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일종의 우울감이 있거나, 작금의 삶이 못마땅한 사람들에게 김창옥 강사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재기발랄한 사연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과정서 진솔함과 진정성이 더해진 그의 강연은 수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힐링이 된다.
유튜브 8000만뷰 조회 수를 기록할 수 있는 저력의 밑바탕은 오롯이 김 강사의 재능으로부터 비롯된다.
강연 내용만 보면 김 강사는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만 같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고, 개인에게 가장 힘든 건 대체로 인간관계서 오는 갈등 때문이기에, 소통전문가라 스스로 칭할 정도면 문제없는 관계를 맺고 살 거라는 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들리나요?>를 보면, 옳은 말과 위로되는 말을 즐겁게 표현하는 김 강사가 아무 문제 없이 살 것이라는 관측은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편견으로 밖에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 역시 부친과 편치 못한 관계라는 커다란 숙제를 짊어지고 있었다.
아울러 그의 지인들을 통해 김 강사가 꼭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김 강사는 <들리나요?>를 통해 완전히 벌거벗은 채 자신의 속살을 드러낸다. 영화의 내용은 수십년간 청각장애로 살아온 부친에게 막내아들인 김 강사가 인공청각 인공 와우 수술을 치료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가 아버지의 수술을 결심한 것을 두고 “오랫 동안 묵혀둔 숙제”라고 표현한 이유는 어릴 적 폭력적인 환경을 아버지에 대한 불편함이 50세가 임박한 작금에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어릴적 폭력을 행사했던 것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도 어머니에게 가부장적인 부친의 태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쳐 있었다고 밝힌다. 그런 과거는 부친의 어두운 귀를 밝게 하는 효심 가득한 행동조차 많은 고민이 되게끔 하는 걸림돌이 아니었을까.
마음속 돌밭을 하나씩 걷어내며, 인내를 갖고 부친의 수술까지 진행하는 과정서, 김 강사 평소의 생각과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드러난다. 의외로 불안이 가득했고, 진짜 나보다 남들이 보는 나를 더 중시하면서 살고 있었던 김 강사의 실체는 의외성이 있다.
누구나가 인정할만한 성공을 이룬 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왔던 것일까.
영화를 보다보면 그 불안의 근원은, 결코 화목하다고 말하기 힘든 가족과의 관계부터 단추가 헝클어져 있기 때문 아니었나라는 섣부른 짐작이 든다.
<들리나요?>는 부친의 귀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부친에게 있었던 상처와 함께 자신이 갖춘 화려한 이미지에 집착하는 김 강사의 불안한 속마음을 도려내는 내용이기도 하다. 곽도원과 조달환을 비롯해 이 영화를 연출한 신승환‧김봉한 감독 등의 친구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김 강사가 진짜 나를 되찾기 바란다고 전달한다.
우정이 깃든 마음이 영화 곳곳서 발견된다. 그들의 바람대로 김 강사는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며 성장한다.
여러 사건 끝에 수술 후 인공청각을 귀에 대고 소리가 들리자 ‘와~’를 반복하는 부친의 순수한 얼굴서 그간의 고생이 눈 녹듯 녹아내리고, 김 강사와 그의 가족들은 환한 미소를 짓는다. “아버지 없는 세상서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귀가 밝아지면 이혼하겠다” 등 촌철살인을 일관하던 어머니의 얼굴서도.
그 웃음 속에서 뭉클한 감동이 전해진다. 또 자신의 치부와도 같은 속살을 내비치면서도 한 단계 나아가는 김 강사를 보면서, 새로운 희망이 예견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해묵은 숙제, 그 모든 것들이 잘 풀어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희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