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겉멋에 빠진 10대, 철없는 문신열풍

“혹시 당신 아이 몸에도 몰랐던 문신이?”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청소년들 사이에 ‘문신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연예인들의 문신이 매체를 통해 가감 없이 노출되면서 “멋있어 보인다”는 단순한 호기심에 무작정 따라하는 아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신열풍은 소위 학교 내 ‘일진’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또래 친구들에게 겁을 주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20대를 맞이하면서 과거에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을 후회하며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것도 쉽지 않다. 10대들의 일그러진 ‘표식’ 문신. 이들은 왜 문신에 집착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실태를 파헤쳤다.

“고등학교 때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팔뚝에 문신 하나씩은 새기고 있어서 저도 호기심에 따라 해봤어요. 당시에는 정말 멋져보였고 다른 애들이 우러러보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맘껏 자랑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후회감만 들어요. 취업도 해야 돼서 당장이라도 지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문신제거비용이 하는 것보다 3배 가까이 비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어요. 문신 시술을 받았을 땐 100만원 정도 들었는데 지금 지우려다 보니 300만원을 훨씬 웃돌아서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호기심에 새긴 문신
낙인으로 찍히기도

“외국 배우들 보면 문신한 연예인들 많잖아요. 저도 그때 그게 너무 예뻐 보여서 무심코 따라했는데 지금은 지우는데 급급해요. 학창시절엔 나 잘난 맛으로 살아서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보니 세인들의 시선이 안 좋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선을 피하려다보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창피해서 대중목욕탕도 함부로 못 가요. 곧 취직도 해야 하고 나중에 시집도 가야되니 지워야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학창시절에 멋모르고 몸에 새겼던 문신을 후회하는 20대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부는 문신열풍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연예인들의 문신은 청소년들에게 호기심과 겉멋만 잔뜩 불어넣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기에 새긴 문신은 약한 피부에 비위생적인 바늘이 여러 번 닿기 때문에 B·C형 간염에 걸릴 확률도 높아 주위의 우려도 낳고 있다. 

그럼에도 왜 청소년들은 문신에 집착하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대중매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과 대중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연예인의 모습을 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그들의 패션, 메이크업, 소장품까지 모두 공개되는 가운데 문신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프로에서든 연예인의 문신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는 추세인 만큼 문신에 대한 인식이 낯설거나 부정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개성의 표현이자 하나의 패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청소년 사이 유행처럼 번지는 문신 그 실태는…
왕년 일진들 “철없던 때 객기로 한 ‘문신’ 후회”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사춘기 시절의 인격형성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문신시술이나 노출은 자칫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문신시술을 받는 연령은 만 19세 이상으로 미성년자는 함부로 시술을 받을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사실 시내 거리만 나가봐도 팔이나 다리, 손가락 등 다양한 부위에 문신을 새긴 청소년들을 목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문신을 시술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행위로 법제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문신시술은 더 강력한 범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타투영업을 경찰에서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문신시술은 눈감아주고 있는 편이지만 미성년자에게 시술한 타투영업은 간간히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몸에는 버젓이 용과 잉어와 같은 화려한 문신이 새겨져 있고 지금도 아이들을 상대로 불법타투영업을 하는 곳들이 전국 곳곳에서 성황하고 있다.

취재기자가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타투경력이 오래됐고 그곳에서는 꽤 유명하다는 ‘타OO’라는 타투샵을 방문해봤다. 어두침침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타투샵 안에는 각종 타투 도구들과 새길 때 쓰는 여러 가지 염색물감이 나란히 놓아져 있었다. 타투샵 주인은 여성이었고 그녀는 타투도안을 내밀며 대뜸 어느 부위에 어떤 문신을 새길 것인지에 대해 물어왔다. 사전에 고객에게 나이를 묻거나 신분증 검사를 하는 행위는 원래 없던 관례인 듯 도안설명과 가격흥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신분증 검사는 뒷전
가격흥정에 독기 올라

“등 부위에 할 거면 여자는 봉황이나 용이 예뻐요. 꽉 채우실 거예요? 컬러로 등 전체 다 메울 예정이면 150만원에서 180만원까지 받고 흑백도 별로 가격차이 없고요. 그런데 컬러는 문신제거 시에 레이저로 지우는데 레이저가 색깔을 못 읽어서 컬러문신은 평생 가지고 가야해요. 그것은 염두해 두셔야 하고요. 한 4일에 걸쳐서 하게 될 거예요. 그래도 우리 샵이 다른 곳에 비해 잘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까 큰 가격부담 갖지 말고 한 번 해봐요. 요즘은 어린 애들도 많이 하고 흉도 아니잖아요.”

"중·고등학생들도 하나요?"라는 취재기자의 물음에 그녀는 “타투가 원래 불법이잖아요. 해주면 안 되는데 다른 곳은 가끔 해주기도 한다고 하더라고… 우리 가게는 아직 해준 적은 없어요”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타투샵을 나와서 홍대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사복을 입은 청소년들 몇 명이 눈에 띄었다. 팔에 레터링(문자로 새긴 문신)을 새긴 남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타투샵에 가면 신분증 검사 없이 문신을 해주냐"라는 취재기자의 물음에 그 학생은 “네. 민증(신분증)검사 안 해요. 그냥 뭐 해달라고 하면 다 해주던데… 저 말고도 우리 학교에 한 애들 꽤 있어요. 노는 애들(일명 일진·짱)은 거의 다 해요”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친구 따라가서 한 번 해봤는데 이게 점점 중독이 되는 거 같아요. 작은 거부터 시작했다가 나중에 점점 큰 걸로 하고 싶어지고 그래서 문신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고, 일진들은 학교 애들 돈 뺏어서 문신비용 보태기도 해요”라고 덧붙였다.

또래들에 불법문신
해주고 돈 받아

최근엔 부산의 한 남학생이 또래 학생들에게 직접 문신을 새겨주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은 사건도 있었다. 김모(17)군은 1인당 5만~10만원 상당의 돈을 받고 자신의 집에서 불량서클에 가입된 친구 5명을 상대로 불법문신을 시술했다. 이후 김군은 그 친구들과 함께 타 학생들에게 다가가 문신을 보여주며 겁을 줬고 오토바이와 현금 등을 가로채 약 175만원에 다다르는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김군은 지인에게 문신시술법을 배웠고 동네에서 일명 짱 행세를 하며 상습적 금품갈취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신 시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빈집을 턴 과감한 10대들도 있었다. 한모(15)군과 김모(14)군은 50~60만원 상당의 문신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어 빈집을 털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반면 문신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후회하는 학생도 있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학교 여학생은 남자친구를 따라서 한 불법문신영업소로 찾아갔다가 무려 10회에 걸친 문신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등 전체를 휘감은 컬러잉어문신을 새겼지만 지금은 후회막심 중이다. 컬러문신은 레이저로 잘 지워지지도 않아 아직 어린 나이인 그녀가 평생 가지고가야 할 낙인으로 남게 됐다. 그녀는 “친구들과 찜질방 한 번을 가보지도 못하고 아직 부모님도 모르고 계신 상황이라 너무 괴롭다. 당시 짧은 생각으로 받았던 문신이 지금은 평생 콤플렉스가 됐다"며 후회의 심경을 전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문신을 제거해주는 시설도 있었다. 전주의 송천정보통신학교는 10년째 무료로 문신제거수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해당 학생은 보호관찰기간인 학생과 해당 학교의 퇴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워 문신제거가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는 문신제거전문의와 간호사가 상주해 있어 상담과 문신제거수술을 동시에 해주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문신을 하는 경우, 대부분이 호기심과 충동적인 심리로 하기 때문에 문신을 시술받은 후 후회하는 게 99% 이상이다”고 전했다. 

단순 호기심에 새긴 영구문신 제거 비용은 몇 배
지우고 싶어도 지우지 못한 채 평생 낙인 되기도

한 문신제거전문의도 “상처를 낸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방식인 문신은 피부염증, 홍반, 부종, 수포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혈액순환 저해로 피부가 괴사할 위험도 충분하다. 특히 성장기에 문신하면 성인이 된 후 모양이 이상하게 변하거나 문신으로 인한 상처부위가 커질 우려가 많으므로 미성년자는 시술을 받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청소년들의 충동적인 문신시술이 날이 갈수록 대중화됨에 따라 학부모연합과 교육업계 내에서도 문신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신시술에 대한 교칙이나 법규가 마땅치 않아 제재를 하기에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 일선 중·고교에서도 문신을 한 학생들에게 단순히 ‘하지 말라’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자세한 교칙을 세워놓지 못하고 있다. 혼내거나 징계를 내리기가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규도 모호한 실정이다. 문신시술은 경범죄 처벌법 제24조에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에 대해서 처벌한다’라는 규정만 있을 뿐 어디까지가 혐오감을 일으키는 수위인지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아 일일이 단속하기 힘든 실정이다. 

문신해도 부모는 몰라
적극적 관심 필요

학부모연합회 관계자도 “또래보다 세게 보이려 아이들이 겉모습에 치중하는 것 같다”며 “학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속마음을 알고 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 번 잘못 생각하면 평생 가지고가야 할 짐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 내부에서의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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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