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마스터’ 연상호의 아포칼립스

좀비로 만든 ‘절망의 세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연상호 감독은 국내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꼽힌다. 주로 으스스하고 을씨년스러운 배경을 바탕으로 한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어둡고 음울하다. 그 안에서 인간의 양면성과 계급으로 인한 부조리, 인간의 본능적인 악 등 인간 본질을 파고든다. 단편 애니메이션인 <지옥:두 개의 삶>부터 웹툰 <지옥>까지, 그의 작품 세계는 크고 작은 아포칼립스로 연결된다. 
 

▲ ▲ 연상호 감독 ⓒNEW

연상호 영화감독의 이력은 독특하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등을 연출해 이름값을 높인 뒤 국내서 최초나 다름 없는 좀비 장르 영화 <부산행>으로 입봉했다. 실사영화 데뷔작을 통해 무려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것. ‘데뷔작 1000만 관객’은 국내서 <변호인> 양우석 감독과 함께 단 둘뿐이다. 그러다 오컬트 스릴러 장르인 tvN <방법>을 집필했고, 오랜 벗인 최규석 작가와 연재 중인 웹툰 <지옥>은 평점 9.74의 호평를 받고 있다. 

그리고 <부산행>의 바통을 이어받은 영화 <반도>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매체를 막론하고 언제나 새롭고 기막힌 이야기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끄는 연상호 감독.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문명의 멸망’을 일컫는 아포칼립스다.

죽음 앞 군중

연 감독의 작품은 시작부터 괴기스러웠다. 살아온 삶에 등급이 매겨지고 이에 따라 천국과 지옥으로 나뉘는 세계. 하수구서 쥐를 잡아먹는 한 남자로 문을 여는 애니메이션 <지옥: 헬>이 연 감독의 출발점이다.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 앞에 천사가 나타나 죽음을 맞이하고 지옥에 갈 것을 예고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어 part2에 해당하는 <지옥: 두 개의 삶>도 같은 세계관이 이어진다. 천사로부터 “5일 뒤 천국으로 가게 될 것”을 예고 받은 재영이 지옥으로 가게 되는 여정을 그린다.


천국과 지옥을 선고받은 두 남녀의 모순된 삶을 통해 죽음 앞에서의 인간의 복잡한 심경을 풀어낸다. 두 사람 모두 죽음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허우적댄다. 신의 섭리를 거스르려다 더욱 절망적인 결과를 받게 된다. 
 

▲ ▲▲ ⓒ네이버

두 영화를 통해 사후세계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심경 변화를 돋보기처럼 보여주려 했다는 연 감독이 구현한 세상은 가히 충격적이다.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그릇된 선택을 하거나, 인간에 대한 조금의 연민도 없이 이기심에 사로잡혀 사는 인물도 있다.

이 세계관을 장편으로 이어나가고자 했던 연 감독의 의지는 무려 10여년이 지나 웹툰으로 완성된다. 오랜 친구인 웹툰 <송곳>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연 감독이 이야기를 쓴 <지옥>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서 연재 중이다. <지옥>은 앞선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을 따왔다.

웹툰에선 천사 대신 정체불명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나타나 죽음을 맞이하는 시간을 알려준다. 죽음까지의 기간은 짧으면 30초, 길면 20년이다. 예고한 시간이 되면 또 다른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타나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 

2부 16화까지 연재된 <지옥>은 이 재난과 같은 죽음이 방송국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공포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과정을 그린다.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한 사회는 급속도로 혼란에 사로잡힌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죄를 고하라’며 비난을 일삼거나, 이 죽음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면서 새로운 이득을 취하기도 하며, 죄인을 먼저 가혹하게 처벌하면서 자신의 죄를 씻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예측을 벗어나는 상황서 인간의 악이 그려진다. <지옥> 시리즈는 인간의 그 추악함을 노골적으로 직면시킨다. 
 

▲ ⓒ&lt;돼지의왕&gt; &lt;사이비&gt; &lt;창&gt; 포스터

계급사회 폭력

연상호 감독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돼지의 왕>과 종교를 다룬 <사이비>, 군대에서의 <창>, 용산 철거 사태를 모티브로 한 <염력>으로 구조화된 폭력을 다룬다. 그는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계급의 차이서 벌어지는 폭력을 매우 디테일하게 구현한다. 

계급이 규정지어진 학교서, 권력을 가진 돼지들 사이서 왕이 된 폭력적인 철이의 이야기를 담은 <돼지의 왕>은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다. 오랜만에 만난 종석(양익준 분)과 경민(오정세 분)의 대화 사이서 과거 같은 반 친구였던 철이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면서, 나약한 인간의 잔인함이 그려진다. 

<사이비>는 선한 얼굴을 띠고 거짓말을 하는 자들과 악한 얼굴로 진실을 말하는 자의 대립을 통해 인간의 모순을 설파한다. 평소 해악을 저질러온 민철은 마을 사람들을 현혹해 돈을 뜯어내는 종교인들의 부조리를 말하지만, 그를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악한 자의 진실과 선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저지르는 거짓의 대립을 통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아이러니를 예리하게 꼬집는다.

군대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리얼리즘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창>은 상병이 막내인 한 부대에 고문관 신병이 들어오면서 군생활이 꼬여버리는 병장 철민의 이야기를 통해, 폭력적인 시스템을 안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폭력적인 시스템 안에서 ‘남 탓’만을 하는 약자들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한눈에 비춘다. 

죽음, 계급…인간의 추악함이란∼
내면세계 드러낸 예리한 통찰력

내쫓으려는 자와 쫓겨나지 않으려는 자들의 싸움을 판타지로 그려낸 <염력>은 경제적 차이서 오는 폭력을 그린다. 가진 자들의 금권 폭력과 이에 맥없이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2019년 이슈였던 ‘용산 철거 사건’과 맥을 같이 한다. 비록 영화는 ‘용산 철거 사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보이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계급의 폭력이라는 점에서 앞선 작품과 통하는 대목은 있다.
 

▲ ▲ 방법 ⓒtvN

혐오의 사회

연 감독의 가장 독특한 이력 중 하나가 드라마 집필이다. 국내에서는 영화 연출과 드라마를 집필한 유명인은 장항준 감독 뿐이었다. 연 감독이 두 번째인 것. 드라마 집필 첫 도전서 오컬트 장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내 드라마계서 매우 의미있는 작품을 내놨다. 

12부작 tvN <방법>은 요즘 우리 주변서 볼 수 있는 각종 혐오를 확대한 작품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SNS에 올리면, IT기업이 저주를 내려준다는 발상서 출발한다. 

사회부 기자 진희(엄지원 분)와 선한 마음을 가진 방법술사 소진(정지소 분)이 사회의 숨은 거대악 종현(성동일 분)과의 대립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혐오를 다룬다. 

포털사이트 연예면 댓글란이 없어질 정도로, 온라인상을 비롯해 혐오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현한다. 인간 내면의 악을 다루는 데 일가견이 있는 연 감독은 오컬트 장르의 <방법>을 통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NEW

K-좀비의 매력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실사 영화 <부산행>, 그리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다룬 <반도>는 ‘연니버스’라고도 불린다. 늙고 병든 한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해 좀비가 급격히 확산된 서울역 인근을 다룬 <서울역>과 부산으로 가는 KTX에 탄 좀비로 인해 혼란에 빠지는 <부산행>, 이후 4년 뒤의 한국을 그리는 <반도>가, 연니버스의 줄기다. 

<서울역>은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잔인함을 다뤘다. 죽은 사람 앞에서 “내 돈은 갚고 죽어”라고 흐느껴대는 ‘석규’(류승룡 분)를 보고 있자면, 차라리 좀비가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더러운 내면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정치색으로 나뉜 이데올로기 세대와 경제 호황을 누린 성장 중심의 세대를 몰락시키고,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을 부여하는 <부산행> 역시 인간의 악을 다룬다. 

특히 15번 칸 대립 신을 통해 ‘용석’(김의성 분)이 평범한 이들의 침묵으로 권력을 갖게 된 뒤, 힘들게 다른 칸에서 넘어온 ‘석우’(공유 분)를 내쫓는 장면은 ‘악의 일상성’의 민낯을 드러낸다. “악은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파생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연 감독의 의도가 뚜렷하게 보인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반도>는 올해 최대 기대작이다. “안정된 서사 속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연 감독의 발언으로 봐서, 어쩌면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 분명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언제나 인간 본성을 보기 쉽게 구현한 그이기에, <반도>를 향한 기다림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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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