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리뷰> 편견의 뒷면 ‘초미의 관심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흑인, 빨간 탈색 헤어와 피어싱을 한 성실한 고깃집 사장, 음치 프로듀서, 온 몸에 타투를 떡칠한 미혼모, 털이 덥수룩한 게이, 전설의 깡패 출신 경찰. 속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기엔, 각자의 인생은 너무도 복잡하다. 너무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데 지친 인간이 정보를 단순히 파악하기 위해 곧잘 사용하는 편견은 때로는 그릇된 판단으로 이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편견의 오류를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 ▲ 초미의 관심사 ⓒ트리플픽쳐스

<초미의 관심사>는 가게 임대비를 몰래 들고 사라진 막내 딸을 찾기 위해 순덕(치타·김은영 분)을 찾아오는 엄마(조민수 분)에서 출발한다. 서로 안부조차 물을 사이가 못 되는 모녀 지간이다. 보자마자 서로 험한 표정과 말을 쏘아댄다. 막내 딸을 찾아달라고 조르는 엄마에게서 심드렁했던 순덕. 그런 순덕도 비상금을 털렸다. 입만 열면 칼 끝이 챙하고 부딪히는 느낌의 모녀는 돈 때문에 손을 잡는다.

그렇게 모녀는 막내딸이 살고 있는 이태원 고시원을 비롯해, 그녀가 있을 만한 곳을 모두 찾아다닌다. 학교, 타투샵, 클럽 등을 하루 종일 다니면서 많은 사람과 만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만남, 대화를 통해 잊었던 모녀의 정을 새삼 느낀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모녀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스토리의 <초미의 관심사>의 진짜 매력은 편견을 대하는 방식이다. 편견이 있을 법한 순간, 꼭 한 번씩 비튼다.

험악한 표정으로 택시비를 주지 않고 도망갈 것 같은 엄마는 무려 1만원이 넘는 잔돈을 받지 않고, ‘꺅’하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무서운 게 나타난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오랜만에 절친을 만난 식이다. 문제를 주고 조금은 비틀어서 답을 내는 형식의 구성이 일관된다. 그 과정이 상당히 유쾌하다.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험상궂은 인상의 흑인은 그 누구보다도 자상한 한국인이고, 얼굴에 피어싱을 한 빨간 머리 남자는 사업을 하다 빚더미에 몰린 트렌스젠더다. 온몸에 타투가 그득한 여인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하는 미혼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식과 실제 사건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다양하고 독특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있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남연우 감독의 연출 감각이 뛰어나다는 게 전달된다.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과정서 관객의 심리를 가지고 논다. 코미디 감각도 뛰어나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덤블링을 해대는 외국인이 보여주는 웃음의 강도는 굉장히 세다. 큰 웃음이 터진다. 영화 <분장>으로 각종 영화제를 휩쓴 남 감독의 발군의 실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 ⓒ트리플픽쳐스

데뷔 첫 연기로 나선 치타는 ‘첫 연기’인가 싶을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냉소적이면서 차가운 이미지를 만든다. 대사에 절제가 묻어있다. 억지스러운 장면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후반부 감정신에서도 꽤 준수하게 표현한다. 아울러 재즈 가수다 보니 노래와 랩을 하는데, 이는 명불허전이다. 첫 연기라는 점에서 예상된 우려를 러닝타임 내내 깨부순다. 가수 출신 연기자의 새로운 탄생이다.

반면 조민수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과하다. 치타의 절제되고 냉소적인 면 때문에 오버스러운 모습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치더라도 너무 과하다. 몇몇 장면에서는 오글거리기도 한다. 발성이나 말투 표정 등 연기의 기본이 탄탄함은 무시할 수 없으나, 설정을 너무 강하게 잡은 것 같다. 

의외의 발견은 정복 역의 테리스 브라운이다. 한국말을 못하는 흑인인 정복은 악착같이 싸워대는 두 모녀 사이를 예쁘게 이어준다. 진심어린 행동과 다양한 표정 등이 눈에 띈다. 다수의 작품서 쓰임새가 많을 것 같은 인상이다. 

영화는 편견과 포용을 말한다. 편견이 생길 법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포용하는 법을 보여준다. 노골적이지 않다. 우화적인 이야기로 ‘인간을 존중하는 법’을 전한다. 예상을 깨는 엔딩마저 이 영화는 예측이 어렵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그 어떤 영화보다도 미덕이 많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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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