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시대’ 한국타이어 후계전쟁 막전막후

아버지의 선택 ‘형보다 아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테크놀로지그룹서 의미심장한 지분 승계가 이뤄졌다. 놀랍게도 회장이 가리킨 화살표는 장남이 아닌 차남이었다. 아버지의 선택이 차남을 향하면서 장남은 졸지에 최전선서 밀려날 처지에 내몰렸다. 훗날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져도 딱히 이상할 것 없는 모양새다.
 

한국타이어 기업집단은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의 차남인 조양래 회장이 지난 1986년 계열 분리하면서 그룹의 토대가 세워졌다. 지주회사는 지난해까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라는 사명을 썼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다. 기업집단의 정점에 위치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한국네트웍스, 한국카앤라이프 등의 계열사를 지배한다. 

회장님의
둘째 사랑

그룹은 지난해 초 조양래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난 후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차남 조현범 사장이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를 이끄는 형제 경영을 해왔다. 두 사람은 각자의 영역서 착실히 기반을 쌓아왔다. 

1970년 태어난 조 부회장은 국내서 중학교까지 졸업한 뒤 미국 힐스쿨 포츠타운고등학교와 시러큐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국타이어서 글로벌 해외영업본부장, 마케팅본부장, 한국타이어 사장을 거쳐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72년생인 조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차장으로 입사해 2001년 광고홍보팀장을 거쳤고, 4년여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후 마케팅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 경영기획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등을 거쳤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역임했다.


2001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결혼했다. 

조 회장이 후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데다, 장남과 차남의 역할 분담이 균등하게 이뤄졌기에 지난달 초 까지만 해도 그룹의 차기 승계 구도는 명확하지 않았다. 대동소이했던 두 사람의 지주사 지분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겼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구조는 조양래 회장이 지분율 23.59%(2194만2693주)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고,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이 각각 지분율 19.32%(1797만4870주), 19.31%(1795만9178주)로 2, 3대주주에 등재된 상태였다. 오너 일가 우호지분의 총합은 73.92%(6876만3857주).

조양래 회장, 보유 지분 조현범 사장에
장남 조현식 부회장 낙동강 오리알 신세

팽팽한 균형을 이뤘던 형제간 지분구조는 지난달 말 크게 요동쳤다. 조 회장이 사실상 차남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변화였다.

지난달 26일 조 회장은 장 마감 후 보유 주식 전량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조 사장에게 넘겼다. 이 소식은 나흘 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대주주 지분 변동을 공시하면서 공개됐다.

현행 자본시장법 규정에 의하면 지분이 5% 이상인 대주주가 추가로 1%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 체결일로부터 5일 이내에 관련 사항을 공시하도록 돼있지만, 대기업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곧바로 이뤄지는 모습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조 회장이 지분 전량을 넘긴 덕분에 조 사장은 단숨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최대주주에 올랐다. 42.9%에 달하는 조 사장의 보유 지분은 조 부회장 보유 지분(19.32%)을 두 배 이상 앞선 것이었다. 조 사장은 기존 보유 주식 등을 담보로 2200억원을 대출받아 매입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 왼쪽부터)조양래 회장, 조현식 부회장, 조현범 사장

조 회장이 차남에게 주식 전량을 넘긴 결정은 통상적인 재벌기업 승계 과정과 차별화된다. 오너 일가 구성원 간 지분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안정을 꾀한 뒤 승계 작업을 표면화하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형제 경영 체제가 가동된 시기 즈음에 그룹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됐다는 점은 조 회장이 결단을 내린 이유로 꼽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감소했다. 매출 상승이 미미한 가운데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2018년 4.9%였던 영업이익률은 3.1%로 주저앉았다.

차남 장악
장남 반격?

부진한 흐름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1분기 매출액은 1조4357억원, 영업이익은 1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5%, 24.6% 감소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로 타이어 수요가 감소, 2분기 실적도 우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산 자동차 타이어를 대상으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조 사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지만 당분간 회사 경영방침은 기존과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점쳐진다. 일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형제경영 체제 고수를 천명한 상황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난달 30일 “대주주 간 주식거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형제경영 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인 조현범 사장의 지위에 당장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사장이 법적 문제로 오랫동안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성급한 결정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조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데 이어 지난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파로 지난달 23일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게다가 조 사장은 그룹의 변혁을 상징하는 인물이지만, 그에 따른 ‘공’ 만큼 ‘실’을 그룹에 떠안겼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사명 변경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한국타이어는 20년 만에 사명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바꿨다. 같은 시기에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타이어 사업에 국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움직임이었다. 이 과정을 조현범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태자는
토사구팽?

그러나 교체한 사명으로 인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생각지 못한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IT사업과 자동차 전장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말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것이다.


1심은 한국테크놀로지의 손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15일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상호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표시된 간판, 거래 서류, 선전광고물, 사업계획서, 명함, 책자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최악의 경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또 한 번 간판을 바꿔달아야 한다.
 

▲ 한국타이어 사옥

더 큰 문제는 형제경영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조 사장이 조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은 영향으로 입지가 급격히 흔들리게 된 조 부회장이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애초부터 두 사람은 경영방침부터 명확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조 사장이 구속된 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홀로 이끈 조 부회장은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보단 내실 강화의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이는 적극적인 M&A와 신사업 추진을 강조한 조 사장의 방침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과의 관계 개선 무드를 선두서 조율했던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조 부회장은 충분한 성과를 드러낸 상태였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 마무리
형제의 난? 살아있는 불씨

양사 간 갈등은 2015년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2015년 한국타이어 제품을 장착한 현대차 제네시스는 타이어 편마모에 따른 진동·소음 문제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리콜을 시행했다. 이후 양사의 사업상 관계는 틈새가 벌어졌고, 현대차의 신형 모델에는 한국타이어 제품이 쓰이지 않았다.


5년에 걸친 냉각 기류를 완화시키는 데 앞장선 게 조 부회장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 17일 현대차 사옥을 찾아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충남 태안군에 건설하고 있는 첨단주행시험장 내에 현대차그룹 드라이빙센터를 조성하는 게 주된 골자였다.

물론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분쟁이 불거지더라도 조 부회장이 원하는 바를 얻기란 쉽지 않다. 조 부회장의 지주사 지분 19.32%는 조 회장의 지분을 모두 넘겨받은 조 사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나들의 도움을 이끌어내더라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10.82%(1006만8989주)를 가진 큰누나 조희원씨와 0.83%(76만9583주)를 갖고 있는 작은 누나 조희경씨가 힘을 보태도 우호 지분율은 30%를 겨우 넘긴다. 게다가 조희원씨는 “회사 경영에 관여할 생각이 없고, 특정 인물을 편들 생각은 더더욱 없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당하나
모아서 뒤집나

다만 국민연금의 의중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7.7%(720만1539주)를 보유한 4대주주다. 조 부회장이 누나들의 도움을 등에 업은 상태서 국민연금까지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면 조 사장과의 지분 격차는 4%대로 감소한다. 조 사장이 현재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나머지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다면 표 대결서 역전을 노려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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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