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험한 재조사론’ 한명숙 전 총리

‘친노 대모’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친노의 대모’로 불리는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여권의 재수사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가 법정서 번복한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이 공개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를 ‘피해자’로 지칭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에선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모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지난 2015년,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 직후 국회를 나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총리는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된 진보 진영의 거물급 인사였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이듬해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2001년 신설된 초대 여성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만호 대표 
옥중록 보니…

2003년에는 노무현정부 당시 환경부장관이 됐다가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구 도전서 나서 고양시 일산갑서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했다. 경륜은 물론 여성으로서 갖는 상징성 덕분에 국무총리 물망에 오르내렸고, 이해찬 전 총리에 이어 총리가 되면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 여성 국무총리가 됐다. 온화한 성품과 합리적인 조정능력으로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말 대선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가 이해찬 전 총리와 단일화한 뒤 대선에서는 한발 물러났다. 

그의 불운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부터 시작됐다. 불법 정치 자금 수수 사건에 연루된다.  ‘한명숙 뇌물 사건’은 1차 사건과 2차 사건으로 나뉜다.


검찰이 2009년 12월에 기소한 1차 사건은 대한통운 전 곽영욱 사장이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한 전 총리에게 5만달러를 줬다는 혐의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이 법정서 “5만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직접 준 게 아니라 의자에 두고 왔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꾸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것으로 회자된 1차 사건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은 물론,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최근 <뉴스타파>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2차 사건으로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9억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경기도 고양서 한신건영이라는 건설사를 운영하던 한 대표는 2008년 부도 이후 사기죄 등으로 구속 수감됐다.

통영교도소서 복역 중이던 한 대표는 2010년 3월 갑자기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후 곧바로 검찰 특수부에 불려갔다. 한 대표의 검찰 출정은 여러 번 이어진다. 

그는 검찰서 엄청난 사건을 진술한다. 2007년 당시 고양시 일산갑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줬다는 내용이었다.

한명숙 뇌물 사건 관련 검찰 수사 과정은 지금부터 10년 전인 2010년 4월 언론에 생중계되다시피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는 6월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고,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었다.

검찰의 수사 과정이 온갖 언론을 통해 보도되던 당시 한 전 총리는 불과 0.6%포인트, 약 2만6000여표 차이로 여당이었던 오세훈 후보에게 석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년 복역 
결정적 증언 뒤집는 비망록 공개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 끝에 선거 직후인 7월 한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한명숙 사건의 반전은 2차 공판기일서 벌어졌다. 검찰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한 한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연히 검찰 측 핵심 증인으로 나왔다. 

이 자리서 한 대표는 검찰조사 당시 했던 진술을 완전히 뒤집는다. 그는 법정에 출석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검찰 조사 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1년 6월13일 한명숙 사건 공판이 한참 진행되던 때, 한 대표는 2008년 사기죄로 받은 징역 3년 형을 마치고 출소했다. 당시 유일하게 현장을 찾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만이 한 대표를 만났다.

당시 한 대표는 구 기자와 인터뷰서 “법정서 진술한 것이 진실이고 한명숙 전 총리는 곧 누명을 벗게 될 것”이라며 “검찰의 수사는 잘못된 사람의 말을 믿고 잘못 작성된 자료를 근거로, 잘못된 목적으로 당시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돕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세력을 척살하기 위해 저질러진, 잘못된 수사”라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구 기자에게 검찰이 자신을 불러 여러 차례 ‘교육’을 시켰다는 내용을 밝혔다. 하지만 법정서 진술을 뒤집은 한 대표는 검찰의 보복이 두려워 이 부분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구 기자는 지난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도 출연해 이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검찰은 약 73차례의 조사 과정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날짜를 특정하는 방법, 상대 변호인의 질문을 피하는 방법까지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비망록서 한 대표는 자신을 ‘검찰의 강아지’였다고 썼다. 
 

한 대표는 비망록에 ‘11억원 중 당시 6억원이 ○○○ 친박(친 박근혜)계로 제공됐다. 검찰이 알고 있으면서 제공 사실이 나오자 덮어버리고 한 총리 쪽으로 조작한 것임. 특수부 소환 첫날 자금이 한나라당 의원 쪽으로 제공되었음을 얘기했다. 종료했다. 급히 덮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에 대한 큰 죄책감을 느낀다고 서술했다. 검찰이 사준 초밥을 먹은 뒤에는 ‘한 전 총리의 살점을 뜯어먹는 기분’이었다고 쓰기도 했다. 한 대표는 본인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찰의 약속을 믿고 검찰에게 협조했지만, 양심에 가책을 느껴 결국 1심 재판서 증언을 번복했다고 밝혔다. 

“돈을 준 건 
친박계 의원”

당시 한 대표는 “9억원 가운데 6억원은 H교회 건물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 자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한 전 총리 측과 무관한 다른 사람들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가 돈을 줬다고 지목한 사람들이 법정에 나와 한 대표와의 대질 신문까지 이뤄졌으나, 양측 주장이 엇갈렸다.

재판에서는 나머지 3억원이 쟁점이었다. 한 대표가 3억원을 한 전 총리의 비서 김모씨에게 빌려준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 돈의 성격이 사적 대여금인지, 아니면 정치자금인지, 한 전 총리가 이 돈에 개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3억원 가운데 2억원은 검찰 기소 전에 한 전 총리의 비서인 김씨가 한 대표에게 갚았다. 남은 1억원이 한 전 총리의 동생이 사용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검찰은 “한 전 총리 동생이 사용한 1억원은 한 대표가 제공한 9억원 중 일부로 언니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한 전 총리의 동생은 “출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전세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인이자 언니 측근인 김모씨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당시 공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2011년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게 한 전 총리는 무죄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검찰은 항소했고, 2013년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정형식 부장판사)가 진행한 2심서 유죄 판결이 났고, 징역 2년에 추징금 8억8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겨우 4차례 공판을 통한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2015년 8월20일 3심 양승태 대법원(대법원 3부, 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결했다. 2심과 같은 형량으로 징역 2년, 추징금 8억8300만원으로 확정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13명의 대법관 전원이 논의하는 전원합의체를 열어 ‘한 전 총리가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들 중 5명(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대법관)은 일부 무죄 취지로 반대의견을 냈다.


5명은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 이뤄진 자유로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의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진술이 달라진 데 관해 그럴 만한 뚜렷한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면 위증죄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한 법정서의 자유로운 진술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함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의견서도 “1차 정치자금 수수(3억원)에 관한 부분은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 사실에 의해 그 신빙성이 뒷받침된다”며 “한만호가 피고인 한명숙에게 이 사건 1억원 수표와 현금 1억5000만원 및 5만달러를 제공했다는 한만호의 검찰 진술 부분 신빙성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3억원을 건넨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이 과정서 한 대표도 위증죄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인생 무참히 
짓밟은 검찰”

대법원 판결 이후 약 2년간 복역한 한 전 총리는 정치권으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졌다. 무려 12년간의 피선고권을 상실당했으며, 당시 1년이 채 남지 않은 의원직도 박탈당했다. 

2017년 8월23일 한 전 총리는 징역 2년을 마치고 만기출소했다. 이날 의정부교도소 앞에는 이해찬 전 총리와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문희상·홍영표·정성호·박남춘·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한 전 총리를 마중나왔다. 지지자 200여명도 ‘한명숙 총리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노란 풍선과 함께 “사랑해요 한명숙”을 외쳤다.

한 전 총리는 “짧지 않았던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며 “저에게 닥쳤던 큰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저의 진심을 믿고 한결같이 사랑을 주신 수많은 분들이 믿음 덕분이었다. 앞으로도 당당하게 열심히 살아나가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약 3년이 지나 <뉴스타파>를 통해 한 대표의 비망록이 보도됐고,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억울한 옥살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대표가 친박계 의원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혔으나, 한 전 총리 쪽으로 몰고 간 점과 치욕스러운 말을 하면서 거짓말을 교육시켰다는 점 등 검찰이 억지로 증인을 만들어내 위증을 꾸민 것 아니냐는 게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한 전 총리를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서 언급한 한만호씨의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며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은 비망록을 모두 검토했다. 새로울 것도 없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의 엄격한 사법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 과정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반론에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마치 비망록 등 자료가 모든 재판에 증거로 채택된 것처럼 말하지만, 이 비망록은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은 1심서만 인용됐다. 2심과 3심서도 인용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돈 줬다 진술은 검찰 회유”
여권 중심으로 재조사 주장

이번 비망록에 대해서도 심 기자는 “당시만 하더라도 한 대표가 살아서 얘기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는데 현재 한 대표가 고인이다.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입증하기보다, 검찰이 조사 과정서 고인을 압박한 부분이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망록이 주목을 받자 범여권 내에서는 재조사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비망록을 언급하며 “모든 정황이 한명숙 전 총리가 사법 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 이미 지나간 사건이라 이대로 넘어가야 하나.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 없다.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확정판결이 난 것”이라면서도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재심청구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추진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냐. 본인들 스스로도 재심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은 아니냐”며 “그럼에도 이제와 새삼스레 전혀 새롭지 않은 비망록을 핑계로 한 전 총리를 되살리려 하는 것은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됐으니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오만함의 발로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서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사건을 진상 조사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추 장관이 공감을 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권 최고위원은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과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게 사법 불신이고 재판불복이며, 증거가 가리키는 사실관계를 외면하고자 하는 게 사법 농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수사?
여야 대치

비망록은 작성된 지 무려 10년이나 지났다. 비망록의 신빙성을 판단하려면 쓴 사람의 증언이 가장 중요하나, 비망록을 쓴 한 대표는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조국 수사 등으로 인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는 수세에 몰린 검찰. 공작을 통해 거물급 정치인의 정치 생명을 날려버린 것일 수도 있는 이번 사안에 여야는 물론 국민도 날카롭게 바라보고 있다. 한 전 총리 쪽은 재심 검토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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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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