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겉멋에 빠진 10대, 철없는 문신열풍

“혹시 당신 아이 몸에도 몰랐던 문신이?”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청소년들 사이에 ‘문신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연예인들의 문신이 매체를 통해 가감 없이 노출되면서 “멋있어 보인다”는 단순한 호기심에 무작정 따라하는 아이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신열풍은 소위 학교 내 ‘일진’들이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또래 친구들에게 겁을 주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부분 20대를 맞이하면서 과거에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을 후회하며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그것도 쉽지 않다. 10대들의 일그러진 ‘표식’ 문신. 이들은 왜 문신에 집착하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실태를 파헤쳤다.

“고등학교 때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팔뚝에 문신 하나씩은 새기고 있어서 저도 호기심에 따라 해봤어요. 당시에는 정말 멋져보였고 다른 애들이 우러러보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맘껏 자랑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후회감만 들어요. 취업도 해야 돼서 당장이라도 지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문신제거비용이 하는 것보다 3배 가까이 비싸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어요. 문신 시술을 받았을 땐 100만원 정도 들었는데 지금 지우려다 보니 300만원을 훨씬 웃돌아서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호기심에 새긴 문신
낙인으로 찍히기도

“외국 배우들 보면 문신한 연예인들 많잖아요. 저도 그때 그게 너무 예뻐 보여서 무심코 따라했는데 지금은 지우는데 급급해요. 학창시절엔 나 잘난 맛으로 살아서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보니 세인들의 시선이 안 좋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선을 피하려다보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창피해서 대중목욕탕도 함부로 못 가요. 곧 취직도 해야 하고 나중에 시집도 가야되니 지워야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학창시절에 멋모르고 몸에 새겼던 문신을 후회하는 20대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부는 문신열풍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연예인들의 문신은 청소년들에게 호기심과 겉멋만 잔뜩 불어넣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기에 새긴 문신은 약한 피부에 비위생적인 바늘이 여러 번 닿기 때문에 B·C형 간염에 걸릴 확률도 높아 주위의 우려도 낳고 있다. 

그럼에도 왜 청소년들은 문신에 집착하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이 대중매체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인터넷과 대중매체가 발달한 오늘날, 연예인의 모습을 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그들의 패션, 메이크업, 소장품까지 모두 공개되는 가운데 문신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프로에서든 연예인의 문신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노출되는 추세인 만큼 문신에 대한 인식이 낯설거나 부정적이었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개성의 표현이자 하나의 패션으로 인식되고 있다.

청소년 사이 유행처럼 번지는 문신 그 실태는…
왕년 일진들 “철없던 때 객기로 한 ‘문신’ 후회”


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사춘기 시절의 인격형성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문신시술이나 노출은 자칫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문신시술을 받는 연령은 만 19세 이상으로 미성년자는 함부로 시술을 받을 수 없는 게 당연하지만 사실 시내 거리만 나가봐도 팔이나 다리, 손가락 등 다양한 부위에 문신을 새긴 청소년들을 목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문신을 시술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행위로 법제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문신시술은 더 강력한 범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불법타투영업을 경찰에서 일일이 단속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일반인을 상대로 한 문신시술은 눈감아주고 있는 편이지만 미성년자에게 시술한 타투영업은 간간히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몸에는 버젓이 용과 잉어와 같은 화려한 문신이 새겨져 있고 지금도 아이들을 상대로 불법타투영업을 하는 곳들이 전국 곳곳에서 성황하고 있다.

취재기자가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타투경력이 오래됐고 그곳에서는 꽤 유명하다는 ‘타OO’라는 타투샵을 방문해봤다. 어두침침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타투샵 안에는 각종 타투 도구들과 새길 때 쓰는 여러 가지 염색물감이 나란히 놓아져 있었다. 타투샵 주인은 여성이었고 그녀는 타투도안을 내밀며 대뜸 어느 부위에 어떤 문신을 새길 것인지에 대해 물어왔다. 사전에 고객에게 나이를 묻거나 신분증 검사를 하는 행위는 원래 없던 관례인 듯 도안설명과 가격흥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신분증 검사는 뒷전
가격흥정에 독기 올라

“등 부위에 할 거면 여자는 봉황이나 용이 예뻐요. 꽉 채우실 거예요? 컬러로 등 전체 다 메울 예정이면 150만원에서 180만원까지 받고 흑백도 별로 가격차이 없고요. 그런데 컬러는 문신제거 시에 레이저로 지우는데 레이저가 색깔을 못 읽어서 컬러문신은 평생 가지고 가야해요. 그것은 염두해 두셔야 하고요. 한 4일에 걸쳐서 하게 될 거예요. 그래도 우리 샵이 다른 곳에 비해 잘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니까 큰 가격부담 갖지 말고 한 번 해봐요. 요즘은 어린 애들도 많이 하고 흉도 아니잖아요.”

"중·고등학생들도 하나요?"라는 취재기자의 물음에 그녀는 “타투가 원래 불법이잖아요. 해주면 안 되는데 다른 곳은 가끔 해주기도 한다고 하더라고… 우리 가게는 아직 해준 적은 없어요”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타투샵을 나와서 홍대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니 사복을 입은 청소년들 몇 명이 눈에 띄었다. 팔에 레터링(문자로 새긴 문신)을 새긴 남학생도 포함돼 있었다.


"타투샵에 가면 신분증 검사 없이 문신을 해주냐"라는 취재기자의 물음에 그 학생은 “네. 민증(신분증)검사 안 해요. 그냥 뭐 해달라고 하면 다 해주던데… 저 말고도 우리 학교에 한 애들 꽤 있어요. 노는 애들(일명 일진·짱)은 거의 다 해요”라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친구 따라가서 한 번 해봤는데 이게 점점 중독이 되는 거 같아요. 작은 거부터 시작했다가 나중에 점점 큰 걸로 하고 싶어지고 그래서 문신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고, 일진들은 학교 애들 돈 뺏어서 문신비용 보태기도 해요”라고 덧붙였다.

또래들에 불법문신
해주고 돈 받아

최근엔 부산의 한 남학생이 또래 학생들에게 직접 문신을 새겨주기도 하고 타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빼앗은 사건도 있었다. 김모(17)군은 1인당 5만~10만원 상당의 돈을 받고 자신의 집에서 불량서클에 가입된 친구 5명을 상대로 불법문신을 시술했다. 이후 김군은 그 친구들과 함께 타 학생들에게 다가가 문신을 보여주며 겁을 줬고 오토바이와 현금 등을 가로채 약 175만원에 다다르는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았다. 김군은 지인에게 문신시술법을 배웠고 동네에서 일명 짱 행세를 하며 상습적 금품갈취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신 시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빈집을 턴 과감한 10대들도 있었다. 한모(15)군과 김모(14)군은 50~60만원 상당의 문신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어 빈집을 털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반면 문신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후회하는 학생도 있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학교 여학생은 남자친구를 따라서 한 불법문신영업소로 찾아갔다가 무려 10회에 걸친 문신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등 전체를 휘감은 컬러잉어문신을 새겼지만 지금은 후회막심 중이다. 컬러문신은 레이저로 잘 지워지지도 않아 아직 어린 나이인 그녀가 평생 가지고가야 할 낙인으로 남게 됐다. 그녀는 “친구들과 찜질방 한 번을 가보지도 못하고 아직 부모님도 모르고 계신 상황이라 너무 괴롭다. 당시 짧은 생각으로 받았던 문신이 지금은 평생 콤플렉스가 됐다"며 후회의 심경을 전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문신을 제거해주는 시설도 있었다. 전주의 송천정보통신학교는 10년째 무료로 문신제거수술을 진행하고 있는데, 해당 학생은 보호관찰기간인 학생과 해당 학교의 퇴학생, 가정형편이 어려워 문신제거가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는 문신제거전문의와 간호사가 상주해 있어 상담과 문신제거수술을 동시에 해주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문신을 하는 경우, 대부분이 호기심과 충동적인 심리로 하기 때문에 문신을 시술받은 후 후회하는 게 99% 이상이다”고 전했다. 

단순 호기심에 새긴 영구문신 제거 비용은 몇 배
지우고 싶어도 지우지 못한 채 평생 낙인 되기도

한 문신제거전문의도 “상처를 낸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방식인 문신은 피부염증, 홍반, 부종, 수포현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한 경우 혈액순환 저해로 피부가 괴사할 위험도 충분하다. 특히 성장기에 문신하면 성인이 된 후 모양이 이상하게 변하거나 문신으로 인한 상처부위가 커질 우려가 많으므로 미성년자는 시술을 받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청소년들의 충동적인 문신시술이 날이 갈수록 대중화됨에 따라 학부모연합과 교육업계 내에서도 문신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신시술에 대한 교칙이나 법규가 마땅치 않아 제재를 하기에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 일선 중·고교에서도 문신을 한 학생들에게 단순히 ‘하지 말라’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자세한 교칙을 세워놓지 못하고 있다. 혼내거나 징계를 내리기가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규도 모호한 실정이다. 문신시술은 경범죄 처벌법 제24조에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켜 타인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에 대해서 처벌한다’라는 규정만 있을 뿐 어디까지가 혐오감을 일으키는 수위인지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아 일일이 단속하기 힘든 실정이다. 

문신해도 부모는 몰라
적극적 관심 필요

학부모연합회 관계자도 “또래보다 세게 보이려 아이들이 겉모습에 치중하는 것 같다”며 “학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속마음을 알고 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 번 잘못 생각하면 평생 가지고가야 할 짐이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 내부에서의 강력한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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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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