다. 탄탄대로의 연속이었다. 이미 김 대표는 방송에 출연 및 특별 강연을 통해 분식 프랜차이즈업계 스타로 자리매김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 대표의 성공신화는 지난해부터 빛을 잃기 시작했다. 본인의 입이 빌미였다. 지난해 9월 김 대표는 자신의 SNS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코링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돈과 도움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올렸다. 또 “확인이 안 된 거라서 문제가 된다면 저를 고소하라. 감옥에 가야 하면 기꺼이 가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을 겨냥한 김 대표의 정치적 발언은 약 1년이 지난 시점서 엄청난 후폭풍으로 되돌아왔다. 조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김 대표를 고소했다. 

조국 저격에 빛바랜 노점 신화
눈치 없는 행동 속 타는 점주들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상현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고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며 “유명 기업 대표의 무책임한 행동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이 입장 표명을 내놓은 이튿날 김 대표는 또 한 번 예상치 못한 글을 올리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김 대표는 같은 달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은 부패한 권력자다. 평범한 교수가 아니다. 수많은 비리로 장관 자리서 내려왔다. 그리고 권력의 정점서 국민 개개인을 고소·고발하는 뻔뻔한 파렴치한”이라고 썼다. 
 

▲ 국대떡볶이 메뉴

김 대표의 일탈 행동으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자칫 오너 리스크로 연결될 소지가 충분한 까닭이다. 국대떡볶이의 얼굴 격인 김 대표가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프랜차이즈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휘청이던 그간 사례를 되돌아보면 김 대표의 최근 행보는 위험 요소가 충분하다. 


‘봉구스밥버거’는 한때 1000여개에 가맹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오세린 전 대표가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 혐의로 2017년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으면서 프랜차이즈 이미지에 흠집이 생겼다.

곤혹스런 
점주들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최호식 전 회장이 20대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며 가맹점주들이 때아닌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총각네 야채가게’ 역시 2017년 7월 이영석 전 대표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 행위가 공론화되면서 가맹점주들이 시련을 겪었다. 

흥미로운 점은 박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오너 리스크 방지를 위한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서도 예의 주시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지난달 3일, 프랜차이즈업계 각종 오너 리스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대리점의 단체 결성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대리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프랜차이즈 대표 등의 각종 일탈 행위를 금지하고, 일탈 행위 발생 시 가맹본부에 손해 배상의 책임을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이번 개정 법안의 발의는 가맹사업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업계 일부서 도덕적 일탈 행위가 끊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번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가맹점주와 대리점에 오너리스크 대응 능력이 확보되면서 일탈 예방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지커녕
뒷걸음질

공교롭게도 김 대표의 연이은 일탈 발언은 국대떡볶이를 운영하는 국대에프앤비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물론 부정적인 면이 더 크게 비춰졌는데,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불안정한 재정건전성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중소기업정보현황시스템에 따르면 국대떡볶이를 운영하는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15년까지만 해도 80억원에 육박했던 매출은 2년 뒤 50억원대 초반으로 뒷걸음질친 데 이어, 올해는 30억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대에프앤비의 지난해(31억1000만원) 매출은 2015년(79억8500만원) 대비 40.9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익성 역시 처참하다. 지난해 국대에프앤비는 2억57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은 2015년(3억1800만원) 이래 3년 만이다. 그렇다고 해서 2017∼2018년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한 것도 아니었다. 이 기간 동안 거둔 영업이익은 각각 1400만원, 1200만원으로, 적자를 겨우 면한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할 정도로 훼손된 재정건전성이다. 훼손된 재정건전성은 회사의 존립 자체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가맹점주들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이참에 드러난 허울 좋은 껍데기
언제 무너져도 놀랍지 않은 현실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 사이 지속적인 총자산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2015년 18억5400만원이던 총자산은 거듭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14억14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마이너스로 돌아선 총자본의 영향이다. 

국대에프앤비는 최근 5년 간 완전자본잠식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본잠식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15년 -2억6400만원이던 총자본은 2018년 -3억8100만원으로 뒷걸음질이 심해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6억4300만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2010년 8월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국대에프앤비는 2012년 3월 자본금을 6억원으로 확충한 바 있다.
 

결손금이 자본잠식을 심화시킨 원인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12억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완전자본잠식서 벗어나려면 순이익을 꾸준히 발생시켜 결손금을 축소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대에프앤비는 2018년 6200만원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2억6200만원으로 확대됐다. 흑자였던 2017년에도 순이익은 400만원이 전부였다.

더 암울해진 
점포들 현실

게다가 가맹점 확대는커녕 현상 유지조차 급급한 상황이다. 한때 170개에 달했던 국대떡볶이 가맹점은 2015년에 두 자릿수로 떨어진 이래 매년 줄어들었고, 2018년 말에는 72개 수준으로 감소했다. 분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이탈이 가속화되는 최근 경향을 감안하면 국대떡볶이 가맹점 감소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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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