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퀸’ 넘보는 김민아의 특별한 매력

예능 생태계 흔드는 ‘미친 여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차분한 걸음걸이로 등장해 날씨를 전하는 단아한 기상캐스터가 천직인 줄 알았다. 게임 방송의 승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게임 관련 유튜브 방송 <왜냐맨>서 욕을 하기 시작하더니, 단숨에 ‘미친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선넘규’라 불리는 장성규의 여자 버전, 방송인 김민아 이야기다. 겁 없이 던지는 아슬아슬한 발언으로 ‘민아슬’로 불리기도 하는 김민아는 유튜브를 넘어 메이저 방송가를 지배할 포식자로 급부상 중이다. 
 

▲ ▲▲ ⓒ김민아 인스타그램

‘또라이’ ‘4차원’ ‘미친 여자’ ‘사이코’. 1991년생 방송인 김민아에게 붙는 애칭이다. 이제 겨우 서른의 귀엽고 밝은 얼굴을 한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애칭이지만, 김민아라면 다르다. 

긍정 에너지

스스로 ‘미친 여자’라고 소개하기도 하고, 지상렬 앞에서 혀를 내밀고 “내 혀 어떠냐”고 끼를 부리기도 하며, 차분하게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가식 떠는 것 같아 역겹다’라는 댓글에,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방송을 잘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당사자니, 어쩌면 당연한 애칭인지도 모른다.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아무 맥락 없이 서장훈에게 “야 이 개XX야”라고 욕을 던지고, 산(山)을 연상시키는 손가락 욕도 서슴없이 날리며, 87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유튜브 채널 ‘워크맨’의 ‘찜질방 편’에서 자신에게 일을 시키는 관리자의 멱살을 잡는 것도 김민아에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길가던 시민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던 중 육상 선수라고 하자 갑자기 ‘요이땅’하고 달리기를 한 뒤 패배하자 “아 씨 더럽게 빠르네”라며 숨을 헐떡거리며, 자신을 알아본 시민에게 “뽀뽀해줄까요?”라고 당찬 멘트를 던지기도 한다. 산 깊은 곳에 위치한 ‘잣나무 캠핑장’에 갈 때 ‘잣나 머네’라면서 짜증을 부리고, 가장 높은 곳의 데크를 보곤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밤에 시끄럽겠다”면서 섹드립을 던진다.


때론 상대의 어머니를 소환하며 패드립도 아끼지 않는다. ‘똘끼’ 가득한 언행을 하는 캐릭터다 보니 가끔 선을 넘는다고 비난을 받기도 하나,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가식 없는 솔직함이다. 예능과 다큐를 오고 가는 유튜브 세계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정성. 극도의 실제상황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몰리는 곳이니 어련할까. 김민아는 여러 상황서 진정성을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으나, 본질을 꿰뚫는 화법으로 사랑받은 장성규로부터 방송을 배웠다는데, 재능 자체가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 ⓒSM C&C

<왜냐맨>에서 자신을 꾸짖는 장민철에게 윽박지를 때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제작진에게 반발할 때, 거리낌 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 표현이 아슬아슬하게 선을 걸친다. 혹자는 선을 없앴다고도 한다. 

<워크맨>서 자신에게 많은 일을 시키는 관리자들을 상대할 때, 어린이들을 포함한 다수의 시민과 인터뷰를 할 때도 꾸밈이 없다. 혹은 tvN <온앤오프>서 연예인 패널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선을 넘는 이미지는 고수하지만, 정도껏 예의를 갖추고 본심을 드러내는 점이 자연스럽다. 가식을 권위적인 것보다 싫어하는 1020에 특화된 캐릭터다. 

기존 방송에서 리액션을 한답시고 웃기지도 않은 것에 크게 웃는 예능인들에게서 지겨움을 느낀 시청자들이 김민아에게 마음을 뺏기는 건 매 순간 감정에 솔직한 모습 때문이 아닐까.

인기 비결은 진정성‧성실함‧인품
방송인의 천부적인 재능 ‘외연 확장’

방송 외적인 곳에서 예의가 티 나게 바른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사람을 존중하는 모습이 김민아의 행동에 묻어있다. 


“나 따위가 악플을 남겼었다”고 밝히며 반성하는 네티즌에게 그는 “누가 완벽하게 옳은 삶을 살았을까요? OO님이 저를 욕하셔서 제가 괴로워했든 상처받았든 제가 감당할 몫이고 제가 선택한 길이다. 스스로 ‘나 따위가’라며 자신을 폄하하지 말라. 스스로 도덕관에 남을 욕하는 것이 좋지 않은 일이라고 결론내렸으면, 앞으로 그렇게 살면 된다. ‘나 같은 놈이’ 욕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댓글을 통해 그의 인품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욕한 것은 차치하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네티즌을 먼저 걱정하는 성품이 글에 담겨있다. 

기상캐스터 업무는 물론 유튜브 스타답게 엄청난 양의 스케줄을 스스로 처리하다 최근 SM C&C에 소속된 뒤 스타일리스트와 매니저의 도움을 받는 그다.

의상을 비롯한 각종 짐을 스스로 드는 것은 물론 스케줄 정리와 이동을 모두 홀로 처리했던 그가 “스태프들의 서포트를 받으며 비교적 수월하게 방송에 임하고 있다”며 두 스태프에게 꾸벅 90도 인사를 하는 것도 그가 평소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었을 때 자가 격리를 한 것은 물론 ‘슈퍼전파자’가 될까 두려워 방송 관계자들에게 빠르게 알린 점도 이타적인 면이 나온 부분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알려지는 것이 방송인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공포에도 안일하게 행동하는 일부에게 본보기가 될만하다. 

그뿐만 아니라 새벽 4시30분에 기상해 약 5년 동안 JTBC 기상캐스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빼곡한 스케줄을 훌륭히 소화하는 성실함도 그가 인정받는 대목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을 가수 아이유마저 김민아의 성실함에 감탄할 정도로 치열한 방송계에서 억척스럽게 생존 중이다. 

솔직함과 성실함, 주위를 대하는 올바른 애티튜드가 여러 순간, 곳곳서 드러나다 보니 아무리 조커 분장을 하고 정신없는 춤을 추고, 이상한 표정을 짓고, 하이 텐션으로 흥분하고, 처음 보는 사람의 멱살을 잡고 삿대질하며, 불쾌할 만한 발언을 서슴없이 날려도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방송을 위한 캐릭터라는 것을 충분히 구분한다. 그래서 그의 선 없는 행동이 귀엽게 전해진다. 
 

▲ ⓒtvN

김민아의 인생도 캐릭터처럼 변화무쌍하다. 약 한 시간 반을 이동한 뒤 가파른 언덕을 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2학년 개학 첫날 자퇴를 했다. 남들보다 1년 먼저 대학을 가겠다는 엄포를 내놓으며 부모를 설득하고 실제로 경인 교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하자마자 교사의 길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느끼고 승무원으로 진로를 바꿨다가 겉모습만 보고 진로를 결정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방송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차분한 이미지의 기상캐스터로 출발해 게임 방송 OGN의 LCK의 인터뷰어로 게임과 인연이 닿았고 <왜냐맨>과 <워크맨>으로 매력을 어필한 뒤 <무엇이든 물어보살> <이십세기 힛-트쏭>을 비롯해 MBC <라디오스타> 등의 게스트로 등장하면서 영역을 확장했다.

이제는 tvN <온앤오프>에서는 고정으로 시청자들과 만난다. 방송의 외연이 확장되는 과정서 차분한 면과 여성적인 이미지, 소탈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친 등 캐릭터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다. 

캐릭터 스펙트럼

오랫동안 여성 예능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고 토로해왔다. 그 이유는 어쩌면 너무도 뻔한 방송의 루틴에 젖어있었음일지도 모른다. 억지로 꾸며내는 것이 아닌, 마치 동물처럼 감정에 솔직한 김민아로부터 여성 예능인들의 ‘설 자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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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